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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2. 10. 9. 선고 2000나49130 판결
[해고무효확인][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1외 9인(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경우외 2인)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한미은행(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강용현외 3인)

변론종결

2002. 6. 26.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한 1999. 4. 30.자 해고는 각 무효임을 확인한다.

3. 피고는 원고들에게 1999. 5. 1.부터 원고들을 복직시킬 때까지 매월 별지 월평균임금

표 월평균임금란 기재 각 해당금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4. 소송총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3호증, 갑 제4호증의 1, 2, 갑 제5호증, 갑 제6호증의 4, 갑 제16호증의 1 내지 8, 을 제1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1 내지 24, 을 제4호증, 을 제5, 6, 7호증의 각 1 내지 24, 을 제10호증, 을 제11호증의 1, 2, 을 제12호증, 을 제16호증, 을 제19호증, 을 제20호증의 1, 2의 각 기재(다만, 을 제19호증의 기재 중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와 제1심 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증언(다만, 위 증인 소외 2의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 제1심의 원고 이재수 본인신문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듯한 을 제19호증의 일부 기재와 제1심 증인 소외 2의 일부 증언은 위에서 든 증거들에 비추어 쉽사리 믿기 어렵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피고은행은 1998. 6. 29. 구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1998. 9. 14. 법률 제55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2항 에 근거한 금융감독위원회의 계약이전결정에 의하여 주식회사 경기은행(이하 경기은행이라 한다)의 자산 및 부채를 인수하게 되었다.

나. 피고은행과 원고들 사이의 근로계약 체결경위

(1) 피고은행은 위와 같이 경기은행의 자산 및 부채를 인수함에 따라 기존 경기은행 직원들 중 일부를 고용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1999. 8.경 경기은행 각 지점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채용요강을 통보하였다.

(가) 경기은행 3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요강

채용분야 및 채용인원은 영업점장, 영업점 여신심사, 대출 및 외환업무 등의 업무를 담당할 자로서 50명 이내이고, 전형방법은 서류전형과 면접을 실시하고, 전형에 합격하여 채용되는 직원은 우선 계약직으로 채용하되, 계약만료되는 1998. 9. 29. 정규직원으로 전환한다.

(나) 경기은행 4급 이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요강

채용분야 및 채용인원은 기획, 조사, 심사역 등의 업무를 담당할 일반직으로 4급 책임자 220명 이내, 행원 200명 이내, 출납, 어음교환, 예금 및 창구업무 등의 업무를 담당할 사무직으로서 행원 550명 이내이고, 전형방법은 서류전형 성적이 우수한 경우에는 서류전형만으로, 나머지는 서류전형 및 면접을 실시하며, 위 전형에 합격하여 채용되는 직원은 우선 계약직으로 채용하여 계약만료되는 1998. 9. 29. 정규직원으로 전환한다.

(2) 피고은행은 위 채용요강에 따라 기존 경기은행 직원들 중 2,014명이 입행원서를 제출하자 위 채용요강에서 정한 전형방법에 따라 전형을 실시한 후 그 중 1,017명을 채용하기로 하고 그들에게 통보하였다.

(3) 피고은행은 위와 같이 채용대상자로 정해진 경기은행 직원들 중 4급 이하 직원들에 대하여는 업무처리의 편의상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경기은행에 대한 인수업무의 종결기한으로 지정 받은 1998. 9. 29.까지는 일단 경기은행 소속으로 계속 근무하도록 하였다가, 피고은행의 경기은행 인수가 지연되어 금융감독위원회가 1999. 9. 11. 경기은행의 영업정지기간을 1999. 10. 31.까지로 연장하고, 위 4급 이하 직원들이 경기은행에서 면직되자, 1998. 10. 1. 위 4급 이하 직원들과 기간을 1998. 10. 1.부터 1998. 10. 31.까지 1개월로 정한 고용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4) 피고은행은 위 고용계약기간이 만료되자 1998. 11. 2. 위 4급 이하 직원들 중 상대적으로 인사고과가 우수한 상위 70%에 해당하는 자들과 ‘근로자는 취업에 앞서 6개월의 범위 내에서 사용자가 정하는 시용기간을 거쳐야 하며 피고은행은 위 기간중과 종료시에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는 시용기간을 거치지 아니하고 직원으로 임용할 수 있다’는 내용(다만, 일부 채용대상자들과는 시용기간을 3개월로 정하였다)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여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취업계약서(이하 이 사건 취업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고, 그들로부터 차후 위 채용조건에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받았으며, 나머지 하위 30%에 해당하는 자들과 사이에는 그 무렵 일단 1년 간의 기간을 정하여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차후 그 업무능력 및 조직적응도에 따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5) 한편, 원고들은 경기은행의 4급 이하 직원들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은 경위로 피고은행에 채용되어 1998. 10. 1. 기간 1개월의 고용계약을, 1998. 11. 2. 이 사건 근로계약(다만, 원고 7은 시용기간을 3개월로 정하였다)을 각 체결하고, 앞서 본 서약서를 피고은행에 각 제출하였다.

다. 근무성적평정의 실시

(1) 피고은행은 1999. 4. 초순경 원고들을 비롯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은행에 입사한 경기은행 출신 직원 736명을 대상으로 개인별 계속적 고용여부 판단자료 및 99년도 정기승급 검토자료, 승진심사 검토자료를 마련하기 위하여 근무성적평정을 실시하되, 평정자는 영업점의 경우는 직상위 책임자, 본부점의 경우는 부문장 또는 팀실장, 확인자는 영업점의 경우는 영업점장, 본부점의 경우는 팀실장으로 정하고, 평정요소는 업무수행태도 및 의욕(60%), 업무수행능력 및 성과(40%)로 하며, 평정기간은 1998. 11월부터 1999. 3월까지(5개월)로 하되, 평정등급은 A(탁월), B(양호), C(약간 미흡), D(상당히 미흡)의 4등급으로 하되, 평정등급이 A(탁월) 및 B(양호) 등급인 경우에는 정식직원으로 채용하고, C(약간 미흡) 등급에 해당하는 때에는 선별적으로 정식직원으로 채용하며, D(상당히 미흡) 등급에 속하는 경우에는 고용계약을 해지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위와 같은 내용의 근무성적평정요령(을 제4호증)을 각 지점에 보내어 1999. 4. 10.까지 근무성적평정표를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였다.

(2) 그런데, 피고은행은 각 지점별로 고용해지 대상 인원 즉 C 또는 D 등급자의 수를 할당하였으며, 또한 피고은행 인천영업본부 소외 3 영업팀장이 1999. 4. 중순경 산하 지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미 제출된 근무성적평정표의 재작성을 요구하였고, 이 때 일부 지점장이 근무성적평정표를 재작성하기도 하였다.(이 때문에 원고 2, 3의 경우 지점장이 평정자 및 확인자로서 근무성적평정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3) 위 근무성적평정 결과, 위 736명의 직원들 중 650명은 A 또는 B의 평정등급을 받았으나, 원고들을 포함한 나머지 86명은 C 또는 D의 평정등급을 받아 고용계약해지대상자로 선정되었으며, 피고은행은 우선 평정책임자들로 하여금 위 고용계약해지대상자들에 대한 근무성적평정표를 보충하는 평정의견서를 제출하게 하고 위 해당 직원들 중 평정기간 중에 이미 퇴직한 2명을 제외한 나머지 84명에 대하여 1999. 4. 27.과 28. 양일간에 걸쳐 개별면접을 실시한 후 원고들을 포함한 42명에 대하여는 업무수행태도 등 근무성적불량을 해지사유(다만, 원고 1에 대하여는 규율성 및 협조성 등 근무성적물량을, 원고 3에 대하여는 업무수행태도 및 의욕 등 근무성적물량을 각 해지사유로 하였다)로 하여 이 사건 취업계약서 제2조에 의하여 1999. 4. 30.자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각 해지하였다.

(4) 한편, 위 근무성적평정을 한 평정자 및 확인자들 중 상당수는 위와 같이 평정대상직원들을 평정함에 있어 당해 지점 또는 부서 내 다른 직원들과 비교하여 평가하였다.

라. 피고은행의 인사규정

제19조(채용발령) 전형에 합격한 자는 일정한 수습기간을 거쳐 직원으로 임용한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는 수습기간을 거치지 아니하고 직원으로 임용할 수 있다.

제20조(인턴행원의 운용) 사무직의 경우 일정기간의 인턴행원과정을 거쳐 직원으로 채용한다. 인턴행원은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고용하되, 인턴기간 중 부적격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직원으로 채용하지 아니한다.

2. 해고무효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가. 시용조건부 근로계약의 성립

(1)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은 확정적인 근로관계를 맺기에 앞서 정식 채용을 전제로 하여 당해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을 판단하기 위하여 시용기간을 둔 이른바 시용조건부 근로계약에 해당한다 할 것이며, 그 시용기간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개월(다만 원고 7의 경우는 3개월)로 봄이 상당하다.

(2) 원고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① 피고은행이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원고들에게 채용요강을 제시함으로써 그 채용요강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었다할 것인데, 위 채용요강에는 ‘시용기간’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을 뿐만 아니라 1998. 9. 29.부터 정규직원으로 전환됨을 명시하고 있고, 또한 피고은행은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원고들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이 시용조건부 근로계약임을 고지한 바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시용조건부 근로계약으로 볼 수는 없고, ② 피고은행은 다른 경력직 사원을 채용하는 경우와는 달리 유독 원고들과의 사이에서만 시용조건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은 근로자의 차별대우를 금지한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이며, ③ 시용조건부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는 피고은행의 취업규칙 상 근거규정이 있어야 하고, 또한 근로계약에서 시용기간을 둔다는 것과 그 시용기간이 특정되어야 할 것인데, 피고은행의 취업규칙 상 ‘사무직’의 경우에는 시용조건부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근거규정이 아예 없고, 기타 직군의 경우에는 그 근거규정은 있으나 시용기간에 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어 그 규정은 무효라 할 것이며, 이 사건 취업계약서 상으로도 시용기간을 두는 것인지 그 시용기간이 어느 정도인지가 불명확하므로 결국 어므 모로 보나 이 사건 근로계약을 시용조건부 근로계약으로 볼 수 없으며, ④ 원고들과 피고은행의 경제적 지위의 현격한 차이를 감안할 때 이 사건 근로계약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내지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⑤ 나아가 원고들은 경기은행에 대한 계약이전결정 후에도 계속하여 동일한 근무를 하였고 위 채용요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적어도 1998. 10. 1.경에는 피고은행의 정규직원이 되었다 할 것인데, 피고은행이 위 계약이전결정 이후 4개월이 지난 1998. 11. 2.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 사건 취업계약서의 작성을 요구하면서 6개월의 시용기간을 두었다는 것은 신의칙에 반할 뿐 아니라, ⑥ 원고들은 모두 장기간 경기은행 직원으로서 근무해왔고 피고은행은 기존 경기은행 직원들 중에서도 근무평정이 우수한 직원들만을 채용한 것이며, 피고은행은 경기은행을 인수한 이후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이전에 원고들을 그 기간을 1개월로 정하여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하였는바, 원고들은 위 계약직 고용기간 동안의 근무로서 피고은행의 인사규정 소정의 수습기간을 이미 거친 것으로 보아야 할 뿐 아니라, 은행원으로서의 업무적격성이 충분히 검증된 원고들에 대하여 6개월이라는 장기간의 시용기간을 두고 해고권을 유보한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어 무효라고 각 주장한다.

(나) 그러므로 차례대로 살피건대, 위 ① 부분 주장에 대하여 보면, 피고은행이 원고들에게 통보한 채용요강에 따라 원고들이 피고은행에 입행원서를 제출함으로써 피고은행의 직원으로 채용되었고, 위 채용요강에는 원고들의 고용조건 내지 형태에 관하여는 피고은행이 원고들을 우선 계약직으로 채용하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1998. 9. 29. ‘정규직원’으로 전환한다고 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이른바 시용근로자도 시용기간 동안 그 해고권이 유보되어 있음을 제외하고는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등 정식으로 채용된 경우와 마찬가지의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이른바 계약직 근로자와 구별되는 정규직원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원고들을 6개월 범위 내에서 피고은행이 정하는 시용기간을 거쳐야 하며 그 기간 중 또는 종료시에 원고들을 해고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으며, 원고들은 차후 위 채용조건에 대하여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여 피고은행에 제출한 사실 역시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이 위 채용요강에 반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시용기간을 거쳐야 함을 명시하여 원고들로서도 이 사건 근로계약이 시용조건부 근로계약임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위 ② 부분 주장에 대하여 보면, 다른 경력직 사원과는 달리 유독 원고들과의 사이에서만 시용조건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여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의 차별대우를 금지한 조항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위 ③ 부분 주장에 대하여 보면, 앞서 본 피고은행 인사규정에 의하면, 피고은행 인사규정 제19조는 ‘전형에 합격한 자는 일정한 수습기간을 거쳐 직원으로 임용한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는 수습기간을 거치지 아니하고 직원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시용조건부 근로계약에 관하여 근거규정을 두고 있음이 명백하고, 그 시용기간의 범위를 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이를 무효의 규정이라 볼 수는 없으며, 인사규정 20조는 위 제19조와 별도로 사무직 직원에 대한 인턴행원제도를 정한 규정에 불과하여 이로써 사무직 직원에 대하여 시용기간의 적용을 배제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결국 피고은행의 취업규칙 상 시용조건부 근로계약에 관한 근거규정이 없다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할 것이며, 다음으로 앞서 본 이 사건 취업계약서 제2조 가)항의 규정 체계에 비추어 보면 비록 위 조항 단서에서 필요한 경우 시용기간을 거치지 아니하고 직원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은행이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위 조항 본문의 적용을 배제하고 단서를 적용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한 이상 본문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고, 위 조항 본문이 시용기간을 ‘6개월 범위 내에서’(다만 원고 7은 3개월)라고 정한 것 또한 피고은행의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한 시용기간을 6개월(다만, 원고 7은 3개월)로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이 사건 취업계약서 상으로 시용기간을 두는 것인지 그 시용기간이 어느 정도인지가 불명확하다는 원고들의 주장 또한 이유 없다.

위 ④ 부분 주장에 대하여 보면, 피고은행이 원고들에게 이 사건 취업계약서의 작성을 강요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며, 또한 원고들과 피고은행 사이에 그 경제적인 지위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그밖에 달리 이 사건 근로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함을 인정할 수 있는 사정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 입증이 없으므로 결국 원고들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위 ⑤ 부분 주장에 대하여 보면, 앞서 본 채용요강만으로 원고들이 적어도 1998. 10. 1.경에는 피고은행의 정규직원이 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며, 피고은행이 위 계약이전결정 이후 4개월 여가 지난 후 원고들과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용기간을 두었다고 하여 이로써 이 사건 근로계약의 체결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위 ⑥ 부분 주장에 대하여 보면, 앞서 본 피고은행이 경기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한 경위, 피고은행과 원고들 사이의 계약직 근로계약 체결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위 계약이전결정 이후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약 4개월 여 동안 사실상 피고은행의 지시를 받고 근무하였다거나, 피고은행의 계약직 직원으로서 근무하였다하더라도 이로써 시용기간을 거쳤다고 볼 수는 없으며, 피고은행이 피고은행 인사규정에 따라 원고들을 시용기간을 정하여 채용한 것이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제한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할 것이므로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해고가 시용기간을 도과하여 무효인지 여부

(1) 원고들은,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이 된 위 채용요강에 의하면 1998. 9. 29.자로 피고은행 정규직원으로 전환된다고 정하고 있어 원고들은 늦어도 1998. 10. 1.경 피고은행의 정규직원이 되었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은행이 1999. 4. 30.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유보한 해지권을 행사하여 원고들을 해고한 것은 이미 그 시용기간이 경과한 후에 행해진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2) 살피건대, 경기은행 인수업무의 지연, 금융감독위원회의 경기은행 영업정지기간의 연장 등으로 인하여 피고은행이 원고들과 1998. 10. 1. 기간을 1개월로 정한 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가 1998. 11. 2.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용기간을 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이에 의하면 원고들의 시용기간은 1998. 11. 2.부터 기산함이 명백하고, 따라서 원고 7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1999. 4. 30.자 이 사건 각 해고는 그 시용기간인 6개월이 경과하기 전에 행해진 것이라 할 것이므로 원고 7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다만, 피고은행은 원고 7과 시용기간을 3개월로 정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은행이 원고 7에 대한 3개월의 시용기간이 경과한 후인 1999. 4. 30.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유보된 해지권을 행사하여 위 원고를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은행이 위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라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원고 7은 제외)

(1) 원고들은, 이 사건 각 해고가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은행은 원고들은 시용근로자로서 시용기간 중의 원고들의 근무태도 등에 비추어 업무부적격자로 판정되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유보한 해지권을 행사하여 원고들과의 이 사건 근로계약을 해지한 것이므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다툰다.

(2) 판 단

이른바 시용조건부 근로계약의 경우 사용자는 시용기간 중이거나 시용기간 종료시에 유보된 해지권을 행사하여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나, 시용기간 중의 근로자도 정식 근로자와 마찬가지의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는 것이어서 위와 같이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상의 해고에 해당하므로 해지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 소정의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며, 다만 시용제도가 당해 근로자의 자질, 성격, 능력 등 그 일에 대한 적격성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임에 비추어, 통상의 해고보다는 광범위하게 인정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해지권의 행사가 사용자의 완전한 자유재량에 속한다거나 자의적으로 이를 행사할 수는 없다 할 것이며, 적어도 시용근로자가 그 근로의 내용이나 성질에 비추어 정식채용하기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볼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거나, 사회통념상 수긍될 수 있을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유보된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할 것인바( 대법원 1994. 1. 11. 선고 92다44695 판결 | 대법원 1994. 1. 11. 선고 92다44695 판결 | 대법원 1994. 1. 11. 선고 92다44695 판결 | 대법원 1994. 1. 11. 선고 92다44695 판결 참조), 나아가 이 사건에서 피고은행이 원고들과의 이 사건 근로계약을 해지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은행이 금융감독위원회의 계약이전결정에 따라 경기은행의 자산 및 부채를 인수함에 따라 경기은행의 기존 직원들을 고용하게 된 사실, 피고은행이 원고들을 비롯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기은행 출신 근로자 736명을 대상으로 근무성적평정을 실시하고, 근무성적평정결과 C 또는 D의 평정등급을 받은 자들에 대하여 당시 개별면접을 실시한 후 그 중 42명에 대하여 근무성적불량 등을 해지사유로 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을 해지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나, 앞서 본 피고은행이 각 지점 별로 C 또는 D의 평정등급 해당자 수를 할당한 점, 피고은행이 위 근무성적평정표가 작성, 제출된 후 일부 지점장들에게 재작성을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일부 지점장들이 평정자 및 확인자를 달리하도록 정한 피고은행의 근무성적평정요령에 어긋나게 혼자서 근무성적평정표를 재작성하기도 한 점, 평정대상자마다 평정자가 상이한 점, 시용조건부 근로계약 해지의 성격상 당해 근로자의 업무적격성 등을 절대적으로 평가하여야 함에도 상당수의 평정자가 다른 직원들과의 비교를 통하여 상대적으로 평가한 점, 원고들에 대한 근무성적평정표 및 평정의견서만으로 원고들의 업무수행능력이 어느 정도, 어떻게 부족하였는지 또 그로 인하여 업무수행에 어떠한 차질이 있었는지를 알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들만으로는 피고은행이 원고들과의 이 사건 근로계약을 해지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밖에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피고은행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유보된 해지권을 행사하여 원고들을 해고한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3.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위와 같이 피고은행의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각 해고가 무효인 이상 원고들이 위 해고로 말미암아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은행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은행은 이 사건 각 해고 다음날부터 원고들을 복직시킬 때까지 원고들이 근무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원고들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할 것이고, 원고들이 근무하였더라면 매월 별지 월평균임금표 월평균임금란 기재 각 해당금원을 지급받을 수 있었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결국 피고은행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해고 다음날인 1999. 5. 1.부터 원고들을 복직시킬 때까지 매월 별지 월평균임금표 월평균임금란 기재 각 해당금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해고의 무효확인 및 해고이후의 임금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각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모두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각 청구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호원(재판장) 최종한 김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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