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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0. 12. 26. 선고 90도2432 판결
[관세법위반,방위세법위반][공1991.2.15.(890),680]
판시사항

가. 관세법 제180조 소정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의 의미

나. 여행자 휴대품신고서에 보석류의 기재신고를 고의로 누락한 경우와 관세포탈의 범의

다. 여행자 휴대품을 세관검사대 위에 올려 놓는 것 자체를 휴대품신고로 볼 수 있는 경우

라. 에메랄드 여자10종의 보석류를 여행자 휴대품신고서 작성시고의로 누락시키고 이를 쉽게 발견할 수 없도록 봉지에 싸서 일용잡화와 함께 넣은 가방을 통관을 위하여 세관검사대 위에 올려 놓아 관세 부담없이 반입되도록 기도한 경우 관세법 제180조 소정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하려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가. 관세법 제180조 소정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이라 함은 결과적으로 탈세를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사위, 부정으로 인정되는 모든 행위를 말하며 적극적 행위(사위)뿐만 아니라 소극적 행위(부작위)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나. 여행자 휴대품신고서의 작성제출이 법적인 의무가 아니라 해도 에메랄드 등 보석이 그 신고서에서 서면신고하여야 할 것으로 되어 있는 이상 고의로 이를 누락시킨 것 그 자체가 관세포탈의 범의를 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휴대품을 세관검사대 위에 올려 놓은 것 자체를 하나의 신고로 볼 것인가의 문제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휴대품에 대하여 통관절차를 마쳐야 하는 통관사무의 현 실정에 비추어 세관원으로 하여금 유세 휴대품의 내용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경우에 한하여 하나의 신고로 볼 것이다.

라. 에메랄드 외 10종의 보석류를 여행자 휴대품신고서의 작성시 고의로 누락시키고 이를 쉽게 발견할 수 없도록 봉지에 넣어 묶은 후 일반 신변휴대품인 양 의류 등 다른 물건들과 잡화 사이에 끼어서 관세 부담없이 반입되도록 하려고 기도 하였다면 위 가방을 세관검사대 위에 올려 놓은 것만으로는 적법한 신고라고 볼 수 없고 일련의 행위를 종합적으로 볼 때 관세포탈의 범의를 나타내는 행위로서 결과적으로 탈세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통념상 사위, 부정으로 인정되는 행위를 한 것에 다름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즉 피고인은 1989.11.23.17:00경 홍콩 심사초이가 상호불상 빌딩에서 에메랄드 4.91캐럿 1개 외 10종의 보석류 시가 합계 금24,799,997원 상당을 구입한 후 이를 비닐봉지에 넣고 다시 비닐로 싸서 테이프로 감아 일반신변 휴대품인 것처럼 위장하여 밍크코트 등 다른 물건들과 함께 섞어 여행용 가방에 은닉한 다음 같은 달 25. 12:00경 홍콩공항출국수속대 앞에서 피고인의 친구인 공소외 1의 소개로 알개된 공소외 2에게 위 여행용 가방 및 또다른 여행용 가방을 건네주면서 이를 한국까지 운반하여 달라고 부탁하고, 그 정을 모르는 공소외 2로 하여금 같은 날 18:00경 김포공항착 푸트트한자 항공 718기 편으로 입국하여 세관검사를 받음에 있어 이를 신고하지 아니하고 계속 은닉한 채 밀반입하게 하여 위 물품에 부과될 관세 금 1,451,890원 및 방위세 금 241,980원을 포탈하려 하였으나 세관직원에게 발각되어 미수에 그친 것이다라는 사실에 대하여 이를 대체로 인정한 다음 무죄를 선고하면서, 공소외 2가 여행자 휴대품신고서에 이 사건 보석류에 관하여 기재하지 아니한 점은 세관에서 위 신고서의 작성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신고서의 문면에 인쇄되어 있는 설명과 같이 휴대품검사를 신속히 하기 위한 것으로서 법적으로 반드시 이를 작성 제출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할 것이고, 위 가방을 세관검사대 위에 올려 놓은 것 자체를 하나의 신고라고 볼 수 있는 이상, 위 신고서에 이 사건 보석류에 관하여 기재하지 아니한 것을 위계 기타부정한 행위라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보석류의 포장상태가 가방속에 들어있던 다른 물건들을 들어내고 봉지를 뜯으면 쉽게 발견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여지니 이를 가리켜 은닉하였다고 할 정도의 위장이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유 설명을 하고 있다.

관세법 제180조 소정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이라 함은 결과적으로 탈세를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사위, 부정으로 인정되는 모든 행위를 말하며, 적극적 행위(작위)뿐만 아니라 소극적 행위(부작위)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 당원 1987.11.24. 선고 87도1571 판결 ; 1990.5.8. 선고 90도422 판결 ; 1990.9.28. 선고 90도683 판결 각 참조).

그리하여 원심의 위 판시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여행자 휴대품신고서의 작성제출이 법적인 의무가 아니라 해도 이 사건 에메랄드 등 보석이 그 신고서에서 서면신고하여야 할 것으로 되어 있는 이상 고의로 이를 누락시킨 것 그 자체가 관세포탈의 범의를 발현하는 하나의 징표로 볼 수 있다 할 것이고, 또 휴대품을 세관검사대 위에 올려놓은 것 자체를 하나의 신고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에 관하여서도 짧은 시간 내에 많은 휴대품에 대하여 통관절차를 마쳐야하는 통관사무의 현실정에 비추어 세관원으로 하여금 유세휴대품의 내용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경우에 한하여 긍정적으로 풀이할 것이며,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이 사건 에메랄드 외 10종의 보석류를 그 보석 하나하나를 작은 비닐봉지에 넣은 후 큰 비닐봉지에 함께 넣어 스카키테이프로 그 봉지를 감은 다음 다시 위 봉지를 우유빛 봉지에 넣어 묶은 상태이었고, 또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를 일반 신변휴대품인 양 의류, 양품, 화장품 등 다른 물건들과 함께 섞어 여행용 가방에 넣어 세관을 통과할 때 숨긴물건이 일용약품 등 잡화 사이에 끼어서 관세 부담 없이 반입되도록 하려고 기도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위 가방을 세관검사대 위에 올려놓은 것만으로는 적법한 신고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일련의 행위를 종합적으로 고찰해 보면, 이는 관세포탈의 범의를 나타내는 행위로서 결과적으로 탈세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통념상 사위, 부정으로 인정되는 행위를 한 것에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소위만으로는 관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피고인이 관세법 제180조 제1항 소정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이 사건보석류에 대한 관세를 포탈하려 하였다고 인정함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회창(재판장) 배석 김상원 김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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