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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1. 29. 선고 98다27470 판결
[약속어음금][공1999.3.1.(77),366]
판시사항

[1] 어음행위의 표현대리에 있어서 민법 제126조 소정의 '제3자'의 범위

[2] 어음행위의 위조에 관하여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

[3] 어음상의 배서가 피용자에 의하여 위조된 경우, 피위조자인 배서명의인이 사용자로서 부담하는 불법행위책임과 다른 배서인이 부담하는 어음법상의 책임의 관계(=각 별개의 독립된 책임) 및 어음소지인이 위조된 어음을 취득함으로써 입은 손해액(=취득하기 위하여 지급한 금원)

판결요지

[1] 어음행위의 위조에 관하여도 민법상의 표현대리에 관한 규정이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고, 다만 이 때 그 규정의 적용을 주장할 수 있는 자는 어음행위의 직접 상대방에 한하므로, 어음의 제3취득자는 어음행위의 직접 상대방에게 표현대리가 인정되는 경우에 이를 원용하여 피위조자에 대하여 자신의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가 있다.

[2] 어음행위의 위조에 관하여도 민법 제126조에서 규정하는 표현대리가 인정되려면 그 상대방에게 위조자가 어음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고, 이러한 정당한 사유는 어음행위 당시에 존재한 여러 사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보통인이면 유효한 행위가 있은 것으로 믿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여지면 이를 긍정할 수 있지만, 어음행위가 일반의 거래관념에 비추어 특히 이례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상대방이 위조자의 권한 유무와 본인의 의사를 조사·확인하지 아니하였을 경우에는 그 상대방이 위조자에게 어음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어음상의 배서가 피용자에 의하여 위조된 경우 피위조자인 배서명의인이 사용자로서 부담하는 불법행위책임과 다른 배서인이 부담하는 어음법상의 책임은 각 별개의 독립된 책임으로서 어음소지인으로서는 어음의 발행인이나 다른 배서인에 대하여 어음법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피위조자인 배서명의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가 있고, 이 때 배서가 위조된 어음을 취득함으로써 입은 손해는 그 액면 금액이 아니라 그 어음을 취득하기 위하여 지급한 금원이다.

원고,상고인

김동제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선우)

피고,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 중 사용자책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액면 금 30,000,000원의 이 사건 약속어음(이하 '이 사건 어음'이라고만 한다)은 제1심 공동피고 1이 발행하고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박장원이 순차로 배서한 것을 원고가 박장원으로부터 취득하여 소지하고 있다가 그 지급기일인 1995. 10. 25. 지급장소에서 지급제시를 하였으나 그 지급이 거절된 사실, 이 사건 어음은 피고의 처 생질인 제1심 공동피고 1이 피고가 시공하는 아파트 신축공사중 전기공사 부분을 하도급받아 그 공사를 시행하면서 박장원으로부터 그에 필요한 자재를 공급받아 오다가 그 대금채무의 지급담보를 위하여 발행하면서 자신의 사촌누이로서 피고가 경영하는 회사에서 경리과장으로 근무하던 소외 1에게 자신이 나중에 피고의 승낙을 얻겠다고 하면서 피고의 배서를 요청하여 소외 1이 피고의 허락을 받지 아니한 상태에서 직무상 보관하고 있던 피고의 인장을 임의로 날인하여 이 사건 어음의 배서가 이루어진 사실, 소외 1은 위 회사의 경리과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피고의 지시에 따라 피고를 대신하여 피고 명의의 약속어음이나 수표를 발행하거나 배서하는 업무를 대행하여 왔던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원심은 위와 같은 인정 사실에 터잡아, 피고가 소외 1이 대행한 피고 명의의 배서에 대하여 표현대리책임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소외 1이 종전에 피고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박장원에게 교부하였던 어음들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었다거나 또는 박장원이 피고에게 이 사건 어음을 진정하게 발행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이 사건 어음금청구를 기각하고 있다.

원심은 나아가, 이 사건 어음에 관하여 피고가 어음법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소외 1의 사용자로서 소외 1의 위와 같은 배서 위조행위에 관하여 사용자책임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소외 1이 이 사건 어음에 피고 명의의 배서를 한 행위가 그의 사무집행행위에 속한다거나 그와 외형적으로 유사하여 그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고, 가사 그의 사무집행행위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박장원으로부터 교부받은 이 사건 어음의 지급이 거절됨으로써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게 되었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어음행위의 위조에 관하여도 민법상의 표현대리에 관한 규정이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고, 다만 이 때 그 규정의 적용을 주장할 수 있는 자는 어음행위의 직접 상대방에 한하므로 (대법원 1986. 9. 9. 선고 84다카2310 판결, 1997. 11. 28. 선고 96다21751 판결 등 참조), 어음의 제3취득자는 어음행위의 직접 상대방에게 표현대리가 인정되는 경우에 이를 원용하여 피위조자에 대하여 자신의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가 있다 (대법원 1991. 6. 11. 선고 91다3994 판결, 1994. 5. 27. 선고 93다21521 판결 참조). 그런데 어음행위의 위조에 관하여도 민법 제126조에서 규정하는 표현대리가 인정되려면 그 상대방에게 위조자가 어음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고, 이러한 정당한 사유는 어음행위 당시에 존재한 여러 사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보통인이면 유효한 행위가 있은 것으로 믿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여지면 이를 긍정할 수 있지만, 어음행위가 일반의 거래관념에 비추어 특히 이례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상대방이 위조자의 권한 유무와 본인의 의사를 조사·확인하지 아니하였을 경우에는 그 상대방이 위조자에게 어음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소외 1이 위조한 피고 명의 배서의 상대방은 배서의 연속 등에 비추어 박장원이라고 볼 수 있고, 따라서 박장원이 이 사건 어음을 취득함에 있어 피고의 배서가 유효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박장원으로부터 이 사건 어음을 취득한 원고도 피고에게 표현대리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박장원이 제1심 공동피고 1에게 이 사건 어음상에 피고의 배서를 받아달라고 요구하여 제1심 공동피고 1로부터 피고의 배서가 된 이 사건 어음을 교부받을 당시 그는 피고를 대면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의 배서가 어떠한 경위로 이루어졌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고, 또 종전에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1을 통한 위와 같은 방식의 어음거래를 하여 정상적인 결제가 이루어진 적이 없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제1심 공동피고 1과 피고 사이의 신분관계나 거래관계를 감안하더라도, 박장원으로서는 이 사건 어음상의 피고의 배서가 과연 피고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지를 별도로 조사·확인하여 보지 아니한 이상 피고의 배서가 유효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표현대리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표현대리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어음의 배서 위조에 관하여도 민법상의 표현대리의 원칙이 유추적용되는 이상 권한 없는 자의 대리 또는 대행에 의하여 이루어진 배서에 관하여 그 배서 명의인에게 어음법상의 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표현대리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야 하고, 그러한 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경우에 어음소지인이 배서의 외관을 신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외관의 신뢰만으로 배서 명의인에 대하여 어음법상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원심에서 피고가 이 사건 어음에 관하여 어음법상의 책임을 부담하는 근거로 이 사건 어음상의 피고의 배서는 피고가 그 직원을 잘못 관리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원고는 그 배서라는 외관을 신뢰하였으므로, 피고는 그에 관하여 어음법상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표현대리 주장과는 별도로 하였음을 알 수 있으나, 원심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표현대리 주장을 배척하고 있는 이상, 그러한 판단에는 원고의 위와 같은 외관책임에 기한 주장 역시 배척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못 볼 바 아니므로, 그에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고 함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대법원 1988. 11. 22. 선고 86다카1923 판결, 1994. 3. 22. 선고 93다45886 판결, 1997. 10. 10. 선고 97다16572 판결 등 참조), 한편 어음상의 배서가 피용자에 의하여 위조된 경우 피위조자인 배서명의인이 사용자로서 부담하는 불법행위책임과 다른 배서인이 부담하는 어음법상의 책임은 각 별개의 독립된 책임으로서 어음소지인으로서는 어음의 발행인이나 다른 배서인에 대하여 어음법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피위조자인 배서명의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가 있고 (대법원 1992. 6. 12. 선고 91다40146 판결 등 참조), 이 때 배서가 위조된 어음을 취득함으로써 입은 손해는 그 액면 금액이 아니라 그 어음을 취득하기 위하여 지급한 금원이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43848 전원합의체 판결, 1994. 11. 8. 선고 93다2151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가 경영하는 사업체에서 경리과장으로 근무하여 오던 소외 1이 평소 피고의 도장을 보관하면서 피고의 지시로 어음 수표 등을 발행하여 오던 중, 보관 중인 피고의 도장으로 이 사건 어음에 피고 명의의 배서를 하기에 이르렀다면, 소외 1의 이러한 행위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보아 그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소외 1이 한 피고 명의의 배서가 피고의 승낙 없이 그 임의로 한 것이어서 위조된 것이라면 피고는 그에 대하여 소외 1의 사용자로서 피고 명의의 배서가 진정한 것으로 믿고 이 사건 어음을 취득한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수 있으며, 또한 피고의 이러한 책임은 이 사건 어음과 관련하여 제1심 공동피고 1이나 박장원이 달리 어음법상의 책임을 부담하고 있는지 여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원고가 이 사건 어음을 취득하기 위하여 박장원에게 지급한 금원을 그 책임범위로 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소외 1의 배서 위조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그의 사무집행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또 원고가 이 사건 어음의 취득으로 입은 손해액에 관하여 아무런 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부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결국 사용자책임 및 그로 인한 손해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어음에 관하여 피고가 어음법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소외 1의 사용자로서 소외 1의 위와 같은 배서 위조행위에 관하여 사용자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원심 제1차 변론기일에서 비로소 하였음이 분명한바(1998. 4. 17.자 준비서면), 이러한 사용자책임에 관한 주장은 단순히 원고가 제1심에서부터 한 이 사건 어음금청구에 대한 공격방어방법이 아니라 그와 별도의 소송물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으로 볼 수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원고의 주장 취지를 석명하여 이 점을 분명히 한 후 그에 대한 판단의 결론을 주문에 명시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의 사용자책임에 관한 주장을 단순히 공격방어방법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 그 판결이유에서 이를 배척하면서도 주문에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소송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석명권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르고 있으므로, 이 점도 아울러 지적하여 둔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사용자책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형선 이용훈(주심) 조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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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지방법원 1998.5.15.선고 97나1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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