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노1182 병역법위반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김은정(기소), 김은오(공판)
변호인
변호사 임영수(국선)
원심판결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16. 5. 10. 선고 2015고단97 판결
판결선고
2017. 10, 18.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
피고인은 진지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였고, 입영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다.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 및 헌법 제19조에서 규정하는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권리이므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행사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2. 판단
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는 원칙적으로 추상적 병역의무의 존재와 그 이행 자체의 긍정을 전제로 하되 구체화된 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의무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에 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구체적 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사람이 그 거부 사유로서 내세운 권리가 우리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나아가 그 권리가 위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능가하는 우월한 헌법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 대해서까지도 위 법률조항을 적용하여 처벌하게 되면 그의 헌법상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므로 이
때에는 이러한 위헌적인 상황을 배제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그에게 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우리 헌법은 제5조 제2항에서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규정하고, 제39조 제1항 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주권자인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그것이 주권자인 국민 자신에게도 필요한 일이라는 관점에서 정당화된다. 즉 국민이 이러한 헌법적 의무를 부담함으로써 비로소 국민 스스로가 그의 기본권의 실현과 보호를 위한 전제 조건인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국민은 헌법적 의무로서 국방의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헌법 제39조 제1항이 규정한 국방의 의무는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여 국가의 정치적 독립성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의무로서 납세의 의무와 더불어 국가의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고, 위 법률조항은 바로 이와 같이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될 수 없다. 따라서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고,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가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 그 결과,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을 위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 할 것이다.
나. 한편, 우리나라가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의 규정은 우리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 제20조의 종교의 자유의 해석상 보장되는 기본권의 보호범위와 거의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헌법 제6조 제1항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위 규약의 조항으로부터 예외적으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적용을 면제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도출된다고 볼 수 없고,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여부 등에 관하여는 위 규약 가입국의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어야 하는바, 현재로서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면제나 대체복무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반죄로 처벌한다 하여 규약에 반한다고 해석되지는 않는다.
다. 나아가 국제연합 자유권규약위원회가 우리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규약 제18조 제1항에 위반하여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하더라도, 위 결정이 헌법에 보장된 법원의 법령해석 권한과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 판권한을 능가하는 법률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볼 수도 없다.
라. 따라서 진지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에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금덕희
판사김이슬
판사구경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