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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 2011. 8. 12. 선고 2010고단3391 판결
[낙태교사][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김용자

변 호 인

법무법인 지평지성 담당 변호사 김성수

주문

피고인을 벌금 2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2009. 3.경부터 공소외 1(대법원판결의 공소외인)과 사귀어 오던 중, 2010. 5. 21.경 공소외 1이 피고인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0. 5. 29.경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W호텔’ 객실에서 위 공소외 1에게 “아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봐라, 결혼한 후에 아이는 다시 천천히 가지자”라고 말하고, 이에 위 공소외 1이 “무슨 소리냐!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라!”라고 화를 내며 거부하자, 다음 날인 2010. 5. 30.경 서울 강남구 언주로 712에 있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주차장에서 다시 위 공소외 1에게 “나는 전문의 과정을 더 밟아야 되고 아빠가 될 준비가 안되어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순리다.”라고 말하고, 2010. 6. 2.경 서울 광화문에 있는 ‘달개비’ 한정식 식당에서 아이를 낳겠다며 낙태를 거부하는 위 공소외 1에게 “아이를 지우는 것이 좋겠다, 임신 주수가 얼마 되지 않는 태아의 경우에는 수술이 아니라 기구를 이용해서 흡입을 하기 때문에 산모의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라고 재차 말하여, 위 공소외 1에게 낙태할 것을 마음먹게 하고, 위 공소외 1로 하여금 2010. 6. 8. 18:00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임신일수가 6주인 태아에 대한 낙태시술을 받게 함으로써 낙태를 교사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1의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검찰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공소외 1의 진술기재 부분 포함)

1. 공소외 1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1. 각 진단서, 각 녹취록, 각 의무기록 사본, 강남세브란스병원 사실조회 회보서의 각 기재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1. 노역장유치

1. 가납명령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태아에 관하여 말한 것은 낙태를 교사한 것이 아니라 태아에 관한 피고인의 의견을 제시하거나 권유를 한 것에 불과하고, 공소외 1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낙태시술을 받은 것은 자발적인 의지에 의한 것이거나, 당시 태아가 이미 계류유산 상태에 있어 불가피하게 낙태시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이 사건 낙태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31조 제1항 의 교사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형법 제31조 제1항 은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여기에서 말하는 “타인을 교사하여”라 함은 타인에게 특정의 범죄를 실행할 결의를 가지게 하는 것을 말하고, 그 교사행위는 타인에게 특정의 범죄를 실행할 결의를 생기게 하는데 적합한 행위라면 그 수단,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명령, 지시, 위협, 기망, 감언, 유혹, 종용, 애원, 이익의 제공 등 그 수단을 묻지 않는다. 살피건대, 위 각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위와 같이 낙태에 관하여 말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정범인 공소외 1에게 형법 제269조 제1항 의 낙태죄를 실행하게 할 결의를 생기게 하는 행위로 형법 제31조 제1항 의 교사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공소외 1이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낙태시술을 받을 당시에 이미 태아가 계류유산 상태에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위 각 증거에 의하면, ① 공소외 1은 2010. 6. 3. 서울 강남구 언주로 712에 있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았는데, 당시 융모막하 혈종, 하복통, 질출혈이 있는 상태로 ‘절박유산’의 상태에 있었으나, 태아의 심박동수는 분당 약 133회로 정상기준의 범위 내에 있었던 사실, ② 의학적으로 절박유산의 상태에서는 자연유산이 될 개연성도, 정상적인 임신상태로 유지될 개연성도 있는데, 그 확률에 관하여 일률적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사실, ③ 공소외 1은 2010. 6. 8. 10:00경에 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정기진료를 받았는데, 당시 질출혈은 없었고, 융모막하 혈종은 조금 커진 상태이며, 태아의 심박동수는 분당 약 122회로 정상기준의 범위 내에 있었던 사실, ④ 공소외 1은 2010. 6. 8. 10:00경 위와 같이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약 2시간 후인 2010. 6. 8. 12:10경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은 후 낙태시술을 받았는데, 당시 ○○산부인과 진료기록부에는 질출혈이 있고, 융모막하 혈종이 있으며, 임신낭(G-SAG)이 일그러져 있으며, 태아의 심박동수는 분당 약 10회 미만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추가하여 위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 즉, ①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사실조회 회보서에 의하면, 공소외 1이 2010. 6. 8. 10:00경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하여 위와 같이 진료를 받았는데, 당시 여러 가지 증상을 고려하면 유산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우나 정상적인 임신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공소외 1도 임신이 정상적으로 지속된다고 알고 있었던 상황에서, 위와 같이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약 2시간 후 낙태시술을 받기 위한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위 ○○산부인과에 내원하였을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는 점, ② ○○산부인과 진료기록부에 태아의 심박동수가 분당 약 10회 미만으로 태아가 사산할 가능성이 약 99% 있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위와 같이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약 2시간 전에 진료할 당시 심박동수가 분당 약 122회였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약 2시간의 짧은 시간 내에 태아의 심박동수가 분당 약 10회 미만으로 급격하게 낮아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 ③ ○○산부인과에서 당시 공소외 1의 태아를 찍었다는 초음파사진의 경우 분당 심박동수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초음파사진이 당시 공소외 1의 태아를 찍은 초음파사진인지 동일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점, ④ 공소외 1도 위 ○○산부인과에 내원하여 사실대로 말하면 낙태시술을 하지 않을 것을 우려하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받은 진료결과 태아의 상태가 좋지 않고 임신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고 사실과 다르게 말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공소외 1이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낙태시술을 받을 당시에 이미 태아가 계류유산 상태에 있었거나, 사산할 가능성이 99%였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공소외 1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낙태시술을 받은 것이 피고인의 교사행위가 아닌 자발적인 의지에 의한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위 각 증거에 의하면, 공소외 1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교사행위 이외에 피고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결혼취소를 통보받아 피고인과 결혼을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판단하여 그러한 판단 등이 고려되어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낙태시술을 받았을 개연성도 없다고 할 수 없으나, 교사범의 교사가 정범이 죄를 범한 유일한 조건일 필요는 없으므로, 교사행위에 의하여 정범이 실행을 결의하게 된 이상 비록 정범에게 다른 원인이 있어 그 다른 원인과 함께 교사행위가 원인이 되어 정범이 범죄를 실행한 경우에도 교사범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 할 것인바( 대법원 1991. 5. 14. 선고 91도542 판결 참조), 설령 피고인과 결혼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소외 1의 판단 등 다른 원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위와 같은 교사행위에 의하여 공소외 1이 낙태죄의 실행을 결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판사 원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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