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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11. 9. 선고 2007가합114265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별지 원고 목록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변호사 권두섭 외 8인)

피고

에스케이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에스케이에너지 주식회사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 화우 외 5인)

변론종결

2012. 10. 19.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각 5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4. 6. 10.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 에스케이에너지 주식회사(이하 ‘피고 SK’라 한다), 피고 지에스칼텍스 주식회사(이하 ‘피고 GS’라 한다), 피고 현대오일뱅크 주식회사(이하 ‘피고 현대’라 한다), 피고 에쓰대시오일 주식회사(이하 ‘피고 S-Oil'이라 한다)는 원유를 정제·가공하여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의 석유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자들로서 각각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의 규정에 의한 사업자이고, 원고들은 피고들이 정제하여 주유소 등에 공급한 유류를 화물자동차 등에 주유할 목적으로 구입한 소비자들이다.

(2) 피고들의 2005. 12. 31. 기준 일반현황은 아래 〈표 1〉과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2005. 12. 31. 기준, 단위 : 십억 원, 명)
피심인 자본금 매출액 영업이익 경상이익 당기순이익 상시종업원수 설립일자
SK 653 21,914 1,205 2,210 1,686 5,077 1962.10.13
GS 260 16,234 848 979 729 2,722 1967.05.19
현대 1,225 7,927 399 374 277 1,653 1964.11.19
S-Oil 291 12,232 888 913 655 2,437 1976.01.06

나. 시장구조 및 실태

(1) 석유산업의 특징

(가) 석유제품의 종류 및 특징

원유는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탄화수소가 주성분이고, 그밖에 황, 질소, 산소 등의 화합물이 소량 함유되어 있다. 탄화수소는 증류에 의해 분리가능하고 끓는점이 달라 이런 특성을 이용한 정제과정을 거쳐 원유에서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나프타, 아스팔트, 윤활유, LPG 등의 석유제품이 추출된다.

한 종류의 원자재로부터 다수의 제품이 연쇄적·자동적으로 생산되는 연산품의 특성상 특정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증가에 대응하기 위하여 그 제품의 공급량을 증가시키면 다른 제품들의 공급 또한 해당제품의 수요와 관계없이 증가되는바,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국내시장에서의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은 수입·수출을 통하여 해소된다.

주1) 경질유제품 에 속하는 휘발유, 등유, 경유의 경우 대체재가 희소한 필수재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수요의 탄력성이 매우 낮고 품질은 고도로 표준화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제품의 차별화가 어렵다.

(나) 석유산업의 특성

석유제품은 국가의 경제와 산업 및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원유의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고 이를 전량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전략물자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바, 제품의 가격·품질·비축·유통 등에 관하여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를 받아왔다. 제품가격의 경우, 1990년대 이후 규제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어 1997년도에는 완전한 가격자유화가 이루어졌다.

국내 석유정제업시장은 법적 주2) 진입규제 와 초기투자비용이 큰 장치산업의 특성상 약 30년에 걸쳐 타사업자의 신규진입이 없이 5개(2005년도 이후 4개) 정유사들의 과점형태로 유지되어 왔다. 2000년도 초반에 석유수입사들이 내수시장에 진출하여 국내 정유사들과 경쟁체제를 유지하여 오다가 국제제품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시장여건 악화로 2004년도에는 수입사의 시장점유율이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2) 석유제품의 시장현황

(가) 석유제품 전체 시장현황

국내 석유제품시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급격한 경제성장 및 소득수준 향상으로 수송부문의 휘발유와 경유 등 경질유제품 중심으로 내수가 증가해왔으나, 2000년대 이후에는 정유사들의 생산능력 향상 및 국내수요 침체로 공급과잉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 석유소비 증가에 따른 대아시아 수출증가로 제품생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석유제품 시장현황은 아래 〈표 2〉와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2004년도 말 기준, 단위: 천 배럴/일, B/D)
참여업체 생산능력 생산량 국내판매량 수출량
수량 % 수량 % 수량 % 수량 %
SK 840 31.57 801 32.99 562 27.27 243 30.13
GS 650 24.43 637 26.23 493 23.90 165 20.49
S-Oil 580 21.80 560 23.06 243 11.80 283 35.10
현대 390 14.66 297 12.21 228 11.04 73 9.02
인천정유 200 7.52 116 4.76 92 4.45 38 4.76
기 타 - - 18 0.75 444 21.53 4 0.51
합 계 2,660 100.0 2,429 100.0 2,061 100.0 805 100.0

정유사들의 2004년 법인 영업이익은 피고 SK와 피고 S-Oil이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전체적으로 전년대비 132.5%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석유제품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88.1%의 증가율을 나타내었다.

(나) 경질유제품의 시장현황

① 경질유제품의 시장규모

2004년도 국내 석유제품시장에서 경질유제품의 매출액은 15조 6,026억 원으로 전체 26조 3,902억 원 석유제품시장의 약 59%에 해당하며, 생산량 기준으로는 전체의 약 38.1%를 차지한다.

② 경질유제품의 유통구조

경질유제품은 정유사가 도매업자인 대리점에 공급하고 대리점이 최종 판매업자인 주유소 또는 일반판매소에 판매하는 형태와, 정유사가 대리점 등을 거치지 않고 주유소 또는 일반판매소에 직접 공급하는 형태로 주3) 구분된다.

대리점은 전속계약에 따라 특정 정유사와 고정 거래하는 자영대리점과 시장가격에 따라 다양한 공급자로부터 물량을 공급받는 현물대리점으로 구분된다.

주유소는 특정 정유사의 상표를 게시하고 해당 정유사의 제품만을 공급하는 상표표시주유소와 상표를 게시하지 않고 여러 정유사 또는 수입사들로부터 공급받은 제품을 판매하는 무상표주유소로 구분된다. 무상표주유소는 전체 주유소의 약 4%에 불과하며, 상표표시주유소는 정유사가 직접 소유 및 위탁·운영하는 직영주유소와 정유사의 상표를 임차하여 독립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자영주유소로 구분된다.

상표표시주유소의 경우 ‘주유소상표표시제’에 따라서 해당상표 정유사로부터 구입한 제품만을 판매할 수 있으므로 정유사들은 자사의 상표표시주유소의 수를 유지 또는 확대하는 것이 정유사의 손익제고 및 시장점유율 증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각 사별 상표표시주유소의 구성비와 석유제품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구성비가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유사별 계열주유소 현황은 아래 〈표 3〉과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단위: 개소)
업체 SK GS 현대 S-Oil 무상표 기타
연도 직영 자영 직영 자영 직영 자영 직영 자영
2002년 882 2,929 664 2,167 402 1,797 124 1255 397 41 10,655
3,808 2,831 2,199 1,379
35.7% 26.5% 20.6% 13.0% 3.7% 0.3% 100%
2003년 795 3,057 563 2,343 367 1,848 122 1,319 391 45 10,850
3,852 2,906 2,215 1,441
35.5% 26.8% 20.4% 13.3% 3.6% 0.4% 100%
2004년 779 3,139 560 2,457 378 1,866 124 1,374 405 41 11,123
3,918 3,017 2,244 1,498
35.2% 27.1% 20.2% 13.4% 3.6% 0.4% 100%

③ 경질유제품의 가격체계

경질유제품의 가격은 원유가, 세금 및 부과금, 정제비용, 유통마진 등으로 구성된다. 경질유제품은 정부에 의해 가격결정이 이루어지다가 1991년도 이후 가격자유화가 단계적으로 시행되었고 1997년도에 이르러 정부의 가격상한제 및 유가연동제가 폐지됨으로써 완전한 자유화가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원유가, 국제제품가격, 환율, 세금 등의 비용요인 및 시장수급상황 등을 감안하여 자율적으로 공급가격을 결정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공장도가격을 공개하고 있다.

㉮ 공장도가격

공장도가격은 정유사가 유통시장에 공급하는 가격의 기준이 되는 가격으로 국제제품가격, 환율, 세금의 변동에 따라 연동하여 변동한다. 일반적으로 각 유통단계의 판매업자들이 실제 시장가격을 표현할 때, SK 공장도가격(MP)이 주4) 원용된다. 1997년 가격자유화 이후 정유사들은 매월 언론을 통하여 석유제품가격을 발표해왔으며, 2004년 2월부터 가격변동요인의 즉각적인 반영을 위하여 발표주기를 월단위에서 주단위로 변경한 바 주5) 있다.

공장도가격은 정유사가 대리점 또는 주유소 등에 공급할 때 적용하는 명목상 기준가격으로 언론 등을 통하여 간헐적으로 발표되며, 피고 SK와 피고 GS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있다. 이러한 공장도 가격을 대외적으로 공시하는 이유는 최종소비자들에게 주유소가격 등 최종판매가격의 변동요인을 참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정유사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장도가격은 실제 정유사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에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소비자에게는 이렇게 부풀려진 공장도가격을 보게 되면 자신이 구입하는 석유제품이 싸다고 오인할 수 있다. 그리고 사업자가 이러한 공장도가격을 공시하는 행위 자체가 각 회사 제품 간 품질차이가 거의 없는 시장에서는 가격담합의 ‘신호’로 기능할 수도 있는 측면이 있다.

㉯ 일일판매 기준가격

일일판매 기준가격은 석유제품시장에서 정유사가 대리점 및 주유소 등에 적용하는 시장가격의 실질적인 기준이 되는 가격으로 본사가 당일의 수출가격 대비 경제성, 시장수급현황 및 현물시장가격 등을 종합하여 결정한 후 지역본부 또는 지사로 매일 통보한다.

㉰ 실거래가격

지역본부 및 지사는 일일판매기준가격에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할인·할증하여 개별대리점, 주유소 및 일반판매소 등에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정유사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실거래가격은 아래와 같이 거래상대방의 유형 및 거래조건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

첫째, 유통단계상 상위에 있는 대리점의 경우 하위유통업자인 주유소 또는 일반판매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유사의 할인율이 더 크게 나타나고 이에 따라 실거래가격은 다소 낮은 수준으로 결정된다.

둘째, 정유사와 고정적으로 거래하는 자영대리점 또는 상표표시주유소의 경우 정유사의 외상채권에 대한 이자비용, 시설투자비용, 상표가치 등 추가적인 비용요인이 반영되기 때문에 이러한 추가비용요인이 없는 현물대리점, 무상표주유소, 일반 석유판매소 등의 경우에서보다 할인율이 낮으며 이에 따라 실거래가격은 다소 높은 수준으로 결정된다.

셋째, 같은 유형의 거래상대방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조건에 따라 실거래가격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상표표시주유소의 경우에도 외상채권이 없는 상태의 주6) 현금구매조건 으로 거래할 때에는 외상으로 거래할 때에 비하여 할인율이 더 크게 나타나고 이에 따라 실거래가격은 다소 낮은 수준으로 결정된다.

실거래가격이 일일판매가격과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지역별로 거래단계, 거래상대방 및 거래조건에 따라 다양한 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유사 지사(지역본부)의 추가적인 가격결정권 보유여부에 따라 더 차이가 날 수 있다. 실제 판매가격의 결정권한이 지사에 많이 주어지는 경우, 지사가 본부로부터 통보받는 일일판매기준가격을 더 큰 폭으로 할인하여 판매함으로써 실제거래가격의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

그리고 지사는 판매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본사 일일판매기준가격에서 직접 할인을 하는 방법으로 매출을 증가시키기도 하지만 본사의 일일판매 기준가격은 그대로 수용하더라도 사후 매출조정을 통해서 거래상대방에 실제 할인의 효과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판매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실거래가격은 정유사별로 다를 수밖에 없으며 같은 정유사 내에서도 지역본부별로 일일판매기준가격조차도 다를 수 있다.

㉱ 현물시장가격

복수의 정유사 또는 수입사와 거래하는 현물대리점이 주유소 및 일반판매소 등에 공급할 때 적용하는 판매가격을 현물가격 또는 부판가격이라 한다. 현물시장가격은 수송비용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판매비용(외상채권, 상표가치, 시설투자 등) 부담이 없기 때문에 국내 유통가격 중에서는 최저가격에 해당한다.

현물대리점들은 매일 오전 주유소에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하여 판매가격을 제시하며, 주유소들은 이 현물가격 정보를 근거로 정유사에 희망공급가격을 제시하고, 정유사는 현물가격에 추가적인 비용요소를 고려하여 주유소 등에 적용할 일일판매 기준가격을 정하고 있다.

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1)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정한 사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들이 2004. 4월을 전후해서 상호간 의사연락을 통해 가격결정에 관한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여 대리점·주유소·일반판매소에 공급하는 휘발유·등유·경유의 판매가격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나가고, 휘발유·등유·경유의 피고 SK 고시 공장도가격을 기준으로 각각 7,000원, 10,000원, 10,000원을 할인한 금액을 2004. 4. 1. 시장의 유종별 목표가격으로 설정하기로 합의한 다음 2004. 4. 1.부터 같은 해 6. 10.까지 경질유제품의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하여 공익모임을 운영하고 가격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합의의 이행여부를 상호 감시하였고, 그 결과 합의기간 중 원유가 인상은 리터당 약 20원에 그친 반면, 피고들이 공급하는 석유제품가격은 휘발유 약 40원, 등유 약 70원, 경유 약 60원이 각각 인상되었다고 인정하였다.

다만 피고별로 지침가를 완전히 동일한 숫자로까지 합의하였던 것은 아니고 지침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을 유지하자는 합의를 하였다고 인정하였다.

(2)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들의 위 합의 및 그에 따른 실행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에서 정한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로서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보고, 2007. 4. 11. 피고들에게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등을 하였다.

라. 행정소송의 제기

이에 피고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각각 제기하였는바, 각 소송결과는 아래와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피고 사건번호 사건결과 상고여부 대법원 진행상황
SK 2007누24168 기각 SK 상고 2012두1587 미선고
GS 2007누24175 기각 GS 상고 2012두9055 미선고
현대 2007누24151 기각 현대 상고 2012두997 미선고
S-Oil 2007누11513 인용 공정위 상고 2008두3784, 2010. 2. 11. 상고기각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34호증, 을라 제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피고 SK, 현대, GS의 손해배상의무 존재 여부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들과 갑 제11 내지 1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SK, GS, 현대가 2004. 4월을 전후해서 대리점·주유소·일반판매소에 공급하는 경유의 판매가격을 SK 고시 공장도가격을 기준으로 10,000원을 할인한 금액으로 설정하기로 합의한 다음 2004. 4. 1.부터 같은 해 6. 10.까지의 기간(이하 ‘이 사건 담합기간’이라고 한다) 사이에 경유제품의 가격을 높게 유지한 담합행위(이하 ‘이 사건 담합행위’라고 한다)를 하였음이 넉넉히 인정된다.

(1) 국내 경질유 판매시장의 특성과 실태

우리나라 석유시장은 가격·품질·비축·유통 면에서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를 받아오다가 1997년에야 비로소 완전한 가격자유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석유정제업의 특성상 막대한 초기투자비용이 소요되는 등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피고들이 약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과점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들 사이에 가격결정에 관한 상호의존도가 높은 특성을 보인다.

(2) 이 사건 담합행위 이전의 정황

이 사건 담합행위가 있었던 2004. 4월 이전에 작성된 정유사들의 서류들에 기재된 아래와 같은 문구들에 비추어 2004. 4월 이전에도 피고 SK, GS, 현대 사이에 가격담합행위가 있었을 개연성이 보인다.

① 피고 SK가 작성한 2002. 11. 18.자 ‘소매시장동향 보고서’

주7) LG /S-Oil 주도로 할인경쟁이 재현됨(표면적으로만 이전가격 유지), 당사의 항의에 대해 자신들의 판매동향을 당사의 동향으로 뒤집어 씌움’ 〈갑 제12호증의 11〉

② S-Oil 작성의 ‘정유제품 영업이익 점검 주간회의 자료’

㉠ ‘(최근의) 가격하락세는 정유사들이 표면적으로 가격인상에 합의하여도 이는 현물시장에 한시적으로만 적용하고 계열주유소 등에 대하여는 상표표시규제 강화로 인한 동요(복수상표전환 등)가 없도록 종전의 낮은 가격을 계속 고수함으로써 나타나는 시장의 이중가 형성이 주된 요인’ 〈갑 제12호증의 2〉

㉡ ‘만약 현재의 수급사정 등으로 볼 때 동 가격전략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정유사간 암묵적 합의에 의해 시장여건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보수적 전략으로의 회귀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음’ 〈갑 제12호증의 4〉

(3) 피고 SK, GS, 현대 사이에 공익모임 등 상호 의사연락의 존재

다음과 같은 서류에 기재된 문구에 비추어 보면, 2004년 4월을 전후로 피고 SK, GS, 현대 사이에는 공익모임 등 여러 가지 형태로 가격에 관한 상호 의사연락이 있었음이 추인된다.

① 2004. 3. 29. 피고 SK 소매영업본부장이 부문장 Meeting에서 작성한 메모

‘ 가격대책 ⇒ LG 가 주도토록 push 하라’ 〈갑 제11호증의 5〉

② 2004. 4월 피고 현대 영업조정부문장이 작성한 자료

‘소매 - 시장정상화( 주8) HDO 주도 필요), 지역 Community, 4사 모임 , 유통협회 모임’ 〈갑 제11호증의 3〉

③ 2004. 5월 피고 SK 작성의 시장운영현황 보고서

‘04. 4월 이후 정유사간 공익모임 운영 중 - 본사 소매부서, 지역별 시장관리 조직간’ 〈갑 제11호증의 1〉

④ 2004. 5월 피고 SK 작성의 정유사별 시장가격 운영현황 〈갑 제11호증의 6〉

‘LG본사에 확인한 결과 동 주9) 사실 을 인정하고 있으며, 5월부터는 사후 매출조정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음’

‘경쟁사의 시장운영방식의 내용 및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이슈제기를 지속 함이 바람직함 - 편법적인 시장운영방식을 경쟁사가 포기할 때까지 지속 시행( 활용가능한 모든 Channel을 활용 )’

⑤ 2004. 6. 17. SK 네트웍스 작성의 마케팅 이슈 토의 보고서 〈갑 제11호증의 2〉

‘지역 공익모임 운영’, ‘6월 이후 공익모임을 통한 가격안정화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음’, ‘손익제고를 위해 공익모임을 통한 시장안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 하고 있으나’ 주10)

(4) 구체적인 가격담합 내용 및 실행

다음 서류 내용에 의하면, 피고 SK, GS, 현대가 2004. 4. 1.부로 휘발유(G), 등유(K), 경유(D)의 할인폭을 각각 7,000원, 10,000원, 10,000원으로 축소하기로 하고 이를 실행하는 등 2004년 6월 초경까지 경질유의 가격할인폭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자 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 SK 작성 소매시장 동향 〈갑 제11호증의 9〉

㉠ 2004. 4. 1.자

본문내 포함된 표
공통 4. 1일부 할인폭 축소함(G/K/D 7,000/10,000/10,000)
등/경유 월초 수요 급감으로 인해 시장가격은 안정세를 찾았으며, 수도권에서 ICO(주11) 및 S-oil이 일부 저가물량을 출하하였으나, 수요침체로 시장영향은 미미하였음.
휘발유 금일부로 할인폭 축소하였으며 수요급감 상태임

㉡ 2004. 4. 2.자

본문내 포함된 표
공통 4. 1일부 할인폭 축소함(G/K/D 7,000/10,000/10,000)
등/경유 전반적으로는 안정된 상황이나, SO(주12) 및 ICO는 거의 공식적으로 저가 물량 출하중임
휘발유 SO/ICO가 이전 판매가격을 공식적으로 유지(중략)

㉢ 2004. 4. 6.자

본문내 포함된 표
공통 4. 1일부 할인폭 축소함(G/K/D 7,000/10,000/10,000)
등/경유 SO 및 ICO는 거의 공식적으로 저가 물량 출하 중이며, 유통단계 재고가 소진되면서 가격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음
LG/HD도 표면적으로만 할인폭 축소를 유지한 채 대다수 거래처에 최소 15∼17,000원선에 공급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음
휘발유 SO/ICO이 당사와 큰폭의 가격 차이를 유지하고 있으며(중략)

② 피고 SK 작성 2004. 6.경 경쟁사별 경유가격비교자료 〈갑 제11호증의 12〉

본문내 포함된 표
일자 04.01 04.02 04.03 04.04 04.05 04.06 04.07 04.08 04.09 04.10
SK 상한 10,010 10,010 10,010 10,010 10,010 19,030 16,500 15,950 14,960 15,950
LG 상한 10,000 10,000 10,000 10,000 10,000 18,000 18,000 18,000 17,000 17,000
HD 상한 10,000 10,000 10,000 10,000 10,000 17,500 17,500 17,500 17,000 17,000
SO 상한 19,000 17,000 17,000 17,000 17,000 17,500 18,000 18,000 18,000 18,000
ICO 상한 14,000 17,000 17,000 17,000 17,000 18,000 18,000 18,000 18,500 18,500
일자 04.11 04.12 04.13 04.14 04.15 04.23 04.24 04.25 04.26
SK 상한 15,950 14,960 14,960 14,960 14,960 12,980 12,980 12,980 12,980
LG 상한 17,000 15,000 15,000 16,000 16,000 13,000 13,000 13,000 13,000
HD 상한 17,000 15,000 15,000 16,000 16,000 13,000 13,000 13,000 13,000
SO 상한 18,000 16,000 16,000 16,000 16,000 14,000 14,000 14,000 14,000
ICO 상한 18,500 15,000 16,000 16,500 16,500 16,500 16,500 16,500 16,500
일자 04.27 04.28 04.29 04.30 05.01 05.02 05.03 05.04 05.05 05.06
SK 상한 12,980 12,980 14,630 10,010 10,010 10,010 10,010 10,010 8,030 8,030
LG 상한 13,000 14,000 15,600 10,000 10,000 10,000 10,000 10,000 10,000 8,000
HD 상한 13,000 14,000 15,600 10,000 10,000 10,000 10,000 10,000 10,000 8,000
SO 상한 15,000 16,000 17,600 14,500 14,500 14,500 14,500 12,500 12,500 11,000
ICO 상한 16,500 16,500 18,100 14,500 14,500 14,500 14,500 12,500 12,500 11,000
일자 05.07 05.08 05.09 05.10 05.11 05.12 05.13 05.14 05.15 05.16
SK 상한 8,030 8,030 8,030 8,030 8,030 10,010 11,660 8,030 8,030 8,030
LG 상한 8,000 8,000 8,000 8,000 8,000 11,000 12,600 8,000 8,000 8,000
HD 상한 8,000 8,000 8,000 8,000 8,000 11,000 12,600 8,000 8,000 8,000
SO 상한 11,000 11,000 11,000 11,000 10,000 11,500 13,100 11,000 11,000 11,000
ICO 상한 10,500 10,500 10,500 11,500 10,500 11,500 13,100 11,500 11,500 11,500
일자 05.17 05.18 05.19 05.20 05.21 05.22 05.23 05.24 05.25 05.26
SK 상한 8,030 8,030 10,010 10,010 10,010 8,030 8,030 8,030 10,560 10,560
LG 상한 8,000 8,000 10,500 11,500 11,500 11,500 11,500 12,000 12,000 12,000
HD 상한 8,000 8,000 10,000 11,000 11,000 11,000 11,000 8,000 11,000 11,000
SO 상한 11,500 9,500 11,000 11,000 11,000 11,000 11,000 10,500 12,000 12,000
ICO 상한 11,500 10,000 11,000 11,500 11,500 11,500 11,500 12,000 12,500 12,500

(위 표는 2004. 4. 1.부터 2004. 5. 26.까지 각 정유사의 경유에 대한 할인폭을 정리한 것이다)

③ 2004. 6. 17. 피고 SK 네트웍스 작성의 마케팅 이슈 토의 보고서 〈갑 제11호증의 2〉

‘6월 이후 공익모임을 통한 가격안정화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음’,

(5) 합의내용의 이행감시

위에서 인정한 내용과 다음과 같은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SK, GS, 현대는 이 사건 담합행위 기간 동안 상호 간에 합의내용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불이행시 그에 대하여 항의하는 등으로 합의이행을 유지하고자 한 것으로 인정된다.

① 2004. 5월초 피고 SK 작성의 정유사별 시장가격 운영현황 〈갑 제11호증의 6〉

[ LG정유 ]

‘사후 매출조정 등의 방법을 통해 실제 판매가격 Cheating ’

‘ LG본사에 확인 결과 동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5월부터는 사후 매출조정을 전면 중단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음’

② 2004. 6. 8. 피고 S-Oil 작성 타사 가격전략에 대한 검토보고서 〈갑 제11호증의 10〉

‘타 정유사는 다음 기준으로 작성한 4~5월중 사별 가격비교 자료를 제시하면서 당사의 시장가격 정상화 비협조에 불만 표명

타사평균가격 : 각사가 매일 지역본부에 통보하는 지침가격‘

(6) 위와 같이 2004. 4월경부터 2004. 6월경까지 작성된 정유사들의 서류에는 ‘경쟁자제’, ‘시장 대응 자제 및 가격 안정화 주도 중’, ‘시장안정화 지속적 추진’ 등으로 그 기간에 가격담합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추정케 하는 여러 문구가 발견되는 바, 만일 피고 SK, GS, 현대 사이에 경질유 가격에 관한 교섭과 합의 및 담합행위가 없었다면 위 문구들의 내용이 합리적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주13) 사정 까지 고려한다면 피고 SK, GS 및 현대는 2004. 4. 1.부터 2004. 6. 10.까지 사이에 경질유제품의 가격인상을 위한 부당한 담합행위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피고 S-Oil의 손해배상의무 존재 여부

(1) 인정사실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들이 인정된다.

(가) 다른 피고들보다 뒤늦게 석유제품 내수 소매시장에 진출한 피고 S-Oil은 선발 주자들의 유통망을 뚫어 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선발주자들의 탄탄한 계열 네트워크와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 막혀 기존 시장에 진입하는데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특히 정유사가 자사의 상표를 달고 있는 주유소에 대해서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한 상표표시제도와 같은 규제는 경쟁의 측면에서 볼 때 유통망이 취약한 피고 S-Oil에게는 치명적이어서 결국 2004년 당시 취약한 유통망(주유소 점유율 13% 정도)에 상응하는 정도의 시장점유율만을 확보하고 있었다.

(다) 이에 피고 S-Oil은 선발주자들의 시장에 침투하여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력 있는 저가를 채택하는 정책을 취하였고, 저가전략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선발주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브랜드 시장보다는 사실상 가격으로만 승부해야 하는 비브랜드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였다.

(라) 반면에 선발주자들인 다른 피고들의 경우에는 브랜드 시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확보가 가능함에도 피고 S-Oil의 적극적인 공략이 비브랜드 시장은 물론이고 브랜드 시장 가격까지도 인하되는 효과를 가려오기 때문에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따라서 다른 피고들은 지배관계를 이용하여 계열주유소에는 다소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비브랜드 시장에는 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이중가격제를 적용하여 왔으나, 피고 S-Oil은 브랜드 파워가 약하여 거래구조상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유소가 적기 때문에 이중가격제를 적용하면 계열주유소 역시 비브랜드 시장으로 이탈할 우려가 커서 이중가격제를 적용하지 못하고 단일가격제를 적용해 왔으며, 그 결과 2004년 당시 브랜드 시장에서도 피고 S-Oil의 가격이 최저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마) 현물대리점들은 강력한 구매력 및 비축능력을 바탕으로 정유사간 가격경쟁을 유도하다가 시장가격이 최저가 수준으로 내려가 곧 가격이 다시 인상될 것이라고 예견되는 시점에 집중적으로 대량구매를 하고 있다. 이에 선발주자들인 다른 피고들은 구매집중현상이 예상되는 시점에 일시적으로 대폭적인 가격할인을 해서 자영대리점 또는 현물거래처에 집중판매를 하는 방법으로 수요를 확보한 다음, 구매집중시점 이후 다시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시키면서 실제로는 자사의 자영대리점들로 하여금 저가로 구매한 물량을 계속 저가로 시장에 우회 판매하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하였으나, 피고 S-Oil은 가격인상 이후에도 저가로 우회 판매를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자영대리점이 없기 때문에 선발주자들과 같은 대폭 할인 후 대폭 상승이라는 가격정책을 썼다가는 수요집중시기는 물론 그 이후에도 제대로 판매를 하지 못할 위험이 있었으므로, 피고 S-Oil은 2004. 4월경 선발주자들의 위와 같은 가격운영 패턴과 달리 같은 달 1. 이후 리터당 5원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였다.

선발주자들인 다른 피고들은 2004. 4. 1. 기준으로 경질유 제품의 할인폭을 일시에 축소함으로써 제품가격을 인상하였으나, 피고 S-Oil이 위와 같은 단계적 인상방안을 실행한 결과 피고 S-Oil이 공급하는 경질유제품의 가격은 그 이전에 비하여 다른 피고들 제품가격과 차이가 더 크게 되었고, 그와 같은 피고 S-Oil의 단계적 소폭인상 전략으로 인하여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서 버티기 힘들어진 다른 피고들이 피고 S-Oil 제품의 가격을 따라 가격을 인하하게 되었다.

(바) 한편 피고 SK, GS, S-Oil이 이 사건 담합기간 동안 작성한 문서들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들이 기재되어 있다.

① 2004년 5월초 경 피고 SK의「정유사별 동향 보고서」 〈갑 제11호증의 1〉

S-Oil : 경쟁자제 시기 에도 독자적인 추가할인 지속

‘04.4월 이후 SK/LG/HD의 경쟁 자제 움직임 에도 불구하고 저가 판매로 시장을 주도하여 점유율 대폭 상승

② 2004년 4월경 작성된 피고 GS의 「4월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 원인」〈갑 제11호증의 8〉

- 시장안정화 정책(가격안정화 노력 선도 ; SK, HD 동조적 반응 , S-Oil의 독자적인 공격적 가격구사)

③ 피고 SK 작성의 「소매시장동향」문건 〈갑 제11호증의 9〉

㉠ 2004. 4. 2.자

본문내 포함된 표
등/경유 전반적으로는 안정된 상황이나, SO 및 ICO는 거의 공식적으로 저가 물량 출하중임

㉡ 2004. 4. 6.자

본문내 포함된 표
등/경유 SO 및 ICO는 거의 공식적으로 저가 물량 출하 중이며, 유통단계 재고가 소진되면서 가격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음

④ 피고 S-Oil의 2004. 6. 8.자 「가격전략에 대한 검토보고서」〈갑 제11호증의 10〉

o 타 정유사는 다음기준으로 작성한 4~5월중 사별 가격비교 자료를 제시하면서 당사의 시장가격 정상화 비협조에 불만 표명

- 당사가격 : 무채권S/S 최저가격+판매우량 Incentive(5원)+지사차등적용가격(5~7.5원)

- 타사평균가격 : 각사가 매일 지역본부에 통보하는 지침가격(월말정산가/지역본부 차등운영가 등 배제)

(2) 판단

살피건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S-Oil이 피고 SK, GS, 현대와 더불어 이 사건 담합행위에 가담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가 없다.

오히려 위 인정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부당한 담합행위의 외형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그 합의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할 것인데, 경질유 제품의 할인폭을 축소함으로써 가격을 인상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담합합의에 있어서 피고 SK, GS, 현대가 2004. 4. 1.자로 일제히 할인폭을 축소할 때 피고 S-Oil은 다른 피고들과 달리 단계적 소폭 인상정책을 채택하여 할인폭을 단계적으로 소폭 인상함으로써 다른 피고들의 가격 움직임과 큰 차이가 있으므로 다른 피고들과 사이에 담합행위의 외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② 특히 이 사건 담합기간 중 피고 S-Oil 또는 피고 SK, GS에서 작성된 문건들에는 피고 S-Oil이 다른 피고들의 경질유 가격인상 정책과 달리 독자적인 가격 정책을 실시하였다는 취지의 내용들이 기재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S-Oil은 이 사건 담합행위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 중간 결론

따라서 피고 SK, GS, 현대의 경우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가 있다면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으나, 피고 S-Oil에게는 이러한 손해배상의무가 없다.

라. 인과관계의 존재 여부

(1) 피고 GS는 “원고들은 피고 GS 등으로부터 직접 경유를 구입한 소비자가 아니라 피고 GS 등이 대리점 등에 공급한 경유를 개별 주유소 등을 거쳐 구입한 소비자들인데, 각 개별 주유소의 경유소매가격은 피고 GS의 가격정책과는 별도로 결정되는 것인바, 가사 원고들이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는 개별 주유소의 독자적인 가격결정에 영향을 받아 발생한 것이므로, 이 사건 담합행위와 원고들이 입은 손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라고 주장한다.

(2)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내 경유 시장에서 피고 SK, GS, 현대의 점유율이 80% 이상인 점, 비록 개별 주유소들의 가격결정이 주유소 각자의 사정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개별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별 주유소들이 대리점 등으로부터 구입한 ‘경유 가격’이라고 할 것인데, 위 ‘경유 가격’은 결국 피고 SK, GS, 현대의 경유 공급가격에 의해 사실상 결정되는 주14)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담합행위와 원고들이 입은 손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판단된다.

3. 손해배상의 범위

가. 개관

(1) 위법한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는 그 담합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과 그 담합행위가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이하 ‘가상 경쟁가격’이라고 한다)과의 차액을 말한다. 여기서 가상 경쟁가격은 그 담합행위가 발생한 당해 시장의 다른 가격형성요인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그 담합행위로 인한 가격상승분만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18850 판결 ).

(2)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가상 경쟁가격을 산정한 보고서로는 원고가 중앙대학교 경제학부의 소외 1, 소외 2, 소외 3 교수에게 의뢰하여 작성된 ‘2004년 경유가격 담합관련 손해액 산정 보고서(갑 제17호증, 이하 ‘원고 측 감정보고서’라고 한다)’가 있다.

(3) 또한 원고들은 이 법원의 국세청에 대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결과(이하 ‘이 사건 회신결과’라고 한다)를 바탕으로 이 사건 담합기간 중 원고들의 개별 경유사용량을 구한 후 위 원고별 경유사용량에 원고 측 감정보고서에서 제시한 담합마진을 곱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원고별 손해액을 산정하였다.

(4) 이에 대해 피고 SK, GS, 현대는 원고들이 사용한 원고별 경유사용량 산정방법과 원고들이 인용한 위 원고 측 감정보고서가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하는데 있어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하 원고들이 선택한 손해액 산정방법의 적정성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나. 원고들이 주장하는 원고별 경유사용량의 산정방법

(1) 이 사건 회신결과를 보면 원고들이 2004. 1월부터 같은 해 6월까지 181일의 기간 사이에 개별 주유소 등에서 구입한 경유의 총 매입금액(이하 ‘원고별 총 경유매입금액’이라고 한다)을 알 수 있다.

(2) 위 ‘원고별 총 경유매입금액’을 181일로 나누어 1일 평균 경유매입금액을 산정한 후 이 사건 담합기간인 71일을 곱하면 담합기간 동안의 원고별 경유매입금액(이하 ‘담합기간 내 원고별 경유매입금액’이라고 한다)을 구할 수 있다.

(3) 이렇게 추산된 ‘담합기간 내 원고별 경유매입금액’을 담합기간 중의 경유(가중) 평균가격(리터당 863.93원 = 피고들이 공급한 각 경유제품의 최종소비자가격을 피고별 시장점유율로 가중평균한 후 100/93.38을 곱함)으로 나누어 리터당 원고별 경유사용량(이하 ‘원고별 경유사용량’이라고 한다)을 계산한다.

다. 원고들이 주장하는 손해액 계산방법

(1)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계산하기 위해 적합하다고 원고들이 주장하는 ‘표준시장 비교방법’은 국제적인 유류완제품 경쟁시장가격인 MOPS(Means of Platt's Singapore,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가격을 의미한다) 가격을 일응의 기준으로 삼아 이에 일정한 법칙에 따른 부대비용을 가산한 값을 담합기간의 경쟁시장가격으로 추정하자는 것이다.

(2) 2011. 5. 26.자 준비서면에서 원고들은 “정유사의 공장도 가격은 원칙적으로 각 정유사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나, 석유협회에 따르면 각 정유사는 MOPS, 환율, 시장경쟁상황 등을 감안하여 가격을 책정하며, 일반적으로 1주일 전의 MOPS 국제가격이 이번 주의 국내 공장도 가격에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결국 원고들은 피고들이 국내 공장도 가격을 결정할 때 1주일 전의 MOPS 국제가격을 참고하고 있음을 이유로 표준시장 비교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15) 보인다.

(3) 원고들이 표준시장 비교방법을 선택하여 MOPS 기준 가상 경쟁시장가격(이하 ‘MOPS 기준 경쟁가격’이라고 한다)을 산정한 구체적인 과정은 아래와 같다.

(가) 1주일 전의 MOPS 가격을 당일의 대미 송금 기준 환율에 의하여 원화로 환산하여 경유 1리터당 ‘MOPS 단가(원화로 표시)’를 계산한다.

(나) 위 'MOPS 단가‘에 운임보험료, 신용장개설료, 주16) 통관료, 국내운반비를 추가하여 리터당 수입원가를 계산한다.

① 1리터당 MOPS 단가 = 1배럴당 경유 MOPS 가격(MOPS 가격은 1배럴당 달러로 계산됨) × 원화환율 ÷ 158.984(1배럴을 리터로 환산한 수치)

② 운임보험료 = MOPS 단가 × 주17) a %

③ 물자대소계(MOPS 단가 + 운임보험료) = MOPS 단가 × (100 + a)%

④ 신용장개설료 = MOPS 단가 × 0.15%

⑤ 통관료 = 물자대소계 × 0.2%

⑥ 국내운반비는 리터당 고정가격으로서 2003년에는 10.6원, 2004년에는 10.27원, 2005년에는 11.49원으로 책정하였음

⑦ 추가비용소계 = 신용장개설료 + 통관료 + 국내운반비

⑧ 수입원가 = 물자대소계(③) + 추가비용소계(⑦)

(다) 위 수입원가(⑧)에 일반관리비, 이윤, 석유기금 및 관세가 추가되어 ‘세전 정유소 공장도 가격’이 결정된다.

㉠ 일반관리비 = 수입원가(⑧) × 주18) b %

㉡ 이윤 = [ 주19) 수입원가 (⑧) + 일반관리비(㉠)] × 10%

㉢ 석유기금 = 고정가격으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기간 동안 리터당 14.0원이 책정됨

㉣ 관세 = [원유가격(달러화 ÷ 배럴) × 환율 × 관세율] ÷ 주20) 158.984

㉤ 세전 정유소 공장도 가격 = 수입원가(⑧) + 일반관리비(㉠) + 이윤(㉡) + 석유기금(㉢) + 관세(㉣)

(라) 위 세전 정유소 공장도 가격(㉤)에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및 주행세’ 및 ‘부가가치세’가 추가되어 ‘세후 정유소 공장도 가격’이 결정됨

ⓐ 경유 1리터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및 주행세는 아래 표와 같이 시기별로 변동한다.

본문내 포함된 표
(단위 : 원/리터)
적용시점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2003. 6. 30. 이전 232.0 34.80 27.84
2003. 7. 1. 이후 261.0 39.15 39.02
2004. 3. 1. 이후 255.0 38.25 45.90
2004. 7. 1. 287.0 43.05 61.71

ⓑ 부가가치세 = [세전 정유소 공장도 가격(㉤) +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및 주행세(ⓐ)] × 10%

ⓒ 세후 정유소 공장도 가격 = 세전 정유소 공장도 가격(㉤) +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및 주행세(ⓐ) + 부가가치세(ⓑ)

(마) 위 세후 정유소 공장도 가격(ⓒ)이 주유소가 피고들로부터 공급받는 경유 1리터당 원가임. 개별 주유소들은 위 가격에 소정의 마진과 부가가치세를 추가하여 ‘최종 소비자 가격’을 결정한 후 제품을 판매함

◎ 개별 주유소들이 책정하는 소정의 마진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방법을 각각 적용하여 계산함

(ⅰ) (주유소별 평균 최종 소비자 가격 - 세후 정유사 공장도 가격)의 값을 개별 주유소가 부가하는 소정의 마진액으로 산정하는 경우

(ⅱ) 주유소의 마진율(세금 포함)이 세후 정유사 공장도 가격 대비 3%라고 가정하는 경우

◎ 최종 소비자 가격 = 세후 정유사 공장도 가격 + 소정의 주유소 마진[위 (ⅰ) 또는 (ⅱ) 방법)

(4) 위와 같은 과정을 이용할 때 MOPS 원가 적용방식과 주유소 마진에 대한 가정에 따라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상이한 방법으로 손해액이 계산된다.

(가) 〈방법 1〉 : 1주일 전의 MOPS 원가가 이번 주의 국내 거래 가격에 반영된다고 가정한 후 해당 주의 마진을 ‘주유소별 평균 최종 소비자 가격 - 세후 정유사 공장도 가격’으로 계산한 경우임

(나) 〈방법 2〉 : 1주일 전의 MOPS 원가가 이번 주의 국내 거래 가격에 반영된다고 가정한 후 해당 주의 주유소의 마진율이 세후 정유사 공장도 가격 대비 3%라고 가정한 경우임

(다) 〈방법 3〉 : 이번 주의 MOPS 원가가 국내 거래 가격에 바로 반영된다고 가정한 후 해당 주의 마진을 ‘주유소별 평균 최종 소비자 가격 - 세후 정유사 공장도 가격’으로 계산한 경우임

(5) 위 세 가지 방법 중 〈방법 2〉를 채택하여 손해액을 산정하되 〈방법 1〉과 〈방법 3〉은 참고적으로만 고려함. 〈방법 2〉를 채택하여 1주 단위로 담합마진을 산정하여 담합기간 중 평균 담합마진을 계산한 후 이를 피고들의 시장점유비율로 가중평균할 경우 담합마진은 리터당 76.00원으로 주21) 산정됨 .

(6) 위 리터당 담합마진인 76.00원에 ‘원고별 경유사용량’을 곱하면 원고별 손해액이 산정됨

라. 원고별 경유사용량이 적정하게 산정된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

(1) 원고들은 리터당 담합마진에 원고별 경유사용량을 곱하는 방법으로 원고별 손해액을 산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 손해액 산정방법이 타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원고별 경유사용량이 적정하게 산정되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원고들은 이 사건 회신결과만을 이용해 ‘원고별 경유사용량’을 산정하였는데 이 사건 회신결과는 원고들이 2004. 1. 1.부터 2004. 6. 30.까지 기간 동안 구입한 유류의 매입처별세금계산서 합계표를 정리한 것으로 위 회신결과에는 원고들이 유류를 구입한 매입처들과 각 매입처별 구매금액이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위 회신결과에는 원고들이 구입한 유류의 종류가 표기되어 있지 않아서 원고들이 실제 경유를 구매한 소비자들인지 여부를 알 수 없고, 매입처별 구입시기와 구입량도 기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원고들이 이 사건 담합기간 동안 실제 몇 리터의 유류를 리터당 얼마에 구매한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원고들은 2008. 5. 28.자 준비서면을 통해 “화물차량 운전자들인 원고들의 경우 위 원고들이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급받은 주22) 유가보조금 내역을 통해 이 사건 담합기간 동안 원고별 경유사용량을 입증하겠다.”라고 하였으나 실제 이러한 보완입증이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비록 원고들이 다수이고 원고들 사이에서도 유가보조금을 지급받는 화물차량 운전자와 이를 지급받지 못하는 건설기계차량 운전자가 나뉘어지는 등 ‘원고별 경유사용량’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사정은 인정되나 원고들 스스로 유가보조금 지급내역을 통해 정확한 원고별 경유사용량을 입증한다고 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담합기간 동안 원고들이 구입한 경유량을 입증하는 것이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사실을 입증하기가 해당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 공정거래법 제57조 참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이 이 사건 회신결과만을 이용해 산정한 ‘원고별 경유사용량’이 적정하게 산정된 것임을 인정할 수 없다.

(2) 나아가 피고 S-Oil이나 인천정유가 이 사건 담합행위에 참여하였음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원고들은 자신들이 구입한 경유가 피고 S-Oil 또는 인천정유가 공급한 것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원고별 경유사용량을 산정하였다.

물론 피고 S-Oil과 소외 인천정유가 이 사건 담합행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담합행위의 영향으로 인해 피고 S-Oil 및 인천정유가 공급한 경유가격까지 상승하였음이 입증되었다면 피고 S-Oil과 인천정유가 공급한 경유를 구입한 소비자들 역시 위 담합행위로 인한 피해자라고 볼 여지는 있으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로는 피고 S-Oil과 인천정유가 다른 피고들의 담합행위에 영향을 받아 이 사건 담합기간 중 자사가 공급하는 경유가격을 결정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한 반면,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SK 내부에서 작성된 문서 등에는 피고 S-Oil 및 인천정유가 담합기간 중 계속하여 경유를 저가로 공급하였다는 내용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점에 비추어 피고 S-Oil 및 인천정유는 이 사건 담합행위와 무관하게 위 담합기간 중의 경유공급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원고들의 경유구입내역 중에 피고 S-Oil 및 인천정유가 공급한 경유를 구입한 것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러한 구입내역은 ‘원고별 경유사용량’을 산정함에 있어 제외되어야 하는데 원고들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원고별 경유사용량’을 산정하였기 때문에 이를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계산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채택할 수도 없다.

마. 원고들이 사용한 MOPS 가격 기준 표준시장 비교방법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

(1) 앞서 본 바와 같이 가상 경쟁가격은 담합행위가 발생한 당해 시장의 다른 가격형성 요인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담합행위로 인한 가격상승분만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2) 그런데 아래에서 보는 사정들을 고려할 때 원고들이 1주일 전의 MOPS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장 비교방법을 선택해 가상 경쟁가격을 계산한 것이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를 계산하는 데 있어 적절한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가) 표준시장 비교방법은 ‘담합이 발생한 시장’과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는 시장’ 중에서 담합이 발생하지 않은 시장의 가격을 경쟁가격으로 간주하여 담합의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인데, 원고들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이 국내 경유 시장과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는 시장임을 전제로 하여 1주일 전의 MOPS 가격을 가상 경쟁가격 산정의 기준가격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경유시장은 과점제체 하의 시장으로서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싱가포르 현물시장과 비교할 때 시장의 구조, 거래조건 등 가격형성요인이 서로 달라 두 시장이 전반적으로 동일·유사한 시장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 대법원 2010다18850 판결 참조), MOPS 가격을 가상 경쟁가격을 산정하는 기준가격으로 채택하기는 어렵다.

(나) 이에 대해 원고들은 “2001년경부터 피고들은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을 결정할 때 국제제품가에 부대비용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결정하였다.”라고 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증거로 “정유사는 환율을 반영한 국제제품가격(MOPS)에 관세·부과금, 유통비용, 이윤을 더하여 기준가격을 산정하고, 영업단계에서 국내 시장 상황을 반영하여 가격을 추가적으로 조정함”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갑 제31호증)’ 및 “2001년 중반 이후 국제제품가 기준으로 국내가격결정방식을 변경한 후 초기에는 월단위로 조정하다가 2004. 2월 이후 주단위로 조정하였음”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석유제품의 투명성 및 경쟁 활성화」공개토론회 자료(갑 제32호증)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위 증거들만으로는 2001년경 이후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단순히 국제제품가에 부대비용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한 반면, 오히려 위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에는 “1997. 1월부터 2007. 5월까지 정유사 가격은 원유가, 국제제품가와 비대칭(국제유가가 오를 때의 국내유가 조정폭과 내릴 때의 국내유가 조정폭이 상이한 현상) 발생”이라고 기재된 점에 비추어 국내 경유가격이 반드시 MOPS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책정되거나 두 가격 상호 간에 상관관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이 MOPS 가격 기준 표준시장 비교방법이 적정한 손해산정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소위 군납 유류 주23) 입찰담합사건 의 항소심 법원이 “군납유류 입찰의 비담합기간 동안의 MOPS 기준가격이 같은 기간 동안의 군납유류의 낙찰가와 대비할 때 ‘+3.72% 내지 -5.61%’ 범위에서 (비교적 적은) 편차가 나타나는 점에 비추어 담합기간에도 그 당시의 MOPS 기준가격이 가상 경쟁가격이 될 수 있다.”라고 판시하면서 MOPS 가격 기준 표준시장 비교방법을 손해산정 방법으로 채택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납유류 낙찰은 국방부가 최저입찰가인 ‘예정가격’을 산정한 후 위 예정가격 이하로서 최저가인 단가를 써낸 업체가 낙찰을 받는 것인데, 종전에 산업자원부 신고가로 예정가격을 산정하고, 가격조정방식(계약체결일로부터 일정 기간 이후 다시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내수가연동제(계약체결일로부터 60일 이상 경과하고 품목조정율이 100분의 5 이상 증감된 경우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방식)를 채택하였던 국방부가 2001년경부터 항공유의 예정가격을 MOPS 가격 기준으로 산정하고, 모든 유류의 가격조정방식을 국제가연동제(MOPS 가격을 기준으로 매월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로 변동함에 따라 실제 낙찰가 역시 자연스럽게 MOPS 가격과의 상관관계가 높게 형성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2001년 이후 실제 군납유류 낙찰가와 MOPS 가격 사이의 상관관계가 높았다는 사정만으로는 2001년 이후 국내 경유 공급가와 MOPS 가격 사이의 상관관계 역시 높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도 없다.

(다) 또한 원고들은 MOPS 기준 가상 경쟁시장가격을 산정하기 위해 1주일 전 MOPS 가격에 운임보험료, 신용장개설료, 통관료, 국내운반비, 일반관리비, 이윤, 석유기금 및 관세 등 각종 세금(이하 위 운임보험료 내지 각종 세금을 ‘추가 요소’라고 한다)을 추가하여 가상 경쟁시장가격을 계산하였으나 위 ‘추가 요소’가 제대로 설정된 것인지도 의문이다.

원고들은 위 군납 유류 입찰담합사건의 항소심 법원에서 사용된 MOPS 기준 리터당 단가 산정방법을 차용하여 위 ‘추가 요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1년 이후 군납 유류 낙찰에 있어 ‘예정가격’은 MOPS 가격에 정부회계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부대비용을 더하는 방법 등으로 결정되는 것이므로 ‘추가 요소’의 내용이 비교적 명확하나 국내 경유 가격의 경우 가사 국내 정유사들이 MOPS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국내 경유 가격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MOPS 가격에 추가로 더해지는 요소들이 어떠한 것인지 명확하지 주24) 않으며, 게다가 정유사별로 각 ‘추가 요소’가 다를 수도 있다.

나아가 국내 경유 공급시장은 과점시장이므로 국내 정유사들이 경유가격을 결정할 때 과점시장에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가격 형성 요인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원고들이 결정한 위 ‘추가 요소’에는 과점시장에서의 가격 형성 요인도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위와 같이 MOPS 가격에 더할 ‘추가 요소’가 명확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도 ‘경유’ 공급가격 담합에 있어 표준시장 비교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원고 측 감정보고서는 손해액 산정방법의 하나로 ‘담합한 기업으로부터 비용정보를 제공받아 단위당 평균비용을 산출하고 여기에 담합이 없는 시장에서의 적정 마진을 더하여 경쟁가격을 도출’하는 ‘비용기반 방법’을 제시하면서 ‘비용기반 방법’의 경우 단위당 평균비용을 산출하기 위한 비용자료가 대부분 기업의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이를 수집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손해액 산정방법으로 부적절하다고 기재하고 있는데, 이러한 ‘비용기반 방법’의 문제점은 과점체제의 경유시장에 있어 표준시장 비교방법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문제된다고 할 것이다).

바. 원고들이 MOPS 기준 경쟁가격을 산정한 구체적인 과정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

원고들의 주장대로 MOPS 가격 기준 표준시장 비교방법을 채택하여 손해액을 산정한다고 하더라도 아래와 같이 각 개별 ‘추가 요소’의 기초자료가 제대로 선택된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어서 원고들 손해액 산정의 근거가 된 ‘2004년 경유가격 담합관련 손해액 산정’의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기 힘들다.

(1) 갑 제17호증 및 을다 제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들이 기준으로 삼은 1주일 전 MOPS 가격은 황함유량 0.5%의 경유 가격인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데 을다 제7, 8호증의 각 기재에 비추어 이 사건 담합기간 당시 자동차용 경유는 황함유량 0.043% 이하의 것만 사용할 수 있었고, 황함유량 0.5%의 경유의 황함유량을 낮추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제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판단됨에도 ‘2004년 경유가격 담합관련 손해액 산정’에서는 이러한 추가비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만일 이러한 추가비용이 고려된다면 원고들이 산정한 담합마진은 더 낮아지게 될 것이다.

(2) ‘2004년 경유가격 담합관련 손해액 산정’에서는 주유소의 마진율(세금 포함)이 세후 정유사 공장도 가격 대비 3%라고 가정하였으나, 개별 주유소의 마진율을 일률적으로 3%라고 볼만한 근거도 부족하다.

또한, 위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에 "2010년말과 비교할 때 주유소 가격이 정유사 공급가 상승분보다 빠르게 상승하였다.“라는 내용이 기재된 점에 비추어 개별 주유소 경유소매가격의 인상폭이 정유사들이 공급하는 경유공급가격의 인상폭을 상회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담합기간 중 개별 주유소의 경유소매가격의 인상폭이 담합행위로 인한 경유공급가격 인상폭과 어느 정도 유사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사. 소결론

일반적으로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도 원고들이 산정한 ‘원고별 경유사용량’이 부정확하고, 원고들이 선택한 MOPS 가격 기준 표준시장 비교방법 역시 국내 경유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원고들이 계산한 이 사건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이 적정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4. 결론

따라서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지상목(재판장) 장정태 권미연

주1) API(미국석유협회가 정한 비중측정단위) 비중이 낮은 원유를 경질유라고 하고, 원유의 비중이 낮을수록 휘발유·등유·경유와 같이 사용가치가 높은 제품이 많이 추출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의 종류에 상관없이 휘발유·등유·경유를 경질유제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주2) 1998. 10. 정제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되면서 진입장벽이 완화되었다.

주3) 석유사업법상 수평거래금지조항에 의해 유통단계상 수평적 위치에 있는 유통업자간의 거래는 금지됨(예 : 일반판매소가 주유소에 휘발유를 공급하는 행위)

주4) MP는 maker price를 의미함. 예) “SK MP △40원/리터”, “SK MP △8,000원/드럼”은 각각 SK 공장도가격보다 리터당 40원 낮은 가격, SK 공장도가격보다 드럼당 8,000원 낮은 가격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주5) 피고 GS는 월요일(화요일 시행), 피고 SK는 수요일(목요일 시행)에 공장도가격을 공시한다. 피고 S-Oil은 2001. 2.에, 피고 현대는 2004. 8.에 공장도가격 공시를 각각 중단하였다.

주6) 정유업계에서는 “무채권현금조건” 이라 한다.

주7) 피고 GS를 지칭한다. 이하 같다.

주8) 피고 현대를 지칭한다. 이하 같다.

주9) ‘사후 매출조정’을 말하는 것으로, 이는 일단 주유소 등에 매출을 발생시킨 후 한 달 또는 보름 정도 지나서 가격을 새로 조정하고 그 조정된 가격을 기준으로 당초의 매출가액과의 차액을 주유소 등에 환급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을 제9호증). 이러한 사후 매출조정이 빈번히 일어나면 가격담합이 사실상 매우 어려워진다.

주10) 이에 대해 피고 SK, 현대, GS는 위 ‘공익모임’이 당시 유사석유인 세녹스가 광범위하게 유통됨에 따라 정유사들이 이를 근절시키기 위하여 구성한 유사석유제품 TFT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다투지만 갑 제13호증의 9의 기재 내용에 비추어 위 공익모임은 유사석유제품 TFT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모임이었다고 판단된다.

주11) 인천정유를 지칭한다. 이하 같다.

주12) S-Oil을 지칭한다.

주13) Philips v Crown Central Petroleum Corp., 602 F.2nd 616(4th Cir. 1979), cert denied 444 US 1074(1980).

주14) 지식경제부가 2011. 4. 6. 발표한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갑 제31호증)’에는 “주유소 단계에서 원가는 정유사의 공급가이며, 세금을 제외하고 주유소 단계의 비용 인상요인이 없으면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증가한 만큼 주유소 단계의 가격도 증가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주15) 원고 측 감정보고서에는 “정유사들은 대체로 1주 전의 MOPS에 수입관련 비용인 운임, 보험료, 관세, 보정비용, 수송용 유실비용, 유통관련 비용 등을 추가하여 ‘세전 정유소 공장도 가격’을 책정하고, 여기에 교육·에너지·환경세·교육세·주행세·판매부담금·부가가치세를 추가하여 ‘세후 정유소 공장도 가격’을 결정하여 대리점과 주유소에 판매한다. 다음 단계에서 대리점과 주유소는 이 ‘세후 정유사 공장도 가격’에 업소의 마진과 부가가치세를 추가하여 ‘최종 소비자 가격’을 결정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주16) 수입물자를 보세구역에 반입하고 수입신고로부터 보세구역에서 인취하기까지 필요한 수수료를 말한다.

주17) a의 값은 연도에 따라 변화한다. 2003년에는 2.8, 2004년에는 2.58, 마지막으로 2005년에는 5.8의 값을 갖는다.

주18) b의 값은 연도에 따라 변화한다. 2003년에는 3.12, 2004년에는 2.76, 마지막으로 2005년에는 2.91의 값을 갖는다.

주19) 원고가 제출한 2011. 5. 26.자 준비서면에는 ‘추가비용소계’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수입원가’의 오기로 보인다.

주20) 원유가격으로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1주일 전에 거래된 Dubai, Omen, Tapis, Brent, WTI 원유의 단순 평균 가격을 사용한다. 관세율은 2003년과 2004년에는 3.0%, 2005년에는 1.0%로 책정되어 있다.

주21) 1주일당 원고 1인 경유사용량을 800리터로 가정한 후 2004년 현재 피고들의 시장점유율을 고려하여 〈방법 2〉의 피해액을 토대로 최종 손해배상청구액을 산정하면 아래와 같다. ◎ 752.413원 = 피고 에스케이에너지 274,318 + 피고 지에스칼텍스 251,610원 + 피고 현대오일뱅크 120,748원 + 피고 에쓰대시오일 105,737원

주22) 2001년부터 경유와 LPG에 부과되는 세율이 단계적으로 인상됨에 따라 이러한 유류를 사용하는 화물운전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유류세 인상 분의 일부를 보조금의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원고들은 소외 4가 지급받은 유가보조금 내역인 ‘소외 4 유류보조금 신청 자료(갑 제7호증)’를 이 법원에 제출하였는데 위 자료에는 2004. 4월부터 같은 해 6월까지 소외 4가 구입한 경유량과 리터당 단가가 자세히 나타나 있다.

주23) 이 사건 피고들과 소외 인천정유는 1998년, 1999년, 2000년의 3년간 군납유류 입찰에 참가함에 있어 발주물량 중 일정 비율로 입찰물량을 나누어 낙찰받기로 결의하고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단가, 들러리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한 다음 이에 따라 대한민국과 군납유류 구매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2000. 10. 17. 의결 제2000-158호로 위 정유사들이 부당공동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법위반사실공표명령,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고, 피고들과 소외 인천정유의 담합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한 대한민국은 2001. 2. 15.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고들 및 소외 인천정유를 상대로 158,419,669,721원(이후 1심 계속 중 165,967,357,805원으로 청구금액을 확정하였음) 및 지연손해금을 연대하여 지급하라는 내용의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1심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2001가합10682호)은 피고들 및 소외 인천정유의 담합행위를 인정한 후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적용한 계량경제학적 분석방법, 즉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변수로 설정하고 중회귀분석이라는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담합이 가격에 미친 영향과 담합 이외의 경제적 요인들이 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리하여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을 추정해 내는 방법이다)을 통해 대한민국이 입은 손해액을 산정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서울고등법원 2007나25157)은 1심 법원이 손해산정 방법으로 채택한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이 경제적 논증에 대한 규범적 통제가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이를 손해산정 방법에서 제외한 다음 비담합기간 동안의 MOPS 기준가격이 같은 기간 동안의 군납유류의 낙찰가와 대비할 때 ‘+3.72% 내지 -5.61%’ 범위에서 비교적 적은 편차가 나타난다는 점을 근거로 담합기간에도 그 당시의 MOPS 기준가격이 가상 경쟁가격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MOPS 가격 기준 표준시장 비교방법을 손해산정 방법으로 채택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위 2010다18850호)은 담합이 있었던 1998년, 1999년, 2000년과 담합이 없었던 2001년 이후의 군납유류의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MOPS 가격 기준 표준시장 비교방법을 손해산정 방법으로 채택한 위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였으며, 현재 서울고등법원 2011나62825호로 파기환송심이 계속 중이다.

주24) 위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갑 제31호증)’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석유제품의 투명성 및 경쟁 활성화」공개토론회 자료’에도 MOPS 가격에 더하는 추가요소의 내용이 자세히 기재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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