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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4. 28. 선고 2015다36549 판결
[차량대금반환][미간행]
판시사항

[1]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 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가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 경우 ‘중대한 과실’의 의미

[2] 외국산 차량을 수입·판매하는 갑 주식회사가 사용하는 매매계약서 양식의 뒷면에 ‘예금주가 갑 회사로 되어 있는 지정계좌로 입금된 금액만 매매대금으로 인정된다’는 취지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는데, 을이 갑 회사의 영업사원 병과 자동차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매계약서 작성 전에 차량대금을 갑 회사의 계좌가 아닌 병의 계좌로 송금하였고, 병은 매매계약 체결 사실을 갑 회사에 보고하지 않은 채 위 돈을 소위 ‘차량돌려막기’ 대금으로 사용한 사안에서, 을이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였고, 공평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을을 보호할 필요가 없어, 갑 회사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루츠 담당변호사 장대근)

피고, 상고인

한성자동차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백영기)

주문

원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용자의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 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 혹은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 (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29850 판결 참조). 이 경우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거래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49978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① 피고는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을 수입·판매하는 회사이고, 소외 1은 피고에게 고용되어 ○○전시장 영업3팀 차장 직함으로 피고의 자동차 판매 업무에 종사한 영업사원이다. ② 원고는 2013. 2.경 소외 1을 통해 피고로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 1대(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를 대금 5,38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에 매수하되 2013. 3. 중으로 차량을 인도받기로 하는 내용의 자동차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③ 원고는 2013. 2. 26. 1,000만 원, 2013. 2. 27. 3,200만 원을 차량대금 명목으로 피고의 계좌가 아닌 소외 1 명의의 계좌로 각 송금하였다. ④ 그러나 소외 1은 이 사건 매매계약의 체결 사실을 피고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원고로부터 송금받은 4,200만 원을 피고 계좌로 입금시키지도 않고 소위 ‘차량돌려막기’ 대금으로 사용하였다.

그런 다음 원심은, 사용자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매매대금 중 위 4,200만 원을 제외한 1,180만 원 부분은 소외 1이 판시와 같은 방법으로 차량대금을 수령하는 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피고의 사무집행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가 소외 1의 위 행위가 영업사원으로서 정당한 사무집행에 속하지 아니함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나머지 4,200만 원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이 위 4,200만 원에 대하여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의 경우 자동차 매매대금은 계약서를 작성한 후 고객이 법인계좌로 잔금을 납부하면 자동으로 완납 처리되고 있고, 피고가 사용하는 매매계약서 양식의 뒷면에는 ‘예금주가 피고로 되어 있는 지정계좌로 입금된 금액만 매매대금으로 인정된다’는 취지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다. ② 원고는 위와 같이 2회에 걸쳐 소외 1 개인 명의의 계좌로 차량대금 중 4,200만 원을 송금하였는데, 당시 원고와 소외 1은 아직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였고, 돈을 송금한 후 이틀이 지난 2013. 3. 1.자로 작성된 매매계약서(갑 제1호증)에는 계약금란에 ‘일백만 원’, 특별주문사양란에 ‘차량대금을 모두 완납하였습니다. 3월 1일 소외 1’이라고 기재되어 있다(특별주문사양란은 공란이던 것을 소외 1이 2013. 4.경 기재한 것이다). ③ 차량대금 중 4,200만 원을 제외한 1,180만 원에 대하여는 원고가 피고나 소외 1에게 지급함이 없이 원고와 소외 1, 원고의 지인인 소외 2 사이에 소외 1이 소외 2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를 원고가 소외 2에게 직접 지급하는 등의 형태로 정산하기로 합의하였다. ④ 원고는 소외 2와 함께 소외 1이 근무하는 피고의 영업소를 방문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소외 2는 중고차 매매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소외 1과 10년 가까이 거래한 사이이고, 원고도 2012. 10.경 소외 1로부터 피고의 벤츠 차량 1대를 매수한 적이 있으며, 원고와 소외 1 명의의 계좌 사이에 여러 차례 돈이 오고 간 거래내역이 있다. ⑤ 원고는 소외 2로부터 소외 1을 통하면 신차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소개받았고, 소외 1로부터 현금으로 사면 10% 정도 싸게 사거나 명의이전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 사건 거래를 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 차량 매매대금은 통상 매도인의 계좌로 보내고 영업사원 개인의 계좌로 보낼 경우에는 유용 등 위험이 따른다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음에도, 원고는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대금의 상당 부분을 소외 1의 개인 계좌로 송금하였고, 원고와 소외 1 사이에 사후적으로 작성된 계약서도 그 내용이 실제와 달리 계약금이 100만 원으로 기재되고 특별주문사양란은 공란으로 되어 있다가 소외 1이 ‘매매대금을 완불했다’는 취지를 뒤늦게 부기해 넣었다. 원고는 차량대금 중 1,180만 원은 피고 측에게 전혀 지급함이 없이 원고와 소외 1, 소외 2 사이의 채권채무관계로 정산하는 식으로 처리하였음에도 피고에게 자신의 매매계약 체결이나 대금지급 여부에 관해 확인해 보는 등의 조치를 한 흔적이 없고, 소외 1도 피고에게 이를 보고하지 아니하여 피고는 원고와의 매매계약이나 대금지급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매매계약의 체결과 차량대금의 지급 과정, 매매계약서의 형태 등이 통상의 거래 과정에 비하여 극히 이례적인 점 및 원고와 소외 2, 소외 1 사이의 거래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소외 1의 행위가 그의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을 것임에도 소외 2, 소외 1 등과의 관계에 기대어 차량을 저렴한 가격으로 매수하거나 등록비용 절감 등의 이익을 취득할 생각에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공평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원고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섣불리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용자책임이 면책되는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김용덕 김소영 이기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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