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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대전고법 2002. 8. 23. 선고 2001노745 판결 : 상고기각
[하집2002-2,611]
판시사항

[1]채권의 이중양도에 따른 배임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유력한 물적 증거인 채권양도계약서가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유효하게 성립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한 사례

[2]도급받은 건물의 신축공사를 중단하고 기성고에 관하여 정산 합의가 있었음에도 다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행위가 소송사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담보로 양도한 채권을 그 후 채무자에 대한 통지나 승낙 등 채권양도에 관한 대항요건을 갖추도록 협력하여 주지 아니하고 임의로 타인에게 양도하였다는 이유로 배임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유력한 물적 증거인 채권양도계약서가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유효하게 성립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한 사례.

[2]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건설회사가 건축주로부터 공사를 수급하여 일정 부분을 시공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피고인이 건축주를 상대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행위가 소송사기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설사 피고인이 위 민사소송을 제기할 당시 위 건설회사의 형식상 대표이사와 건축주 사이에 기성고에 관하여 정산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을 상대방을 위하여 진술할 의무가 있다고도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사 중단 당시의 기성고가 위 정산 합의 당시 받기로 한 금액보다 훨씬 높았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위 형식상 대표이사가 기성고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받고 정산에 합의한 사실에 관하여 충분히 불만을 가질 수 있는 것이고, 게다가 위 대표이사가 위압적인 분위기에 눌려 어쩔 수 없이 합의서를 작성해 주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위 정산 합의는 효력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는 변소가 설득력이 있다는 이유로, 위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피고인의 행위는 소송사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A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에 대한 사기미수의 점 및 무고의 점은 각 무죄.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항소이유의 요지

관련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에 대하여도 그 입증이 충분하므로 유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이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부분 공소사실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주택건설업체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회사'라 한다)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던 자인바, 1997. 7. 25.경 대전 중구 B 소재 피해자 주식회사 C(이하 '신용금고'라고 한다)로부터 공소외 1회사 명의로 금 17억 원을 대출받고 같은 해 12. 26.경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회사'라 한다) 명의로 금 6억 7,500만 원을 대출받으면서 위 신용금고 대출담당 직원인 D의 요구에 의하여 공소외 1회사가 1996. 6. 19. 한국토지공사로부터 금 113억 9,400만 원에 매수한 E택지개발사업지구 내 6브럭 26,228㎡(이하 '이 사건 택지'라고 한다)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또는 위 매매계약 해제시 발생하는 매매대금반환채권(이하 통틀어 '이 사건 채권'이라 한다)을 위 신용금고에 양도하였는바, 이러한 경우 채권을 양도한 피고인으로서는 한국토지공사에 채권양도통지를 하거나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채권양도승낙을 받음으로써 위 신용금고로 하여금 양수받은 채권에 관한 대항요건을 갖추도록 협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1998. 7. 18. 위 채권을 한국토지공사의 승낙 아래 주식회사 F(주식회사 G가 1997. 7. 22. 주식회사 F로, 1998. 7. 20. 주식회사 H로 상호가 각 변경되었다가 1999. 1. 30. 다시 주식회사 I로 상호가 변경되었다. 이하 통틀어 'H'라 한다)에 양도함으로써 그 때까지 공소외 1회사에서 토지대금으로 지급한 금 2,702,019,913원 상당의 이득을 취득하고, 피해자 위 신용금고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라는 것이다.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위 공소사실 중 ① 피고인이 당시 공소외 1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있었던 사실, ② 공소외 1회사가 1996. 6. 19.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이 사건 택지를 금 113억 9,400만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 ③ 그 후 공소외 1회사가 1998. 7. 18. 이 사건 택지에 관한 위 매매계약상의 지위를 한국토지공사의 승낙 아래 위 H에 양도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일관하여, 피고인이 한국토지공사로부터 매수한 이 사건 택지에 대한 중도금을 제대로 납입하지 못하여 1997. 12. 초순경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중도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그 무렵 위 채권을 담보로 위 신용금고로부터 중도금을 대출받으려고 협의하였으나, 채무자인 한국토지공사가 계약상의 지위가 이전되지 않는 이러한 담보 방식의 채권양도에 대해서는 동의를 해 줄 수 없다는 의견을 표명함에 따라 위와 같이 위 채권을 담보로 중도금을 대출받으려던 협의는 무산되었고, 그리하여 따로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3 소유의 부동산 3필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7명의 연대보증인들을 세워 1997. 12. 26. 위 신용금고로부터 공소외 2회사 명의로 6억 7,500만 원을 대출(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받아 한국토지공사에 중도금의 일부로 납입하였을 뿐이므로, 결국 피고인은 이 사건 채권을 위 신용금고에 유효하게 양도해 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증거관계에 대한 검토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의 쟁점은 피고인과 위 신용금고 사이에 이 사건 채권에 관한 양도계약이 과연 유효하게 성립하였는지 여부에 있는바, 다음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D의 진술(수사기록 제98쪽 내지 제104쪽, 제153쪽 내지 제157쪽, 제188쪽 내지 제202쪽, 공판기록 제702쪽, 원심 및 당심 증언):위 D는 당시 위 신용금고에서 여신담당과장으로 있으면서 피고인과 이 사건 대출을 협의한 실무책임자로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의 체결경위와 효력에 관하여 피고인과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다. 즉, 그의 진술에 따르면, 이 사건 대출은 위 신용금고의 최대주주로서 사실상 위 신용금고의 사주였던 J의 지시에 의하여 임원회의에서 결정된 것이었는데, 실무자인 자신이 보기에는 이미 공소외 1회사 명의로 피고인에게 대출한 금 17억 원에 대해서도 이자가 연체되고 있었던 데다가 이 사건 대출을 받기 위하여 피고인이 담보로 제출한 피고인의 처 공소외 3 명의의 부동산 3필지에는 모두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담보가치가 없었고, 보증인들 역시 위 금 17억 원을 대출받을 때 보증을 섰었던 자들이라서 실무자의 판단으로 피고인에게 추가 담보를 요구하였고, 그러자 피고인이 이 사건 채권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하여 채권양도계약을 맺었던 것이며, 그 당시 비록 채무자인 한국토지공사가 이 사건 채권양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였으나, 자신은 채권양도에 대한 동의가 없어도 사인 간의 채권양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므로, 그로 말미암아 위 채권양도계약의사를 철회하거나 무효화한 일은 없으며, 그 후 위 신용금고의 임원들에게 보고하여 결제를 얻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K의 진술(수사기록 제69쪽 내지 제72쪽, 제98쪽 내지 제104쪽, 제153쪽 내지 제157쪽):위 K는 위 신용금고의 직원으로서, 피고인과 공소외 4(위 H의 형식상 대표자이다), 공소외 5(공소외 1회사의 형식상 대표자이다)을 배임과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고소한 위 신용금고를 대리하여 고소인으로 진술한 사람이나, 이 사건 대출 당시에는 업무에 관여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그의 진술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

L, M, N의 각 진술(L은 공판기록 제724쪽 내지 제731쪽, 당심 증언, M은 공판기록 제724쪽 내지 제732쪽, N은 공판기록 제718쪽 내지 제723쪽):위 L은 위 신용금고의 사장, 위 M은 위 신용금고의 감사, 위 N은 위 신용금고의 여신담당직원으로 근무하였던 자들로서, 이들의 진술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대출은 원래 위 신용금고의 사주였던 J의 부탁으로 행해졌고, 당시 제공된 담보는 피고인의 처 공소외 3 소유의 부동산과 7명의 보증인뿐이었는데, 실무책임자였던 D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이 사건 채권을 담보로 추가하려는 논의가 있었으나, 실제로 피고인과 위 D 사이에 위 채권양도계약서가 유효하게 작성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여신담당직원인 위 N과 감사인 위 M은 전혀 알지 못하고, 사장인 위 L마저 당시 결제를 하였는지 여부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였다.

O, P의 각 진술(O는 수사기록 제219쪽 내지 제223쪽, P는 원심 증언):위 O는 한국토지공사 Q지사 부장, 위 P는 같은 지사 과장으로 근무하였던 자들로서, 이들의 진술에 따르면, 자신들은 피고인과 위 신용금고 사이에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이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알지 못하나, 한국토지공사의 입장에서는 계약상 권리, 의무의 포괄적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러한 채권만의 양도에 대하여는 동의해 줄 수 없다는 것이고, 특히, 위 P는 그 무렵 피고인으로부터 유선으로 이 사건 채권의 양도 가능 여부에 관한 문의를 받고 이러한 취지로 답변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채권양도계약서(수사기록 제29쪽 내지 제32쪽):위 계약서는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채권을 담보로 추가하기로 하면서 피고인과 D 사이에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신용금고에서 제출한 것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물증이다. 그러나 기록에 나타난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위 계약서는 비록 처분문서의 양식을 갖고 있으나 여신업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금융기관에서 정식으로 작성된 계약서라고 보기에는 아래와 같이 너무도 많은 결함이 있어, 쉽게 믿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위 D는 당시 위 신용금고의 노조가 파업 중이라 자신과 입사한지 얼마 안 되는 신출내기 직원인 위 N 둘이서 많은 대출업무를 처리하느라 꼼꼼히 챙기지 못한 실수라고 해명하나, 위 D 자신의 일관된 다른 진술에 따르면, 이 사건 대출을 위해 원래 제공된 부동산이나 보증인들이 자신이 보기에는 모두 사실상 담보가치가 거의 없어 자신의 판단으로 이 사건 채권을 담보로 추가하였다는 것인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보가치가 거의 없는 위 부동산이나 보증인들에 관하여는 모든 사항을 빠뜨리지 않고 챙기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담보물인 위 계약서는 아래와 같이 너무도 허술하게 작성하였다는 것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아니하고, 오히려 피고인의 변소대로 위 계약서가 협의 단계에서 무효화되었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초안만 작성된 상태에서 방치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첫째, 수사기록 제23쪽 내지 제28쪽에 편철된 E택지개발사업지구 공동주택건설용지 선수공급협약서 기재에 따르면, 이 사건 택지는 공소외 1회사와 경성건설 주식회사가 공동으로 매수한 것임에도 공소외 1회사만이 양도인으로 기재되어 있다.

둘째, 위 계약서가 공소외 1회사에 대한 기왕의 금 17억 원 대출금에 대한 후취담보로 제공된 것인지, 아니면 새로 공소외 2회사 명의로 대출되는 금 6억 7,500만 원에 대한 담보로 제공된 것인지에 관하여 위 D의 진술조차 일관되지 아니하며, 정작 위 계약서에도 그 피담보채무의 범위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었다(위 D는 공소외 1회사가 부도난 이후에 비로소 자신이 위 계약서에 "포괄근담보"라는 문구를 기재해 넣었다고 자인하였다).

셋째, 수사기록 제14쪽 내지 제18쪽, 제106쪽 내지 제109쪽에 각 편철된 각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등 이 사건과 관련된 다른 대출서류와 비교하여 볼 때 위 계약서에는 결재란도 없을 뿐만 아니라 수입인지도 붙어 있지 아니하며, 본인확인인감대조란에 실무자의 직인도 누락되어 있다.

넷째, 주식회사의 채권양도에 있어서는 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한데 위 계약서에는 공소외 1회사의 이사회 의사록이 첨부되지 아니하였다.

다섯째, 수사기록 제105쪽에 편철된 이 사건 대출에 대한 급부대출신청서의 조사자 의견란에 "보증인 7인 입보, 근저당 설정"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위 계약서에 관한 언급이 없다.

판 단

무릇 형사재판에 있어서 범죄의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할지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돌이켜 이 사건을 보건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증거로는 위 D의 진술과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서가 있을 뿐인데, 앞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위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다.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항소이유의 요지

사기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은 위 H의 모기업인 공소외 1회사가 1998. 10. 28. 부도난 이후 같은 해 12. 21.경 공소외 1회사의 채권자 대표인 R에게 위 H의 운영에 관한 전권을 일임하였고, 위 R이 채권자들 및 직원들과 상의하여 이 사건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민사소송 제기에 관여한 바가 없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인은 위 H가 대표이사인 공소외 4와 건축주 공소외 6 사이에 맺어진 1998. 12. 10.자 정산 합의가 강박에 의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믿고 이 사건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므로, 이 사건 민사소송이 명백한 허위의 청구라고 할 수 없다.

무고에 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사기가 성립되지 않는 이상 공소외 6이 피고인을 사기로 고소한 것이 무고에 해당한다고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 무고가 될 수 없다.

이 부분 공소사실

아래 무죄 부분의 공소사실과 같다.

판 단

피고인이 이 사건 민사소송의 제기에 관여하였는지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인이 공소외 1회사가 부도난 이후 같은 해 12. 21.경 공소외 1회사의 채권자 대표인 R, S에게 위 H의 운영에 관한 권한을 일부 일임하기는 하였으나, 그 후에도 여전히 위 H의 운영에 참여하였고, 이 사건 민사소송도 위 S와 공소외 4가 피고인과 상의하지 않고 공소외 6과 이 사건 T건물 신축공사에 관련된 공사대금을 금 5,100만 원에 정산키로 합의한 것에 불만을 품은 피고인과 위 R이 서로 협의하여 제기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민사소송이 명백한 허위의 청구인지 여부

이 사건 공사의 기성고에 관하여

①피고인이 실질적으로 경영하던 위 H가 1997. 10. 20. 공소외 6으로부터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남리 366 소재 T건물 신축공사를 금 16억 6천만 원에 수급한 사실은 피고인이 인정하고 있다.

②한편, 공소외 6은 1998. 10. 23. 위 H와의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을 해지하고 주식회사 대호종합건설을 선정하여 공사를 재개한 끝에 완공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은 1998. 10. 28. 위 H의 모기업인 공소외 1회사가 부도나면서 위 공사를 중단하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위 1998. 10. 말경을 기준으로 할 때 이 사건 공사의 기성고가 어느 정도였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③이 점에 관하여 공소외 6은 당시의 기성고가 지하 1, 2층 슬래브 공사만을 마친 상태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이는 아래에서 보는 증거들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아래 증거들을 종합하면, 1998. 10. 말경 이 사건 공사의 기성고는 적어도 전체 공정의 60%는 상회하였다고 보여진다.

첫째, 이 사건 공사의 감리를 담당한 U건축사사무소에서 제출한 감리일지 사본(공판기록 제146쪽 내지 제171쪽)에 따르면, 1998. 8. 27. 지상 1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같은 해 9. 8. 지상 1층 철골기둥 설치작업을, 같은 해 9. 19. 지상 2층 철근 배근 작업을, 같은 해 9. 20. 지상 2층 바닥콘크리트 타설작업을, 같은 해 10. 1. 목욕탕 설비공사를, 같은 해 10. 3. 목욕탕 방수공사 및 설비 공사, 기계실 설비공사, 각 층별 조적공사를, 같은 해 10. 15. 목욕탕 인테리어 공사, 기계실 설비공사, 외벽 미장 작업을, 같은 해 10. 30.에는 미장공사, 창호공사, 유리공사, 도장공사, 방수·타일공사, 기계실 설비공사를 각 시행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둘째, 위 H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받은 합자회사 V의 대표사원인 W(원심 증인)과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던 X(당심 증인) 역시 1998. 10.경에는 위 건물의 지하 1, 2층, 지상 1, 2층 각 슬래브 공사가 완성되었고, 내부 인테리어 공사 및 설비공사가 진행 중인 상태였다고 진술하였다.

셋째, 공소외 6이 제출한 자료들에 따르더라도, 공소외 6은 이 사건 공사를 위 대호종합건설에게 맡겨 공사를 재개하게 하면서 1998. 11. 7. 관할 군청에 제출한 공사시공자변경신고서에 기성고율을 60%로 표시하였고, 그 후 한달도 채 안된 같은 해 11. 23. 이 사건 건물을 준공하였고, 같은 해 11. 26. 소유권보존등기까지 마친 사실이 인정된다.

소송사기는 법원을 기망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음으로써 상대방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서,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누구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민사재판제도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인이 그 범행을 인정하는 경우 이외에는 그 소송상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거나 피고인이 그 소송상의 주장이 명백히 허위인 것을 인식하였거나 증거를 조작하려고 한 흔적이 있는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쉽사리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안된다고 할 것이며, 또한 당사자주의 소송구조 아래에서는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이나 증거는 각자가 자신의 책임 아래 변론에 현출하여야 하는 것이고, 비록 자기가 상대방에게 유리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거나 상대방에게 유리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위하여 이를 현출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상대방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거나 상대방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하지 않는 행위만으로는 소송사기에 있어 기망이 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도2786 판결 , 대법원 1998. 9. 8. 선고 98도1949 판결 ,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도161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서 보건대,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위 H가 공소외 6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수급하여 일정 부분을 시공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피고인이 공소외 6을 상대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행위가 소송사기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설사 피고인이 이 사건 민사소송을 제기할 당시 1998. 12. 10.경 위 H의 형식상 대표이사인 공소외 4가 공소외 6과 만나 공소외 6으로부터 지급받은 선급금 및 기성금 2억 4,300만 원 이외에 추가로 금 5,100만 원을 교부받고 이 사건 공사대금을 정산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을 상대방을 위하여 진술할 의무가 있다고도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사 중단 당시의 기성고율이 적어도 전체 공정의 60%를 웃돌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공소외 4가 전체 도급금액 16억 6,000만 원 중 불과 3억 원 정도만을 받고 정산에 합의한 사실에 관하여 충분히 불만을 가질 수 있는 것이고, 게다가 공소외 4가 위압적인 분위기에 눌려 어쩔 수 없이 합의서를 작성해 주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위 정산 합의는 효력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 사건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는 변소는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다.

또한 위와 같이 사기미수의 점이 유죄가 될 수 없다면, 피고인이 자신을 사기미수죄로 고소한 공소외 6을 무고죄로 처벌해 달라고 고소한 것이 무고죄가 될 수도 없다. 이 부분 피고인의 항소도 이유 있다.

결 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 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 중 이 부분을 파기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무죄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H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자인바, (1) 1997. 10. 20. 피해자 공소외 6으로부터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남리 366 소재 T건물 신축공사를 금 16억 6천만 원에 수급하여 공사를 하던 중, 1998. 10. 28. 위 H의 모기업인 공소외 1회사가 부도나면서 위 T건물 신축공사 역시 지하 1, 2층 슬래브 공사만을 마친 상태에서 중단하게 되었고, 그 후 피고인이 공소외 1회사의 채권자들에게 위 H의 공사대금채권의 추심을 위임함에 따라 같은 해 12. 10.경 대전 유성구 소재 Y 호텔 커피숍에서 채권자단의 대표인 S와 위 H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4 등이 공소외 6과 만나 이미 공소외 6으로부터 지급받은 선급금 및 기성금 2억 4,300만 원 이외에 추가로 금 5,100만 원을 교부받고 위 T건물 신축공사에 관한 공사대금을 정산하기로 합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999. 1. 29. 대전지방법원에서 원고를 위 H, 피고를 공소외 6으로 하여 공소외 6에게 기성공사대금 8억 5,000만 원 중에서 이미 공소외 6으로부터 지급받은 선급금 등을 제외한 금 631,112,000원의 지급을 구한다는 취지의 허위의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법원을 기망하여 위 금원을 편취하려 하였으나, 공소외 6이 이에 응소하여 다툼으로써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치고, (2) 같은 해 10. 초순경 대전 중구 Z아파트 1동 705호 소재 피고인의 집에서 공소외 6으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공소외 6이 1999. 5. 4.경 대전지방검찰청에 피고인 등을 상대로 피고인이 위 H 명의로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소송은 이미 정산된 것이어서 소송사기미수로 처벌해 달라고 고소한 것은 허위이니, 공소외 6을 무고죄로 처벌해 달라'는 취지의 고소장을 작성하여 같은해 10. 12.경 대전지방검찰청 민원실에 접수시킴으로써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여 공소외 6을 무고하였다."라는 것이다.

2. 판 단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민일영(재판장) 금덕희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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