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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75. 1. 28. 선고 73도2207 판결
[수산업법위반·반공법위반·국가보안법위반·간첩음모][공1975.4.15.(510),8352]
판시사항

북괴에 납치되어 가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어로저지선을 넘어 어로작업을 하지 아니한 한 어로저지선이나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어로작업을 하다가 북괴경비정에 납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북한집단의 구성원들과 회합이 있을 것이라는 미필적고의가 있다고 볼수 있는가 여부

판결요지

어부인 피고인들이 어로저지선을 넘어 어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북괴경비정이 출현하는 경우 납치되어 가더라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어로저지선을 넘어서 어로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면 북괴집단의 구성원들과 회합이 있을 것이라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1 외 58명

상 고 인

검사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중 반공법위반, 국가보안법위반 및 간첩음모의 점에 관한 원심판결 이유를 보면, 제1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위 각 범죄에 관하여 그러한 행위사실 자체는 인정이 되지만, 피고인들의 그러한 행위는 북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에서 그 구성원의 강압적인 지시에 따라 행하였거나 그 구성원의 신문에 대하여 사실대로 진술하지 아니하면 생명, 신체에 대하여 예측할 수 없는 위해가 가해질지도 모른다는 사정아래에서 이루어진 이른바 강요된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하고 형법 제12조 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데 대하여 그 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하여 제1심 판결을 지지하고 있는 바, 이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의 요지는, 피고인들이 북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에 강제로 들어간 것이라면 이는 원심판시 이유대로 강요된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이 어로저지선을 넘어 어로작업을 하면 북괴경비정에 의하여 납북될 것이라는 것과 피납되면 북한집단 구성원과의 회합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며, 증거에 의하여 이러한 사실들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심리미진 내지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강요된 행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는데 있다.

살피건데, 일반적으로 볼 때 피고인들이 자의로 어로저지선이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어로작업을 하면 소론과 같이 북괴경비정에 의하여 납북될 위험성이 있고, 또 피납된 후에는 북한집단의 구성원들과의 회합이 있으리라는 것을 예견할 수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 사건에서 볼 때, 피고인 2, 3, 4, 5의 경우 같은 피고인들의 제1심 및 검찰에서의 각 진술과 피고인 2, 선장 박덕유 및 선원 홍남인의 경찰에서의 각 진술들을 종합하여 보면, 같은 피고인들은 어선“복성호”를 타고 소연평도 서북방어로저지선 근방에서 어군을 따라 어로작업을 하다가 1968.5.29.21:00경 어로저지선을 넘어 들어가 안강망 2조를 추방하고 일단 안전지대로 남하하였다가 다음날 새벽 01:00경 다시 월선하여 위 어망 1조를 건져내고 나머지 1조를 걷는 순간 같은 어선 뒷쪽과 바른쪽에서 갑자기 소총을 난사하면서 기습하여 오는 북괴경비정 2척을 발견하고 재빨리 위 어선에 시동을 걸어 연평도로 도주하려 하였으나 경비정의 접근으로 결국 그들에게 납치되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다음 피고인 6, 7의 경우 같은 피고인들 및 선원 이강덕, 오재학의 경찰에서의 진술을 종합하면 같은 피고인들은 판시 일시경 어선“요나호”를 타고 당초 이남인 연평도 근해에서 어군을 따라 어로작업을 하다가 유망과 함께 표류하게 되어 어로저지선은 물론 군사분계선까지를 넘게된 바, 군사분계선의 월선사실까지는 모르고 유망인 양작업을 하던중 적지인 구월봉쪽에서 북괴경비정이 남하함을 발견하고, 피고인 7은 선장 손무웅에게 “너 같은 놈을 선장이라고 믿다가는 큰일나겠다”고 고함치고, 선원 이강덕은 식도를 들고나와 어선에 매어둔 유망을 끊고 피고인 7이 급히 시동을 걸어 뱃머리를 남쪽으로 돌려 도주하였으나 힘이 미치지 못하여 북괴경비정에 의하여 피납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 피고인 6과 7의 경우 그들의 이와 같은 언동사실에 비추어 이 피고인들이 북괴 경비정에 의하여 납치될 것을 예견하고도 이를 무릅쓰고 어로저지선과 군사분계선을 넘어 어로작업을 하였다고 할 수는 없고, 또 위 피고인 2, 3, 4, 5등은 그들이 취하는 방법대로 하면 비록 군사분계선으로 부터 2마일 남쪽에 위치한 어로저지선을 순간적으로 넘는다 하더라도 능히 북괴경비정등으로부터의 납치를 피할 수 있을것이라고 믿고 한 짓으로 인정되어 이 또한 납치를 예견하고서도 이를 감행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

끝으로 위 피고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경우 공소장자체에 의하더라도 같은 피고인들이 어로작업을 하던 곳은 어로저지선 남쪽 해역으로서 그들이 어로작업중 군사분계선과 어로저지선을 침범하여 넘어 온 북괴경비정에 의하여 납치되었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 피고인들 모두가 북괴경비정이 출현하는 경우 납치되어 가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어로작업을 한 것이라고 인정할 아무런 다른 자료가 없는 본건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일반적인 예견이 가능한 것이라고 하여 곧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범의(이른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며 (검사가 이 사건에서 위와 반대되는 판례라고 하여 내세우는 대법원 1969.12.5. 선고 69도1771호 라는 것은 대법원 1969.12.9. 선고 69도1671호 사건의 오기로 보이는 바 이 사건의 판결도 그 취지는 결국 위와 같은 것으로 보여진다), 그밖에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을 위배한 위법이 있음을 찾아볼 수 없고, 또 이와 같은경우라면 피고인들의 위 각 범죄행위를 이른바 강요된 행위라고 본 원심조치에 하등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모두 그 이유없음에 귀착된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병호(재판장) 이영섭 한환진 김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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