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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2다220441 판결
[부당이득금][미간행]
판시사항

[1] 소액사건에 관하여 상고이유로 할 수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대법원이 실체법 해석적용의 잘못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는 경우

[2]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2조의2 , 제19조 , 제21조 등에 따라 의료기관과 보험회사 사이에 합의가 성립된 이후 보험회사로서는 의료기관의 지급청구 등이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을 부당하게 적용하였다거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의 인정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 이유를 들어 의료기관에 지급한 금원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를 변경하는 심사결정을 하거나 이를 토대로 환수통보를 하더라도 보험회사와 의료기관에 대하여 법적 구속력 있는지 여부(소극)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종석)

피고,피상고인

한화손해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남호진 외 1인)

원심판결

대구지법 2022. 2. 9. 선고 2021나31322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소액사건에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령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같은 법령의 해석이 쟁점으로 되어 있는 다수의 소액사건들이 하급심에 계속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는 판단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경우,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대법원이 그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사건을 종결한다면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것이 우려된다.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액사건에 관하여 상고이유로 할 수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실체법 해석·적용의 잘못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다1878 판결 ,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 등 참조).

나.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2013. 8. 6. 법률 제12021호로 개정되어 2014. 2. 7.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자동차손배법’이라 한다) 제12조의2 , 제19조 , 제21조 등은 의료기관의 지급청구에 대한 전문심사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사평가원’이라 한다)의 심사결과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분쟁심의회의 심사결정 등에 대하여 보험회사의 이의가 없는 경우 의료기관과 보험회사 사이에 그와 같은 내용으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

자동차손배법이 교통사고 환자의 진료비와 관련하여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분쟁심의회를 구성·운영하도록 하고 전문심사기관인 심사평가원에 보험회사의 심사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면서 보험회사가 심사평가원의 심사결과 등에 불복하지 않은 경우에는 당사자간 그 내용과 같은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취급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적절한 진료를 보장하고 교통사고 환자의 진료비를 둘러싼 보험회사, 의료기관, 교통사고 환자 사이에 반복되어 오던 분쟁 등을 조속히 조정하고자 함에 있다 .

이와 같이 의료기관과 보험회사 사이에 합의가 성립된 이후에는 보험회사로서는 의료기관의 지급청구 등이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을 부당하게 적용하였다거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의 인정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 이유를 들어 의료기관에 지급한 금원의 반환을 구할 수 없고 ( 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2다88945 판결 참조), 심사평가원이 이를 변경하는 심사결정을 하거나 이를 토대로 환수통보를 하더라도 보험회사와 의료기관에 대하여 법적 구속력이 없다 ( 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7다268326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한의원을 운영하는 원고는 2013년경 교통사고 환자를 진료한 후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를 위탁받은 심사평가원에 약침술 진료비 합계 158,490원(이하 ‘이 사건 진료수가’라 한다)의 지급청구를 하였다.

나. 심사평가원은 보험회사인 피고에게 이 사건 진료수가 전액을 인정하는 심사결과(이하 ‘이 사건 심사결과’라 한다)를 통보하였고, 피고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원고에게 이 사건 진료수가를 지급하였다.

다. 그런데 심사평가원은 2014. 7. 8.경 원고 및 피고에게 ‘원고가 관련 법령상 허용되지 않는 약침약제로 약침술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진료수가를 환수한다’는 통보(이하 ‘이 사건 환수통보’라 한다)를 하였다.

라. 피고는 심사평가원의 환수통보에 따라 원고에게 진료수가의 반환을 요청하였고, 원고는 2016. 8. 12. 피고에게 진료수가를 반환하였다.

마. 원고는,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진료수가를 반환받았음을 이유로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이러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로부터 반환받은 이 사건 진료수가는 법률상 원인이 결여된 부당이득에 해당하고, 이를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라고 보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가 심사평가원의 심사결과에 대하여 이의하지 않은 채 원고에게 진료수가를 지급함에 따라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그 내용과 같은 합의가 성립되었고, 그 후에 심사평가원의 심사결정 변경 및 환수통보만으로는 위 합의가 변경되거나 효력이 상실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진료수가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원고에게 귀속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나. 원고가 피고에게 진료수가를 다시 반환하였더라도 이는 심사평가원의 환수통보로 인한 착오 등에서 비롯된 것일 뿐, 그 반환 과정에서 원피고 사이에 별도의 합의 등 새로운 법률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즉,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진료수가를 반환하였다는 사실행위만으로 기존 합의의 효력이 상실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에게 이를 반환받아 보유할 정당한 권원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가 원고로부터 반환받은 이 사건 진료수가가 법률상 원인이 결여된 경우로 볼 수 없어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거나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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