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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11.26. 선고 2014도7945 판결
강제추행
사건

2014도7945 강제추행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K (국선)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4. 6. 12. 선고 2013노1869 판결

판결선고

2015. 11. 26.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3. 2. 9. 15:30경 서울 구로구 B에 있는 피고인의 처가 운영하는 'D' 마사지 업소에서 손님으로 온 피해자(여, 24세)의 후면 전신을 마사지하던 중 허벅지 안쪽을 마사지 하면서 손으로 피해자의 음부를 스치듯이 만지고, 피해자로 하여금 돌아눕도록 한 뒤 계속해서 다리와 배를 마사지 하는 척하며 가슴을 만지고, 이어서 피해자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손을 피해자의 팬티 안에 넣어 음부 바로 위까지 만져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은 피해자의 진술을 증거로 삼아 공소사실을 인정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15767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하여 왔고, 기록상 피해자의 진술 이외에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므로, 사실상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 객관적인 정황과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에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의 신빙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마사지 업소 안의 각 방은 입구에 끈으로 된 발만 쳐놓은 상태로 칸막이가 되어 있어 바깥에서 충분히 내부를 들여다보거나 내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구조이고,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마사지를 받고 있었을 때 그 맞은 편 방에는 다른 마사지사로부터 마사지를 받고 있는 다른 손님들이 있었다. 이러한 사정들은 피해자가 사건 당시에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달리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에 즉시 항의하거나 이를 거부하는데 장애가 될 만한 사정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피해자는 'J'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피고인이 판매한 마사지 쿠폰을 구입하여 이 사건 마사지 업소에 처음 방문하였으나, 평소 한 달에 1, 2회 정도 마사지를 받을 정도로 마사지를 받는 것이 생소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피해자가 원심 법정에서 한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후면 마사지를 받다가 음부를 스치는 느낌을 받았으나 마사지 하면서 그냥 스쳤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넘어갔고, 가슴 부위는 피해자가 받기로 한 마사지에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알고 있었고 피고인이 양쪽 가슴을 움켜쥐는 방법으로 만졌음에도 이상하기는 하였지만 '아 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가만히 있었으며, 피고인이 팬티 안으로 손을 넣었을 때에 비로소 주행이라고 생각하여 '뭐 하는 거냐'고 말하면서 오른손으로 피고인의 손을 쳐냈는데, 피고인이 아무렇지 않은 듯 계속 다리 마사지를 하여 그 자리를 피하기보다는 일단 끝나고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20분 정도 마사지를 더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는 '마사지를 끝까지 받은 후 카운터 앞에서 피고인이 주는 보이차를 마시면서 피고인과 5분 정도 피해자의 직업과 거주지 등에 대하여 대화를 나눈 다음 별다른 항의 없이 피고인에게 자신을 마사지 하느라 수고하였다는 인사를 하고 마사지 업소에서 나갔는데, 나가서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나빠 몇 시간 후에 피고인에게 항의전화를 하였으나, 피고인이 끝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바로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3일 뒤에 친구와 함께 피고인을 찾아가 피고인에게 추행사실을 인정하라고 따지다가 피고인이 계속 부인하면서 영업 방해하지 말고 차라리 고소를 하면 경찰서에 나가서 조사를 받겠다고 하자 비로소 경찰에 고소를 하였다.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에 의해 알 수 있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반응과 태도, 마사지를 받은 후 피해자가 마사지 업소를 나가기까지의 경과와 언행, 고소에 이른 경위 등은 통상 그와 같은 피해를 당한 사람이 취할 만한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과연 피해자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하였는지 강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팬티 안으로 손을 넣었을 때 '뭐 하는 거냐'고 다른 방에서 들릴 정도의 소리로 항의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피해자가 위와 같이 항의하였음을 뒷받침하는 아무런 자료가 없고, 오히려 당시 맞은 편 방에서 마사지를 받았던 H은 그 때 별다른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원심 법원에 제출하였을 뿐이다.

(3) 피고인은 처와 함께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고 있고, 'J'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마사지 쿠폰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였다. 그리고 앞서 보았듯이 피해자가 마사지를 받은 방은 개방성이 강하고, 바로 맞은 편 방에는 다른 손님도 있었다.

이와 같이 가족과 함께 전파성이 강한 인터넷을 이용하는 피고인의 영업 방식, 피해자의 항의나 구조 요청이 쉽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 범행의 발각이 용이한 마사지 업소의 구조와 현장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선뜻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손님으로 온 피해자를 추행하는 행위로 나아갈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피고인의 진술 내용에 별다른 모순점이나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점을 찾을 수도 없다.

다.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설령 피해자가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합리적인 태도나 반응을 보이지 못하였을 가능성을 고려해 보더라도 오직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만을 근거로 이에 반대되는 피고인의 진술과 객관적인 정황을 모두 배척하고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기에 부족한 피해자의 진술만을 근거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공소사실의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소영

주심대법관이인복

대법관고영한

대법관이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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