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갑이 오토바이를 소유·운전하면서도 ‘비소유 및 비탑승’으로 고지하여 을 보험회사와 상해사망 시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자신의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상해사고로 사망하자, 을 회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 사안에서, 위 보험계약 체결 당시 갑은 자신의 오토바이를 피보험차량으로 하여 을 회사의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있었으므로 고지의무 위반 사실에 대한 을 회사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보험계약 해지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형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① 망 백종흠(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이 2006. 8. 2.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여 피고의 보험상품인 이 사건 보험에 가입하였는데, 주요보상항목은 피보험자가 상해사고로 사망 시 3,0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인 사실, ② 망인은 2007. 7. 6. 20:35경 무등록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하여 같은 날 사망한 사실, ③ 이 사건 보험의 약관에는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대리인은 청약 시 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실을 반드시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제24조), ‘회사는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대리인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제24조(계약전 알릴 의무)를 위반하고 그 의무가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손해의 발생 여부에 관계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제26조 제1항), ‘다만 회사가 계약 당시에 그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하였을 때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제26조 제2항 제1호)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④ 한편 피고는 위 약관에 기초하여 망인에게 ‘계약전 알릴 의무’에 관한 서면의 작성을 요구하였는데, 그 서면에 ‘일상적으로 운전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항목에 ‘오토바이 소유 및 탑승 여부’에 관한 질문사항이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계약전 알릴 의무’에 관한 서면에는 ‘오토바이 소유 여부 및 탑승 여부’에 관하여 망인이 ‘비소유 및 비탑승’으로 고지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⑤ 망인은 이 사건 보험 가입 당시에 그 명의로 등록한 오토바이( 오토바이 번호 1 생략)를 소유하고 있다가 2007. 4. 20. 처분하고 2007. 6.경 새로이 무등록 오토바이를 구입하였는데, 위 무등록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한 사실, ⑥ 망인이 2005. 4. 15. (오토바이 번호 2 생략) 오토바이를 피보험차량으로 하여 피고의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였고, 2005. 8. 23. 위 오토바이에 관한 사용폐지 신고를 하고 차대번호 (차대번호 생략)인 오토바이를 매수한 후 피고로부터 위 오토바이를 피보험차량으로 하여 위 자동차보험에 대한 배서승인을 받았으며, 위 보험기간이 만료하자 2006. 4. 15. (오토바이 번호 1 생략) 오토바이를 피보험차량으로 하여 피고의 자동차보험에 다시 가입하여 이 사건 보험 가입 당시까지 위 오토바이에 관한 자동차보험이 유지되고 있었던 사실, ⑦ 망인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후인 2007. 4. 1. 삼포주유소에서 휘발유 구입대금으로 9,400원을 지불하는 등 그 전후로 여러 차례에 걸쳐서 휘발유 구입대금으로 20,000원 이하의 소액을 지불한 사실, ⑧ 피고가 2007. 9. 13. 망인의 위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보험금 청구에 대한 안내’를 발송하여 위 서면이 그때쯤 원고들에게 도달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나. 원심은 위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여, 망인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일상적으로 운전해 왔다고 봄이 상당한데, 망인이 오토바이를 소유 및 탑승하지 않는다고 고지하였으므로 이는 사실과 다른 고지를 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오토바이를 일상적으로 운전하는 사람의 경우에 통상적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에 비하여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성이 크고 사고로 인한 피해 정도도 심하다고 인식되고 있어 피보험자의 오토바이 소유 및 탑승 여부는 보험자의 입장에서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를 결정하고 보험가입금액 한도 제한, 보험료 할인할증 등 보험계약의 내용을 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망인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불실고지하거나 고지하지 아니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하였고, 이 사건 보험계약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피고의 해지 의사표시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망인이 2005. 4. 15. (오토바이 번호 2 생략) 오토바이를 피보험차량으로 하여 피고의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였고 2006. 4. 15. 재계약을 하여 이 사건 보험 가입 당시까지 위 자동차보험이 유지되고 있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거나 이를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망인이 오토바이를 피보험차량으로 하여 피고의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망인의 오토바이 소유 여부를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가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사실을 알지 못한 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기록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일상적으로 운전해 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없다.
나. 그러나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사실에 대한 피고의 악의 내지 중대한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망인이 2006. 4. 15. (오토바이 번호 1 생략) 오토바이를 피보험차량으로 하여 피고의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여 이 사건 보험 가입 당시까지 위 오토바이에 관한 자동차보험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망인이 위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내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의 전산망에 입력되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보험자인 피고로서는 이 사건 보험의 인수 여부를 결정하고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신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망인의 인적사항을 이용하여 피고의 전산망에서 망인의 자사(자사) 보험가입현황을 조회함으로써 망인의 위 자동차보험 가입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 결과 망인의 오토바이 소유 및 탑승 여부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사실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망인이 오토바이 소유 및 탑승 여부에 관하여 전산망의 조회를 통하여 불실고지 사실을 알았거나, 만일 조회를 하지 아니하여 몰랐다면 이는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이와 달리 망인의 고지의무 위반사실에 대한 피고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를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