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고합425 살인
피고인
A
검사
김후균(기소), 추혜윤(공판)
변호인
변호사 B
판결선고
2017. 7. 13.
주문
피고인을 징역 10년에 처한다.
압수된 아령 1개(증 제1호)를 몰수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피해자 C(여, 77세)와 부부사이로, 2017. 4. 3.경 피해자가 약 10년 전 다단 계 사기를 당한 후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고 수개월 전부터 피해자가 치매로 인해 기억, 력이 쇠약해지면서 최근 들어 그 증세가 더욱 악화되자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을 걱정하여 오던 중, 피해자를 살해하고 피고인도 함께 죽기로 마음먹고 유서를 작성한 후 주거지 거실 테이블 밑에 있던 아령(무게 1kg) 1개(증 제1호)를 피해자가 잠을 자는 안방 화장대 밑에 숨겨 놓았다.
이후 피고인은 2017, 4. 4. 14:00경 서울 종로구 D에 있는 피고인의 집 거실에서 소주 2병을 마신 후 피해자가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위와 같이 미리 준비한 아령을 오른손에 집어 들고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수십 회 내리쳐 그 자리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두안면부손상으로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E에 대한 참고인진술조서 - 문답형 1회
1. 감정의뢰회보, 추송서(유전자 감정서), 추송서(부검감정서)
1. 현장사진, 검시결과서, 변사현장 체크리스트, 검시사진 첨부, 사체검안서, 검시조서
1. 경찰 압수조서(임의제출), 압수목록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 유기징역형 선택
1. 몰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평소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가 피해자인 처의 치매 증상이 심해지자 이로 인한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래서 피고인은 처를 살해하고 자신도 함께 죽기로 마음먹고 술을 많이 마셔 만취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과정이나 범행 후의 정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형을 감경하여야 한다.
2. 판단
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범행 전날인 2017. 4. 3. 유서를 작성하고 범행에 사용할 아령 1개를 미리 피해자가 잠을 자는 안방화장대 밑에 숨겨 놓은 사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나는 범행 당일 11:00경 피해자와 식사를 하였고, 식사를 마친 피해자는 안방으로 들어가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소주를 한 병 반 정도 마신 후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피해자의 오른쪽 머리 부위를 위 아령으로 한 대 때렸다. 그러자 피해자는 방바닥으로 떨어졌고 나는 계속하여 아령으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수회 때렸다. 내가 피해자의 머리를 처음 때렸을 때에는 피가 나지 않았고 그 후 계속해서 때릴 때 피가 많이 나서 내 상의로 피가 튀었다. 피해자는 반항을 하지 않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피해자의 손을 때린 적은 없다."라고 진술한 사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나는 범행 후 거실에서 소주를 한 병 정도 더 마신 다음 마당으로 나갔고, 플라스틱 호스를 매달아 놓은 소나무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죽기 위해 목을 매었는데 목이 너무 아파 다시 내려 왔다. 다시 거실로 들어와서 죽기 위해 거실테이블 밑에 있던 또 다른 아령으로 내 얼굴을 두 대 정도 때렸다."라고 진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처럼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전후 상황과 범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여 진술하고 있고, 이러한 사정에 이 사건 범행 경위 및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동 등 제반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술에 만취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반하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설령 피고인이 술에 만취하여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10조 제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인 처를 살해하기 위해 스스로 술을 마신 사실이 인정된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미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자의로 술을 마신 것이므로 형법 제10조 제3항에 의해 심신장애로 인한 감경을 할 수 없다. 이에 반하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1.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5년 ~ 30년
2.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권고형의 범위]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 특별가중영역(15년 이상, 무기 이상)
[특별감경인자] 처벌불원(피해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포함)
[특별가중인자] 계획적 살인 범행,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잔혹한 범행수법
3. 선고형의 결정
가. 양형에 관하여
1) 피고인은 1966년 결혼하여 51년 동안 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 살아온 아내를 무참히 살해하였다.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는 77세의 고령으로 기력이 쇠하여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였다.
또한 피해자의 치매 증상은 이 사건 범행 약 2주전부터 심해지기 시작하였다. 피해자는 범행 직전인 2017. 3. 30. 처음으로 피고인과 함께 서울대병원을 방문하여 검사받았고, 그 다음 날인 2017. 3. 31. 피고인과 함께 F신경정신과의원을 내원하였을 뿐이었다. 이와 같이 피해자의 치매 증상에 대해 진료 및 치료가 시작되는 단계에서 피해자도 그러한 자신의 처지를 수긍했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남편인 피고인이 피해자의 치매로 인해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졌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피고인은 우울증으로 인해 최근에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고, 가족의 경제권을 맡고 있는 피해자의 치매 증상이 점점 심해지자 기존의 채무만으로도 생활이 어려운데, 자신과 피해자의 건강이 더 나빠지면 경제적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을 지나치게 두려워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의 치매 증상이 어느 정도인지 의학적으로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매라는 병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너무 쉽게 아내인 피해자에 대한 치료와 간병을 포기하였다.
이런 상태에서 피고인은 2017. 3. 31. 피해자와 함께 F신경정신과의원을 다녀와 피해자의 치매 증상을 확인한 후, 피해자와 함께 죽기로 마음먹고 범행 전날 유서까지 작성하였다. 그러고 나서 피고인은 거실 테이블 밑에 있던 아령 1개를 살해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피해자가 주로 잠을 자고 생활하는 안방에 있는 화장대 밑으로 미리 옮겨 놓았다. 이처럼 피고인은 범행 전날 피해자를 살해할 준비를 마쳤고, 이 사건 범행 당일에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안방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내의 머리를 위 아령으로 수회 내리쳐 잔혹하고 무참하게 살해하였다.
이는 치매를 앓기 시작한 아내에 대한 사랑도 배려도 아니고, 혼인관계에 기초한 법적·도덕적 책임을 원천적으로 파괴하는 것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이기적이고 빗나간 애정에 불과하다.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숭고하고 고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범행 방법에 비추어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 또한 상상할 수 없는 정도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더욱이 피해자도 서울대병원에서 받은 검사 결과를 확인하여 자신의 치매 진행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정리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어야 했다. 피고인도 남편으로서 피해자의 치매가 천천히 진행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피해자가 자신의 인생을 충분히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자신의 두려움과 이기심으로 인해 아내인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아무리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이고, 오랫동안 인생의 동반자로 살아온 부부라고 하더라도 서로의 생명을 마음대로 뺏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치매로 본인의 자아를 잃어버린 사람과 그 사람을 돌보는 가족들의 고통을 논하기 이전의 문제로서 이 사건은 중증 치매 환자가 관련된 사건과는 엄연히 차원을 달리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과 범정이 매우 불량하여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
2) 다만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직후부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며, 아내인 피해자에게도 사과를 구하고 있다. 피고인도 이 사건 범행 후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다. 피고인은 77세의 고령이고, 우울증과 과도한 음주 등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피고인은 오래 전에 벌금형으로 2회 처벌받은 것 이외에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또한 피고인은 아내의 심해지는 치매 증상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으로 인해 어느 순간 잘못된 판단을 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고, 치매로 인한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중하다는 것도 우리 사회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범행 동기에는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 피고인의 자녀이자 피해자의 자녀, 피해자의 언니 등 피해자의 유족들 모두 피해자에 대한 선처를 원하고 있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범행의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하한보다 낮추어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나. 몰수에 관하여 검사는 아령 1개(증 제2호)에 대해서도 몰수를 구형하였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의 집에서 압수된 아령은 2개이고, 안방에 있던 아령이 증 제1호, 거실 소파에 있던 아령이 증 제2호인 사실, 피고인이 범행 전날 거실 테이블 밑에 있던 아령 2개 중 1개(증 제1호)를 안방 화장대 밑에 숨겨 놓은 사실, 피고인은 위 아령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수회 때려 살해하고 그 아령을 그대로 안방에 두고 나온 사실, 범행 후 피고인은 자살하기 위해 거실 테이블 밑에 있던 나머지 아령(증 제2호)으로 자신의 얼굴을 때린 다음, 그 아령을 오른손에 계속 쥐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상태로 아들인 E에게 발각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감정의뢰 회보에 의하면, 아령에서 채취한 혈흔에서 피해자의 DNA만 검출된 것이 있고, 피해자와 피고인의 DNA가 함께 검출된 것이 있다.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 출혈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피해자의 피가 묻은 손으로 거실에 남아 있던 아령(증 제2호)을 쥐고 자신의 얼굴을 때렸으며, 그로 인해 그 아령에 피고인의 피가 묻은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해자의 DNA만 검출된 것이 증 제1호인 아령에서 채취한 혈흔이고, 피해자와 피고인의 DNA가 함께 검출된 것이 증 제2호인 아령에서 채취한 혈흔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거실 소파에 있던 아령 1개(증 제2호)는 이 사건 범행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이라고 볼 수 없어 형법 제48조 제1항에서 정한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따로 몰수하지 않는다.
판사
재판장판사김태업
판사김건우
판사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