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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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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2011. 9. 29. 선고 2010노2749 판결
[상해·공무집행방해][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배상윤

변 호 인

변호사 유준도(국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회식을 마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걸어서 귀가하던 중 우연히 반대편에서 오는 승용차 쪽을 바라보았다가 창문 밖을 주시하는 운전자(경사 공소외 2)와 눈이 마주친 후 불길한 예감이 들어 뒤돌아보니 피고인의 뒤를 바짝 뒤따르는 정체불명의 사람(경장 공소외 1(대법원판결의 공소외인))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퍽치기(노상강도를 의미한다)’를 당할까봐 무서워 즉시 뛰기 시작하였는데, 공소외 1, 2는 피고인을 뒤따라 뛰거나 승용차를 운전하여 피고인의 진로를 가로막았고 피고인은 정차되어 있던 차 뒤쪽으로 피하려는 순간 미끄러져 넘어졌으며, 공소외 1, 2는 피고인에게 경찰공무원증을 제시하지 않은 채 피고인을 폭행하면서 승용차에 강제로 태우려고 하기에 피고인은 그들을 범죄자로 오인하여 저항하는 과정에서 공소외 1, 2에게 상해를 가하게 된 것으로서,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바, 원심은 위와 같이 공소외 2, 1이 피고인에게 경찰공무원증을 제시한 사실이 없음에도 그들이 경찰공무원증을 제시하였다고 인정한 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9. 7. 17. 02:20경 대전 서구 월평동에 있는 누리네거리 앞길에서, 위 월평동 및 갈마동 일대의 부녀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도강간 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서 탐문 및 잠복근무를 하던 대전둔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경장인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불심검문을 받게 되었다.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1이 경찰공무원증을 제시하고 경찰관 신분임을 고지한 뒤에 검문을 하려고 하자 “씨발놈아 쫓아오지 마, 쫓아오면 죽여 버린다.”라는 취지로 욕을 하면서 약 200m를 뛰어 도망가다가 갑천중학교 정문 부근에서 빗길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이어서 피고인은 자신을 추격해 온 피해자 공소외 1 및 그와 같은 형사과 소속의 경사인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재차 경찰공무원증을 제시받으면서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왜 도망을 가냐”라는 질문을 받자, 갑자기 주먹으로 피해자 공소외 1의 왼쪽 턱 부위를 한대 때리고, 발로 그의 허벅지를 수회 걷어차고, 계속하여 이를 말리던 피해자 공소외 2의 왼쪽 머리부위를 주먹으로 1회 때리고, 발로 그의 왼쪽 종아리 부위를 1회 걷어찼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경찰관들의 불심검문 등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함과 동시에 피해자 공소외 1에게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부 좌상 등을, 피해자 공소외 2에게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부 염좌상 등을 가하였다.

3. 판단

가.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불심검문의 대상이 된다고 볼 것이고, 나아가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적법한 방법으로 불심검문을 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2009. 7. 15. 02:50경부터 03:50경까지 사이에 누구인가 대전 서구 (이하 생략) 후문에서 귀가중인 여성을 따라가 커터칼로 위협하고 30m 가량 끌고 가 강간을 시도하였으나 여성이 반항하자 현금을 강취한 사건과 다음날인 같은 달 16. 03:10경 누구인가 대전 서구 갈마동 소재 갈마공원 벤치에서 산책을 하다가 앉아 있는 또 다른 여성의 목에 흉기를 대고 끌고가려고 하다가 여성이 반항하여 손에 찰과상을 입히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하였던 사실, ② 대전둔산경찰서는 2009. 7. 17. 01:00경부터 04:00경까지 월평동, 갈마동 일대에 강도강간미수 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관들로 하여금 탐문 및 잠복근무를 하도록 한 사실, ③ 대전둔산경찰서 소속 경장 공소외 1, 경사 공소외 2는 사복 차림으로 대전 서구 월평동 소재 누리네거리 앞길에서 승용차에 타고 잠복근무를 하던 중 같은 날 02:20경 대전 서구 월평동 소재 누리네거리 앞길에서 혼자 걸어가는 피고인을 발견하고 공소외 1은 승용차에서 내려 피고인에게 다가간 사실, ④ 피고인은 공소외 1이 경찰공무원증을 제시하면서 다가갔음에도 곧바로 공소외 1과 반대방향으로 도망하여 공소외 1은 뛰어서, 공소외 2는 승용차를 타고 피고인을 쫓아간 사실, ⑤ 피고인은 150~200m 가량 도망가다가 공소외 2가 승용차로 앞을 가로막자 굴러 넘어졌고 이에 공소외 1은 피고인이 일어나 도망하려는 것을 제지하려고 하였는데 피고인은 공소외 1 및 승용차에서 내린 공소외 2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여 공소외 1에게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부 좌상 등을, 공소외 2에게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부 염좌상 등의 상해를 입게 한 사실, ⑥ 공소외 1, 2는 위와 같이 피고인이 그들에게 상해를 가한 후에 피고인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

2) 공무집행방해의 점에 대한 판단

형법 제136조 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다(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14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에서 경찰관들의 피고인에 대한 불심검문이 적법한 것이었는지가 문제된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는 경찰관은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를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고( 제1항 ), 이때 경찰관은 당해인에게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그 목적과 이유를 설명하여야 하며( 제4항 ), 당해인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신체를 구속당하지 아니하며, 그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제7항 )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르면 불심검문의 대상은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다. 이때 수상한 거동이란 자연스럽지 못한 동작, 태도, 언어, 모습, 소지품 등으로 보아 평상적 활동에서 벗어난 어떠한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상태를 말하고, 기타 주위의 사정이란 주간인가 야간인가에 따른 시간적 상황, 위험한 물건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른 물적 상황, 주변 사람들의 태도와 같은 인적 상황 등 대상자의 직접적인 수상한 거동 이외에 주변상황을 말한다. 이러한 제반 사정으로 미루어보아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불심검문을 할 수 있는데, 이때 상당성은 일반인이 경찰관의 입장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정도의 객관성을 요하되, 형사소송법상의 체포 또는 구속에서 요구하는 상당성보다는 약한 정도의 합리적인 가능성을 의미한다.

또한 경찰관은 위 규정에 따라 검문대상자를 정지시켜 질문을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정지라 함은 보행자일 경우는 불러 세우고,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에 타고 있는 자일 경우에는 정차를 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불심검문 제도의 취지상, 정지 여부를 명백하게 결정하지 못한 자에 대하여 경찰관이 일정한 거리를 따라가면서 말로써 직무질문에 협조하여 줄 것을 설득하는 것은 그 신체이동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정지의 목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상대방의 임의에 맡겨져 있는 이상, 경찰관이 질문을 거부할 의사를 밝힌 상대방에 대하여 수갑을 채우거나, 신체를 잡거나,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 등이 진행할 수 없도록 강제력을 사용하여 막거나, 소지품을 돌려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상대방이 그 장소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먼저 앞에서 본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전날 갈마공원에서 발생한 사건의 용의자 인상착의는 ‘20~30대 남자, 신장 170cm 가량, 뚱뚱한 체격, 긴 머리, 둥근 얼굴, 상의 흰색 티셔츠, 하의 검정색 바지, 검정색 신발 착용’이었고, 공소외 2는 당시 탐문 및 잠복근무를 나가기 전 고지받은 월평동, 갈마동 일대의 강도강간미수 사건의 용의자 인상착의를 ‘키 175cm 가량, 마른 체형, 안경 착용’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던 반면 피고인은 키 179cm, 몸무게 81kg으로 건장한 체형이고 안경을 착용하며 이 사건 당시 하얀 나이키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 용의자의 인상착의와는 다소 일치하지 않았던 점, ② 공소외 1은 월평동, 갈마동 일대의 강도강간미수 사건의 용의자 인상착의를 ‘30대 초중반, 신장 178~180cm, 건장한 체격, 나이키 신발 착용’이라고 기억하고 있지만 갈마공원에서 발생한 사건의 용의자 족적은 2009. 7. 16. 경찰청에 감정의뢰한 상태였기 때문에 다음날인 이 사건 당일 새벽경에는 피고인이 신고 있었던 나이키 운동화의 밑바닥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고 피고인이 체포된 후에야 피고인이 신고 있던 나이키 신발의 밑바닥과 비교하여 위 용의자 족적이 나이키 신발로 밝혀진 점에 비추어 공소외 1이 기억하는 용의자 인상착의는 이 사건 발생에 따라 왜곡된 기억으로 보여 피고인의 인상착의와 비슷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수상한 행적을 한 사실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당시 공소외 1, 2가 피고인이 위 강도강간미수 사건의 용의자일 수 있다는 합리적인 가능성을 제기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불심검문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가사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불심검문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앞에서 본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당일로부터 하루 또는 이틀 전에 일어난 각 강도강간미수 사건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태였고, 늦은 시간에 길을 걸어가다 사복 차림의 공소외 1, 2로부터 불심검문을 받게 되자 경찰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도망가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 사건이 발생한 시간, 불심검문에 이르게 된 경위, 경찰관들이 사복 차림으로 어두운 곳에서 경찰공무원증을 제시하게 된 불심검문의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에 일응 수긍이 가는 면이 있는 점, ② 피고인은 공소외 1의 경찰공무원증 제시에도 불구하고 150~200m 가량 도망감으로써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분명히 하였음에도 공소외 1, 2는 도망가는 피고인을 추격하거나 피고인의 앞을 승용차로 가로막는 등의 행위를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외 1, 2가 피고인의 앞을 승용차로 가로막으면서까지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한 행위는 언어적 설득을 넘어선 유형력의 행사로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의 방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방법으로 행해진 공소외 2, 1의 불심검문을 적법한 경찰관의 직무집행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이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폭행을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할 것이어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3) 상해의 점에 관한 판단

불법한 긴급체포나 현행범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검사나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경우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이다(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148 판결 ,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2732 판결 등 참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공소외 1, 2에게 각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 제3. 나. 2)항에서 본 바와 같이 위와 같은 상해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을 벗어나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방법적 한계를 일탈한 불심검문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고,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와 같이 위법한 불심검문으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저항하는 과정에서 공소외 1, 2에게 위와 같이 상해를 입힌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정당방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항 기재와 같으나, 이는 위 제3의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거나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및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안기환(재판장) 손정연 홍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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