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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9.5.23. 선고 2018노3125 판결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사기
사건

2018노3125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사기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권나원, 임채원(기소), 김진희(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등정

담당변호사 서범석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4. 선고 2016고단2593, 4006(병합)

판결

판결선고

2019. 5. 23.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의 점은 무죄.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가.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의 점

1) 피고인은 2013. 2. 2.경 서울 강남구 B에 있는 C건축사사무소에서 행사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민간건설공사표준도급계약서 양식에 '1. 공사명: D 신축공사', '2. 공사 장소: 부천시 소사구 D', '계약금액: 일금 삼억 원정 (₩300,000,000)', '2012년 9월 20일', '도급인 주소: 서울 송파구 E F호, 주민번호:G, 성명: H', '수급인 주소: 서울 강남구 B(2층), 주민번호: I, 성명: A' 등 내용을 기재한 후 출력하여 H의 이름 옆에 임의로 조각하여 가지고 있던 H의 도장을 날인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권리의무에 관한 사문서인 H 명의의 민간건설공사표준도급계약서(이하 '이 사건 계약서'라 한다) 1장을 위조하였다.

2) 피고인은 2013. 2. 2.경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114에 있는 역삼세무서에서, 성명을 알 수 없는 세무서 담당공무원에게 위와 같이 위조한 이 사건 계약서를 교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조한 사문서인 H 명의의 민간건설공사표준도급계약서 1장을 행사하였다.

나. 사기의 점

1) 2012. 11. 17.자 1억 2000만 원 사기

피고인은 건축사로서 C건축사무소의 대표이다.

피고인은 2012. 11.경 서울 강남구 B빌딩 2층에 있는 위 사무소에서 H에게, "당신이 건축주인 부천시 소사구 D에 지상4층 규모의 다가구주택(이하 '이 사건 주택'이라 한다) 신축(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과 관련하여 골조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어 전기, 설비, 인테리어, 조적, 미장, 타일, 금속, 조경 등 공종별로 각 업체들과 미리 계약을 하여야 하니 그 계약금을 선지급 해달라."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H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골조공사대금(철근, 레미콘, 노임)으로 2012. 9. 24.경 7000만원, 2012. 10. 8.경 1억 원 등 합계 1억 7000만 원을 이미 받았으나 그 돈을 골조공사비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에 위 선지급받게 되는 돈을 골조공사대금에 충당 또는 피고인이 서울 중랑구 K에서 시공하던 공사(이하 'K 공사'라 한다)의 대금으로 사용하거나,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피해자로부터 위 돈으로 각 업체들과 공종별로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한 후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H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H으로부터 2012. 11. 17.경 공종별 공사계약금 명목으로 피고인 명의의 기업은행통장으로 1억 2000만 원을 입금 받았다.

2) 2013. 1. 8.자 1억 2000만 원 사기

피고인은 2013. 1. 초순경 위 사무소에서 H에게, "석재, 창호 공사는 공사금액이 많아 공사업자들이 선결제를 하거나 계약금을 요구하고 있으니 그 공사대금을 선지급 해달라."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K 공사의 대금으로 위 돈을 사용할 생각이었으므로 H이 건축주인 이 사건 주택의 석재나 창호 공사업자들에게 공사대금으로 위 돈을 선결제하거나 계약금으로 지급하여 공사를 진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H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H으로부터 2013. 1. 8.경 석재나 창호 공사업자들에게 선결제에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피고인 명의의 위 통장으로 1억 2000만 원을 입금 받았다.

2. 원심의 판단

가.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의 점에 관하여

원심은, H의 일관된 진술, 이 사건 사문서를 작성한 이후 피고인이 H에게 보낸 이메일의 내용과 피고인이 H에게 작성하여 준 확약서, 이 사건 사문서에 기재한 계약금액이 그때까지 H이 피고인에게 지급한 공사대금과 상이한 점, 이 사건 공사는 건축주자가 공사로서 도급계약서가 필요하지 않았고, 이 사건 사문서 작성 이후 별도의 도급계약서를 작성한 사정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원심 판시와 같이 H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사기의 점에 관하여

원심은, ① 2013. 7. 25.자 도급계약서는 시공자인 피고인이 독자적으로 이 사건 주택의 시공을 완료하여 건축주인 피고인에게 인도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함으로써 피고인과 H의 관계가 상호 독립적임을 전제로 하고 있고, 기성금의 지급에 관해서도 그 지급일과 금액만이 정해져 있을 뿐 지급된 각 기성금들을 특정한 공정과 연결시키고 있지는 않은 점 등에 비추어, H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에게 각 지급한 공사대금 합계 2억 4000만 원(이하 '이 사건 공사대금'이라 한다)이 "전기, 설비, 인테리어, 조적, 미장, 타일, 금속, 조경 등 공종별로 업체들과의 공사계약 계약금 선지급"이나 "석재, 창호 공사 계약금 선지급" 명목에 한정되어 지급되었다거나, 피고인이 이 사건 대금들을 위와 같은 명목에 한정하여 사용하여야 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이 사건 공사대금을 포함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H으로부터 받은 돈들은 대체로 이 사건 공사와 관련되어 지출된 점, ③ 구체적으로, ㉮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지급한 대금수액이 총 475,000,000원이고, H은 총 지급액 중 210,096,259원이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지출되었음은 다투지 아니하는바, 그 차액은 264,903,741원인 점, ㉯ H과 피고인의 위 계산상 차이는 대체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의 외주비에 포함시킨 R에 대한 지급금 1억 8800만 원과 M에 대한 지급금 1000만 원 등과 기타 계산되지 아니한 지출의 존재 여부에 기인하는 점, ㉰ 그런데 ○ H의 진술에 부합하는 R의 일부 진술과 달리, R이 피고인으로부터 함께 하도급받은 K 공사가 중단된 2012. 11. 1. 이후에 피고인이 R에게 지급한 돈들은 모두 K 공사대금이 아니라 이 사건 공사대금으로 보아야 하는 점, ○ R이 K 공사대금으로 받았다고 분류한 일부 금원에 관한 피고인의 송금자료 표시 명목이 이 사건 공사인 "부천공사비"로 되어 있는 점, ○ K 공사에 관하여 피고인이 주장하는 공사대금 지급 조건(철근콘크리트는 피고인이 조달하기로 하고, 기타 자재는 피고인이 소개하는 외상 구입처와 거래하여 공사를 한 후 분양이 완료되면 공사금을 지급한다)과 R의 진술(당초 약정된 공사대금의 조달방법이 피고인의 위 주장과 같고, K 공사대금이라고 구분된 것들이 실은 자신이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받아 송금한 상대방을 기준으로 분류된 것이다)이 일부 부합하는 점, ㉱ M는 2013. 1.경 이 사건 공사 중 인테리어와 외부골조 공사를 하도급받고, 피고인으로부터 2013. 1. 10. 공사대금으로 1000만 원을 받았는데, M는 이 법정에서 위 1000만 원이 이 사건 공사대금인지 그 무렵 목창호 공사를 한 K 공사대금인지 명확치 않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피고인 계좌에 표시된 위 1000만 원의 송금명목이 "부천목창호등계약"인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위 1000만 원을 M에게 송금한 의도가 이 사건 공사대금의 지급이었을 가능성이 많은 점, ㉲ O이 대표이사로 있는 ㈜N는 K 공사와 관련하여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2015. 8. 19. 피고인이 위 회사 계좌에 송금한 합계 2000만 원이 이 사건 공사대금으로 지급된 돈임을 인정하는 등의 판단을 한 끝에, 피고인에게 K 공사대금으로 위 회사에게 1억 19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항소,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된 점 등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H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기망의 의사로 H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대금을 받아 소비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3.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의 점에 대하여)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H의 일관된 진술은 거짓된 진술이므로, 그 진술에 일관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이 H에게 보낸 이메일의 내용과 H에게 작성하여 준 확약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계약서의 위조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이 아니므로,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이 사건 계약서에 도급금액이 H이 지급한 돈보다 적은 3억 원으로 기재된 것은 부가가치세 발생을 최소화해 달라는 H의 요청에 의하여 기재된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계약서 작성 당시에는 전체 금액을 확정하기 어려운 단계에 있었다. 피고인이 이후 H과 사이에 2013. 7. 25.자 도급계약서를 다시 작성한 것은 시공자를 건축자 자가 공사에서 피고인으로 변경하기 위하여 H의 요구에 의하여 작성된 것이다.

이 사건 공사의 건축주는 원래 H의 남편인 J이었다가 H으로 건축주 명의가 변경되었는데, 피고인이 명의변경 등에 필요하여 도장을 가져다 달라고 하자 H이 도장을 파서 사용하라고 하였다. 피고인이 H의 도장을 파서 보관하던 중 이 사건 계약서에도 도장을 날인하게 된 것이므로, H은 이 사건 계약서에 도장을 날인하여도 좋다는 포괄적인 동의를 하여 준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이 이 사건 계약서 작성일로부터 2~3일 전에 H에게 전화를 하여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하여도 좋은지 문의하였고, H이 구두로 이 사건 계약서 작성에 동의하였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사기의 점에 대하여)

H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공사 중 골조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으니, 전기, 설비 등 공종별로 각 업체들과 미리 계약을 해야 하니 계약금을 선지급해 달라'고 하여 이 사건 공사대금을 송금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그 이전에 송금한 설계·감리비와 골조공사대금을 특정한 것을 보아도, 그 이후에 지급된 이 사건 공사대금도 H의 진술대로 용도가 특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H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명목도 듣지 않은 상태에서 2억 7000만 원이나 되는 큰 돈을 지급하였을 가능성이 없다. 2013. 7. 25.자 계약서는 피고인과 H이 구두로 계약을 체결한 2012. 3.로부터 약 1년 4개월이 지난 후 작성된 것이고, 이미 피고인이 하도급업자들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H이 직접 하도급업자들에게 기성금을 지급한 때에 작성된 것이므로, 그 내용만을 근거로 이 사건 공사대금의 명목이 한정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의 골조공사대금 명목으로 받아간 1억 7000만 원도 K 공사 등 다른 현장에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위 골조공사 대금이 부족하여 H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종별 계약금이 필요하다고 기망하여 송금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피고인이 골조공사업자인 P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 4000여만 원을 아직 지급하지 않은 점 등을 보아도 그러하다. 또한, 피고인이 이후 이 사건 공사대금을 받아 사용한 곳을 보아도 K 공사 등 다른 현장에 유용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4. 당심의 판단

가.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의 점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사문서서의 위·변조죄는 작성권한 없는 자가 타인 명의를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사문서를 작성·수정함에 있어 그 명의자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승낙이 있었다면 사문서의 위·변조죄에 해당하지 않고, 한편 행위 당시 명의자의 현실적인 승낙은 없었지만 행위 당시의 모든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명의자가 행위 당시 그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승낙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경우 역시 사문서의 위·변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도235 판결 등 참조).

2)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고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판시한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피고인이 H에게 연락하여 구두로 이 사건 계약서 작성의 동의를 받은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이긴 한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서 작성에 관한 H의 묵시적인 승낙이 있었거나, 적어도 H이 이 사건 계약서 작성 사실을 알았다면 이를 승낙했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이와 달리 원심이 유죄를 선고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가) 이 사건 공사의 전반적인 진행 경위

(1) 피고인은 J을 대리한 H과 사이에 2012. 3. 22.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설계표준계약서를 작성한 이후 H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의 설계뿐 아니라 시공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구두로 도급 또는 위임받아 이 사건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2) 애초 이 사건 공사의 건축주 명의는 H의 남편인 J이었으나, 위와 같이 사실상 H이 이 사건 공사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실질적인 건축주였다.

(3) 피고인은 인터넷건축행정시스템(세움터)에 문서를 제출하는 것과 관련하여 대리인위임장 양식을 H에게 송부하였고, H이 J의 도장이 날인된 2012. 8. 27.자 대리 인위임장을 피고인에게 교부하여 준 것으로 보인다.

(4) 그런데 위 대리인 위임장에는 "위임의 유형: 포괄위임, *포괄위임: 당해 민원을 포함하여 당해 허가번호(신고번호, 인가번호, 승인번호)와 직접 연결되는 모든 후속 민원의 종결시까지 위임", "J은 당해 대리인(피고인)에게 인터넷건축행정시스템(세움터)을 통하여 민원을 작성하고 신청하는 과정에서 모든 권한을 위임함에 동의합니다."고 기재되어 있다.

(5) 피고인은, H이 위 대리인위임장을 피고인에게 가져다주면서 J의 도장을 함께 교부하였고, 이후 2012. 10. 9.자로 건축주 명의를 J에서 H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H의 도장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자 H이 '도장을 파서 사용하라'고 하여 H의 막도장을 파서 보관하고 있었으며, 이후 이 사건 계약서 작성시 이를 날인하였다고 변소하고 있다.

(6) 한편 피고인이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까지는 피고인과 H 사이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이 사건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H 역시 피고인을 신뢰하여 J 명의의 포괄위임장을 작성하여 주는 등으로 이 사건 공사 진행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피고인이 처리할 수 있도록 맡겨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J에서 H으로의 건축주 명의 변경 등의 업무처리도 피고인이 H으로부터 일임받아 아무런 문제 없이 이루어졌다.

나) 이 사건 계약서의 작성 경위

(1) 이 사건 공사는 애초 건축주 J의 자가 공사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서와 같이 시공에 관한 도급계약서를 관할관청에 제출할 필요가 없어 피고인과 H은 구두로만 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도급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하지 않았다.

(2) 그런데 이후 세무서에서 피고인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되면서, H이 피고인에게 송금한 돈의 근거를 추궁당하자, 피고인은 2013. 2. 2.경 그 무렵까지 H이 자신에게 송금한 돈이 4억 7000만 원 상당인 점을 고려하여 그보다 낮은 금액인 3억 원으로 계약금액을 정하고 날짜를 2012. 9. 20.자로 소급하여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이를 세무서에 증빙자료로 제출하게 된 것이다.

(3) 이 사건 계약서는 위와 같은 경위로 피고인이 작성하여 세무서에 증빙자료로 제출한 것이므로, 피고인은 세무서에서 이 사건 계약서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H에게 이를 확인할 것임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다) 이 사건 계약서 작성 이후의 경위

(1) 이 사건 계약서 작성 직후 및 몇 달 후 피고인이 보낸 이메일이나 피고인이 H에게 작성한 확약서 등에 피고인이 H에게 사과하는 취지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 내용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계약서에 관하여 자신의 위조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이는 피고인이 H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하여 세무서에 제출하고 이로 인하여 H이 갑작스럽게 세무서로부터 확인 전화를 받게 된 데 대한 사과의 의미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2) H은 이후 이 사건 공사과정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지급한 공사대금을 유용하여 편취하였다는 취지로 2013. 12. 24. 피고인을 사기죄로 고소하면서도, 이 사건 계약서의 위조 여부에 관하여는 특별히 문제를 삼지 않았다.

(3) 오히려 H은 피고인과 사이에 앞서 본 바와 같이 2013. 7. 25.자로 새로운 도급계약서를 정식으로 작성하고 그 계약금액을 8억 9100여만 원으로 기재하기도 하였다.

(4) 그리고 H이 고소한 위 사기 사건이 참고인 R의 소재 불명 등을 이유로 수년 동안 기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H은 2016. 2.경에야 피고인이 이 사건 계약서를 위조하였다는 사실로 별도로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나. 사기의 점에 관하여

1)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골조공사가 끝나가고 있어 전기, 설비, 인테리어, 조적, 미장, 타일, 금속, 조경 등 공종별로 각 업체들과 미리 계약을 하여야 하니 그 계약금을 선지급 해달라. 석재, 창호 공사는 공사금액이 많아 공사업자들이 선결제를 하거나 계약금을 요구하고 있으니 그 공사대금을 선지급 해달라."고 말하여 위와 같이 한정된 용도로 합계 2억 4000만 원을 지급받았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하다. 그런데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에 대하여 제1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위 진술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사실상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살피건대,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 할 것인바(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도4994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당심에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보더라도,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위와 같은 한정된 용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2) 나아가 피고인이 H로부터 지급받은 이 사건 공사대금을 받아 당시 피고인이 함께 진행하던 K 공사현장 등과 명확하게 구분하여 두지 않은 채 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긴 하나, 원심이 설시한 앞서 본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K 공사현장에서도 R 등 이 사건 공사의 하도급업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었고, 위 하도급업자들은 K 공사와 이 사건 공사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피고인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고 각 공사현장의 일을 함께 진행하여 온 것으로 보일 뿐, 현장을 특정하여 공사대금을 지급받고 그 지급받은 특정 현장의 작업만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었던 점, ② 이 사건 공사의 골조공사 일부를 마무리한 것으로 보이는 P가 4000만 원 상당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로 보이긴 하나, 피고인과 P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피고인으로부터 골조공사를 하도급받은 R이 그중 일부를 P에게 맡겨 진행하였으며, P 역시 처음에는 R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아 오다 R이 연락이 두절되자 피고인이 직접 P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일 뿐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처음부터 이 사건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의사 없이 H으로부터 받은 골조공사대금을 유용하고 나아가 이 사건 공사대금까지 편취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 중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그리고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의 점)】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1. 가항 기재와 같고, 이는 위 4. 가.항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이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부분 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일염

판사 한재상

판사 주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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