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검사로부터 범인을 검거하라는 지시를 받은 경찰관이 범인을 도피케 한 경우에 범인도피죄 외에 직무유기죄가 따로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2]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수죄 중 일부에 대한 판단오류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피고인이 검사로부터 범인을 검거하라는 지시를 받고서도 그 직무상의 의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범인에게 전화로 도피하라고 권유하여 그를 도피케 하였다는 범죄사실만으로는 직무위배의 위법상태가 범인도피행위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작위범인 범인도피죄만이 성립하고 부작위범인 직무유기죄는 따로 성립하지 아니한다.
[2]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수죄 중 그 일부만이 유죄로 인정된 경우와 그 전부가 유죄로 인정된 경우와는 양형의 조건을 참작함에 있어서 차이가 생겨 선고형을 정함에 있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위 [1]항의 범죄사실만으로 범죄도피죄와 동시에 직무유기죄가 성립하고 양 죄는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본 원심판결의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주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이 피고인은 1995. 4. 17. 오후 시간불상경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 4호 검사실에서, 검사로부터 충남태권도협회 전무이사인 원심 상피고인 1이 같은 원심 상피고인 2을 시켜 같은 공소외 1, 2, 3, 4, 5, 6으로 하여금 해동검도관장인 피해자 정동인을 집단구타하도록 하고, 또한 위 공소외 2, 4, 5로 하여금 총대를 메고 자수하도록 하여 범행을 축소, 은폐하였으니 위 원심 상피고인 1을 검거하라는 지시를 받아 위 원심 상피고인 1이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범인임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1995. 4. 17. 18:00경 보령경찰서 형사계장실에서 위 원심 상피고인 1이 전무이사로 근무하는 충남태권도협회에 전화를 걸어 위 원심 상피고인 1과 통화를 하면서 "형사들이 나갔으니 무조건 튀라"고 알려주어 위 원심 상피고인 1을 도피하게 함과 동시에 정당한 이유 없이 위 원심 상피고인 1을 검거하여야 할 형사계장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는 이 사건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의 행위는 범인도피죄와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고 한 후, 위 양 죄는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하여 1죄로 처단한 조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범인도피죄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을 위배한 잘못이나 범인도피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나 피고인이 검사로부터 원심 상피고인 1을 검거하라는 지시를 받고서도 그 직무상의 의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위 원심 상피고인 1에게 전화로 도피하라고 권유하여 그를 도피케 하였다는 원심이 유지한 제1심 판시 범죄사실만으로는 직무위배의 위법상태가 범인도피행위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작위범인 범인도피죄만이 성립하고 부작위범인 직무유기죄는 따로 성립하지 아니한다 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71. 8. 31. 선고 71도1176 판결 , 1972. 5. 9. 선고 72도722 판결 , 1993. 12. 24. 선고 92도3334 판결 각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제1심 판시 범죄사실만으로 범인도피죄와 동시에 직무유기죄가 성립하고 양 죄는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조치에는 직무유기죄 내지 작위범과 부작위범 사이의 경합범 관계 성립 여부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나아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수죄 중 그 일부만이 유죄로 인정된 경우와 그 전부가 유죄로 인정된 경우와는 양형의 조건을 참작함에 있어서 차이가 생겨 선고형을 정함에 있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원심판결의 위와 같은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 할 것이다 ( 대법원 1984. 3. 13. 선고 83도3006 판결 , 1995. 7. 28. 선고 95도997 판결 각 참조). 따라서 원심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