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창고책임자가 보관증 무단인출행위를 목격하고도 이를 묵인한 행위가 그 사용자인 조합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
판결요지
수산업협동조합의 냉장창고의 책임자(창고장)인 갑이 위 조합의 지정중매인인 을이 위 조합명의의 백지보관증을 임의로 인출하는 것을 목격하고서도 이를 묵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보관증 유출사실을 창고입출고담당직원이나 조합의 상급자에게 보고조차 아니하였다면 보관증 발행이 갑의 사무범위에 속하는 이상 백지보관증에 날인을 하여 가지고 나감으로써 허위내용의 보관증이 발행되리라고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보관증발행 담당자가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묵인한 것은 허위내용의 보관증발행과 동일시 할 수 있는 작위의무 있는 자의 부작위라 할 것이고 그 부작위는 적어도 위 조합의 사무집행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효성물산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동양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최광률, 황병일
피고, 상고인
기선권현망수산업협동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순철, 이일규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순철의 상고이유 1 및 변호사 이일규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1 이 피고의 냉장창고 1층 사무실에 들어가 피고의 위 창고입출고 담당직원인 남 택원의 책상위에 있던 인쇄된 보관증 6매에 남 택원의 인장을 찍어 이를 가지고 나와 김 병수에게 교부하였는데 위 창고의 책임자이던 이지우가 소외 1 의 위와 같은 보관증 인출행위를 목격하고서도 소외 1 이 서울에서 돈받을 것이 있는데 잠시 보여주고 돈을 받게 되면 돌려 주겠다. 조합직인이 찍힌 것도 아니니 별일없을 것이다라는 말만 믿고 이를 묵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보관증 유출사실을 남 택원이나 피고조합의 상급자에게 보고조차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의 창고책임자로서 그 보관물품의 입출고사무를 담당하던 창고장인 이 지우로서는 위 보관증이 비록 입출고 담당자의 인장만 찍힌 백지보관증이라 하더라도 허위로 그 내용이 보충기재되고 정을 모르는 제3자에게 행사될 경우 그 제3자는 마치 피고가 실제로 그 보관증에 기재된 물품을 정당한 절차를 밟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소외 1 이 함부로 남 택원의 인장을 찍은 피고의 보관증을 가져가는 것을 보았으면 즉석에서 이를 회수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하고 장기간 회수하지 아니한 채 방치한 과실이 있고 피고는 그의 사용자로서 창고장의 사무집행에 관련한 과실로 말미암아 원고가 위 보관증을 진정한 것으로 오신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창고장의 사무범위에 대하여 창고의 보관물품에 대한 입출고사무라고 인정하였으나 여기에는 단순히 보관물품의 입출고행위만을 인정하고 그에 부수하는 보관증 발행을 그 사무범위에서 배제한 것으로 인정한 취지는 아니며 보관증 발행이 창고장의 사무범위에 속하는 이상 백지보관증에 날인을 하여 가지고 나감으로써 허위내용의 보관증이 발행되리라고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보관증발행 담당자가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묵인한 것은 허위내용의 보관증발행과 동일시 할 수 있는 작위의무있는 자의 부작위라 할 것이고 그 부작위는 적어도 피고의 사무집행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원심이 창고장 이 지우의 판시 부작위를 그의 사무집행행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소론과 같이 피용자의 사무범위에 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이유를 갖추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사용자 책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도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 순철의 그밖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소론은 피고의 피용자인 이 지우의 불법행위가 성립하여도 그의 행위가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원고가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에게 사용자책임이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판단을 하지 아니하거나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원심판결이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것은 소론 피고의 면책주장을 묵시적으로 배척한 취지임이 분명하므로 판단유탈이나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소론은 원심판결이 피고 피용자의 불법행위와 원고가 입은 손해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주장은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와 다른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 전제 자체가 부당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3) 원심이 확정한 원고와 피고 쌍방의 과실정도를 비교교량하면 원심의 과실상계비율이 피고주장과 같이 부당하다고는 볼 수 없다.
(4) 소론은 원고가 담보물 제공자인 양 성준을 상대로 하여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으므로 그 승소한 금액만큼은 이 사건 손해액에서 공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판결이 이를 간과하였으니 손익공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원심판결은 원고가 승소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현실적으로 손해를 전보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손익공제의 항변을 배척한 것이므로 그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이에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