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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9. 29. 선고 2015나54430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원고 1 외 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양재 외 1인)

피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부효준 외 1인)

변론종결

2016. 9. 1.

주문

1. 원고들과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10,000,000원, 원고 2에게 4,000,000원, 원고 3, 원고 4, 원고 5에게 각 3,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2. 항소취지

가. 원고들의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1에게 5,000,000원, 원고 2에게 3,000,000원, 원고 3에게 1,000,000원, 원고 4, 원고 5에게 2,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피고의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소외 1의 입국 및 정착

소외 1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이하 ‘북한’이라 한다)에 거주하던 중국 국적의 화교로서, 2004. 4. 25.경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에 관한 법률(이하, ‘북한이탈주민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보호결정을 받고 대한민국에 정착하여 2011. 6. 9.경부터는 서울시청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 계약직 공무원으로 재직하기도 한 사람이다.

나. 소외 2의 입국 및 중앙합동신문센터 수용

소외 2는 소외 1의 동생으로서 역시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국 국적의 화교인데, 2012. 10. 30.경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른 보호신청을 하였고, 그 무렵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이탈주민법에 근거하여 설치, 운영하는 임시보호시설인 중앙합동신문센터(2014. 7. 28.경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명칭이 변경되었다)에 수용되었다.

다. 국가정보원의 소외 2에 대한 조사 내용

1) 국가정보원은 2011. 2.경 다른 탈북자로부터 소외 1이 화교임에도 탈북자를 가장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였고 동생인 소외 2도 곧 입국하려고 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였다.

2) 소외 2는 국가정보원 수사관으로부터 입국 경위 등을 조사받는 과정에서 수용 초기에는 화교라는 사실을 부인하다가, 2012. 11. 5.경 국가정보원 수사관에게 자신이 중국 국적자이고 북한 국적을 취득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3) 이후 국가정보원은 소외 2로 하여금 수십 차례 진술서나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약 4회에 걸친 참고인 조사를 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소외 2로부터 “북한에 거주하는 동안 오빠인 소외 1로부터 국내에서 수집한 탈북자의 신원정보 등을 넘겨받아 이를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 보위부 반탐부부장에게 전달하였고, 반탐부부장의 지시에 따라 소외 1과 함께 탈북자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북한에 전달할 목적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였다.

라. 소외 1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간첩) 등 혐의 기소

1) 국가정보원은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확보한 소외 2의 진술을 토대로 2013. 1. 10. 소외 1을 국가보안법위반(간첩) 등의 혐의로 체포하여, 2013. 1. 12.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2013. 1. 29.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였다.

2) 검찰은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되어 있던 소외 2를 소환하여 8회에 걸쳐 참고인 조사를 한 후, 2013. 2. 26. 소외 1을 국가보안법위반(간첩)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하였다.

마. 원고들의 변호인 접견교통신청에 대한 불허

1) 원고들은 구속된 소외 1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였는데, 소외 1과 소외 2의 부친 소외 3으로부터 소외 2에 대한 변호인 선임을 의뢰받았다.

2) 이에 원고들은 아래와 같이 국가정보원장에게 접견 희망일시와 응답일시 및 연락처를 기재한 접견신청서를 팩스로 송부하거나, 중앙합동신문센터를 방문하여 직접 접견신청서를 접수하는 방법으로 소외 2에 대한 변호인 접견을 신청하였다. 원고 2는 2013. 2. 6. 중앙합동신문센터를 방문하여 소외 2에 대한 서신 전달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본문내 포함된 표
접견신청 변호인 접견신청일 접견희망일
원고 1, 2, 3, 4 2013. 2. 4. 2013. 2. 5. 15:00
원고 1, 3, 4 2013. 2. 5. 2013. 2. 5. 15:30
원고 1, 2, 3, 4, 5 2013. 2. 5. 2013. 2. 6. 15:00
원고 2 2013. 2. 6. 2013. 2. 6. 16:00
원고 1, 2, 3, 4, 5 2013. 2. 6. 2013. 2. 7. 15:00
원고 1 2013. 2. 7. 2013. 2. 7. 15:50
원고 1, 3 2013. 3. 5. 2013. 3. 5. 16:30
원고 1, 2, 3, 4, 5 2013. 3. 6. 2013. 3. 6. 16:00
원고 5 2013. 3. 7. 2013. 3. 7.

3) 그러나 국가정보원장과 국가정보원 소속 수사관은 원고들이 밝힌 응답일시 및 접견희망일시까지 변호인 접견신청에 대해 응답을 하지 않거나, “소외 2는 참고인 신분으로 변호인 접견대상인 피의자에 해당하지 않고, 소외 2 본인이 변호인과의 만남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들의 접견교통신청을 모두 허용하지 않았다.

바. 소외 2에 대한 수용해제 및 출국

1) 국가정보원장은 2013. 4. 24. 소외 2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소외 2를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른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함과 아울러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에게 소외 2의 신병인수 등 처리 협조를 요청하며 소외 2에 대한 수용을 해제하였고, 서울출입국관리소장은 같은 날 소외 2에게 출입국관리법 제68조 에 근거하여 출국명령을 내렸다.

2) 소외 2는 2013. 4. 26. 인신보호구제청구절차의 심문을 위해 법정에 출석한 후 중앙합동신문센터로 돌아가지 않고 소외 1의 주거에 머무르면서 소외 1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증언한 후, 2013. 7. 3. 중국으로 출국하였다.

사. 관련 북한이탈주민법

본문내 포함된 표
【북한이탈주민법】
제7조(보호신청 등)
① 북한이탈주민으로서 이 법에 따른 보호를 받으려는 사람은 재외공관이나 그 밖의 행정기관의 장(각급 군부대의 장을 포함한다. 이하 "재외공관장등"이라 한다)에게 보호를 직접 신청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를 직접 신청하지 아니할 수 있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 본문에 따른 보호신청을 받은 재외공관장등은 지체 없이 그 사실을 소속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거쳐 통일부장관과 국가정보원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③ 제2항에 따라 통보를 받은 국가정보원장은 임시 보호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한 후 지체 없이 그 결과를 통일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제8조(보호 결정 등)
① 통일부장관은 제7조제3항에 따른 통보를 받으면 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보호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국가정보원장이 그 보호 여부를 결정하고, 그 결과를 지체 없이 통일부장관과 보호신청자에게 통보하거나 알려야 한다.
② 생략
【북한이탈주민법시행령】
제12조(임시 보호 등의 내용)
① 법 제7조제3항에 따른 임시보호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는 보호신청 이후 보호신청자에 대한 일시적인 신변안전 조치와 보호 여부 결정 등을 위한 필요한 조사로 한다.
② 국내에 입국한 보호신청자에 대한 제1항에 따른 조사는 해당 보호신청자가 국내에 입국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③ 제1항에 따른 임시 보호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의 내용·방법과 필요한 조치를 위한 시설의 설치·운영 등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장이 정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4, 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 제4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소외 2의 변호인이 되려던 사람들로서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되어 국가보안법위반 등 혐의로 수사받던 소외 2에 대한 접견교통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인 국가정보원장과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원고들의 접견교통신청을 거부한 것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따라 국가정보원장 등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국가정보원장이나 국가정보원 수사관은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소외 2가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른 보호대상자인지를 결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하던 중 소외 1의 국가보안법위반 등 범죄혐의가 드러나 이를 밝히기 위하여 참고인으로 조사를 하였을 뿐, 소외 2에 대하여 수사를 개시한 것이 아니며, 당시 소외 2를 장차 소외 1과 공범으로 기소할 의사도 없었으므로, 소외 2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 대상이 되는 피의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

2) 나아가 소외 2는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원고들의 접견신청 사실을 알리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였음에도 스스로 변호인을 만날 의사가 없다며 변호인 접견을 거절하였으므로, 이러한 소외 2의 의사에 따라 원고들의 접견신청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 직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

3) 가사, 원고들의 접견신청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 직무집행이라고 하더라도, 임시보호시설인 중앙합동신문센터의 법적 성격과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신청자로서 소외 2의 법적 지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당시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소외 2를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신청에 따른 피조사자 내지 소외 1에 대한 형사사건의 참고인으로 판단하여 변호인 접견을 불허한 것은 나름의 합리적 근거가 있는 조치로 봄이 타당한 점, 나아가 소외 2가 변호인을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상황에서 소외 2의 진정한 내심의 의사가 무엇인지까지 파악하여 접견신청을 허용하여 줄 객관적인 주의의무가 국가정보원 수사관에게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의 접견교통을 허용하지 않은 직무집행에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가.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대상인 피의자 지위에 있었는지

1)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의 대상이 되는 피의자의 지위는 수사기관이 범죄인지서를 작성하는 등의 형식적인 사건수리 절차를 거치기 전이라도 조사대상자에 대하여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보아 실질적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를 한 때에 인정되는 것이다( 대법원 1989. 6. 20. 89도648 판결 , 2001. 10. 26. 선고 2000도2968 판결 등 참조).

2)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국가정보원장이 당초 소외 2를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하여 조사한 것은 북한이탈주민법 제7조 제3항 , 동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 , 북한이탈주민법 제8조 제1항 단서 등에 근거한 것인데, 북한이탈주민법에서 국가정보원장에게 부여한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된 보호신청자에 대한 조사권한은 일시적인 신변안전 조치와 보호 여부 결정 등을 위하여 필요한 조사로 한정되는 점, ② 국가정보원장이 조사과정에서 보호신청자의 국가보안법위반 등 범죄혐의를 인지하고 그 범죄혐의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는 경우 그때부터 보호신청자는 수사기관이 형식적인 사건수리 절차를 거쳤는지와 관계없이 형사법상 피의자의 지위에 놓이게 되는 점, ③ 국가정보원은 소외 2의 보호 신청 이전에 이미 소외 2가 중국 국적을 보유한 화교로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대상자가 될 수 없음을 의심하고 있었고, 2012. 11. 5.경 소외 2로부터 직접 그 사실을 직접 확인하였는데, 이와 같이 보호대상자인 북한이탈주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도 계속된 국가정보원 등의 조사가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른 임시보호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로서 단순한 행정조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검찰이 2013. 2. 26. 기소한 소외 1에 대한 공소사실에는 소외 1이 중국 국적 화교라는 사실을 숨기고 북한 국적을 보유한 북한이탈주민인 것처럼 가장하여 정착지원금, 생계급여 등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른 보호 및 지원을 받았다는 북한이탈주민법위반 혐의가 포함되어 있었다), ④ 무엇보다 2012. 11. 5.경 이후 약 3달 동안 여러 차례 반복하여 강도 높게 이루어진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의 조사는 소외 2가 소외 1을 도와 탈북자의 신원정보 등을 회령시 보위부 반탐부부장에게 전달하고 반탐부부장의 지시에 따라 소외 1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탈북자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북한에 전달할 목적으로 입국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는 소외 1과 소외 2가 공동으로 관련된 국가보안법위반 등 범죄혐의에 관한 것이며 소외 1의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임과 동시에 공범 관계에 있는 소외 2의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소외 2는 원고들이 변호인 접견 등을 신청하였을 당시 국가보안법위반(간첩) 등의 혐의를 받고 수사의 대상이 되어 있던 실질적인 피의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소외 2가 스스로 변호인과의 접견을 거절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을 제6호증, 제7호증의 1, 2의 각 기재, 을 제10호증의 각 1, 2의 영상 및 음성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2는 원고들이 처음 변호인 접견을 신청한 2013. 2. 5.경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국가정보원의 담당수사관에게 접견을 신청한 변호인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2차례 진술서를 작성하였으며, 국가정보원은 소외 2의 위와 같은 진술 및 진술서 작성 과정을 녹화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갑 제14, 17, 21 내지 2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드러나는 다음의 사정, 즉 ①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라 처음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 곧바로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된 소외 2가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의 처분 등에 의하여 제한될 수 없는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소외 2는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된 동안 국가보안법위반(간첩) 등 혐의에 관하여 수십 차례 진술서를 작성하였고, 그 밖에도 4회에 걸친 국가정보원의 수사와 8회에 걸친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여야 했으며, 조사과정에서 수사기관 외에 변호인은 물론 타인과의 외부연락은 일체 허용되지 않았던 점, ③ 국가정보원 수사관은 소외 2가 수용 초기 중국 국적의 화교라는 사실을 부인하자, A4 용지 반 크기의 종이에 ‘회령 화교 소외 2’라고 적힌 표찰을 소외 2의 몸에 붙여 소외 2를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에 서 있게 하였고, 소외 2가 화교임을 인정하고 북한 보위부에 인입된 사실을 진술한 2012. 11. 22.경 이후부터는 일거수일투족이 상시 확인되는 CCTV와 외부잠금장치가 설치된 독방에 수용하였는데, 이와 같은 조치로 인해 소외 2는 중앙합동신문센터에 머무르는 동안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소외 2는 2011. 7.경 북한에서 중국으로 이주하여 생활하던 중 소외 1과 함께 살 목적으로 한국으로의 입국을 결심하게 된 것인데, 국가정보원 수사관은 수사과정에서 소외 2에게 ‘있는 죄를 다 진술해서 깨끗이 털어버리면 오빠와 같이 살 수 있다’고 회유하기도 하였던 점, ⑤ 소외 2는 소외 1에 대한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이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되어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정신적 고통과 심리적 부담으로 독방 화장실의 유리를 깨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였고, 진술서 및 진술조서의 작성과 진술 녹화 촬영시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미리 작성한 서류를 기초로 답변을 연습하거나 이를 베껴 써서 진술서를 작성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변호인 접견을 원하지 않는다는 소외 2의 진술은 외부와의 연락이 일체 차단되고 장기간 수용과 강도 높은 수사를 받으며 심리적으로 매우 억압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국가정보원 수사관의 회유나 압박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그 진술이 임의성이 있다거나 접견교통권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제대로 인식한 상태에서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소외 2가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국가정보원 수사관에게 변호인 접견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그에 관한 진술서를 작성하였다는 점이 원고들의 접견교통권을 허용하지 않은 직무집행을 정당화하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 고의 또는 과실의 인정 여부

앞서 든 증거 및 사실관계에서 드러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국가정보원장이나 국가정보원 수사관은 소외 2가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대상이 되는 피의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고서도 소외 1에 대한 수사를 위하여 원고들의 접견신청을 불허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가사 국가정보원장이나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소외 2의 형사법적 지위나 소외 2의 진정한 의사,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요건과 제한에 관한 평가를 잘못하여 변호인 접견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조치가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요건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거나, 그와 같은 처리 방법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당한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국가정보원장이나 국가정보원 수사관의 직무집행에는 객관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된다.

①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피의자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권리로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수사기관의 처분 등에 의하여 이를 제한할 수 없고, 수사기관의 입건 여부 등 형식적인 사건수리 절차와는 관계 없이 범죄의 혐의를 받아 실질적으로 수사의 대상이 된 피의자에게 인정된다는 점은 사법부가 이미 오래 전부터 반복하여 천명한 확립된 법리이고,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되어 수사가 개시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이 제한된다거나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있는 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② 소외 2는 2012. 11. 5.경 자신이 화교 신분으로 북한을 벗어나기 전에 이미 중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북한 국적을 취득한 사실은 없다는 사실을 진술하였으므로, 이와 같은 진술을 청취한 국가정보원 수사관으로서는 그 무렵 이미 소외 2가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른 보호대상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였음에도 소외 2와 소외 1의 국가보안법위반 등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해 계속해서 강도 높은 조사를 하였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③ 조사과정에서 작성된 소외 2에 대한 진술조서에는 통상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되는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하였다는 취지의 기재가 포함되어 있고, 이에 비추어 보면, 수사기관 역시 형식적으로는 소외 2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소외 2가 피의자의 지위에 있거나 그렇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④ 소외 2는 2013. 2. 5.경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변호인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취지의 “변호인접견거부확인서”라는 제목의 진술서를 작성하였고, 국가정보원 수사관은 진술서 작성 과정을 별도로 녹화하면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반복하여 설명하기도 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당시 국가정보원 수사관은 역시 소외 2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 대상인 피의자의 지위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⑤ 변호인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취지의 소외 2의 진술과 진술서 작성이 심리적으로 매우 억압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그 진의가 의심된다는 점은 소외 2를 강도 높게 수사하고 위 진술과 진술서 작성과정을 별도로 녹화까지 한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누구보다 쉽게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경우 국가정보원 수사관으로서는 변호인과 소외 2의 접견을 잠시라도 허용함으로써 소외 2의 진의와 그 진술의 임의성에 대한 의구심을 쉽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인데도 그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다.

라. 소결

따라서 공무원인 국가정보원장이나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변호인인 원고들의 소외 2에 대한 접견교통신청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위법한 직무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따라 이와 같은 국가정보원장 등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4. 손해배상의 범위

국가정보원장이나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침해한 원고들의 접견교통권은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방어활동을 협의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변호인의 핵심적인 고유권에 해당하는바, 원고들로서는 접견교통권이 침해되어 소외 2에 대한 수사의 내용 및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피의자의 인권 및 방어권 보장을 위한 변호인의 직무를 전혀 수행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침해된 법익의 중대성이 인정된다.

나아가 과거 국가정보원이 수사한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침해 등 적법절차의 준수 여부를 지적하는 문제제기가 여러 차례 있었고, 이에 대해 그 위법성을 인정한 사법부의 판단이 적지 않았다. 또 북한이탈주민의 장기간 수용과 조사, 변호인 또는 타인과의 접견교통권 제한 등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 역시 그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정보원장이나 국가정보원 수사관으로서는 원고들이 외부와의 연락이 일체 차단되어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던 소외 2에 대한 수사내용을 확인하고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변호인 접견신청을 한 것임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침해에 관한 논란과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소외 2의 법적 지위와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요건을 보다 진지하게 검토하여 그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였어야 함에도 약 1달 동안 반복하여 이루어진 원고들의 접견신청을 단 1차례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직무집행의 불법성의 정도나 그 귀책사유가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원고들의 접견교통권이 침해된 횟수 및 기간, 침해법익의 내용과 중요성, 불법성 및 귀책사유의 정도, 나아가 피고가 원고들의 소외 2에 대한 접견교통을 허용하지 않은 동기와 원인, 이와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를 원고 1에 대하여 500만 원, 원고 3에 대하여 200만 원, 원고 2, 원고 4, 원고 5에 대하여 각 100만 원으로 정하기로 한다.

5. 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1에게 500만 원, 원고 3 200만 원, 원고 2, 원고 4, 원고 5 각 100만 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 원고들이 구하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15. 3. 30.부터 제1심 판결선고일인 2015. 9. 1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원고들과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기영(재판장) 박은영 문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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