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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다119443 판결
[공탁금출급청구권확인][미간행]
판시사항

[1]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하여야 하는 법률관계

[2] 갑 주식회사가 을 외국법인에서 나용선한 선박을 다시 병 주식회사에 용선하는 연속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한 다음, 용선료 채권을 을 법인을 거쳐 정 은행에 순차 양도하는 양도약정을 체결하고 이를 병 회사에 통지하였는데, 그 후 갑 회사의 채권자들이 용선료 채권을 가압류하자 병 회사가 채무액을 혼합공탁하고, 정 은행이 공탁금출급청구권 확인을 구한 사안에서, 이 경우 외국적 요소가 있으므로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하여야 하고, 연속항해용선계약 등의 당사자가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선택하였으므로 용선료 채권의 성립이나 소멸 등에 관한 준거법은 영국법이 된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우리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혜광 외 5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매일마린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현 담당변호사 이봉구 외 3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한 상고이유서(보충)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살펴본다.

1. 국제사법 적용 여부 및 준거법 결정에 관하여

가. 국제사법 제1조 는 “이 법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원칙과 준거법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외국적 요소가 있는지 여부는 거래당사자의 국적뿐만 아니라 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사실발생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그 결과 곧바로 내국법을 적용하기보다는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그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4다26454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① 원심판시 이 사건 양도약정의 당사자에는 원고 은행과 주식회사 봉신(이하 ‘봉신’이라 한다) 외에도 파나마국 법률에 따라 설립되어 파나마국에 주소를 두고 있는 파보람쉽핑(Paboram Shipping S.A., 이하 ‘파보람’이라 한다)이 포함되어 있고, 원고 은행의 경우에도 국내지점이 아니라 홍콩지점이 직접 관련되어 있는 점, ② 이 사건 양도약정의 대상이 된 원심판시 이 사건 용선료채권 등은 원심판시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을 원인으로 발생하였는데,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은 국제화물운송을 목적으로 하는 원심판시 이 사건 선박의 용선에 관한 것으로서 이를 원인으로 하여서는 이 사건 용선료채권 이외에도 체선료채권, 임금채권, 각종 손해배상채권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이들 채권의 발생지는 외국일 수 있는 점, ③ 당사자들이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 및 양도약정의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정하기로 합의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에는 외국적 요소가 있다고 보이고, 따라서 곧바로 대한민국법을 적용하기보다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그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과 같은 날 체결되어 그 일부로 첨부되어 있는 부속서 에이(Appendix A) ‘탱커항해용선계약(TANKER VOYAGE CHARTER PARTY)’ 제30조는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의 해석 및 당사자들의 권리와 의무는 런던에서 용선계약 당사자들에게 적용되는 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 제1조는 부속서 에이가 이 계약에 삽입되어 그 일부를 이룬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한편 이 사건 양도약정서 제14.01조는 이 사건 양도약정의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비록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의 본문에 준거법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 사실관계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는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 자체도 부속서 에이에서 합의한 바와 같은 준거법에 의하여 규율되도록 할 의사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연속항해용선계약의 당사자는 그 준거법을 영국 런던에서 적용되는 법인 영국법으로 선택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용선료채권의 성립이나 소멸 등에 관한 준거법은 영국법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국제사법 제1조 의 ‘외국적 요소’, 의사표시에 대한 해석, 국제사법 제7조 제8조 제2항 의 각 적용범위, 국제사법 제8조 제1항 국제사법 제34조 제1항 과의 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법률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거나 법정 안정성에 반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이 사건 양도약정이 영국법상 절대적 양도(absolute assignment)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양도약정 등 각 계약이나 채권양도통지의 각 문언 및 내용, 당사자들이 이 사건 각 계약에 이른 경위나 동기, 이 사건 각 계약에서 이루고자 한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용선료채권은 이 사건 양도약정으로 확정적이고 절대적으로 원고 은행에 이전하는 것이지만 원고 은행은 봉신이나 파보람의 채무불이행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주식회사 지에스칼텍스(이하 ‘지에스칼텍스’라 한다)로부터 지급받은 용선료를 봉신으로 하여금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도록 허락하되 다만 그 용선료를 원고 은행이 지에스칼텍스로부터 지급받아 다시 봉신에게 지급하는 형식이 아니라 편의상 봉신이 지에스칼텍스로부터 직접 지급받는 형식을 택하였다고 보일 뿐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 용선료채권은 이 사건 양도약정에 의하여 절대적으로 원고 은행에 양도되고 봉신과 파보람이 이를 지에스칼텍스에 통지한 이상, 그 후 이 사건 용선료채권에 대하여 피고들에 의하여 원심판시 이 사건 각 가압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원고 은행에 대항할 수 없고 원고 은행이 지에스칼텍스에 이 사건 수취계좌 변경통지를 한 때에 비로소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영국법상 절대적 양도(absolute assignment), 부동적 무점유질권 또는 부동담보(floating charge)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외국법 조사의무 위반, 이유불비, 판단 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

3.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영국의 회사법(Companies Act)에는 영국 이외의 국가에 소재한 재산에 대한 담보설정을 영국 이외의 국가에서 행하는 경우 영국에서 등록을 하지 아니하면 담보 취득의 효력이 없다거나 제3자에 대항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양도약정이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가지려면 영국에서 이 사건 양도약정을 등록해야 한다거나 치환(치환)의 법리에 따라 대한민국법상 위 담보등록과 등가성을 가진 확정일자 있는 양도통지에 의하여야 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봉신이 원고 은행의 위임을 받아 지에스칼텍스로부터 지급받는 용선료가 당연히 이 사건 대출채무 변제에 충당되는 것이 아니라 그 기한이 도래하거나 채무불이행과 같은 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하여야 비로소 충당되는 것이므로, 그러한 사유 발생 전에 봉신이 원고 은행의 위임을 받아 지에스칼텍스로부터 합계 미화 50,134,432.46달러의 용선료를 송금받은 것은 이 사건 대출채무의 담보물에 불과할 뿐 곧바로 이 사건 대출채무 변제에 충당되는 것이 아니고, 이 사건 각 가압류 이전에는 12회차까지의 대출금만이 변제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위 용선료 지급으로 인하여 이 사건 대출채무가 모두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홍콩법인인 원심판시 오리엔탈이 봉신의 채무를 모두 면책적으로 인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원심판시 이 사건 변경계약이 체결되었고 원고 은행도 위 채무인수에 동의함으로써 봉신이 이 사건 변경계약 전에 생긴 자신의 채무를 모두 면제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원고에게 양도된 이 사건 용선료채권을 원고가 봉신에게 다시 양도하지 아니하는 이상 이 사건 용선료채권이 당연히 봉신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용선료채권에 대한 원고 은행의 담보권이 소멸하였다는 피고들의 주장 역시 배척하였다.

나.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모두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영국 회사법상 담보등록제도에 관한 법리, 치환의 법리, 원인관계 소멸 시의 채권복귀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주심) 박보영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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