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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1. 4. 21. 선고 2020누45348 판결
[난민인정신청접수거분취소등의소] 확정[각공2021하,466]
판시사항

콩고민주공화국 국적 갑이 경유지인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환승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위하여 난민신청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으나, 공항 환승객인 갑에 대하여 입국심사를 진행한 사실이 없어 갑이 난민법 제6조 에 따라 난민인정 신청을 할 자격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인천공항출입국ㆍ외국인청장이 갑에 대하여 아무런 조력을 하지 않은 사안에서, 갑의 난민인정 신청에 따라 난민인정 심사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 등 난민법이 정한 절차를 개시할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절차를 개시하지 않은 인천공항출입국ㆍ외국인청장의 부작위가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콩고민주공화국 국적 갑이 베트남 호치민 공항에서 팔라우 코롤행 비행기에 탑승하여 경유지인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환승하지 않은 채 환승구역 출국장에서 지내다가 3일 후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위하여 난민신청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으나, 공항 환승객인 갑에 대하여 입국심사를 진행한 사실이 없어 갑이 난민법 제6조 에 따라 난민인정 신청을 할 자격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인천공항출입국ㆍ외국인청장이 갑에 대하여 아무런 조력을 하지 않은 사안이다.

난민법 제5조 제1항 제1문 은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에게 난민인정 신청권을 부여하고 있고 제2문은 그 신청절차를 규율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민국 공항 및 그 환승구역에 있는 외국인에게도 미치므로 대한민국 공항 환승구역에 진입한 외국인 갑은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으로 봄이 타당한 점, ‘입국심사를 받는 때에’ 난민인정 신청을 하는 경우에 관하여 규정한 난민법 제6조 제1항 은 출입국항에서 보다 신속한 난민인정 신청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으로 보이고 출입국항에서의 외국인에게 별도의 난민인정 신청권을 부여하거나 입국심사를 받는 때에 한정하여 그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이지는 아니하는 점, 난민법이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51년 협약’의 이행법률로서의 성격이 있고 궁극적인 목적이 난민의 보호에 있음을 고려하면 공항 환승객의 난민인정 신청권을 부정하는 해석은 난민법의 목적에 반할 우려가 있는 점, 공항 환승객에게 난민인정 신청권이 없다고 보아 처분청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아니하는 것을 용인하게 되면, 공항 환승객에 대한 난민인정 심사 회부 여부 및 심사 등에 관한 법원의 사법심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공항 환승객에게 난민인정 신청권이 인정되고, 인천공항출입국ㆍ외국인청장은 갑의 난민인정 신청에 따라 난민인정 심사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 등 난민법이 정한 절차를 개시할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절차를 개시하지 않았으므로 인천공항출입국ㆍ외국인청장의 부작위가 위법하다고 한 사례이다.

원고,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일 외 2인)

피고,항소인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명아 외 1인)

제1심판결

인천지법 2020. 6. 4. 선고 2020구합51536 판결

2021. 3. 17.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1. 청구취지

주위적으로, 피고가 2020. 2. 15. 원고에 대하여 한 난민인정 신청 접수 거부처분을 취소하라. 예비적으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난민법 제6조 에 정한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인정 신청에 대한 절차를 개시하지 않는 부작위는 위법함을 확인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예비적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고는 주위적으로 피고가 2020. 2. 15. 원고에 대하여 한 난민인정 신청 접수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였고, 예비적으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난민법 제6조 에 정한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인정 신청에 대한 절차를 개시하지 않는 부작위가 위법함의 확인을 구하였다. 제1심법원은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 부분을 각하하고,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만이 예비적 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제1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으로 한정된다(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31624 판결 참조).

2.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사건의 경위와 관계 법령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2, 3쪽에 기재된 ‘1. 사건의 경위’, ‘2. 관계 법령’ 부분 기재(별지 포함)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3.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주장 요지

원고는 출입국항인 인천국제공항을 통해서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위하여 난민인정 신청권을 행사하였으므로, 그곳을 관할하는 피고는 난민법 제6조 에 정한 절차를 개시할 의무가 있음에도, 피고가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인정 신청절차를 개시하지 아니하는 위법한 부작위를 하고 있다.

2) 피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입국심사의 대상이 아닌 공항 환승객에 불과하므로, 난민법 제6조 에 따른 대한민국에 입국하려는 자로서 난민인정 신청을 할 법률상ㆍ조리상 신청권이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해 위 조항에 따른 난민인정 신청절차를 개시하지 아니한 것은 위법한 부작위가 아니다.

나. 판단

1) 공항 환승객에게 난민인정 신청권이 있는지 여부

가) 제1심의 판단

제1심은 공항 환승객에게 난민인정 신청권이 있는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는 아니하였으나, 난민법 등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 등을 비롯한 아래의 이유를 종합하면, 관할 지방출입국ㆍ외국인관서의 장은 난민인정 신청 의사를 명확히 표명하는 공항 환승객에 대하여 난민법에서 정한 절차를 개시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1) 난민법은 제2조 제4호 에 정한 난민신청자, 즉 난민인정 신청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인 사람 및 이에 관한 법적 불복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에 대하여 강제송환을 금지하고( 제3조 ), 대한민국 내에 체류할 자격을 부여하며( 제5조 제6항 ), 난민심사관에 의한 난민인정 심사를 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난민인정 심사 과정에서부터 난민 내지 난민신청자의 지위와 처우를 강하게 보장하고 있다. 난민법 제6조 는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 신청을 한 외국인에 대하여 법무부장관이 7일 이내에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할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만, 그 규정과 절차 역시 난민신청자 등의 지위를 강하게 보장한 난민법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해석해야 한다.

(2) 난민법 제6조 제1항 은 외국인이 ‘입국심사를 받는 때에’ 난민신청을 하려면 출입국항을 관할하는 지방출입국ㆍ외국인관서의 장에게 난민인정 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외국인이 ‘입국심사의 대상이 된 경우’ 그곳을 관할하는 지방출입국ㆍ외국인관서의 장에게 난민인정 신청을 할 수 있음을 규정한 것이지, 그 외국인이 반드시 출입국항 내 ‘입국심사대’라는 특정 장소에 도달한 경우에만 난민인정 신청을 할 수 있음을 규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3) 난민법 제5조 제3항 은 “난민인정 신청은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 다만 신청자가 글을 쓸 줄 모르거나 장애 등의 사유로 인하여 신청서를 작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접수하는 공무원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신청자와 함께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4항 은 “출입국관리공무원은 난민인정 신청에 관하여 문의하거나 신청 의사를 밝히는 외국인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은 난민인정 신청을 하려는 외국인에게 난민인정 신청 및 심사 단계에 쉽게 이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초기 단계에서부터 난민의 처우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는 취지이다. 난민법 시행령 제3조 제4항 은 이 규정들을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 신청의사를 표명한 경우에 준용하고 있으므로, 출입국항을 관할하는 지방출입국ㆍ외국인관서의 장은 출입국항을 통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이 난민인정 신청의사를 명확히 표명한 경우 충분한 조력을 제공하여 난민인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할 의무가 있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입국심사의 대상이 아닌 공항 환승객에 대하여 난민법, 출입국관리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에서 난민인정 신청에 관하여 규정하거나 이를 전제로 그 신청절차 등을 정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나, 아래의 이유를 종합하면, 공항 환승객에게 법률상 난민인정 신청권이 있다고 볼 여지도 있을 뿐 아니라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조리상 난민인정 신청권이 있음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이와 같은 취지의 제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

(1) 난민법 제5조 제1항 제1문 에 따라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인 공항 환승객도 난민인정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난민법 제6조 제1항 은 별도의 난민인정 신청권을 부여하는 취지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난민법 제5조 제1항 제1문 은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으로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사람은 법무부장관에게 난민인정 신청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에게 난민인정 신청권을 부여하고 있고, 제2문은 “이 경우 외국인은 난민인정 신청서를 지방출입국ㆍ외국인관서의 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일반적인 난민인정 신청의 절차를 규율하고 있다. 난민법 제6조 제1항 은 “외국인이 입국심사를 받는 때에 난민인정 신청을 하려면「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출입국항을 관할하는 지방출입국ㆍ외국인관서의 장에게 난민인정 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그 문면의 내용상 같은 법 제5조 제1항 제1문 에 따른 난민인정 신청권을 가진 외국인이 같은 항 제2문에 따른 일반적인 난민인정 신청의 절차 외에도 출입국항에서 보다 신속한 난민인정 신청의 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으로 보이고, 별도의 난민인정 신청권을 부여하거나 입국심사를 받는 때에 한정하여 난민인정 신청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민국 공항에 미치고 그 환승구역에 있는 외국인에게도 미치므로, 대한민국 공항 환승구역에 진입한 외국인은 난민법 제5조 제1항 제1문 에 규정된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으로 봄이 타당하다.

난민법 제6조 제1항 은 난민법 제정 전의 구 출입국관리법(2012. 2. 10. 법률 제112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 규정하던 난민임시상륙허가가 난민인정 신청절차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적 고려에 대응하고 난민인정 신청에 신속절차(fast track)를 도입하려는 등의 의도에서 신설되었고(갑 제15호증, 10, 25쪽), 공항ㆍ항만 등에서의 난민인정 신청절차를 명문화하여 난민인정 신청이 자의적인 행정에 의하여 거부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다. 이와 같은 위 조항의 입법 취지와 도입 경위에 비추어 보면, 위 조항은 출입국항에서의 외국인에게 별도의 난민인정 신청권을 부여하기 위하여 제정된 조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 난민법은「난민의 지위에 관한 1951년 협약」(이하 ‘난민협약’이라 한다) 및「난민의 지위에 관한 1967년 의정서」등에 따라 난민의 지위와 처우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1조 ). 난민법이 난민협약의 이행법률로서 성격이 있고, 그 궁극적인 목적이 난민의 보호에 있음을 고려하면, 공항 환승객의 난민인정 신청권을 부정하는 해석은 난민법의 목적에 반할 우려가 있다.

(3) 공항 환승객에게 난민인정 신청권이 없다고 보아 처분청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아니하는 것을 용인하게 되면, 공항 환승객에 대한 난민인정 심사 회부 여부 및 심사 등에 관한 법원의 사법심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서울고등법원은 2016. 10. 12. 선고 2016누54482 판결 을 통하여, 난민인정 신청서를 제출한 공항 환승객에 대하여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결정을 한 처분을 취소하는 제1심판결을 정당하다고 보아 유지하였다(처분청이 상고심에서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결정을 철회하고 회부결정을 함에 따라 대법원은 2019. 6. 13. 선고 2016두58260 판결 로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서울고등법원의 위 판결을 파기하고 소를 각하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위 판결에서 공항 환승객에게 난민인정 신청권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공항 환승객에 대한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결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난민법의 해석상 공항 환승객에게 난민인정 신청권이 없다고 보게 되면, 처분청은 공항 환승객에 대한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결정 등을 하는 대신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게 될 것이어서, 위 판결과 같은 법원의 사법심사가 불가능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4) 피고는 공항 환승객이 환승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입국심사의 대상이 아니고 난민인정 신청권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무국적자나 조건부 입국허가의 경우를 살피면, 공항 환승객이 입국심사를 예정하고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난민인정 신청권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① 난민법은 입국심사를 예정하고 있지 아니한 무국적자에게도 난민인정 신청권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국적자는 여권을 소지하지 아니하고 사증을 받을 수 없어, 입국심사를 받을 수 없는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민법 제2조 제1호 는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상주국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인 외국인도 난민에 해당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난민법이 난민인정 신청권조차 없는 무국적자를 난민으로 정의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 이상, 난민법은 입국심사를 예정하지 아니한 무국적자에게 난민인정 신청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② 출입국관리법은 입국허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에 대하여도 조건부 입국허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제13조 )을 두고 있다. 이러한 출입국관리법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입국심사를 받는 외국인은 반드시 여권과 사증 등 입국심사에 필요한 서류 등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며, 그 심사에 필요한 서류 등을 소지하지 아니한 사람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입국심사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이 입국심사를 받는 경우와 공항 환승객으로서 대한민국에 입국 의사를 표명하면서 이를 전제로 난민인정 신청을 하는 것을 달리 볼 필요는 없다.

(5) 난민협약 제33조 제1항은 “체약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을 선언하였고, 이 원칙은 난민뿐만 아니라 비호신청자(asylum seeker)에게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난민협약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이다.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은 어떠한 방법으로도(in any matter whatsoever) 난민을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하여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고, 이에 의하면 ‘국경에서의 거부’(rejection at the frontier)도 강제송환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공항 환승객이 비호신청을 하는 이상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의 적용을 받고, 이를 국경에서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결국 난민인정 신청권이 있는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다.

(6) 난민에 관한 법리가 비교적 일찍 발전하기 시작한 유럽과 미국에서도 공항 환승객에게 난민인정 신청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① 이른바 ‘더블린 조약III’으로 알려진 유럽연합 국가 사이의 조약[Dublin Regulation; Regulation(EU) No 604/2013]에 의하면, 공항 환승구역에서 비호신청이 있으면 체약국은 그 신청에 대하여 심사하여야 한다(갑 제28호증의 1, 2). 위 조약의 체약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공항 환승객이 비호신청을 할 수 있다고 보아 이들에 대한 공항에서의 난민인정 신청절차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② 미국의 이민법(Illegal Immigration Reform and Immigrant Responsibility Act of 1996)에 의하면, 미국에 물리적으로 존재하거나 미국에 도착한 외국인(지정된 도착 항구에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해 또는 미국 영해에서 제지당한 후 미국으로 옮겨진 외국인을 포함한다)은 그 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비호신청을 할 수 있다(갑 제29호증, 162, 163쪽). 미국 이민법의 해석론, 즉 물리적으로 미국에 존재하는 사람에게 법적 지위와 무관하게 비호신청권을 인정하는 해석론에 의하면, 공항 환승객에게도 난민인정 신청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7) 2012. 2. 10. 제정되고 2013. 7. 1. 시행된 난민법은 그 제정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은 출입국관리법에서 난민인정 절차를 규율하고 있으나, 난민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그 책임을 다하고 있지 못하고, 난민인정 절차의 신속성, 투명성, 공정성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는 등 많은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는바, 난민인정 절차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난민협약 등 국제법과 국내법의 조화를 꾀하고,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초석을 다지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위와 같은 난민법의 제정 취지와 난민법이 난민협약 등의 가입에 따른 이행법률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점 등을 고려하고, 그 인도주의적인 견지에 비추어 보면 난민법의 실질적인 적용 단계에서 공항 환승객에게 적어도 조리상 난민인정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공항 환승객에게 난민인정 신청권이 인정되고, 제1심이 인정한 것과 같이 원고가 출입국항인 인천국제공항을 통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위하여 2020. 2. 18.경부터 난민인정 신청의사를 표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이를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의 난민인정 신청에 따라 난민인정 심사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 등 난민법이 정한 절차를 개시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의 난민인정 신청의사 표명에 대하여 아무런 절차를 개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러한 피고의 부작위는 위법하다.

4. 결론

따라서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배준현(재판장) 송영승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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