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위조된 양도배서를 진정한 것으로 믿고 어음을 할인, 취득하였으나 배서인에 대한 소구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손해가 없다고 할 것인지 여부
나.‘가'항의 경우 할인자의 손해액이 어음액면금인지 여부 다. 액면금 전액을 지급하고 어음을 취득하는 것은 어음할인의 성질이나 거래관행에 어긋난다고 볼 것인지 여부
판결요지
가. 어음의 할인요청을 받은 자가 할인금을 지급하고 어음을 할인, 취득하였으나 그에 대한 양도배서가 위조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위조된 배서를 믿고 할인금을 지급하는 즉시 그 어음의 액면금 상당이 아닌 그 지급한 할인금 상당액의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고,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행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하여 위조된 배서를 진정한 것으로 믿고 그 어음취득의 대가로 할인금을 지급한 자에게 손해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나. 당좌수표, 약속어음 등을 할인, 취득한 결정적인 원인이 배서가 진정한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라면, 위조된 배서를 진정한 것으로 믿고 금원을 지급하고 어음 등을 취득한 때에 이미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였고, 그 경우 손해액은 어음 등의 액면액이 아니라 그 어음 등을 취득하기 위하여 지급한 금원이다.
다. 통상 어음할인이라 함은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어음의 소지인이 은행 등 금융업자에게 어음을 양도하고 은행 등이 어음금액으로부터 만기까지의 이자 기타 비용을 공제한 금액을 할인의뢰자에게 수여하는 거래를 말하므로(일람출급성인 수표의 경우에도 만기가 없으므로 엄격한 의미에서의 수표할인은 성립할 수 없으나, 특정 기일 전까지 지급제시를 하지 않기로 하여 그 기간까지의 이자를 공제하는 의미에 있어서의 수표할인은 가능하다), 액면금 전액을 지급하고 어음을 취득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음할인의 성질이나 거래관행에 어긋난다.
원고,피상고인 겸 상고인
백양기 소송대리인 중부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홍근
피고,상고인 겸 피상고인
협진식품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용환
주문
예비적 청구에 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민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상고를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제1점에 관하여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소외 1이 이 사건 당좌수표 4매(액면 합계금 45,000, 000원) 및 약속어음 2매(액면 합계 금 40,000,000원)를 발행한 후, 피고 회사 경리이사인 소외 2에게 위 당좌수표와 어음(이하 수표등이라 한다)을 할인하기 쉽도록 피고 회사 명의의 배서를 요청하자 소외 2는 아무런 권한 없이 피고 명의의 백지식 배서를 위조하였고, 그 후 소외 1은 위 수표등을 원고에게 제시하며 융자를 요청하여 원고로부터 합계 금 85,000,000원(이 사건 당좌수표의 할인금이 합계 금 45,000,000원, 이 사건 약속어음금의 할인금이 합계 금 40,000,000원)을 지급받으면서 원고에게 이 사건 당좌수표 등을 교부, 양도하였고, 그 후 위 수표 등이 지급거절된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를 상대로 수표금과 어음금의 지급을 구한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는 피고 명의의 배서가 위조되었고, 원고가 이를 진정한 배서로 믿었다 하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기각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피건대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 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논지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을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주위적 청구 부분에 대한 원고의 상고논지는 이유 없다.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나아가 판시하기를 소외 2의 배서위조를 이유로 피고에 대하여 할인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한 예비적 청구 중 약속어음의 할인으로 인한 부분에 관하여는 약속어음의 배서가 배서 명의인의 피용자에 의하여 위조된 경우에 어음소지인이 배서명의자에게 사용자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배서 명의인에 대한 소구에 대신하는 것이므로, 어음소지인으로서는 그 소구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손해를 주장할 수 있고, 따라서 그 소구권행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배서위조라는 위조자의 불법행위가 없었다 하여도 소구권을 상실하여 약속어음상의 권리를 소구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 어음소지인으로서는 배서 명의인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내세워 위 어음배서를 진정한 것으로 믿고 취득함으로써 입은 손해라 하여 그 할인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고 전제한 후, 거시 증거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약속어음의 수취인란을 보충하지 아니한 채 지급 제시함으로써 소구권 행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가 위 약속어음을 할인, 취득함으로써 입은 손해는 원고가 지급제시를 하지 아니하여 자초한 손해일 뿐 배서의 위조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였고, 예비적청구중 수표의 할인으로 인한 부분에 관하여는 피고에 대하여 소외 2의 사용자로서 그의 직무와 관련된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책임을 인정하고 원고의 판시와 같은 과실을 20%로 참작하여 일부 인용하였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어음의 할인요청을 받은 자가 할인금을 지급하고 어음을 할인, 취득하였으나 그에 대한 양도배서가 위조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위조된 배서를 믿고 할인금을 지급하는 즉시 그 어음의 액면금 상당이 아닌 그 지급한 할인금 상당액의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고,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행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하여 위조된 배서를 진정한 것으로 믿고 그 어음취득의 대가로 할인금을 지급한 자에게 손해가 없다고 할 수 없다 ( 당원 1993. 8. 24. 선고 93다6164, 6171 판결 , 1994. 11. 8. 선고 93다21514 전원합의체판결 참조).
이 사건에 있어서도 원심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당초 소외 1로부터 수표 등의 할인요청을 받고 피고의 배서를 요구하였다는 것이므로, 결국 원고가 위 수표 등을 할인, 취득한 결정적인 원인은 피고의 배서가 진정한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며, 원고가 위조된 배서를 진정한 것으로 믿고 금원을 지급하고 위 수표등을 취득한 때에 이미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였고, 그 경우 손해액은 어음의 액면액이 아니라 그 어음을 취득하기 위하여 지급한 금원이라는 것은 당원의 확립된 견해이다 ( 당원 1992. 6. 23. 선고 91다43848 전원합의체판결 참조).
따라서 이와 달리 소구권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손해가 없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니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본다.
제1,2점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소외 2의 배서위조행위가 동인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고, 원고에게 위 배서의 위조사실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사용자책임에 있어서의 직무관련성이나 면책사유에 관한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제4점에 관하여
논지는 원고가 이 사건 수표취득시 실제로 지급한 금원이 수표액면금이 아니라 수표액면금에서 선이자를 공제한 금액인데 이와 달리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원심은 원고가 소외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수표를 할인, 취득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그 할인 당시 원고가 소외 1에게 지급한 할인금은 수표액면금액인 금 45,000, 000원이라고 인정하였으나, 통상 어음할인이라 함은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어음의 소지인이 은행등 금융업자에게 어음을 양도하고 은행 등이 어음금액으로부터 만기까지의 이자 기타 비용을 공제한 금액을 할인의뢰자에게 수여하는 거래를 말하므로(일람 출급성인 수표의 경우에도 만기가 없으므로 엄격한 의미에서의 수표할인은 성립할 수 없으나, 특정 기일 전까지 지급제시를 하지 않기로 하여 그 기간까지의 이자를 공제하는 의미에 있어서의 수표할인은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이 액면금 전액을 지급하고 어음을 취득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음할인의 성질이나 거래관행에 어긋난다고 할 것이고, 원심판시에 의하여도 소외 1이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융통을 하기 위하여 피고 명의의 배서위조를 부탁하였고, 원고와 소외 1은 이전부터 알던 사이가 아니라 자금관계로 제3자의 소개로 알게 된 사이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 보면 수표 등을 할인, 취득하면서 그 액면금액 전액을 지급하였다는 것은 선뜻 믿기 어렵다.
원고는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수표 등을 받고 금 85,000,000원을 차용해 주었다고 주장하므로, 그 주장에 의하면 원고와 소외 1 사이의 수표 등 교부의 원인관계는 소비대차이고, 따라서 이 사건 수표 등을 받은 것은 수표 등의 할인이 아니라 어음대부와 같이 담보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원심거시증거를 살펴보아도 원고가 이 사건 수표 등의 취득시 그 액면금액을 지급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원심 증인 김기철의 증언이 유일한 것인데, 동인의 증언내용도 원고와 소외 1 사이를 소개시켜 주어 그들 간의 금전소비대차 사실을 알고 있으나 몇 회에 걸쳐 얼마를 지급하였는지는 모르고 실제로 지급한 금액이 얼마인지도 모른다는 것으로 그 진술내용 중에 월 2푼의 이자로 빌려주고, 이자는 변제기에 받기로 하였다는 진술부분도 있으나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고, 또한 소비대차에 부수하여 그 담보조로 수표 등이 교부되는 경우에도 교부받는 수표 등의 액면액은 원리금 이상인 것이 통상인 바, 이 사건에서 원고가 소외 1의 신용으로는 부족하여 피고 회사의 배서 있는 어음 등을 요구하면서도 원금에 상당하는 수표 등만 취득함으로써 변제기에 받기로 하였다는 이자부분의 이행에 관하여는 전적으로 소외 1의 신용에 의존하였다는 것이 납득할 수 없는 점에서도 원고의 소비대차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수표 등을 할인, 취득하면서 그 할인금으로 수표 등의 액면금액 상당을 지급하였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어음할인의 성질이나 거래관행에 어긋나게 사실을 인정하므로써 이유모순의 위법이 있을 뿐 아니라, 원고가 소외 1에게 어음할인의 성질이나 거래관행과 달리 액면금액 전액을 지급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도 보여지지 않는 이 사건에서 실제의 지급액을 인정하기에도 부족한 원심 거시증거만으로 이 사건 수표 등의 할인액에 관하여 위와 같이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반하였거나 심리미진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피고의 과실상계에 관한 상고이유에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예비적청구 부분은 어음부분에 있어서는 원고를 위하여 수표부분에 대하여는 피고를 위하여 각 파기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를 파기하여 다시 심리케 하기 위해서 그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주위적청구 부분에 대한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그 부분에 대한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