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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1. 2. 8. 선고 90도2418 판결
[관세법위반, 방위세법위반][공1991.4.1.(893),1005]
판시사항

가. 관세법 제180조 소정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의 의미

나. 여행자 휴대품신고서에 사금과 자수정 원석의 기재신고를 고의로 누락한 경우와 관세포탈의 범의

다. 여행자 휴대품을 세관검사대 위에 올려 놓는 것 자체를 휴대품 신고로 볼 수 있는 경우

라. 사금과 자수정 원석을 여행자 휴대품신고서 작성시 고의로 누락시키고 이를 쉽게 발견할 수 없도록 신문용지에 싸서 헌옷가지밑에 넣은 가방을 통관을 위하여 세관검사대 위에 올려 놓고 세관원의 질문에 거짓으로 답변하여 관세 부담없이 반입되도록 기도한 경우 관세법 제180조 소정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하려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가. 관세법 제180조 소정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이라 함은 결과적으로 탈세를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사위, 부정으로 인정되는 모든 행위를 말하며 적극적행위(사위)뿐만 아니라 소극적행위(부작위)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나. 여행자 휴대품신고서의 작성제출이 법적인 의무가 아니라 해도 사금과 자수정 원석이 그 신고서에서 서면신고하여야 할 것으로 되어 있는 이상 고의로 이를 누락시킨 것 그 자체가 관세포탈의 범의를 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휴대품을 세관검사대 위에 올려 놓은것 자체를 하나의 신고로 볼 것 인가의 문제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휴대품에 대하여 통관절차를 마쳐 야 하는 통관사무의 현 실정에 비추어 세관원으로 하여금 유세 휴대품의 내용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경우에 한하여 하나의 신고로 볼 것이다.

라. 사금과 자수정 원석을 여행자 휴대품 신고서의 작성시 고의로 누락시키고 신문용지로 포장하여 외관상 값어치 없는 물건으로 가장한후 중형 서류가방에 넣고 그 위에 헌 옷가지 등을 놓은 후 신문용지에 싼 것이 무엇이냐는 세관원의 질문에 거짓으로 대답하여 관세 부담 없이 반입되도록 하려고 기도하였다면 위 가방을 세관검사대위에 올려 놓은 것만으로는 적법한 신고라고 볼 수 없고 일련의 행위를 종합적의로 볼 때 관세포탈의 범의를 나타내는 행위로서 결과적으로 탈세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통념상 사위, 부정으로 인정되는 행위를 한 것에 다름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박동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공소사실 즉, 피고인은 1990.1.3. 11:00경 아랍에미레이트국 아부다비에 있는 알리모하마드바하지의 사무실에서 위 알리 모하마드로부터 사금 9,900그램 및 자수정 원석 1,700그램 시가 합계 금89,028,060원을 교부받아 이를 6개의 비닐봉지에 나누어 담고 다시 신문용지로 포장하여 외관상 값어치 없는 물건으로 가장한 뒤 이를 여행용 중형 서류가방속에 넣고 그 위에 입던 헌옷가지등으로 덮어 은닉한 후, 같은달 5. 20:20경 김포공항착 국태항공 제420기편으로 입국하여 아무런 신고없이 밀반입하여 위 물품에 부과된 관세 2,939,980원 및 방위세 1,419,930원을 포탈하려 하였으나 세관직원의 정밀검사에 적발됨으로써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이를 대체로 인정한 다음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여행자휴대품 신고서에 위 물품을 기재하지 아니한 점은, 여행자휴대품 신고서는 그 신고서문면에 인쇄되어 있는 설명과 같이 휴대품 검사를 신속히 하기 위하여 세관에서 편의상 그 작성제출을 요구하는 것일 뿐 법적으로 반드시 이를 작성제출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이 사건 사금과 자수정 원석이 들어있는 가방을 세관검사대에 올려 놓은 것 자체가 신고방법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이상 피고인이 위 신고서에 이 사건 사금과 자수정 원석에 관하여 기재하지 아니한 것을 위계 기타 부정한 행위라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사금과 자수정 원석의 포장상태가 위 가방속에 들어 있던 다른 옷가지들을 들어내고 신문지 또는 비닐봉지를 헤쳐 보거나 뜯으면 쉽게 발견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고, 또 가방안에 들어있는 메리야쓰, 남색바지 등이 은닉이나 위장장치로는 보여지지 아니하므로 이를 가리켜 특별히 은닉하였다고 할 정도의 위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며, 신고를 종용하는 세관공무원에 대하여 신고할 물건이 없다고 한 행위를 가리켜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하려고 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관세법 제180조 소정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이라함은 결과적으로 탈세를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사위ㆍ부정으로 인정되는 모든 행위를 말하며, 적극적행위(작위) 뿐만 아니라 소극적행위(부작위)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87.11.24. 선고 87도1571 판결 , 1990.5.8. 선고 90도422 판결 , 1990.9.28. 선고 90도683 판결 참조).

이에 원심이 판시한 바를 검토해 보면, 우선 여행자휴대품 신고서의 작성제출에 관하여 그것이 법적인 의무는 아니라해도 그 신고서를 작성 제출함에 있어 이 사건 사금과 자수정 원석이 그 신고서에서 서면신고하여야 할 것으로 되어 있는 이상 고의로 이를 기재하지 아니한 것 자체로 관세포탈의 범의를 발현하는 하나의 징표로 볼 수 있다 할 것이고, 또 휴대품을 세관검사대위에 올려 놓은 것 자체를 하나의 신고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에 관하여서도 짧은 시간내에 많은 휴대품에 대하여 통관절차를 마쳐야 하는 통관사무의 현실성에 비추어 세관원으로 하여금 유세휴대품의 내용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경우에 한하여 긍정적으로 풀이할 것이며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사금 9,900그램과 자수정 원석 1,700그램을 6개의 비닐봉지에 나누어 담고 다시 신문용지로 포장하여 외관상 값어치없는 물건으로 가장한 후 이를 여행용 중형 서류가방속에 넣고 그 위에 입던 헌옷가지 등을 놓은 것이라면, 피고인이 그 가방을 세관검사대위에 올려 놓은 것만으로는 적법한 신고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사금의 색깔이 수은 및 열처리로 인하여 원래의 사금빛깔과는 달리 거무스름하게 되어 있어 구리와 "신쭈(놋쇠)"의 합금같이 보이므로 사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세관공무원에게는 구리와 신쭈의 합금이라거나 분석용광석의 원석이라고 말하면 모르고 통관시켜줄 것으로 생각하고 신고하지 아니하였고 세관직원이 가방속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 신고할 물건이 있느냐라고 몇번이나 반복하여 질문을 하였음에도 신고할 물품이 없다고 대답하였으며 세관직원(손필선)이 위 가방을 열고 위에있는 의류를 들치면서 그 안에 있는 이 사건 사금과 자수정 원석이 들어있는 신문지로 싼 봉지와 비닐로 싼 봉지를 꺼내며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까 피고인은 그것이 광석가루라고(거짓) 대답하여 세관직원(이창환)이 봉지를 뜯어보고 사금임을 확인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이는 가방속의 이 사건 사금과 자수정 원석을 은닉하기 위하여 소극적인 자세를 넘어선 행위로 볼 것이다.

이와 같이 피고인의 일련의 행위를 종합적으로 고찰해 보면, 이는 관세포탈의 범의를 확정적으로 나타내는 행위로서 결과적으로 탈세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통념상 사위.부정으로 인정되는 행위를 한 것에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소위만으로는 관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고인이 관세법 제180조 제1항 에 규정된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하려 하였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석(재판장) 박우동 김상원 윤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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