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나67156 손해배상(기)
원고항소인
A
피고피항소인
B 주식회사
제1심판결
창원지방법원 2019. 12. 19. 선고 2018가단122239 판결
변론종결
2020. 12. 10.
판결선고
2021. 1. 28.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4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부터 판결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제1심에서 판결선고일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율을 연 15%로 구하다가, 항소취지에서 연 12%를 구하는 것으로 감축하였는바, 이로써 청구취지도 함께 감축한 것으로 선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는 C에 D 25.5톤 덤프트럭(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을 지입한 후 자영업 형식으로 운송업을 하는 사람이고, 피고는 건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피고는 2018년경 창원시로부터 창원시 성산구 E 일원의 하수관거 정비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도급받았다.
다. 원고는 주식회사 F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의 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 한다)에 아스팔트 콘크리트 혼합물(이하 '아스콘'이라 한다)을 운송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2018. 11. 26. 이 사건 차량에 아스콘 25,796kg을 적재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에 도착한 뒤, 피고가 지정한 투하지점에서 이 사건 차량의 적재함을 들어 아스콘을 내리기 시작하였는데, 이와 같은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차량이 우측으로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넘어지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5, 10, 12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이 사건 공사에 관한 사업주로서 산업안전보건법령(구체적인 내용은 별지 기재 관련법령과 같다)에 따라 이 사건 공사현장에 제대로 교육을 받고 해당 공정에 대한 책임이 있는 작업지휘자를 신호수로 배치할 의무를 위반하였고,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추지 못한 피고의 직원이 신호수로서 잘못된 신호를 내려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민법 750조의 불법행위책임 또는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에 기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4,000만 원[총 손해액 8,352만 원(= 사고 차량 수리비 6,852만 원 + 휴차손해 1,500만 원)에 피고의 과실비율 50%를 적용한 금액을 하회하는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1)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가 규정하고 있는 안전상의 조치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 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1264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6도1455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을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에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피고의 작업반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G이 원고에게 아스콘의 투하지점을 고지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앞서 든 증거들과 제1심증인 H, I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① 원고는 주식회사 FO로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으로 아스콘의 운송을 요청받았을 뿐,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점, ② 아스콘의 안전한 투하를 위한 적절한 정차 위치, 바퀴 정렬 상태, 적재함의 기울기 등을 판단하는 것은 덤프트럭을 이용하여 화물의 적재, 운반, 하역 작업을 담당하는 원고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는 원고에게 투하지점을 고지하거나 피고와 사이에 투하지점에 관한 협의를 할 수 있을 뿐, 원고를 상대로 덤프트럭을 이용한 아스콘 투하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소정의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설령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의 의무위반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이라고만 한다) 제171조에 따라 적법한 자격을 갖춘 유도자(신호수)를 배치할 의무와 규칙 제177조에 따라 작업순서 및 작업방법을 정하여 작업을 지휘할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인바, ①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현장에서, 수신호를 하는 피고의 직원이 있었다는 것인 점, ② 관련 법령에서 신호수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에게 특정한 자격이나 지위를 요구하고 있지 아니한 점(원고가 인용하는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도1602 판결은 하역차량의 운전자 및 그와 더불어 작업 중인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작업지휘자 및 유도자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서 이 사건과는 사실관계를 달리 한다), ③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에 대하여 수신호를 한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인지도 불분명한 점, ④ 규칙 제177조의 경우 '단위화물'의 무게가 100kg 이상인 화물을 적재하거나 하역하는 경우 적용되는 것인데, 원고가 수행한 작업의 경우 반고체 상태의 성상을 가진 아스콘을 필요한 곳에 적당량을 붓고, 다시 이동하여 적당량을 붓는 방식으로 진행된 점에 비추어 위 규칙 제177조가 곧바로 적용되는지 의문이라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피고가 산업안전보건법령을 위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3)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을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여부와는 무관하게 피고가 이 사건 공사현장의 관리자로서 그 현장에서 아스콘 투하작업을 수행하는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로 선해하여 보더라도,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는 실질적인 고용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인바(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등 참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 밖에 피고가 자신의 공사현장에서 아스콘 투하작업을 수행하는 원고를 위하여 보호의무를 부담함을 용인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신의칙상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4)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의무 또는 신의칙상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사용자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1) 원고는 피고의 직원인 G이 작업지휘자로서 원고의 아스콘 투하작업을 지휘하지 않음에 따라 피고가 이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진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아스콘의 안전한 투하를 위한 덤프트럭의 조작은 그 운전자인 원고가 자신의 책임 하에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고, 실질적인 고용관계에 있지 아니한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지 않는바, 피고의 직원 G이 원고의 아스콘 투하작업을 지휘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2) 한편, 원고는 피고 소속 인부가 원고에 대하여 잘못된 수신호를 내려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 소속 근로자의 아스콘 투하작업 유도행위가 불법행위의 일반적 성립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가 부담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소속 근로자가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원고에게 잘못된 내용과 방법으로 아스콘의 투하를 유도한 사실 및 그와 같은 잘못된 유도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피고 소속의 어떤 근로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과 방법으로 아스콘의 투하를 유도하였는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원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3) 따라서 사용자책임에 기한 원고의 청구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봉수
판사강희구
판사양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