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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8.1.11. 선고 2017고합1050 판결
준강간
사건

2017고합1050 준강간

피고인

A

검사

김지혜(기소), 정희선(공판)

변호인

변호사 B(국선)

판결선고

2018. 1. 11.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광명시 C에 있는 'D'이라는 상호의 유흥주점(일명 '호스트바')에서 유흥접객 원(일명 '선수')으로 일하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7. 3. 1. 07:00경부터 12:00경까지 광명시 E에 있는 'F'이라는 상호의 유흥주점)에서 피해자 G(가명, 여, 33세), 피해자의 일행 2명, 일명 선수 2명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모텔로 자리를 옮겨 계속 술을 마시기로 하였다.

피고인은 같은 날 13:00경부터 15:00경까지 광명시 H에 있는 '호텔' 호실 불상의 방안에서 피해자, 피해자의 일행 1명, 일명 선수 1명과 술을 마시다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침대 위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보았고, 이후 피해자의 일행, 일명 선수 1명과 술을 더 마시다가 피해자의 일행은 피해자의 옆에 누웠다.

피고인은 같은 날 16:00경부터 18:00경까지 사이에 위 '호텔' 호실 불상의 방 안에 있는 쇼파 위에서 잠을 자던 중 피해자의 일행이 방에서 나가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나 피해자가 누워 있는 침대 위로 올라가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는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였다.

2.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있으나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성관계 당시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형법 제299조에서 말하는 준강간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로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인식 및 이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고의도 인정되어야 한다.

한편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도5301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당시 피해자는 2017. 3. 1. 새벽 1~2시경부터 오후 4시경 사이에 계속해서 술을 마셔 술에 상당히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침대 위에서 자고 있던 피해자 옆에 피고인이 누운 다음 성관계를 갖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술에 취한 채 잠이 들어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간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2)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직접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 중에는 그 신빙성이 떨어지거나 추측 내지 의심에 기초한 부분이 적지 않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성관계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한 채 잠이 들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와 같은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호스트바에서 나온 뒤 모텔을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피고인과 피고인의 일행인 호스트바 메인이라는 사람과 함께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피해자는 술을 마시다가 졸기 시작했다. 피해자가 졸고 있어서 피해자의 일행이 피해자를 침대에 눕혔다고 들었다. 눈을 뜨지 못한 상태에서 누가 옷을 벗기고 성관계를 하고 배를 휴지로 닦고 옷을 입혔던 것이 기억난다. 정액인지는 모르겠고 배를 휴지로 닦은 기억이 난다. 전체적으로 기억이 나는 게 아니라 성기 삽입했을 때 느낌과 휴지로 배를 닦았던 기억, 치마를 위로 올렸던 기억이 부분적으로 남아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는 모텔로 술자리를 이동하기 전 호스트바에서 J과 술값을 나누어 지불한 것, 호스트바에서 모텔로 오게 된 상황, 모텔에 와서 술과 안주 등을 사와 객실에 모여 술자리를 하게 된 경위, 피해자가 술을 마시다가 졸기 전까지의 상황, 이후 잠에서 깨서 옷을 입고 J을 만나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눈 내용 등은 모두 기억이 난다고 진술하였는데, 이와 같은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인 기억에 해당하는바, 그 전후 과정에 대해서는 모두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음에도 유독 성관계 당시 상황에 관해서는 술에 취해 잠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이를 선뜻 믿기 어려운 점이 있다.

② 피해자의 동행이었던 J도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앉아 있는 상태로 졸아 피해자를 침대에 눕혔다. 이후 피고인 및 피고인 일행인 K과 1시간 ~ 1시간 반 정도 함께 술을 마시다가 이제 잠을 자게 나가라고 했더니 K이 다른 방으로 J의 휴대폰과 가방을 가지고 갔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를 한방에 두기에 불안해서 나가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다가 피고인이 자는 것을 확인하고 K이 가지고 간 가방과 휴대폰을 찾으러 다른 방으로 갔다가 피해자가 있던 방의문이 닫혀 문을 열지 못하여 한시간 정도 K과 실랑이를 했다. 그 후 혹시나 해서 피해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받아 문을 열라고 하자 피해자가 문을 열어주고는 빨리 나가자고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J이 K이 있는 방으로 가게 된 경위에 대하여 피해자는 최초 경찰 진술 당시 "나중에 J이한테 들은 얘기로는 둘이 차를 마시러 1시간 30분 가량 나갔었다고 들었어요."라고 진술하여 J의 위와 같은 진술 내용과 차이가 있고, K이 이 법정에서 한 진술 역시 '넷이 술을 마시다가 피해자가 침대에 누운 후 얼마 되지 않아 K이 옆방으로 갔고, 그 다음에 J이 따라 나와서 J과 성관계를 가졌다'라는 내용으로 J의 위와 같은 진술 내용과 상충되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J의 위 진술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③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남성의 성기가 자신의 성기에 들어오는 것과 남성이 피해자의 배를 휴지로 닦는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지만 술에 취해서 현실인지 꿈인지 몰랐고, 예비신랑과 그 전부터 함께 살고 있어 예비신랑인 줄 알았는데 눈을 떠보니 모텔이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J도 경찰 조사 당시 "피해자가 일단 빨리 나가자고 하여 방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복도에서 술이 깨지 않아 쓰러졌고 횡설수설 하길래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내가 미쳤나봐, 집인 줄 알았는데 모텔이더라. 내가 왜 여기에 있냐.'는 말을 했어요."라고 진술한 바 있다.

결국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피고인을 예비신랑으로 오인하고 피고인의 성관계 시도에 응하였고 성관계 후에야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은바, 피고인으로서는 당시 피해자의 동의하에 성관계를 한다고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④ 피해자는 사건 2일 뒤인 2017. 3. 3. 광명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였는데, 피해자가 샤워를 하러 들어간 사이 티셔츠에 하얀색 이물질이 묻어 있어 이를 예비신 랑이 보고 무엇이냐고 물어보아 피해자가 지레 겁을 먹고 무릎을 꿇고 예비신랑에게 빌어 예비신랑이 피해자와 피고인의 성관계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후 경찰서에 신고를 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는바, 피해자가 예비신랑과의 갈등을 모면하기 위하여 신고하였을 가능성이 있어 그 신고 경위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⑤ 한편 피해자가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질 당시의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술에 취한 경우 의식적으로 한 행동도 나중에 기억해 내지 못하는 증상, 즉 주취에 따른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black out, 알코올이 임시 기억 저장소인 해마세포의 활동을 저하시켜 정보의 입력과 해석에 악영향을 주지만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 활동을 하는 현상) 증상에 의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나상용

판사신동일

판사이아영

주석

1) 피고인이 근무하는 'D' 유흥주점에 빈 방이 없어 'F' 유흥주점의 방을 빌려 접객행위를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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