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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1996. 8. 22. 선고 95가합43551 판결 : 상고
[손해배상(기) ][하집1996-2, 127]
판시사항

[1] 전경이 불법시위 해산 과정에서 시위와 무관한 자들을 강제연행한 데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2] 전경이 불법시위 해산 과정에서 대학도서관에 진입한 데 대하여 정신적 충격과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한 위자료지급 청구를 부인한 사례

판결요지

[1] 전경들이 서총련의 불법시위 해산 과정에서, 단순히 전경들의 도서관 진입에 항의한 학생 등 시위무관자들을 강제연행한 데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2] 전경들이 대학도서관에 진입하게 된 것이 불법시위 참가자들의 일부가 도서관으로 도주함에 따라 이를 추적·체포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는 현행범을 체포하는 데 필요한 행위로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행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적법한 행위라 할 것이고, 대학도서관이라고 하여 같은 조항의 적용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전경들의 도서관 진입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한 위자료지급 청구를 부인한 사례.

원고

조남문 외 14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영화 외 1인)

피고

대한민국

주문

1. 피고는, 원고 조남문, 문창오에게 각 금 2,000,000원, 원고 김지훈, 박지훈, 김희철, 권오성, 정장훈, 신문식, 손상민, 김종남, 김철환, 강제명, 김승배, 이화수에게 각 금 1,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94. 7. 19.부터 1996. 8. 22.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 이경동의 청구 및 원고 이경동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이경동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같은 원고의 부담으로 하고, 원고 이경동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이를 2분하여 그 1은 나머지 원고들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조남문, 문창오에게 각 금 5,000,000원, 원고 이경동, 김지훈, 박지훈, 김희철, 권오성, 정장훈, 신문식, 손상민, 김종남, 김철환, 강제명, 김승배, 이화수에게 각 금 2,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94. 7. 19.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기초 사실의 인정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4 내지 20, 갑 제3호증의 1, 2, 갑 제4호증, 갑 제7호증의 1 내지 15, 갑 제8호증의 1, 2, 갑 제10 내지 14호증의 각 1, 갑 제15호증, 갑 제16호증의 1, 갑 제17호증의 1, 을 제1호증, 을 제2 내지 9호증의 각 3, 을 제10 내지 13호증의 각 2의 각 기재 및 증인 손양철, 이용표의 각 증언(단 증인 이용표의 증언 중 뒤에서 배척하는 부분 제외), 당원의 국회의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증인 이용표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 없다.

가. 서총련의 불법집회와 경찰의 진압

(1) 소외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이하 서총련이라고 한다)은 1994. 7. 19. 19:00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소재 연세대학교 교내 학생회관 앞 민주광장에서 경찰 당국에 사전 신고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여러 대학에서 모여든 약 600명의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문민독재 공안탄압 분쇄 국가보안법 철폐 서총련 사수 결의대회'라는 불법 집회(이하 이 사건 집회라고 한다)를 개최하였다.

(2) 연세대학교 교내에서 이 사건 집회가 개최된다는 정보를 입수한 경찰은 3,000여 명의 전투경찰(이하 전경이라고 한다)을 연세대학교 정문 밖에 대기시키고 있다가 같은 날 20:00경 위 집회를 해산시키고 참가자들을 검거 연행하기 위하여 대기중인 전경들을 교내에 진입시켰다(그 과정에서 일부 집회 참가 학생들이 쇠파이프와 벽돌 등을 소지하고 격렬하게 저항하였다).

나. 전경들의 도서관 내 진입

(1) 위와 같이 전경들이 교내로 진입하자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검거를 피하기 위하여 집회 장소에 인접해 있는 도서관 안으로 도주하였고, 상당수의 전경들이 이들을 추적하여 도서관 안으로 진입하였다(1차 진입).

(2) 전경들이 1차 진입 후 도서관 밖으로 철수하여 그 앞에서 대기하는 상태에서, 당시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다수의 학생들이 도서관 입구에 모여 대기중이던 전경들을 향하여 도서관 진입에 항의하자, 같은 날 20:10경 도서관 앞에 도열해 있던 전경들은 항의하는 학생들을 해산시키고, 연행하면서 일부 학생들이 도서관 안으로 몸을 피하자 이들을 쫓아 재차 도서관 안으로 진입하였다(2차 진입).

다. 원고들(원고 이경동 제외)의 체포, 연행 등

원고들(원고 이경동 제외)은 모두 연세대학교 또는 그 대학원에 재학중인 학생들로서, 아래와 같이 이 사건 집회에는 전혀 참여한 바 없는데도 우연히 그 날 교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또는 사사로운 일로 교내에 있다가 전경들의 이 사건 집회 해산 와중에서 구타를 당하여 상해를 입거나 체포, 연행되어 고초를 겪었다.

(1) 원고 조남문, 문창오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가 전경들의 1차 진입 후 다른 학생들과 같이 대기중이던 전경들에 대하여 도서관 진입을 항의하던 중 2차 진입하는 전경들의 경찰봉에 맞아 원고 조남문은 전치 2주의 전두부 열창을, 원고 문창오는 전치 1주의 두부 열상을 각 입었다.

(2) 원고 박지훈, 권오성, 정장훈, 신문식, 손상민, 김종남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가 전경들의 1차 진입 후 다른 학생들과 같이 대기중이던 전경들에 대하여 도서관 진입을 항의하던 중 2차 진입하는 전경들에게 체포되었고, 원고 김희철, 김승배, 이화수는 사사로운 일로 교내에 있다가 다른 학생들이 전경들의 도서관 진입에 항의하고 있는 순간 도서관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 2차 진입하는 전경들에게 체포되었으며, 원고 김철환은 도서관에서 귀가하기 위해 가방을 들고 나오다가 마침 2차 진입하는 전경들에게 체포되었다.

(3) 원고 김지훈, 강제명은 그 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위와 같이 집회와 경찰의 진압으로 어수선해지자 가방을 들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 교내에 진입해 있던 전경들의 불심검문을 받아 연행되었다.

(4) 원고 김지훈, 박지훈, 김희철, 정장훈, 신문식, 손상민, 김종남, 김철환, 강제명, 김승배, 이화수는 그 날 20:10경 체포되어 강서경찰서 및 영등포경찰서에 연행된 후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되었다가 약 20시간 지난 1994. 7. 20. 16:00경 모두 석방되었다.

라. 이 사건과 관련하여 원고들에 대한 사전 또는 사후의 구속영장은 발부된 사실이 없으며, 홍익대학교 총학생회장이자 서총련 의장인 조종욱에 대하여 사후 압수·수색·검증영장이 발부된 사실이 있을 뿐이다.

2. 원고 이경동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원고들은 모두 연세대학교 또는 그 대학원에 재학중인 학생들로서, 이 사건 집회에는 전혀 참여한 바 없고, 다만 그 날 우연히 도서관에서 공부하거나 사사로운 일로 교내에 있다가 전경들이 이 사건 집회 참가자를 체포하기 위하여 도서관에 진입하자 이에 항의한 일이 있을 뿐이어서 전경들에게 체포될 무슨 범죄행위를 저지른 바 없는데도 위와 같이 진압 전경들에게 구타당하여 상해를 입거나 체포, 연행되어 20시간 가량 경찰서 유치장에 불법으로 감금되었던 것이므로, 피고는 그 소속 전경들의 위와 같은 직무집행상의 과실로 인하여 위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당시 집회 참가자와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을 정확히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진압 전경들은 도서관 현관까지 나와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격렬하게 저항하거나 아니면 외관상 손수건을 목 또는 팔목에 두르고 있다든지, 셔츠나 바지 등이 땀에 저려 있다든지, 유독 땀을 많이 흘리고 있다든지, 옷에 흙이 묻어 있다든지 하는 등 전반적인 용모로 보아 집회에 참가한 현행범으로 의심이 가는 학생들 또는 그들의 검거를 방해하려고 진압 전경들에 대항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학생들을 선별하여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죄 또는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 내지 준현행범으로 체포, 연행하였던 것이고, 그 후 검사의 지휘에 따라 입건하지 아니한 채 훈계 후 석방한 것이므로 이는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하고, 또 위 원고들을 검거하려는 과정에서 경찰봉을 사용하여 약간의 상해를 가하였다 하더라도, 당시 학생들의 저항 정도에 비추어 볼 때, 이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 , 제11조 에 의한 부득이한 최소한의 경찰권 발동으로서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과 같이 다수인이 모여 불법, 폭력적인 집회 및 시위를 개최하고, 그 주위에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다수 모여 있어, 그 집회의 해산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와 구경하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경우에는 집회 참가자 여부를 정확히 분간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집회 및 시위의 해산, 그에 관련된 현행범의 체포업무에 종사하는 경찰 기타 공무원으로서는 그 체포 시점의 구체적 상황하에서 피체포자가 집회, 시위 현장에서 체포를 피해 도주하거나 외모로 보아 집회참가의 흔적이 확연하여 집회 참가자로 의심할 만한 객관적, 합리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때에는 결과적으로 현행범 또는 준현행범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오인하여 체포하였다 하더라도 이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 김지훈, 강제명은 사건 당일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가방을 들고 집으로 귀가하던 도중에 연세대학교 안에 진입해 있던 전경들의 불심검문을 받아 연행되었던 것이므로, 이 사건 집회와 위 체포의 시간적, 장소적 관련성의 측면에서 보아 도저히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죄의 현행범이나 준현행범으로 의심할 만한 객관적, 합리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원고 박지훈, 김희철, 권오성, 정장훈, 신문식, 손상민, 김종남, 김철환, 김승배, 이화수는 그 날 도서관에서 공부하거나 사사로운 일로 교내에 있던 연세대학교 학생들로서 각 체포 당시 원고 박지훈, 권오성, 정장훈, 신문식, 손상민, 김종남은 진압 전경이 1차 진입한 후 도서관 밖으로 철수하여 그 앞에서 대기중인 상태에서 도서관에 공부를 하다가 나온 다른 학생들과 같이 대기중이던 전경들에 향하여 도서관 진입에 대하여 항의하던 중이었고, 원고 김희철, 김철환, 김승배, 이화수는 다른 학생들이 전경들에 대하여 항의하고 있는 순간 도서관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집으로 귀가중이었는데, 도서관 앞에 도열해 있던 전경들이 항의하는 학생들을 해산시키면서, 학생들을 체포, 연행하기 위하여 도서관으로 2차 진입하는 과정에서 원고 박지훈, 김희철, 정장훈, 신문식, 김종남, 김철환, 김승배, 이화수는 도서관 앞에서, 원고 권오성, 손상민은 근처에 위치한 이과대 및 법대 건물 쪽으로 피하다가 각 추적하는 전경들에게 체포되었던 것이므로, 위 원고 박지훈 등을 체포, 연행한 전경들로서는 그들이 집회 참가자가 아니라 단순히 전경들의 도서관 진입에 항의하는 연세대학교 학생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이고, 또 위 원고 박지훈, 권오성, 정장훈, 신문식, 손상민, 김종남이 전경들의 도서관 진입에 항의한 사실을 들어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한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으므로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나아가 피고가 위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 조남문, 문창오가 입은 상해의 정도 및 원고 김지훈, 박지훈, 김희철, 권오성, 정장훈, 신문식, 손상민, 김종남, 김철환, 강제명, 김승배, 이화수가 체포, 연행된 경위, 위 원고 김지훈 등이 20시간 가량을 경찰서 유치장에 불법구금된 점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는 위자료로서 원고 조남문, 문창오에게 각 금 2,000,000원, 원고 김지훈, 박지훈, 김희철, 권오성, 정장훈, 신문식, 손상민, 김종남, 김철환, 강제명, 김승배, 이화수에게 각 금 1,000,000원을 지급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3. 원고 이경동의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 이경동은, 그 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위와 같이 전경들이 집회 참가자들을 체포하기 위하여 학문을 연구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터전인 대학의 도서관 내에 함부로 난입하여 집회와 무관한 학생들을 마구잡이 체포, 연행하고 실내집기를 부수는 등의 과잉 진압을 함으로써 정신적 충격을 받고 학습권을 침해당하였으므로 피고는 경찰의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위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으로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전경들이 도서관에 진입하게 된 것은 시위 참가자들의 일부가 도서관으로 도주함에 따라 이를 추적, 체포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이는 현행범을 체포하는 데 필요한 행위로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에 의하여 영장 없이 행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적법한 행위라고 할 것이고, 대학 도서관이라고 하여 위 형사소송법 조항의 적용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위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 조남문, 문창오에게 각 위자료 금 2,000,000원, 원고 김지훈, 박지훈, 김희철, 권오성, 정장훈, 신문식, 손상민, 김종남, 김철환, 강제명, 김승배, 이화수에게 각 위자료 금 1,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1994. 7. 19.부터 피고가 그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1996. 8. 22.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 조남문, 문창오, 김지훈, 박지훈, 김희철, 권오성, 정장훈, 신문식, 손상민, 김종남, 김철환, 강제명, 김승배, 이화수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모두 인용하고, 위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 및 원고 이경동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 , 제92조 , 제93조 를, 가집행 선고에 관하여는 같은 법 제199조 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심재돈(재판장) 박종욱 유헌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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