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다272735 손해배상(기)
원고피상고인겸상고
인
A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B
소송대리인 공증인가 광화문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박종대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8. 9. 6. 선고 2017나72843 판결
판결선고
2019. 2. 28.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2. 8. 31. 소외 C 주식회사(대표이사 D, 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와 사이에 평택시 E 소재 건물 수선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선금 8,000만 원을 소외 회사에게 지급하였고, 그 후 추가로 옹벽공사 도급계약과 일부 지붕철제골조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소외 회사는 이 사건 공사를 시행하면서 일부 지붕철제공사를 진행하고 일부 건물을 철거하였는데, 평택시장은 2012. 10.경 위 공사가 건축법위반 행위라는 이유로 공사 중단 및 이미 설치된 철구조물 철거명령을 내렸고, 소외 회사는 그 무렵 이 사건 공사를 중단하였다.
다. 원고는 2012. 10. 15.경 소외 회사 및 D에게 이 사건 공사계약의 해제를 통보한 후 2013. 5. 3. 소외 회사와 D을 상대로 건물원상복구 등 청구의 소(이하 '관련 민사사 건'이라고 한다)를 제기하였고, 서울고등법원(2013나27949)은 2014. 9. 5. '소외 회사는 원고에게 14,244,5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2014. 12. 30. 확정되었다. 위 판결은 이 사건 공사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전제한 후 그 원상회복으로 소외 회사가 원고로부터 받은 선금 등에서 그동안 지출한 비용 등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원고에게 반환하라는 내용이다.
라. 한편, 피고는 2012. 9. 8. 소외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공사 중 트러스 제작설치 등 철골공사(이하 '이 사건 하도급공사'라고 한다)를 2,500만 원에 하도급받는다는 공사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마. 피고는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하도급공사계약과 관련하여 2012. 9. 8. 공사대금(계약금) 500만 원, 2012. 9. 28. 공사대금 2,000만 원을 각 지급받았다는 각 영수증(이하 '이 사건 500만 원 영수증', '이 사건 2,000만 원 영수증'이라고 한다)을 작성해 주었다. 또한 피고는 2014, 3, 27. "피고는 2012. 9. 8.경 소외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트러스 등 설치공사를 완료하였다. 피고는 위 공사 후 소외 회사로부터 25,000,000원을 수령한 사실이 있다."라는 내용의 사실확인서(이하 '이 사건 사실확인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여 D에게 교부하였다.
바. D은 이 사건 500만 원, 2000만 원 영수증과 이 사건 사실확인서를 관련 민사사건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하였다. 관련 민사사건에서 2,500만 원은 이 사건 하도급공사에 지출한 비용으로 인정되어 소외 회사가 원고에게 원상회복으로 지급할 돈에서 공제되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피고가 이 사건 2,000만 원 영수증이 관련 민사사건의 증거로 제출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적어도 예견가능하였음에도 그 영수증의 내용을 허위로 작성하여 D에게 교부하였다고 인정하였다. 원심은, 이로써 피고가 D과 공모하여 원고의 권리를 해할 의사로 허위 증거를 작성하고 제출하여 법원을 기망하는 부정한 방법으로 실제와 다른 내용의 관련 민사사건 확정판결을 취득하거나 D의 관련 민사사건 확정판결 취득을 방조함으로써 원고가 D을 상대로 채권 만족을 얻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후 그 책임을 50%로 제한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민사소송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그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 혹은 부존재를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는 기판력이 발생하여 당사자의 법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고, 위 확정판결의 효력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재심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재심의 소에 의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확정판결의 취득 또는 그에 기한 집행을 불법행위라고 하기 위해서는, 소송당사자가 상대방의 권리를 해할 의사로 상대방의 소송관여를 방해하거나 허위의 주장으로 법원을 기망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실제의 권리관계와 다른 내용의 확정판결을 취득하고, 그로 인하여 상대방의 절차적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함으로써 확정판결의 효력을 존중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반하여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82046, 82053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사실관계를 판례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이 사건 2,000만 원영수증 작성 및 교부행위가 관련 민사사건의 확정판결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불법행위로 인정되려면, ① 피고가 허위 내용의 이 사건 2,000만 원 영수증을 작성, 교부하였기 때문에 관련 민사사건에서 실제의 권리관계와 다른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어야 하고, ② 피고가 이 사건 2,000만 원 영수증을 작성, 교부한 것이 관련 민사사건에서 원고의 절차적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여 그 확정판결의 효력을 존중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반하여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정도에 해당하여야 한다.다. 그런데 원심 기록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보면 피고의 이 사건 2,000만 원 영수증 작성, 교부행위가 그와 같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먼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원심이 든 사정만으로는 관련 민사사건에서 이 사건 2,000만 원 영수증으로 인하여 실제 권리관계와 다른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피고는 소외 회사와 이 사건 하도급공사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실제로 철골공사 등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원심도 피고가 이 사건 하도급공사 계약금을 수령하였다는 내용의 이 사건 500만 원 영수증은 허위로 작성되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이 이 사건 2,000만 원 영수증의 내용이 허위라는 판단근거로 제시한 사정들은 대부분 원고가 관련 민사사건에서 이미 주장하였거나 그 소송과정에서 현출된 내용들이고 관련 민사사건 판결 확정 후 새롭게 밝혀진 사정들이 아니다. 원심에서 인
정된 새로운 주요사실은 관련 민사사건 진행 중 원고가 D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형사 사건에서 D이 '피고에게 실제 지급한 돈은 500만 원 뿐이고, 2,000만 원은 피고에게 개인적으로 받을 채권이 있어서 상계하였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는 점인데, 상계의 효력 유무와 무관하게 소외 회사 대표이사인 D과 피고 사이에서는 위와 같은 정합의가 존재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위 진술에 의하여 바로 피고가 이 사건 하도급공사비용을 전혀 지출한 바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 달리 원심에서 D에 대한 증인신문 등 피고가 이 사건 하도급공사비용을 실제 지출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추가 증거조사가 이루어진 바 없다.
(라) 원고는 관련 민사사건 소송수행과 관련하여 D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형사사건에서 D과의 대질신문 후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고, 결국 위 사건에서 D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 또한, 설령 이 사건 2,000만 원 영수증의 기재 내용이 허위이고 피고가 이 사건 하도급공사와 관련하여 2,000만 원의 공사비용을 실제로 지출한 바 없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관련 민사사건에서 피고가 작성한 이 사건 2,000만 원 영수증을 제출한 것이 원고의 절차적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가) 이 사건 2,000만 원 영수증이 작성권한 없는 자에 의하여 위조 또는 변조된 것은 아니다. 관련 민사사건에서 원고는 이미 이 사건 2,000만 원 영수증 기재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그 증명력을 다투었다.
(나) 소외 회사는 이 사건 2,000만 원 영수증 외에도 피고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실제 공사를 진행하였다는 증거자료로 공사하도급계약서, 작업일보, 건설폐기물인수증, 사진 등을 제출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2,000만 원 영수증의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주장 외에 D 또는 피고에 대한 증인신청, 이 사건 하도급공사 부분에 대한 공사대금 감정신청 등 이 사건 하도급공사비용을 다투기 위한 증거신청을 한 바 없다.
(라) 관련 민사사건 판결문에 의하면 법원은 소외 회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D 또는 피고가 이 사건 공사에 지출한 비용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고 원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반환받을 금액을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
라.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관련 민사사건에서 이 사건 하도급공 사비용으로 인정된 2,000만 원을 반환받지 못한 것이 원고의 절차적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게 되어 그 확정판결의 효력을 존중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반하여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피고의 이 사건 2,000만 원 영수증 작성, 교부행위를 불법행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확정판결의 편취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고, 반면에 불법행위로 인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됨을 전제로 그 책임 제한의 잘못을 다투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상환
대법관박상옥
주심대법관안철상
대법관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