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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5. 5. 17. 선고 94나41814 판결 : 상고
[총장선임무효확인등 ][하집1995-1, 384]
판시사항

사립대학교 교수들이 학교 법인의 총장 선임행위를 다툴 이익이 있는지 여부

판결요지

사립대학교에서 총장 선임권은 사립학교법에 의하여 학교 법인에게 부여되어 있는 것이고 달리 법률 또는 법인 정관의 개정에 의하여 교수들에게 총장 선임권 또는 그 참여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헌법상 학문의 자유나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의 자치만을 근거로 사립대학교 교수들이 총장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거나 학교 법인의 총장 선임행위를 다툴 확인의 이익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원고

김형렬 외 3인

피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외 1인

주문

1. 원심판결 중 피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들의 피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에 대한 주위적 청구부분의 소를 각하한다.

3. 원고들의 피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및 피고 송자에 대한 예비적 청구 부분의 소를 각하한다.

4. 원고들의 피고 송자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5. 소송 총비용은 모두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이하 피고 법인이라고만 한다)에 대한 주위적 청구취지:피고 법인이 1992.7.14.자 이사회에서 송자를 연세대학교 총장으로 선임한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 법인 및 피고 송자에 대한 예비적 청구취지:연세대학교 교수평의회가 1992.5.25.과 같은 해 6 20. 송자를 총장후보자로 선출한 각 행위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 송자에 대한 청구취지:피고 송자는 대한민국 사립대학교 및 연세대학교의 교수자격이 없음을 확인한다. 피고 송자는 원고들에게 금 1,000,000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원고들의 항소취지:원심판결 중 피고 송자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송자에 대하여 위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교수자격부존재확인 및 금원지급 판결을 구한다. 피고 법인의 항소취지:원심판결 중 피고 법인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원고들의 피고 법인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7(재직증명), 갑 제8호증의 1, 2(연세대학교 정관 및 시행세칙), 갑 제9호증(임용계약서), 갑 제10호증의 1(총장후보자선거내규, 갑 제34호증의 9와 같다), 갑 제34호증의 4, 5(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정관 및 시행세칙), 6(교수평의회 회칙), 갑 제38호증의 2(1988 교수평의회 회칙), 갑 제40호증(이사회 회의록, 을 제17호증과 같다), 을 제15호증의 1 내지 10(각 후보추천에 관한 일), 을 제16호증의 1, 2(각 총장후보자 추천), 을 제18호증(총장임명보고), 을 제19호증(임명), 을 제20호증(교육직원 카드), 을 제21, 22호증(각 임용계약서), 을 제23호증(총장후보추천의 건)의 각 기재와 원심증인 이종성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들은 피고 법인이 설치·경영하는 연세대학교에 재직하는 교수들이고, 피고 송자는 연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중 연세대학교 제12대 총장으로 선임·임명된 자이다.

나. 총장의 선임권자 및 선임절차

(1) 사립학교법 및 정관의 규정

사립학교법제53조 제1항 에서 "각급 학교의 장(장)은 당해 학교를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가 임면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맞추어 피고 법인 정관은 제90조 제1항에서 "대학교에 총장을 둔다."고 하고, 제31조 제2항에서 "이사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결정한다."고 하면서 그 제5호에서 "총장 임면에 관한 사항"을 들고 있으며, 제43조 제1항에서 "대학교의 총장은 이사회에서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임하여 이사장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2) 총장후보추천제

그런데 피고 법인은 1988년에 실시된 제11대 총장 선임 때부터 연세대학교 총장과 피고 법인의 이사들, 연세대학교 동문회장, 기독교단체(대한예수교 장로회, 기독교 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 장로회, 대한성공회 등)의 대표자 등에게 총장 후보의 추천을 요청하였다. 그 무렵 피고 법인으로부터 총장후보추천을 요청받은 연세대학교 총장은 교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연세대학교 교수들의 전체회의에서 총장후보자를 선출하여 피고 법인에 추천해 줄 것을 통보하였다. 이에 연세대학교 교수들은 1988.7.21. 교수평의회를 구성하여 교수평의회 회칙을 만들고 그 회칙 제23조에 총장후보자선출 및 추천조항을 둠과 동시에 이에 근거하여 교수평의회총장후보자선거내규를 제정하였다. 위 내규에 의하면 제4조에서 "연세대학교의 건학 정신과 기독교를 존중하는 연세대학교 교수는 총장후보자가 될 수 있다."고 총장후보자의 자격을 규정하고, 제6, 7, 8조에서 "재직교수 과반수가 참석한 예비선거를 통하여 5인의 입후보자를 선출한 후 본선거에서 그 중 다수득표자 2인을 총장후보자로 선출한다."는 등 그 선출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세대학교 교수평의회는 1988.7.30. 위 내규가 정하는 선거절차를 통하여 연세대학교 교수인 소외 박영식 등 2인을 총장후보자로 선출하여 피고 법인에 추천하였다. 한편 연세대학교 동문회장은 소외 김동길과 소외 윤형섭 2인을 총장후보자로 피고 법인에 추천하였다. 이에 피고 법인은 같은 달 31. 이사회를 열어 위 4인의 후보자를 상대로 투표한 결과 위 박영식을 연세대학교 제11대 총장으로 선임하였다.

다. 피고 송자의 총장 선임·임명 과정

(1) 피고 법인은 연세대학교 제11대 총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후임 제12대 총장을 선임하기 위하여 1992.5.11. 연세대학교 총장 등에게 후임 총장후보의 추천을 요청하였다. 그 추천요청을 받은 연세대학교 총장은 전과 같이 교수평의회에 이를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교수평의회는 같은 해 5.25. 교수평의회 예비선거를 통하여 5인의 총장후보 입후보자를 선출하고, 같은 해 6.20. 교수평의회 본선거를 통하여 피고 송자와 소외 박영식 2인을 총장후보자로 선출하여 피고 법인에 추천하였다. 한편 연세대학교 동문회장은 피고 송자를 단수 추천하였고, 이밖에 피고 법인으로부터 추천요청을 받지는 않았으나 연세대학교 직원노동조합에서도 피고 송자를 추천하였다.

(2) 피고 법인은 1992.7.14. 이사회를 개최하여 교수평의회와 연세대학교 동문회장이 추천한 위 2인의 후보를 놓고 10차례의 투표를 실시한 끝에 참석이사 10명 전원의 찬성으로 피고 송자를 연세대학교 제12대 총장으로 선임하였고 이어 같은 달 21. 이를 교육부에 보고하였다.

(3) 그리고 피고 법인 이사장이 같은 해 8.3. 피고 송자를 연세대학교 제12대 총장으로 임명하였다.

2. 피고 법인에 대한 주위적 청구 부분의 소를 본다.

가. 소의 요지

외국인(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 이하 같다)은 연세대학교의 교수로 임용될 자격이 없고 연세대학교의 교수가 아니면 연세대학교 총장으로 선임될 수 없는 것이며 또 가사 연세대학교 교수가 아니라도 연세대학교의 총장으로 선임될 수 있다 하더라도 외국인은 연세대학교의 총장으로 선임될 자격이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인 송자는 그 국적을 숨겨 이에 속은 피고 법인에 의하여 교수로 임용되고 교수평의회에서 총장후보자로 선출·추천되고 이어 피고 법인의 1992. 7. 14.자 이사회에서 연세대학교 총장으로 선임되었으므로 위 총장선임결의는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 법인에 대하여 위 총장선임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한다는 것이다.

나. 본안전 항변

피고 법인 소송대리인은 피고 법인이 설치·경영하는 연세대학교의 교수로서 피고 법인의 피용자에 불과한 원고들에게 피고 법인의 권한에 속하는 이 사건 총장 선임행위를 다툴 원고적격 내지 확인의 이익은 없으므로 위 주위적 청구 부분의 소는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다. 판 단

이에 피고 법인 소송대리인의 위 본안전 항변과 아울러 직권으로 위 주위적 청구 부분의 소의 적법 여부를 살핀다.

(1) 쟁 점

연세대학교 총장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사립학교법 및 피고 법인 정관에 의하여 피고 법인 이사회에서 선임하게 되어 있다. 여기서 원고들과 같은 연세대학교의 교수들이 위 주위적 청구부분 소의 요지와 같은 사유를 내세워 피고 법인 이사회에서 선임한 총장선임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지가 문제로 된다. 그러나 이에 관하여는 아무런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결국 확인의 소에 있어서의 일반론에 비추어 해결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와 다른 근거에서 원고들에게 당사자 적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도 살펴 본다.

(2) 확인의 대상이 되는가?

확인의 소는 현재의 구체적인 권리·의무 또는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며 과거의 사실관계는 확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살피건대 피고 법인이 그 이사회에서 송자를 총장으로 선임한 위 결의는 앞서 본 피고 법인 이사장의 임명행위의 전단계로서 현재의 구체적인 법률관계가 아닌 과거의 사실관계에 지나지 아니한다. 따라서 위 이사회결의는 일응 확인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 다만 무효확인을 구하는 그 결의가 과거의 사실관계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그 결의가 현재의 각종 법률 관계를 낳는 기본이 되고 기본이 되는 과거의 그 결의 자체의 효력을 확정하는 것이 현존하는 분쟁의 발본적인 해결을 위하여 필요할 경우에 그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으면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 확인의 이익이 문제가 된다.

(3) 확인의 이익이 있는가?

위와 같이 피고 법인 이사회의 이 사건 총장선임결의가 확인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즉시 확정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어야 위 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다. 여기서 즉시 확정의 이익이라 함은 법률상 이익만을 가리키고 사실상 또는 경제적 이익은 포함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 사건 총장선임결의로 인하여 원고들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또는 위험이 있고 그 불안 또는 위험을 제거함에는 위 결의의 무효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 한하여 인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원고들에게 이러한 의미의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원고들 소송대리인은 연세대학교 교수들로서 대학자치의 주인일 뿐 아니라 피고 법인에 대하여 총장후보자를 추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총장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가 보장되어 있는 원고들에게 연세대학교 안팎의 현존하는 법적 분쟁상태의 해소를 위하여 위 총장선임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는 것이다.

아래에서 차례로 그 주장의 당부를 살펴 본다.

(가) 첫째, 대학교수들에게는 헌법상 학문의 자유가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는 대학교수들이 대학의 조직 및 운영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위치에 있어야 한다. 특히 교수의 임용·보직 등을 비롯한 대학의 인사문제가 대학의 주체인 교수들의 자주적인 판단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 점에서 연세대학교 교수들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총장선임의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헌법 제22조 제1항 은 "모든 국민은 학문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특히 대학에 있어서의 학문의 자유를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하여 헌법 제31조 제4항 에서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의 자치는 대학의 인사, 학사, 질서, 재정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지만 그 중에서도 교수회에 의한 학교의 자율적 운영, 특히 대학의 인사가 교수회의 자주적인 판단에 의하여 행해지는데 그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의 대학의 자치는 국립대학이나 공립대학의 경우에는 물론 사립대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러나 학문의 자유는 대학이 학술의 중심으로서 깊은 진리를 탐구하고 전문적인 학예를 연구·교수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데 있으므로 직접적으로는 연구 및 그 결과의 발표, 연구결과의 교수의 자유에 있고 이를 위한 대학에 있어서의 인사의 자치도 연구자 및 교수의 인사에 관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나머지 대학의 인사, 학사, 재정, 질서 등의 사항에 관하여도 교수회의 발언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결정참여권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립대학교의 총장선임문제가 연구활동 및 교수활동에 사실상의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교수들 각자에 대하여 법률상의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른바 사립대학교의 총장선임 문제에까지 헌법상 학문의 자유를 원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학문의 자유를 실효성 있게 확보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의 자치도 헌법 제31조 제4항 의 문언 그대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의 자치를 폐지하거나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 훼손하는 것이 아닌 한 헌법상 어느 범위에서 대학의 자치를 보장할 것인가는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국회가 입법정책적으로 판단하여 법률로 구체적으로 규정할 때에 비로소 헌법상의 권리로서 구체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교수들에게 사립대학교의 총장선임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현행 법률 어느 곳에도 없다. 오히려 사립학교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사립대학의 장의 선임권을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에게 부여하고 있다.(다만, 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1항 에서 국·공립대학의 장은 당해 대학의 추천을 받아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립학교법의 규정은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의 자치를 보장하는 헌법규정에 위반되는 것인가? 헌법상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의 자치의 본래 취지가 그 연혁에서 보듯이 대학이 외부 공권력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율적으로 대학의 문제를 처리한다는 데 있는 것이라고 하면 위와 같은 사립학교법의 총장선임권 규정은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의 자치와 하등 충돌의 여지가 없다. 다만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의 자치를 단순한 제도보장이 아니라 대학에 보장된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해석하려는 새로운 추세와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외부의 공권력만이 아니라 대학을 설치·경영하는 자에 의한 간섭이 이러한 헌법상 기본권으로서의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의 자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하는 입장에서는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상 기본권으로서의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의 자치도 기본권 제한의 일반적 법률유보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 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률로 이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인바, 사립학교법이 위와 같이 그 총장선임권을 학교법인에게만 독점적으로 부여하였다 하여 그것이 위 기본권 제한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의 자치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어디까지나 학문의 자유를 실효성 있게 보장함으로써 학문의 자유가 맡고 있는 여러 가지 헌법적 기능을 수행케 하려는데 그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지 대학 내의 모든 조직구성과 운영에 있어서 교수들이 반드시 참여하여야만 한다거나 아니면 이른바 학원의 민주화 내지 대학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공립대학의 경우와 달리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헌법상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의 자치만을 강조한 나머지 사립대학 설치·경영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총장선임권은 사립학교법에 의하여 피고 법인에게 부여되어 있는 것이고 달리 법률 또는 피고 법인 정관의 개정에 의하여 교수들에게 총장선임권 또는 그 참여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헌법상 학문의 자유나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의 자치만을 근거로 원고들과 같은 교수들이 사립대학교의 총장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거나 피고 법인의 이 사건 총장선임행위를 다툴 확인의 이익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

(나) 둘째, 교육법은 국·공립대학에 당해 대학의 교수가 중심이 되는 대학평의원회를 두어 교원인사의 기본방침에 관한 사항 등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고, 사립학교법도 대학평의원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그 교수들은 이미 본 바와 같이 1988.7.21. 교수평의회를 구성한 이래 1988년 제11대 총장선임 당시 및 1992년 제12대 이 사건 총장선임 당시 연세대학교 측으로부터의 예산상 지원과 교무위원회의 행정적인 협조 아래 교수평의회를 열어 총장후보자를 선출하여 피고 법인에게 추천해 왔다. 그리고 피고 법인은 제11대 및 제12대 모두 교수평의회가 추천한 후보 2인 중 1인을 총장으로 선임하였다. 그리하여 피고 법인이 교수평의회에 총장후보추천을 요청하고 이에 대하여 교수평의회가 2인의 총장후보자를 피고 법인에 추천하면 피고 법인은 그 2인 중 1인을 연세대학교 총장으로 선임하는 관례가 확립되었다. 이는 피고 법인 스스로 그 이사회의 권한 일부를 축소하여 교수평의회에 넘겨준 것과 다름 없다. 한편 원고들은 이 사건 총장선임을 위하여 개최된 연세대학교 교수평의회의 1992.5.25. 예비선거 및 같은 해 6.20. 본선거에 참여하여 투표권을 행사하였다. 위와 같이 원고들은 연세대학교 교수들이고 교수평의회의 구성원으로서 피고 법인에 대하여 총장후보자를 추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총장의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가 보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총장선임의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법인은 1988년 제11대 총장 및 1992년 제12대 이 사건 총장을 선임하면서 연세대학교 총장 등에게 총장후보추천을 요청하여 교수평의회 등으로부터의 총장후보추천을 접수하고 그 추천된 후보자를 대상으로 투표하여 다수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임하였는데 위 두 번의 총장 모두 교수평의회에서 추천한 후보자 중에서 선임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총장후보추천제는 피고 법인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가장 훌륭한 인물을 총장으로 선임하기 위하여 취한 사실상의 절차에 불과할 뿐 법령 또는 피고 법인 정관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다.(이 점에 관하여 원고들 스스로의 진술 및 원심증인 이종성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총장후보추천제는 1988년 당시의 민주화 열기 속에서 이사회의 전단을 막고 교수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학교행정의 능률·공정 및 민주화를 기하기 위하여 사실상 마련된 것일 뿐 달리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위와 같이 법령 또는 피고 법인 정관에 근거를 두지 않은 이상 위 후보자선출을 위하여 학교측이 예산상 지원을 하였다거나 행정적인 협조를 하였다 하여 하등 달라질 것이 없다. 그리고 피고 법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연세대학교 총장 뿐 아니라 피고 법인의 이사, 연세대학교 동문회장, 기독교단체(대한예수교 장로회, 기독교 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 장로회, 대한성공회 등)의 대표자 등에게도 총장후보의 추천을 요청하여 제11대 총장선임시에는 교수평의회가 추천한 소외 박영식 등 2인 외에 연세대학교 동문회장이 추천한 소외 김동길과 소외 윤형섭 2인을, 제12대 총장선임시에는 교수평의회가 추천한 소외 박영식과 송자 외에 연세대학교 동문회장이 추천한 송자를 각 투표대상으로 하였던 것이다. 위 두 번의 총장선임 절차에서 교수평의회가 추천한 후보자 중 1인이 각 총장으로 선임된 사실은 우연한 사실에 지나지 아니한다. 피고 법인으로서는 누구에 대하여 후보추천을 요청할 것인지 또 누가 추천한 후보를 선임할 것인지 전적으로 자유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두 번에 걸쳐 피고 법인이 총장후보추천제를 시행하였고 우연히 모두 교수평의회가 추천한 후보 중에서 총장으로 선임된 사실만으로 피고 법인이 그 이사회의 권한 중 일부를 축소하여 교수평의회에 총장후보추천권을 부여하였다거나 교수평의회가 추천한 2인의 후보 중 1인을 반드시 총장으로 선임하는 관례가 확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교육법 제117조 는 "국·공립대학에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대학평의원회를 둔다. 대학평의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반하여 사립학교법 제26조의2 는 "대학교육기관에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게 하기 위하여 대학평의원회를 둘 수 있다. 대학평의원회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정관으로 정한다."라고만 규정한다. 여기서 보듯이 사립대학교의 경우에는 대학평의원회가 반드시 설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설치되는 경우에도 그 조직 및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정관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피고 법인 정관에는 대학평의원회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며 다만 "대학교 교원(총장은 제외한다)의 인사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게 하기 위하여 대학교에 교원인사위원회를 둔다."( 제51조 ), "교원인사위원회는 교학부총장, 의무부총장, 원주부총장, 대학원장, 기획실장, 교무처장 그리고 총장이 지명하는 4명의 교수로 조직한다."( 제53조 제1항 )고 규정할 뿐이다. 게다가 교육법에 근거하여 대학평의원회를 둔 경우라 할지라도 대학평의원회가 총장후보자 추천 또는 총장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이 점은 교육법시행령 제142조 제6호 에서 대학평의원회는 교원인사의 기본방침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도록 규정하면서 이와 별도로 교육공무원법 제24조 , 같은법시행령 제12조의3 에서 대학의 장의 임용추천을 하기 위하여 대학평의원회와 별도로 대학의장임용추천위원회를 두고 있는 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법률 또는 피고 법인 정관에 근거하지 않고 두 번에 걸쳐 피고 법인이 총장후보제를 사실상 채택하여 시행하였고 연세대학교 교수들이 대학교수평의회를 구성하여 거기서 대학총장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여 교수평의회의 총장후보 추천이 피고 법인에 대하여 법률상 또는 사실상 관습으로서의 구속력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교수평의회가 위와 같은 총장후보추천권을 가진다 하더라도 총장선출권 그 자체가 아닌 총장후보추천권을 가지는 사실만으로는 그 구성원인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나서서 피고 법인의 총장선임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 지위를 가지게 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결국 이 사건 총장선임은 어디까지나 피고 법인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고 교수평의회의 구성원으로서 총장후보자 선출에 참여하는 사실상의 이해관계를 가질 뿐인 원고들로서는 달리 피고 법인이 정관에서 교수들에게 총장선임추천권을 주고 그와 아울러 총장선임의 하자를 다툴 수 있도록 규정하지 않는 한 앞서 본 교수평의회의 사실상의 총장후보추천제만을 근거로 하여 피고 법인 이사회의 이 사건 총장선임행위를 다툴 수는 없다.

(다) 셋째, 사립학교법에서 대학교육기관의 교원은 직명별로 10명 이내의 범위 안에서 당해 학교법인의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간을 정하여 당해 학교의 장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 법인 정관에서 연세대학교의 총장은 피고 법인의 동의를 얻어 연세대학교 교수 등 교직원에 대한 임면·보직권을 가질 뿐 아니라 밖으로는 대학을 대표하고 안으로는 교무를 통할하며 학생을 지도하고 소속 교직원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연세대학교 교수들인 원고들은 위 총장선임에 대하여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위 총장선임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연세대학교 총장이 교직원에 대한 임면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들에 대하여 장차 어떤 사실상의 이해관계를 초래할 우려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현재 법률상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초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 사립학교법 제53조의2는 제1항 에서 "각급 학교의 교원은 당해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가 임면한다.", 제2항 에서 "대학교육기관의 교원의 임면권은 당해 학교법인의 정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총장·학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피고 법인 정관은 제31조 제2항에서 "이사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결정한다."고 하면서 그 제5호에서 "총장 및 교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 단 대학교의 교원임면은 총장에게 위임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피고 법인 정관은 제43조 제2항에서 "총장 이외의 교원은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총장이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다만 교원의 임용기간은 교수 정년까지, 부교수 7년, 조교수 3년, 전임강사 2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제51조에서 "대학교 교원의 인사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게 하기 위하여 대학교에 교원인사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연세대학교 총장이라 하여도 교원 인사를 임의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위 정관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할 수 있을 뿐이어서 총장 임의로 원고들에게 불이익한 인사를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원고들은 연세대학교 교수들로서 그 임기가 정년인 65세까지(피고 법인 정관 제43조 제2항 제1호, 같은 시행세칙 제12조)인 사실은 원고들 스스로 이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총장선임으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위 주장과 같은 신분상의 불이익은 있을 수 없다.(위 갑 제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주영은은 1993.3.1. 송자에 의하여 비로소 그 임기가 정년까지인 교수로 임명됨으로써 오히려 신분상 이익을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위 셋째 주장과 같은 사유도 원고들이 이 사건 총장선임을 다툴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라) 넷째, 이 사건 총장선임의 효력을 둘러싸고 연세대학교의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동창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이로 인하여 학교의 위신이 추락되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학의 행정 및 교육이 엉망으로 치닫고 학교예산이 낭비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하여 그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도 연세대학교 총장의 선임권이 피고 법인의 이사회에 있다 하여 피고 법인의 이사만이 총장선임의 하자를 다툴 수 있다고 한다면 피고 법인이 부적격자를 총장으로 선임하고서도 이에 침묵하는 경우에는 결국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은 불가능하게 된다. 이에 위 대학교 교수들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총장선임의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뿐만 아니라 확인소송의 실천적인 분쟁예방·해결기능을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파악함으로써 법원에 대한 절차이용권을 보다 널리 인정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도 원고들이 그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연세대학교 안팎에 위 주장과 같은 분쟁으로 인한 폐해가 있고 이를 조속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원고들에게 이 사건 총장선임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이익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갑 제11호증의 6(송자 총장 문제를 바라보며), 갑 제16호증(이사회결의 확인서, 을 제4호증과 같다), 을 제3호증(회의록), 을 제24호증(이사회의 입장, 을 제26호증의 2와 같다), 을 제25, 26호증의 각 1(각 이사회 회의록)의 각 기재와 원심증인 이종성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송자가 연세대학교 총장으로 선임된 후 그의 국적 문제로 교수들과 학생들 사이에 총장자격에 관한 시비가 일게 되자 송자는 1993.10.11. 연세대학교 총장의 자격으로 전체교수회의를 소집하여 국적 문제를 야기한 잘못을 사과함과 동시에 그 신임을 물을 것인지에 관하여 투표에 부친 결과 재적교수 1,026명 중 651명이 참석한 위 교수회의에서 송자의 신임을 묻자는 의견이 162명, 그 진퇴를 송자에게 일임하자는 의견이 240명으로 나타난 사실, 피고 법인도 같은 달 27. 이사회를 열고 "송자를 총장으로 선임한 것이 정관정신과 자격규정에 어긋나지 않을 뿐 아니라 총장의 국적 문제에 하자가 없음을 인정하고 학교발전에 헌신하고 있는 총장에 대하여 신뢰를 확인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한 사실, 그러나 원고들은 이에 승복하지 아니하고 같은 해 11.15. 원심법원에 이 사건 총장선임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원심법원에서 1994.11.9. 이 사건 총장선임결의의 무효를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한 사실, 그러자 연세대학교 내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 싸고 다시 한 번 논란이 야기되기에 이르렀고 이에 피고 법인은 이를 수습하기 위하여 1994.11.23. 다시 이사회를 열어 "1993.10.27.자 이사회결의대로 총장선임이 정관정신과 자격규정에 부합된 것임을 확인하고 총장에 대한 재신임을 만장일치로 결의한다."고 결의하고 같은 날 피고 법인 이사장의 이름으로 위와 같은 결의를 발표한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은 끝까지 소송을 통한 해결을 고집하여 그 분쟁 이 끝나지 못한 채 지속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처럼 원고들이 분쟁의 상당 부분을 초래하거나 확대해 놓고서 이를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유를 내세워 이 사건 총장선임결의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분쟁해결을 위하여 나서야 할 사람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상의 필요만으로 원고들이 나설 수 있다는 법리 또한 성립할 수 없다. 이는 교수가 나서지 않는다면 그 다음은 학생이, 학생도 나서지 않는다면 학부모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일반 국민이 나설 수 있다는 것이 되어 받아 들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서 피고 법인이 나서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법인이 두번이나 이사회를 열어 송자 총장을 신임하기로 결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이 이에 승복하지 않고 있을 따름이다. 또 앞서 이미 본 바와 같이 연세대학교의 총장 선임권은 어디까지나 피고 법인 이사회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주장과 같은 필요성만으로 일부의 교수들(앞서 본 재적교수 1,026명 중 4명에 불과하다)에게 그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피고 법인 이사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되고 나아가 피고 법인 자체에 대한 일종의 지배간섭의 권능을 인정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다만 그 동안 일부 사립대학에서 학교행정이 권위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심한 경우 족벌체제를 구축하여 학교운영을 독주함으로써 그 구성원들이 이에 대하여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갑자기 불어닥친 대학의 민주화 열기와 이상추구를 고집하는 대학 본래의 성향이 합쳐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에 의한 전횡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으려는 추세로 나가고 있다. 위 갑 제11호증의 6의 기재에 의하면, 현행법의 굴레에서 벗어나 학교법인 이사회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교수대표들이 중심이 되어 학교의 인사, 재정, 예산과 결산, 학사 등과 같은 문제들을 다루는 방향으로 학교법인 이사회를 개편하여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나선다. 그런만큼 현재에 있어서 이사회의 무능과 위법한 결의를 시정하기 위하여는 교수들이 나설 수 있어야 하고 또 나서야만 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사립대학교의 교수들 사이에 이사회를 불신하고 대학의 인사 심지어 그 총장선임에까지 관여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그만큼 총장선임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의 소지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대학의 사태를 법원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법원의 절차이용권을 확대한다고 하여 무작정 대학의 모든 분쟁을 법원의 소송으로 해결하여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모든 문제가 법원의 소송을 통하여만 해결될 수는 없다. 우리의 사회와 제도는 아직도 많은 영역에 있어서 그 문제해결을 법원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절차에 맡겨두고 있다. 대학사회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대학사회와 같은 단체 내부의 분쟁은 단순한 대립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와는 달리 다수인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법률상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누구나 함부로 단체의 법률관계를 흔들게 되면 단체 내부의 법적 안정성은 물론이고 제3자에 대한 파급효도 지대하게 된다. 또한 그 법률관계는 단체 내부의 당사자 전원에 대하여는 물론이고 제3자에 대하여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이를 획일적으로 확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그 당사자 적격의 테두리를 정하는 것이 불가피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사립대학교의 교수들이 그것도 일부의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나서서 그 총장선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실제상의 필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립대학교의 교수들이 그 총장선임의 효력을 다툴 수 있다고 하게 되면 이번의 사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총장선임 때마다 그 결과에 승복하기 보다는 법원의 소송을 통하여 그 효력을 다투려 들지 모른다. 그 결과 대학사회는 안정을 잃게 되고 자칫하면 심각한 갈등과 분쟁의 수렁으로 빠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사태는 법원의 절차이용권을 확대하려는 당초의 취지와도 어긋날 뿐 아니라 대학의 문제는 대학의 구성원 스스로에게 맡긴다는 대학자치의 정신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마)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내세우는 사유는 결국 어느 것도 원고들이 피고 법인의 총장선임에 대하여 어떤 권리 또는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거나, 피고 법인의 총장선임으로 인하여 이러한 원고들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또는 위험이 있어 이를 즉시 확정할 이익이 있다고 볼 만한 것이 못된다. 그리고 그 밖에 달리 원고들에게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할 만한 사유나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4) 대표소송의 허용 여부

원고들은 이 사건 총장선임결의 무효확인의 소는 대학에 있어서의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양심 그리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집단소송의 한 형태로 교수들인 원고들에게 당사자 적격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소송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위적 청구 부분의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를 면하지 못한다.

(여기서 원고들의 위 2.가. 주위적 청구 부분 주장에 대하여 본다. 우선 앞서의 교수평의회총장후보자선거내규 제4조의 총장후보자 자격 규정은 피고 법인에 대하여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고 그 밖에 달리 연세대학교 교수만이 연세대학교 총장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제한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므로 송자에 대한 연세대학교 교수임용은 외국인에 대한 것이어서 무효이고 따라서 교수가 아닌 자에 대하여 한 총장선임도 무효라는 원고들 주장 부분은 이유 없다. 그리고 뒤의 4. 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외국인은 사립대학교 총장이 될 수 없다고 볼 근거도 없다. 또한 송자가 외국인인 신분을 숨긴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사실만으로 위 총장선임결의가 무효로 되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가사 본안에 나아가 보더라도 원고들의 위 주위적 청구는 위와 같은 이유에서 부당하여 기각을 면하지 못한다.)

3. 피고 법인 및 피고 송자에 대한 예비적 청구 부분의 소를 본다.

원고들은 예비적으로(앞서 본 주위적 부분과 반드시 예비적 관계에 있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더군다나 피고 송자에 대하여는 주관적 예비적 공동소송의 문제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예비적이 아니면 선택적으로 청구한 취지로 해석하여 예비적 청구의 당부는 문제삼지 아니하기로 한다) 피고 송자는 총장후보선거운동기간 중 향응을 제공하고 여러 교수들에게 보직을 약속하는 등 불법선거운동을 하였을 뿐 아니라 외국인은 연세대학교 교수나 연세대학교 총장으로 선임될 수 없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은 외국인이 아닌 것처럼 행세하여 이에 속은 연세대학교 교수평의회가 1992.5.25.과 같은 해 6.20. 피고 송자를 총장후보자로 선출하였으므로 피고 법인 및 피고 송자에 대하여 연세대학교 교수평의회의 위 각 총장후보자 선출행위의 무효확인을 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 소송대리인은 부적법하다고 항변하므로 이와 아울러 직권으로 그 적법 여부를 살피건대, 이는 현재의 권리관계 내지 법률관계가 아닌 과거의 사실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확인의 소로서의 권리보호의 요건을 결여한 부적법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교수평의회의 위 각 선출행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이 피고 법인 이사회의 이 사건 총장선임의 효력을 확정하는데 불가결한 전제조건이 된다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또 위와 같은 확인은 그 선출 행위를 한 연세대학교 교수평의회를 상대로 구할 성질의 것이지 피고 법인이나 피고 송자를 상대로 구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예비적 청구 부분의 소는 어느 모로 보나 부적법 각하를 면치 못한다.

4. 피고 송자에 대한 청구를 본다.

가. 교수자격부존재확인 부분

원고들은 대한민국 사립대학교 및 연세대학교의 교수로 임용되기 위하여는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할 것이 요구되는데 피고 송자는 1986.9.1. 당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였음에도 이를 속이고 연세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던 것이므로 피고 송자에 대하여 대한민국 사립대학교 및 연세대학교의 교수자격이 없음의 확인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 송자 소송대리인은 부적법하다고 항변하므로 위 항변과 아울러 직권으로 그 적법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확인의 소에 있어서 확인의 대상이 되는 것은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존부라 할 것인데 원고들이 확인을 구하는 위 교수자격의 존부는 연세대학교를 포함한 대한민국 사립대학교의 교수로 임용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이는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발생을 위한 추상적인 지위 내지 사실관계에 불과한 것임이 그 주장 자체에서 명백하다. 또한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확인을 구할 아무런 확인의 이익도 없다. 뿐만 아니라 피고 송자는 원고들에 대하여 위와 같은 확인을 해 줄 법률상 지위에 있지도 아니하므로 원고들이 피고 송자를 상대로 이와 같은 확인을 구할 수 없는 것이고 또 피고 송자를 상대로 그러한 확인판결을 받아본들 아무런 실익도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교수자격부존재확인의 소는 어느 모로 보나 부적법하다.

나. 위자료 청구부분

원고들은 외국인에게는 연세대학교의 교수로 임용되거나 총장으로 선임될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송자가 외국인인 사실을 숨기고 미국국적을 취득한 후에도 고의로 말소하지 아니한 채 방치한 호적등본과 이에 근거한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고 교수임용계약상의 필수서류인 이력서 및 인사기록카드에도 국내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인 것처럼 허위의 기재를 하여 피고 법인 등을 속여 연세대학교의 교수로 임용되고 나아가 총장으로 선임되는 등의 위법행위를 저질러 위 대학의 교수들인 원고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혔으므로 피고 송자에 대하여 그 위자료로서 우선 금 1,000,000원의 지급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외국인은 사립대학교의 교수나 사립대학교의 총장이 될 수 없다는 명문의 제한은 헌법이나 법령 또는 정관 그 밖에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피고 법인 정관 제25조 제1항에서는 이사 및 감사와 이 법인에 소속되는 전임의 교원 및 사무직원은 국내에 거주하는 자라야 하며, 이사 정수의 반수 이상은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또 그것이 국가의 존립과 관련되는 기본권이거나 국가가 특별히 대한민국 국민에게만 보장해 주는 기본권이어서 헌법상 외국인에게는 허용되지 아니하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이지도 아니한다. 뿐만 아니라 사립대학교의 교수나 총장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국가의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공무원도 아니다. 따라서 외국인인 피고 송자는 사립대학의 교수나 총장이 뒬 수 없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위 청구는 우선 이유 없다. 또한 피고 송자가 고의로 외국인인 사실을 숨겨 피고 법인을 기망한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다만 갑 제11호증의 4(이중국적에 관한 일련의 상황), 갑 제17호증의 2(국적상실증명, 을 제11호증의 1, 2와 같다), 갑 제17호증의 3(선서서, 을 제13호증의 1, 2와 같다), 갑 제17호증의 4(회신, 미합중국 확인서, 서류관리인 확인서, 을 제12, 14호증의 각 1, 각 2와 같다), 갑 제17호증의 5(미대사관확인서), 을 제1호증의 1(민원에 대한 회신 표지), 2(민원사항조사처리결과), 을 제2호증의 1(공소부제기이유고지), 2(불기소사건기록), 3(사실과 이유)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송자가 그 국적에 관하여 분명하지 않은 태도를 취함으로써 교수나 총장으로서의 도덕성에 흠을 가져오게 되고 그로 인하여 연세대학교 자체는 물론이고 그 교직원들이나 학생, 동문들 사이에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 송자의 위와 같은 행위가 원고들에 대하여 어떤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거나 이로 인하여 법률상 보호할 만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원고들의 어떤 정신적 이익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위자료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 법인에 대한 주위적 청구부분의 소 및 피고 송자에 대한 교수자격부존재확인의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 이를 각하하고, 원고들의 피고 송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원심판결 중 원고들의 피고 법인에 대한 주위적 청구를 인용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위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피고 법인에 대한 주위적 청구부분의 소를 각하하고, 원고들의 피고 법인 및 피고 송자에 대한 예비적 청구부분의 소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에서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며, 원심판결 중 피고 송자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에 대한 항소는 이를 기각하기로 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96조 , 제95조 , 제89조 , 제93조 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효종(재판장) 조희대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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