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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680 판결
[재물손괴][공2022상,303]
판시사항

[1] 형법 제20조 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의 의미 및 정당행위의 성립요건 /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의 의미

[2] 갑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이 자신의 승인 없이 동대표들이 관리소장과 함께 게시한 입주자대표회의 소집공고문을 뜯어내 제거함으로써 그 효용을 해하였다고 하여 재물손괴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위 공고문을 손괴한 조치는, 그에 선행하는 위법한 공고문 작성 및 게시에 따른 위법상태의 구체적 실현이 임박한 상황하에서 그 위법성을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20조 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한편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 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상황하에서 그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2] 갑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이 자신의 승인 없이 동대표들이 관리소장과 함께 게시한 입주자대표회의 소집공고문을 뜯어내 제거함으로써 그 효용을 해하였다고 하여 재물손괴로 기소된 사안에서, 갑 아파트의 관리규약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는 회장이 소집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입주자대표회의 소집공고문 역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명의로 게시되어야 하는 점, 위 공고문이 계속 게시되고 방치될 경우 적법한 소집권자가 작성한 진정한 공고문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를 신뢰한 동대표들이 해당 일시의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던 점, 게시판의 관리주체인 관리소장이 위 공고문을 게시하였더라도 소집절차의 하자가 치유되지 않는 점, 피고인이 위 공고문을 발견한 날은 공휴일 야간이었고 그다음 날이 위 공고문에서 정한 입주자대표회의가 개최되는 당일이어서 시기적으로 달리 적절한 방안을 찾기 어려웠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위 공고문을 손괴한 조치는, 그에 선행하는 위법한 공고문 작성 및 게시에 따른 위법상태의 구체적 실현이 임박한 상황하에서 그 위법성을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이상묵 외 1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21. 7. 20. 선고 2021노17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9. 10. 9. 여의도 (아파트명 생략) 각 동 1층 게시판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의 승인 없이 공소외인 등 4인의 동대표인 피해자들이 관리소장과 함께 게시한 ‘2019. 10. 입주자대표회의 공고문’(이하 ‘이 사건 공고문’이라고 한다)을 뜯어내 제거함으로써 그 효용을 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피고인으로서는 별도 공고문을 부착하는 등 다른 수단을 활용할 수 있었고, ② 입주자대표회의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등을 통하여 그 결의의 하자를 다툴 수 있었으며, ③ 공고문 부착 여부가 관리주체의 권한이어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고문을 제거할 권한이 없었던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고문을 뜯어내 제거한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형법 제20조 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764 판결 ,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6761 판결 등 참조). 한편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 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상황하에서 그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 원심이 채택한 증거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규약에 의하면, 입주자대표회의는 ‘회장’이 이를 소집하고 회의의 의장이 된다. 다만 회장이 공동주택의 관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 감사결과를 보고하기 위하여 감사가 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때, 관리주체가 회의 소집이유 등을 분명하게 적어 회의 소집을 요청하는 때에는 ‘회장’이 해당일로부터 14일 이내 회의를 소집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사 중 연장자’가 그 회의를 소집하고 그 회장의 직무를 대행한다(관리규약 제26조 제1항, 제3항 제1호 내지 제3호).

2)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소집절차는 ‘회장’이 회의 개최 5일 전까지 일시·장소 및 안건을 동별 대표자에게 서면 또는 수신확인이 가능한 이메일 등 전자적 방법으로 통지하고 관리주체는 이를 게시판과 통합정보마당에 공개하여야 한다(관리규약 제28조 제1항). 또한 동별대표자, 관리사무소장 또는 입주자 등은 입주자대표회의 안건을 별지 서식에 따라 제안할 수 있고, 관리사무소장은 안건제안자와 협의 후 비용추계서, 근거 등을 첨부하여 회장에게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한다(인신공격, 사생활, 반복적 제안 등은 제외). 회장은 위와 같이 안건이 제출된 때에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상정하여야 한다(관리규약 제29조 제1항 내지 제3항).

3) 이 사건 아파트에 광고물·표지물 또는 표지를 설치하거나 부착하는 행위에 관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에서 지정된 게시판에 공고사항 등을 붙이는 행위, 입주자 등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안전수칙과 관련하여 지정된 시설에 부착하여 홍보하는 행위와 같이 입주자 등에게 홍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행위는 관리주체가 동의한다(관리규약 제65조 제2호).

4) 피고인이 이 사건 아파트의 게시판에서 제거한 이 사건 공고문은 그 제목이 ‘입주자 대표회의 개최’이고 본문에 ‘(아파트명 생략) 2019. 10. 입주자대표회의를 아래와 같이 개최함을 공고합니다.’, 그 하단에 ‘일시: 2019. 10. 10.(목) 19:00, 장소: 입주자대표회의실’ 및 안건(동대표 회장 해임 포함)이 기재되어 있었다.

5) 공소외인 등 4인의 동대표들이 피고인에 대한 동대표 회장 해임의 안건을 제안했으나 피고인이 해당 안건제안이 절차와 규정에 맞지 않음(별지 서식 미사용, 객관적 증거자료 미첨부, 인신공격적 내용 등)을 이유로 그 제안을 거절하자, 관리소장은 위 동대표들의 요구에 따라 회장인 피고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9. 10. 입주자대표회의를 개최한다는 이 사건 공고문을 작성하면서 통상 이 사건 아파트의 공고문에 사용되었던 공고주체의 표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중 ‘회장’ 부분을 삭제하고, 회장의 직인에서도 ‘장’ 자 부분을 가려 ‘입주자대표회의’라고 날인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회장이 소집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대표회의 소집공고문 역시 대표회의 회장 명의로 게시되어야 한다.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은 게시판에 광고물 등의 설치 및 부착에 동의할 권한이 있으나 입주자 등에게 홍보가 필요한 경우에 그러하고, 이를 넘어서 입주자대표회의를 소집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② 이 사건 공고문이 그 공고주체의 표시에 ‘회장’ 부분의 글자가 삭제되고 인영 중 ‘장’ 자 부분이 날인되지 아니하였으나, 그 객관적 해석상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나 그 적법한 대행자가 이를 작성, 게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이 사건 아파트의 일반 주민이나 동대표자들이 볼 때 그 차이나 진정한 의미를 쉽게 발견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고문이 계속 게시되고 이를 방치할 경우 적법한 소집권자가 작성한 진정한 공고문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를 신뢰한 동대표들이 해당 일시의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고 보인다. ③ 이 사건 공고문에 의해 소집된 입주자대표회의는 정족수가 출석하여 개최되었더라도 정당한 소집권자가 소집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소집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고, 게시판의 관리주체인 관리소장이 이 사건 공고문을 게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소집절차의 하자가 치유되지 아니한다. ④ 결국 이 사건 공고문은 2019. 10. 입주자대표회의를 소집하기 위하여 작성되고 게시되었는데, 그 작성주체가 적법한 소집권자가 아니어서 이를 적법한 입주자대표회의 소집통지로서의 효용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고문의 게시가 계속되고 이를 방치하면 동대표들로 하여금 법적 효력 없는 무용한 입주자대표회의에 출석할 것을 사실상 강요하는 셈이 되고, 이와 같이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은 위법한 소집절차로 인하여 입주자대표회의 내부의 분쟁과 알력이 더욱 심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⑤ 피고인이 이 사건 공고문을 발견한 날이 2019. 10. 9. 공휴일 야간이어서 관리소장에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하기 어려웠던 데다가 관리소장 본인이 이러한 불법적인 절차 진행에 깊이 관여한 까닭에 이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다음 날은 위 공고문에서 정한 입주자대표회의가 개최되는 당일이어서 시기적으로 달리 적절한 방안을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게시판의 관리주체이자 적대적 입장을 취한 관리소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이 사건 공고문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반박글을 게시하는 것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절차적 위법성 시비를 야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경우 입주민들과 동대표들에게 큰 혼란과 불신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어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사태 해결책으로 선뜻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이 정당한 소집권자인 회장의 동의나 승인 없이 위법하게 게시된 이 사건 공고문을 발견하고 이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손괴한 조치는, 그에 선행하는 위법한 공고문 작성 및 게시에 따른 위법상태의 구체적 실현이 임박한 상황하에 그 행위의 효과가 귀속되는 주체의 적법한 대표자 자격에서 그 위법성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는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하여 입주자 및 사용자의 보호와 그 주거생활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의 대표자로서 공동주택의 질서유지 및 입주자 등에 대한 피해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지나지 아니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소집절차 및 소집권자에 관한 관리규약의 내용, 이 사건 공고문의 작성경위 및 그 표시된 내용, 입주자대표회의의 적법한 소집행위로 볼 수 있는지 등 피고인이 이 사건 공고문의 손괴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사정과 그 행위의 사회상규 위배 여부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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