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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7.8.31. 선고 2016고합189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사건
피고인

A

검사

곽규홍(기소), 김승걸(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법무법인(유) D

담당변호사 E, F

판결선고

2017. 8. 31.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5. 3. 27. 피해자 G으로부터 피해자가 대표이사로 있는 합성수지 제품 제조 및 판매업체인 H 유한회사(이하 'H'이라고 한다)의 총지분 340,000좌를 양수대금 50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면서 양도인은 출자지분의 이전서류, 양수인이 지정하는 자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서류, 기존 등기임원 전체의 사임서류를, 양수인은 양수대금 50억 원을 변호사에게 에스크로(Escrow)하여 동시이행하기로 하고, 계약 체결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회사가 담보제공한 양도인인 피해자의 키움저축은행에 대한 개인채무 10억 원을 양수인 또는 양수인이 지정하는 자가 승계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위와 같은 양수도계약을 체결하고 피해자로부터 H의 지분 이전 및 임원 변경에 관한 서류를 넘겨받아 법인등기를 마치더라도 약정한 양수대금 50억 원을 모두 지급할 의사가 없었다.

피고인은 2015. 3. 31. 위 양수도계약에 따라 양수대금을 모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은 피해자로부터 대표이사 사임서, 법인인감도장, 법인인감카드 등 지분 이전 및 임원 변경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교부받아 법인등기를 마침으로써 H의 경영권을 넘겨 받았음에도 2015. 4. 1. 변호사에게 에스크로한 양수대금 50억 원 중 30억 원만 지급한 채 20억 원을 지급하지 않고, 피해자의 키움저축은행에 대한 개인채무 10억 원도 승계하지 않음으로써 합계 30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의도로 피해자를 기망한 것이 아니고 무자료 거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여 이로 인한 우발채무 발생 위험을 줄이고자 정밀실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일 뿐 편취 범의는 없었다. 피고인은 30억 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였고, 20억 원은 H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여 입금해두고 정밀실사를 하려했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여 계약이 완료되지 못했던 것이므로 양수대금을 모두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

3. 판단

가. 인정 사실

피고인의 법정진술, 증인 G, I, J, K, L의 각 법정진술, G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계약서, 매매대금 잔액확인서, H 자산부채실사보고서, H의 관리인보고서 요지 송부서(증 제1호증), 무자료거래 기입 엑셀파일(증 제3호증), H 재무실사보고서(증 제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이 사건 계약체결 전후의 사정

① 피해자 G은 H을 매각하기 위해 2014. 10.경 M회계법인에 의뢰하여 H에 대한 자산부채실사보고서(2014. 9. 30. 기준)를 작성하였다. 이 자산부채실사보고서에는 회사의 재고자산이 장부에 기재된 것보다 약 80억 원 부족하다는 내용은 있었으나 무자료거리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피해자 G도 무자료거래에 관한 내용은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고 피고인에게 구두로 설명해주었다고 증언하였다).

② 피고인은 계약을 체결하기 전인 2015. 3.경 위 자산부채실사보고서의 진실성과 그 이후 변경된 사정 등을 확인하기 위해 N회계법인을 통해 H에 대한 간이 재무실사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 측이 H의 재무담당자 에게 재무제표상의 매출, 영업이익이 당초 설명한 것보다 적다는 점을 지적하자 I는 무자료거래를 통해 재무제표에 기재된 것보다 매출액 약 15억 원, 당기순이익 5~6억 원이 추가로 발생되기 때문에 회사의 가치가 60억 원 정도 된다고 설명하며 피해자 개인명의 통장과 1년치 무자료거래를 정리한 수기장부를 보여주었다. 이에 N회계법인의 L 회계사가 수기장부를 엑셀파일로 정리하였고 그 내용이 맞는지 에게 다시 확인받았다.

③. 위와 같이 간이 재무실사를 한 N회계법인이 2015. 3. 19. 무렵 작성한 재무실사보고서에는 "H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무자료거래를 발생시켰고, 이러한 거래로 인한 세무상의 위험은 규모를 예측할 수 없어 세무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2014회계연도에 회사가 세무신고한 매출액은 82억 원, 당기순이익 1억 원인데, 무자료거래를 반영하여 별도로 관리한 실질장부상 매출액은 100억 원, 당기순이익은 6억 2,000만 원이다. 위와 같은 차이금액은 대표이사 개인명의 계좌로 관리되고 있다."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④ 그런데 I가 제출한 수기장부 외에는 무자료거래의 정확한 규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세금추징 등 우발채무 액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없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밀실사가 필요했다. L 회계사는 이러한 내용을 간이 재무실사에 대한 보고를 하면서 피고인에게 전달했고, 얼마 후(그 시점이 이 사건 계약체결 전인지 후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피고인으로부터 정밀실사를 의뢰받아 H에 실사를 하러 갔으나, 조직 폭력배로 보이는 사람들이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서 정밀실사는 하지 못했다 (증인 L의 증언).

2) 이 사건 계약의 내용

① 피고인은 H 측이 주장하는 무자료거래로 인한 매출 및 순이익을 반영하여 계약금액을 실제 장부상의 순이익을 기초로 추정한 회사의 가치보다 높은 60억 원 정도로 평가하고 2015. 3. 27. 피해자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건 계약서 제3조는 양수대금을 50억 원으로 정하면서 그 지급방법에 관하여.

양수인은 대금 50억 원을, 양도인은 출자지분의 이전서류, 양수인이 지정하는 자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서류, 기존 등기임원 전체의 사임서류를 각각 변호사에게 에스크로(Escrow)하여 동시이행하고, 계약 체결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피해자의 키움저축은행에 대한 개인채무 10억 원을 양수인 또는 양수인이 지정하는 자가 승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③ 이 사건 계약서 제5조(양도인의 보증사항)에는 "2014사업연도 결산일 이전의 사유로 인하여 발생한 회사의 일체의 채무 및 부채는 우발채무 및 미확정 채무를 포함하여 회사에서 제시한 재무제표에 정확히 반영되었고, 회사는 고의적으로 세금을 적게 신고하거나 누락한 사실이 없다(단, 2014. 9. 30. 기준 H 자산부채실사보고서에 반영된 부분은 제외함)."라고 되어 있고, 제7조(추가발견 채무에 대한 손해배상)에는 "계약이 성립된 후 실사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은 부외부채가 추가로 발견되거나, 또는 계약일 이전 원인행위로 인한 우발부채 또는 각종 세금과 공과금이 회사에 추징되는 경우 양도인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제5조와 제7조에 대한 양도인의 책임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6개월로 한정하고 이후에는 양도인의 책임을 면책한다."라고 되어 있다.

3) 양수대금 미지급 경위 등

①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 내용에 따라 양수대금 50억 원 전액을 0 변호사에게 에스크로하였고, 양수대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기 전인 2015. 3. 27. 피해자로부터 대표이사 사임서, 법인인감도장, 법인인감카드 등 지분 이전 및 임원 변경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교부받고 H 이사로 취임하여 2015. 3. 31. 등기를 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2015. 4. 1. 에스크로된 위 양수대금 50억 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기로 하였는데, 위 50억 원을 피해자에게 주기로 한 자리에서 투자자인 K이 무자료거래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추가정밀실사를 요구했고 피해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자신이 투자한 20억 원을 회수해서 가버렸다(K은 양수대금 지급일 약 이틀 전에 J로부터, 무자료거래의 정확한 거래처나 상세한 내용이 확인이 되지 않아 H의 당기순이익이 6억 원인지가 불확실하다는 말을 듣게 되어 정밀실사를 요구했던 것이라고 증언하였다).

③ K이 20억 원을 회수해 가자,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양수대금 중 30억 원을 일단 지급하고 나머지 20억 원의 지급 연기를 요청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피해자와 협의를 거쳐 다음날 H 계좌를 개설해 20억 원을 입금하여 두기로 하고 피해자에게 20억 원에 대하여 매매대금 잔액 확인서를 작성해주었고, 다음 날 피해자와 함께 은행으로 가서 H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고 20억 원을 입금하였다(증인 G의 증언). 위 매매대금 잔액 확인서에는 "20억 원을 H 매매대금 잔금으로 보관하고 있으며 위 금액을 2015. 4. 2. H 법인 계좌에 입금할 것을 확인한다. 2015. 4. 7.까지 위 금액을 지급하고 미이행시. 계약은 파기되며 원상복구할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④ 피해자는 2015. 4. 7. 오후에 J에게 "많은 오해와 결례를 한 것 같아 피고인에게 사죄 말씀을 드렸고, 이사장님(J)께도 사죄 말씀드리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자는 그 후 2015. 4. 8.부터 2015. 4. 말경까지 이 사건 계약의 수정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려고 피고인, K, J를 만나 계속 협상을 진행하였다(증인 G의 증언).

나, 구체적 판단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계약체결 당시부터 양수대금을 전부 지급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앞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와 같이 계약체결 당시부터 양수대금을 전부 지급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① 피고인이 이 사건 계약 내용에 따라 양수대금 50억 원 전액을 에스크로 한 점, K이 20억 원을 회수해 간 후에도 피해자에게 매매대금 잔액 확인서를 작성해주고, 실제H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고 20억 원을 입금하기까지 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양수대금 50억 원 전액을 지급할 능력이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②) 피해자 G은 경찰에서 "2015. 4. 1. 양수대금을 지급받기로 한 자리에서 K이 회사에 대한 실사를 못했으니 2~3일 후에 20억 원을 가져가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하였고, 피고인은 2일 후에 20억 원을 주겠다고 했는데 회사를 좀 더 조사해봐야 한다는 이유로 돈을 주지 않았고, 2015. 4. 7. 피고인, K, J를 만난 자리에서 처음부터 잔금 20억 원을 줄 마음이 없었다고 말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91쪽).

피고인이 2015. 4. 7. 피해자에게 "처음부터 잔금 20억 원을 줄 마음이 없었다."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는 증거는 피해자의 위 경찰 진술뿐이다. 그런데 피해자는 당일 오후에 피고인에게 사죄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2015. 4. 말경까지 피고인 측과 계속 협상을 진행하였으므로, 처음부터 계약금액의 상당 부분을 줄 마음이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사죄하고 협상을 이어가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위와 같은 경찰 진술은 믿기 어렵다.

③ 피해자 G은 검찰에서 "나중에 알고보니 피고인과 함께 온 J, K이 모두 한패거리로 K이 20억 원을 회수해 간 그날 일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고 현장에서 쇼를 해서 20억 원을 가로챈 것이다."라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360쪽), 그 후 이 법정에서는 "이 변호사가 에스크로된 50억 원을 놓고 가자 K이 20억 원은 자신이 투자한 것이라고 하며 실사를 해야겠다고 하여 한바탕 해프닝이 있었다. 피고인이 처음부터 양 수대금 50억 원을 모두 지급하거나 10억 원 채무를 승계할 마음이 없었다고 생각한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처음부터 양수대금을 전부 지급할 의사 없이 K과 짜고 자신의 돈을 가로챈 것이라는 피해자의 진술 부분은 피해자의 추측에 불과하고, "대금을 지급하는 자리에 가기 전에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무자료거래와 관련된 정확한 자료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는 증인 K의 증언과 당시 상황에 대한 녹취서(증거목록 순번 27)의 기재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기 위해 K과 사전에 모의한 것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④ 피고인이 무자료거래의 존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피해자와 계약을 체결하였고, 법인등기를 넘겨받은 후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추가정밀실사를 요구하며 양수대금 20억 원의 지급을 미룬 것은 이례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서 제5조, 제7조에 따르면 2014. 9. 30.자 자산부채실사보고서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무자료거래와 관련하여 발생한 우발채무나 각종 세금 추징 등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존재하는데, 피고인에게 무자료거래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없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무자료거래에 따른 우발채무의 규모를 정확하게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태였던 점, 피고인이 간이 재무실사를 통해 무자료거래의 존재를 대략적으로 파악한 후 회사 순이익 증대 측면을 고려하여 회사의 가치를 장부상의 것보다 높게 평가했던 것으로 보일 뿐 그에 따른 부외부채 등을 고려하여 양수대금을 평가하였다는 자료는 없는 점, 이 사건 계약에서 우발부채, 각종 세금추징 등으로 인한 양도인의 책임기간을 비교적 단기간인 계약체결일로부터 6개월로 제한하였기 때문에 양수인인 피고인으로서는 무자료거래의 정확한 규모를 신속히 파악해야 할 실질적 필요성이 있었던 점, 피고인이 투자자인 K 등과 사전에 사기 범행을 공모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은데, K이 추가정밀실사를 요구하면서 양수대금 중 20억 원을 회수해 가 버린 상황에서 피고인으로서는 정밀실사의 필요성이나 무자료거래에 따른 우발채무의 발생 가능성을 이 사건 계약체결 당시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생각했을 수 있는 점, 실제로 2016년경 H에 대하여 2013, 2014 사업연도를 대상으로 세무조사가 이루어졌는데 해당 기간의 무자료 매출 등으로 약 2억 7천만 원의 추가적인 세금이 부과되기까지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계약 체결 후 계약이행 과정에서 비로소 실사 등을 통하여 우발채무 등의 정확한 액수나 그에 따른 양도인의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등이 확정될 때까지 대금지급을 보류해야 할 필요성을 가졌을 수도 있다.

4.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 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최병철

판사심우성

판사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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