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계약에 특별히 해제권 관련 조항을 둔 경우, 당사자 의사의 해석 방법 및 이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2] 갑 주식회사와 을이 금형 제작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도급계약서에 ‘갑 회사는 을이 계약을 위반하여 기간 내에 제작을 완료할 수 없는 경우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었는데, 을이 납품기한이 지나도록 납품을 하지 못하자 갑 회사가 이행 최고 없이 곧바로 계약해제를 통보한 사안에서, 갑 회사의 계약해제가 법정해제권의 행사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수급인이 납품기한 내에 납품을 완료하지 못하면 지연된 일수에 비례하여 지체상금을 도급인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수급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의무 이행이 지연된 기간이 지체상금의 발생기간에서 공제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도급계약의 보수 일부를 선급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 도급인이 선급금 지급을 지체한 기간이 지체상금의 발생기간에서 공제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계약에 특별히 해제권 관련 조항을 둔 경우 이는 법정해제권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거나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것 등 다양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경우에도 계약 목적 등을 고려하여 특별한 해제사유를 정해 두고자 하는 경우가 있고, 해제절차에 관하여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경우 등도 있다. 당사자가 어떤 의사로 해제권 조항을 둔 것인지는 결국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계약체결의 목적, 해제권 조항을 둔 경위, 조항 자체의 문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다만 해제사유로서 계약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계약에 특유한 해제사유를 명시하여 정해 두고 있고, 더구나 해제사유가 당사자 쌍방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방의 채무이행에만 관련된 것이라거나 최고가 무의미한 해제사유가 포함되어 있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판단할 때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갑 주식회사와 을이 금형 제작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도급계약서에 ‘갑 회사는 을이 계약을 위반하여 기간 내에 제작을 완료할 수 없는 경우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었는데, 을이 납품기한이 지나도록 납품을 하지 못하자 갑 회사가 이행 최고 없이 곧바로 계약해제를 통보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조항은 단순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법정해제권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특유한 해제사유를 정하고 해제절차에서도 최고 등 법정해제권 행사의 경우와 달리 정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갑 회사의 계약해제가 법정해제권의 행사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수급인이 납품기한 내에 납품을 완료하지 못하면 지연된 일수에 비례하여 계약금액에 일정 비율을 적용하여 산정한 지체상금을 도급인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수급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의무 이행이 지연되었다면 해당 기간만큼은 지체상금의 발생기간에서 공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도급계약의 보수 일부를 선급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 수급인은 그 제공이 있을 때까지 일의 착수를 거절할 수 있고 이로 말미암아 일의 완성이 지연되더라도 채무불이행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약정한 선급금의 지급을 지체하였다는 사정은 일의 완성이 지연된 데 대하여 수급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 따라서 도급인이 선급금 지급을 지체한 기간만큼은 수급인이 지급하여야 하는 지체상금의 발생기간에서 공제되어야 한다.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삼영종합기기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상록 담당변호사 강신하 외 6인)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성영)
주문
원심판결의 본소청구 중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반소피고)의 나머지 상고 및 피고(반소원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본소청구 중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과 관련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1) 계약에 특별히 해제권 관련 조항을 둔 경우 이는 법정해제권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거나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것 등 다양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경우에도 계약 목적 등을 고려하여 특별한 해제사유를 정해 두고자 하는 경우가 있고, 해제절차에 관하여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경우 등도 있다. 당사자가 어떤 의사로 해제권 조항을 둔 것인지는 결국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계약체결의 목적, 해제권 조항을 둔 경위, 조항 자체의 문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다만 해제사유로서 계약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그 계약에 특유한 해제사유를 명시하여 정해 두고 있고, 더구나 그 해제사유가 당사자 쌍방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일방의 채무이행에만 관련된 것이라거나 최고가 무의미한 해제사유가 포함되어 있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판단할 때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도급계약서 제6조의 해제사유, 즉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가 계약을 위반하여 기간 내에 제작을 완료할 수 없는 경우’는 피고가 채무를 불이행한 경우를 규정한 것으로서, 실질에 있어서는 별도의 해제권을 유보하는 특약을 한 것이 아니라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법정해제권이 발생한다는 점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므로 원고의 2011. 5. 4.자 해제의 의사표시는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특별히 유보된 약정해제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피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법정해제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데, 원고가 그 전에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채무의 이행을 최고하였다거나 또는 최고를 하지 않고도 해제할 수 있다는 특약을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해제의 의사표시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원고의 상무인 원심 증인 소외인은 원고의 대표이사를 대신하여 피고와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1 금형을 납품받아 2011. 3.경부터 차량용 냉동기 부품을 제작하여 원고의 거래처인 써멀마스터 주식회사에 납품하여야 하므로 반드시 납품기한을 지켜달라’고 피고 측에게 요구하였다.
② 이 사건 도급계약서는 피고가 먼저 작성한 다음 원고의 요구를 반영하여 수정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었는데, 총 계약금액 140,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 중 계약금 70,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잔금 70,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은 시운전 완료 및 하자이행증권 제출 후 지급하기로 하되, 납품기한 준수에 관한 원고 측의 요구를 반영하여 계약서 제6조에 ‘계약해제 및 손해배상’에 관한 조항을 넣게 되었다.
③ 위 계약서 제6조는, ‘원고는 피고가 계약을 위반하여 기간 내에 제작을 완료할 수 없거나 경영상 중대한 사태가 발생하여 제작을 완료할 수 없다고 인정되어 손해를 입었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이때 계약금은 반환되며 원고는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4)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구체적인 계약 조건에 관하여 협상을 거쳐 위 해제권에 관한 특별조항을 둔 것이고, 그 내용도 어느 일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을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든가 계약금의 포기 또는 배액 상환에 의한 해제 등 일반적인 해약권 유보조항과는 다르다. 그리고 대금지급의무 불이행 등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해제권에 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이 피고의 제작완료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해제권에 대하여만 규정하였다. 또한 해제사유로 피고가 납품기한을 준수할 수 없거나 경영상 중대 사태로 제작을 완료할 수 없는 경우를 특정하여 명시하고 있는데, 그중 ‘경영상 중대한 사태가 발생하여 제작을 완료할 수 없는 경우’는 그 성질상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의 최고를 할 필요나 실질적 의의가 없을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하나의 계약조항에서 함께 규정한 나머지 해제사유인 ‘피고가 계약을 위반하여 기간 내에 제작을 완료할 수 없는 경우’에도 이행의 최고 절차를 거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도급계약서 제6조 중 ‘원고는 피고가 계약을 위반하여 기간 내에 제작을 완료할 수 없는 경우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은 단순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법정해제권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도급계약에 특유한 해제사유를 정하고 해제절차에서도 최고 등 법정해제권 행사의 경우와 달리 정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5)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계약해제 조항을 특별히 명시하게 된 경위와 취지, 피고가 납품기한이 지나도록 이 사건 1 금형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고가 구두로라도 이행의 최고를 하였는지 여부, 서면에 의한 이행의 최고 없이 곧바로 계약 해제 통보를 한 이유 등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계약해제의 효력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계약해제가 법정해제권의 행사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다고 단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약정해제권의 유보 및 의사표시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약정해제권의 유보와 관련된 상고이유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상, 본소의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본소청구 중 지체상금청구 부분과 관련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수급인이 납품기한 내에 납품을 완료하지 못하면 지연된 일수에 비례하여 계약금액에 일정 비율을 적용하여 산정한 지체상금을 도급인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수급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그 의무 이행이 지연되었다면 그 해당 기간만큼은 지체상금의 발생기간에서 공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도급계약의 보수 일부를 선급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 수급인은 그 제공이 있을 때까지 일의 착수를 거절할 수 있고 이로 말미암아 일의 완성이 지연되더라도 채무불이행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약정한 선급금의 지급을 지체하였다는 사정은 일의 완성이 지연된 데 대하여 수급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 따라서 도급인이 선급금 지급을 지체한 기간만큼은 수급인이 지급하여야 하는 지체상금의 발생기간에서 공제되어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원고와 피고는 2010. 11. 2.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의 납품기간은 2011. 3. 15.까지로 명시하였으나, 계약금은 그 지급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채 전체 대금의 50%에 해당하는 70,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만 정해 둔 사실, ② 피고가 납품기간 내에 납품을 완료하지 못하였을 때는 지체일수 1일당 계약금액의 1/1,000에 해당하는 지체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사실, ③ 원고는 피고에게 2010. 11. 30. 액면 53,900,000원의 약속어음을 교부하고, 2010. 12. 2. 현금 23,100,000원을 지급함으로써 계약금 및 부가가치세 합계 77,000,000원을 지급한 사실, ④ 피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납품기일인 2011. 3. 15.을 1개월 3일 도과한 2011. 4. 18. 이 사건 2 금형을 원고에게 납품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 특히 이 사건 도급계약의 목적물인 설비는 원고의 특유한 소요에 맞추어 제작되는 것으로 보이고, 계약금으로 정한 70,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은 전체 설비 제작대금의 50%에 이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계약금이 단순히 계약 체결의 증거금과 같은 성격만을 가진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수급인인 피고가 자재 확보, 임금 지급 등에 어려움 없이 용역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장차 지급할 보수 중 일부를 일찍 지급하여 주는 선급금의 성격도 함께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원고는 계약 체결 후 1개월이 다 되어서야 계약금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로서는 계약 체결 당시인 2010. 11. 2. 무렵부터 계약금 지급이 완료된 2010. 12. 2.까지는 계약목적물인 설비의 제작에 착수할 수 없었거나 이를 거절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2 금형의 납품을 지체한 1개월 3일 중 원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계약금 상당액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피고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의무 이행이 지연된 기간인 1개월만큼은 지체상금 발생기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의 지체상금 지급의무가 인정되는 기간을 3일로 본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지체상금의 발생 시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도급계약에서 일의 완성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은 일의 결과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구하는 수급인에게 있고( 대법원 1994. 11. 22. 선고 94다26684, 26691 판결 참조), 제작물공급계약에서 일이 완성되었다고 하려면 목적물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21862 판결 참조).
나. 원심은, 피고가 2011. 5. 25. 원고에게 인도하려고 한 금형의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여, 이 사건 2 금형에 대한 나머지 물품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피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쌍무계약, 이행제공의 정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다89050 판결 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다.
3.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원심판결의 본소청구 중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