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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다63169 판결
[현상광고보수][공2002.3.15.(150),556]
판시사항

건축설계 우수현상광고에서 당선자가 보수로서 받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란 당선자가 광고자에게 우수작으로 판정된 계획설계에 기초하여 기본 및 실시설계계약의 체결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건축설계 우수현상광고에서 당선자가 보수로서 받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란 당선자가 광고자에게 우수작으로 판정된 계획설계에 기초하여 기본 및 실시설계계약의 체결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이므로, 광고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할 의무를 지게 되어 당선자 이외의 제3자와 설계계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됨은 물론이고, 당사자 모두 계약의 체결을 위하여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며, 만약 광고자가 일반 거래실정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여지는 사항을 계약내용으로 주장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공사를 추진할 수 없는 등으로 인하여 계약이 체결되지 못하였다면 당선자는 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석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의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이하 '피고 재단'이라 한다) 산하의 ○○교회는 1993. 6. 6. 교육관 신축 및 본당 기능 재계획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에 관한 설계를 공모하면서 최우수작으로 판정된 자에게 공사에 관한 '기본 및 실시설계권'을 부여하기로 한 사실, 원고는 1993. 7. 30. 위 공모에 응모하여 1993. 8. 10. 최우수작으로 판정된 사실, 그 후 원고는 ○○교회의 일부 설계변경요구를 받아들여 새로운 설계도면을 작성한 다음, 1993. 8. 28. 평당 건축비를 250만 원으로 예상하여 산출한 설계 및 감리 비용에 관한 견적서를 ○○교회에 제출한 사실, ○○교회로부터 위 설계도면 및 견적서 등을 제출받은 교구청 건축심의위원회는 1994. 9. 8. 일부 설계변경을 하고 평당 건축비가 150만 원에서 2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하라는 의견을 붙여 심의를 통과시켰고, 원고는 위 설계변경 요구를 반영하여 설계도의 일부를 변경한 사실, 그 후 원고와 ○○교회 사이에 설계대금에 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설계계약이 체결되지 못하고 있던 중, ○○교회는 1993. 11. 11. 원고에게 "평당 건축비 180만 원을 기준으로 할 때 건축사 업무 및 보수기준에 따른 설계 및 감리비가 6,000만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건축주의 선택사양으로 2,000만 원을 추가하여 합계 8,000만 원을 지급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고, 이에 원고는 1993. 11. 15. ○○교회에게 "평당 건축비 200만 원을 기준으로 할 때 설계비는 5,926만 원, 감리비는 1,975만 원, 본당도면 작성비용 1,267만 원 등 합계 9,168만 원이 그 대금으로 정하여져야 한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낸 사실, ○○교회는 1993. 11. 17. 원고에게 같은 달 20일까지 교회의 안을 수용하지 아니하면, 원고가 이 사건 공사에 관한 설계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을 통보하기에 이르렀고, 원고는 위 기간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아니한 사실, 그 후 이 사건 공사계획은 주임사제의 인사이동과 건축자금의 염출이 용이하지 아니하여 현재 유보된 상태에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이 사건 우수현상광고에 응모하여 최우수작으로 판정되고 그 보수로서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기본 및 실시설계권을 부여받음으로써 공사에 관한 설계계약이 체결된 것이고 원고는 그 설계계약에 따라 이 사건 공사의 계획설계와 기본설계를 실시하였으므로 피고 재단은 그 계획설계비 및 기본설계비의 일부인 57,54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가 위 우수현상광고의 보수로서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기본 및 실시설계권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은 인정되나, 그러한 사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재단이 이 사건 공사에 관한 설계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그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원심은, 이 사건 우수현상광고의 보수로서 받은 설계권은 최우수작으로 판정된 응모자가 현상광고자에 대하여 당초 현상광고시 그 응모자가 예정하고 있던 보수 내지는 건축설계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지급하는 정도의 보수를 지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그간 피고에게 제공한 계획 및 기본 설계용역 대금 57,540,000원의 지급을 구할 권리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우수현상광고자가 우수현상광고계약 자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 또는 우수현상광고에서 보수청구권의 실현을 위한 별도의 계약체결을 예정하고 있고 그 계약체결을 못하게 된 귀책사유가 우수현상광고자에게 있을 때 위와 같은 보수지급청구권이 인정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 재단이 원고를 위 현상광고의 최우수자로 판정하고 그 보수로서 이 사건 공사에 대한 설계권을 부여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 재단이 이 사건 우수현상광고계약 자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한 원고의 보수청구권에 관한 위 주장은 이유 없고, 나아가 이 사건 현상광고는 최우수작 판정자의 보수청구권 실현을 위한 별도의 계약체결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인데, 당사자 사이에 설계대금을 협의하여 정하는 과정에서 피고가 건축비를 평당 180만 원으로 책정하고 건설부가 공고한 건축사 업무 및 보수기준에 따라 설계 및 감리비를 산정하여 원고에게 제시한 사실이 인정될 뿐, 그 금액이 부당하게 저렴하다거나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반한다는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당사자 사이에 체결이 예정되어 있던 설계계약의 결렬 책임을 피고에게 돌리기 어렵고, 달리 피고의 귀책사유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보수청구권에 관한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우수현상광고에서 당선자가 보수로서 받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란 당선자가 광고자에게 우수작으로 판정된 계획설계에 기초하여 기본 및 실시설계계약의 체결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이므로, 광고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할 의무를 지게 되어 당선자 이외의 제3자와 설계계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됨은 물론이고, 당사자 모두 계약의 체결을 위하여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며, 만약 광고자가 일반 거래실정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여지는 사항을 계약내용으로 주장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공사를 추진할 수 없는 등으로 인하여 계약이 체결되지 못하였다면 당선자는 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그가 응모한 설계가 ○○교회로부터 최우수판정을 받은 후 ○○교회의 요청에 따라 일부 설계변경에 따른 설계도면을 작성하는 등 구체적인 설계에 나아간 사실, ○○교회는 설계대금에 대한 교섭과정에서 원고와의 그 금액 차이가 1,100여만 원에 불과함에도 합의의 도출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아니한 채 교섭 2달만에 교회의 안을 수용할 것을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그 교섭을 포기한 사실, 그러는 사이에 ○○교회의 주임사제 인사이동과 건축자금의 염출이 용이하지 않게 된 사정 등으로 이 사건 공사계획 자체가 현재까지 수년간 유보되기에 이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원고와 피고 재단 사이에 설계계약이 체결되지 못한 것은 피고가 광고자로서 계약체결을 위한 성실한 노력을 별다른 이유 없이 중단하였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공사를 제대로 수행할 자력이 없었던 점에 기인한 것임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당사자 사이에 체결이 예정되어 있던 설계계약의 결렬 책임을 피고에게 돌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으니, 거기에는 우수현상광고에서 당선자가 보수로서 받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에 기초한 광고자의 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유지담 강신욱(주심) 손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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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9.9.28.선고 98나31020
-서울고등법원 2002.9.6.선고 2002나10525
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