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은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받지 아니한다는 도로교통법 제119조 제3항 의 의미
[2] 범칙자가 범칙금 납부통고를 받아 범칙금을 납부한 경우, 도로교통법 제119조 제3항 에 의하여 다시 벌받지 아니하게 되는 행위의 범위
[3] 범칙행위와 같은 일시, 장소에서 이루어졌으나 범칙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형사범죄행위에 대하여 도로교통법 제119조 제3항 이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4] 안전운전의무 위반죄로 범칙금의 통고처분을 받아 범칙금을 납부한 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이 이중처벌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도로교통법 제119조 제3항 은 그 법 제118조 에 의하여 범칙금 납부통고서를 받은 사람이 그 범칙금을 납부한 경우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범칙금의 납부에 확정재판의 효력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하여야 한다.
[2] 범칙금의 통고 및 납부 등에 관한 규정들의 내용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범칙자가 경찰서장으로부터 범칙행위를 하였음을 이유로 범칙금의 통고를 받고 납부기간 내에 그 범칙금을 납부한 경우 범칙금의 납부에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이 인정됨에 따라 다시 벌받지 아니하게 되는 행위사실은 범칙금 통고의 이유에 기재된 당해 범칙행위 자체 및 그 범칙행위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칙행위에 한정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3] 범칙행위와 같은 일시, 장소에서 이루어진 행위라 하더라도 범칙행위의 동일성을 벗어난 형사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범칙금의 납부에 따라 확정판결의 효력에 준하는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4] 같은 일시, 장소에서 이루어진 안전운전의무 위반의 범칙행위와 중앙선을 침범한 과실로 사고를 일으켜 피해자에게 부상을 입혔다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의 범죄행위사실은 시간, 장소에 있어서는 근접하여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범죄의 내용이나 행위의 태양, 피해법익 및 죄질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있어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별개의 행위라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이 안전운전의 의무를 불이행하였음을 이유로 통고처분에 따른 범칙금을 납부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위반죄로 처벌한다고 하여 도로교통법 제119조 제3항 에서 말하는 이중처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1] 도로교통법 제119조 제3항 ,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2] 도로교통법 제117조 , 제118조 , 제119조 제1항 , 제3항 , 제120조 제1항 [3] 도로교통법 제119조 제3항 [4] 도로교통법 제44조 , 제119조 제3항 ,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 헌법 제13조 제1항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43누1438호 누비라 승용차를 운전하여 1999. 9. 4. 17:00.경 서울 서초구 방배동 824 앞 도로를 진행함에 있어 중앙선을 침범하여 운전한 과실로 피해자 강소영이 운전하는 서울 51마5786호 라노스 승용차를 충격하여 그 피해자로 하여금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 및 요추부 염좌상 등을 입게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공판기록에 편철된 범칙금 영수증의 기재 등에 의하여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의 일시, 장소에서 서울 43누1438호 승용차를 운전함에 있어 안전운전의무를 불이행한 범칙행위를 하였음을 이유로 그 날 관할 경찰서장으로부터 도로교통법 제118조 , 제44조 에 따라 범칙금 40,000원의 납부 통고를 받고, 그 달 17일 그 범칙금을 납부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범칙행위는 위의 공소사실과 그 기초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그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다고 보았다.
원심은 나아가, 도로교통법 제119조 제3항 은 같은 법 제118조 에 의하여 범칙금 납부통고서를 받은 사람이 그 범칙금을 납부한 경우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범칙금의 납부에 확정재판의 효력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공소는 이에 위반하여 제기되었다 할 것이어서 피고인에 대하여 면소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한 후 피고인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도로교통법 제119조 제3항 은 그 법 제118조 에 의하여 범칙금 납부통고서를 받은 사람이 그 범칙금을 납부한 경우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범칙금의 납부에 확정재판의 효력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할 것이다 ( 대법원 1986. 2. 25. 선고 85도2664 판결 참조).
그런데 도로교통법 제117조 는 도로교통법위반죄 중 특정된 일부의 죄를 범칙행위로 규정함과 아울러 범칙행위를 한 사람 중 일정한 사람을 범칙자로 규정하고 있고, 그 법 제118조 는 경찰서장은 범칙자로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는 그 이유를 명시한 범칙금납부통고서로 범칙금을 납부할 것을 통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법 제119조 제1항 은 위의 규정에 의하여 범칙금납부통고서를 받은 사람은 10일 이내에 범칙금을 경찰청장이 지정하는 국고은행, 그 지점이나 대리점 또는 우체국에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법 제119조 제3항 은 위의 규정 등에 의하여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은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법 제120조 제1항 은 납부기간 내에 범칙금을 납부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경찰서장은 즉결심판을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범칙금의 통고 및 납부 등에 관한 그 규정들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교통범칙금제도는 도로교통법에 위반된 행위에 대하여 벌칙을 정하면서 특정된 비교적 경미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형사절차에 앞서 행정적 처분에 의하여 일정액의 범칙금을 납부하는 기회를 부여하여 그 범칙금을 납부한 자에 대하여는 기소를 하지 아니하고 사건을 신속, 간이하게 처리하는 절차로서 법원이 공판절차를 통하여 기소된 범죄사실의 유무를 심리, 판단하는 재판절차와는 제도적 취지 및 법적 성질면에서 크나큰 차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원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범죄사실과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죄사실에까지 미치게 된다고 보는 것은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죄사실은 언제든지 공소장 변경을 통하여 법원의 심판의 대상이 되어 유죄판결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 것인데, 범칙자가 범칙행위로 인하여 범칙금의 통고를 받아 이를 납부하는 경우에는 법원의 공판절차가 개시되는 바가 없으므로 범칙금의 납부로 인하여 다시 벌받지 아니하게 되는 범죄의 범위를 확정판결에서 기판력이 미치는 범위와 동일하게 보아야 할 근거가 없게 된다.
위와 같은 사정에다 도로교통법 제119조 제3항 이 범칙행위로 인하여 범칙금의 통고를 받고 범칙금을 납부한 경우에는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받지 아니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이중의 처벌이 금지되는 대상을 당해 범칙행위로 한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 범칙자가 경찰서장으로부터 범칙행위를 하였음을 이유로 범칙금의 통고를 받고 납부기간 내에 그 범칙금을 납부한 경우 범칙금의 납부에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이 인정됨에 따라 다시 벌받지 아니하게 되는 행위사실은 범칙금 통고의 이유에 기재된 당해 범칙행위자체 및 그 범칙행위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칙행위에 한정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고 할 것이므로 범칙행위와 같은 때, 곳에서 이루어진 행위라 하더라도 범칙행위의 동일성을 벗어난 형사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범칙금의 납부에 따라 확정판결의 효력에 준하는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이 범칙금의 통고처분을 받게 된 범칙행위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의 일시, 장소에서 승용차를 운전하여 진행함에 있어 단지 안전운전의 의무를 불이행하였다는 것임에 반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의 범죄행위사실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의 일시, 장소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 중앙선을 침범한 과실로 사고를 일으켜 피해자에게 부상을 입게 하였다는 것인바, 위의 범칙행위와 공소가 제기된 이 사건 범죄행위사실은 시간, 장소에 있어서는 근접하여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범죄의 내용이나 행위의 태양, 피해법익 및 죄질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있어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별개의 행위라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이 안전운전의 의무를 불이행하였음을 이유로 통고처분에 따른 범칙금을 납부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위반죄로 처벌한다고 하여 도로교통법 제119조 제3항 에서 말하는 이중처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1983. 7. 12. 선고 83도1296 판결 참조).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범칙금의 납부에 인정되는 확정판결의 효력에 준하는 효력이 통고처분의 이유가 된 당해 범칙행위와 기초되는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 모든 범죄행위에도 미친다고 전제하여 이 사건 범칙행위와 형사범죄행위가 동일성이 있는 것이라고 본 원심판결에는 범칙금의 납부에 따른 일사부재리의 효력과 범칙행위의 동일성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끼친 위법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기에 이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더욱 심리한 후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