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2두18158 시정명령등 취소청구의 소
원고상고인
A회사
피고피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2. 7. 19. 선고 2010누45967 판결
판결선고
2014. 5. 16.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국외행위에 대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의 적용에 관하여
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21조, 제22조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가격 결정 등의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하여 위반행위의 중지 등 시정조치를 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공정거래법 제2조의2는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라도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그 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공정거래법 제2조의 2가 국외행위에 관하여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으로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고만 규정하고 있으나, 국가간의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국외에서의 행위라도 그 행위가 이루어진 국가와 직·간접적인 교역이 있는 이상 국내시장에 어떠한 형태로든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게 되고, 국외에서의 행위로 인하여 국내시장에 영향이 미친다고 하여 그러한 모든 국외행위에 대하여 국내의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경우 국외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의 적용범위를 지나치게 확장시켜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정거래법 제2조의2에서 말하는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문제된 국외행위로 인하여 국내시장에 직접적이고 상당하며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로 제한 해석해야 하고, 그 해당 여부는 문제된 행위의 내용·의도, 행위의 대상인 재화 또는 용역의 특성, 거래 구조 및 그로 인하여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내용과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국외에서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한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의 대상에 국내시장이 포함되어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합의가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것이어서 이러한 국외행위에 대하여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등을 적용할 수 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4두1127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를 포함하여 유럽발 한국행 노선을 운행하는 항공사들은 국제항공화물운임에 유류할증료를 도입 · 변경하는 내용의 가격 결정에 관한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를 하였고, 그 대상에 유럽발 한국행 항공화물 노선도 포함된 사실, 항공화물운송계약은 출발지 운송주선인이 항공사와 체결하고 운임도 그 운송주선인이 지급하나, 운송주선인은 화주인 송하인 또는 수하인의 의뢰에 따라 항공사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을 뿐이어서 그 운임은 실질적으로 화주인 송하인 또는 수하인이 부담하는 것인 사실, 유럽에서 국내로 물품 등을 공급하는 내용의 국제거래에서 운임 부담은 유럽의 송하인과 국내 수하인 사이의 약정에 따라 정해지는데, 출발지불 거래에 의할 경우 유럽의 송하인이 운송계약 체결 및 운송비용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되나 도착지불 거래에서는 국내 수하인이 이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유럽발 한국행 항공화물운송계약이 출발지인 유럽에서 운송주선인과 항공사 사이에 체결된다고 하더라도, 운송주선인은 화주의 의뢰에 따라 그 계약을 체결한 것에 불과하므로 항공화물운송계약에서 운임의 부담자는 화주인 유럽의 송하인 또는 국내 수하인으로 보아야 하고, 송하인과 수하인 중 누가 운임의 부담자로 될 것인지는 이들 사이의 약정에 따라 정해지는 점, ② 국내 수하인이 도착지불 거래에 의하여 스스로 항공화물운송에 관한 운임을 부담할 것인지 또는 출발지불 거래에 의하여 송하인을 통하여 전가된 운임을 부담할 것인지는 거래 형태에 따라 선택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출발지불 거래에서도 국내 수하인을 항공화물운송의 수요자로 볼 수 있는 점, ③ 유럽발 한국행 항공화물운송은 출발지인 유럽으로부터 도착지인 국내에 이르기까지 제공되는 일련의 역무의 총합으로서, 도착지인 국내에서도 화물의 하역이나 추적 등 그 역무의 일부가 이루어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유럽발 한국행 항공화물운송 중 운임의 지급방식이 도착지불 거래인 경우는 물론 출발지불 거래인 경우에도 이에 대한 국내시장이 존재한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유럽발 한국행 항공화물운송에 유류할증료를 도입 · 변경하기로 하는 이 사건 합의의 대상에 국내시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합의가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2. 부당한 공동행위의 요건으로서 합의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로서 이때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지만, 이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에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 호에 열거된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사업자 간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421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B회사(B, 이하 'B회사'라고 한다)를 비롯한 유럽발노선의 주요 항공사들은 노선별 항공사모임을 통해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기로 하고, B 회사를 중심으로 모임,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하여 서로 유류할증료의 변경에 관하여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한 사실, 원고는 B회사와의 협의를 통해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독일 C단체에 유류할증료 도입을 통보한 사실, 그 후 원고의 담당자들은 이메일 등을 통하여 B회사의 담당자와 유류할증료 변경에 관하여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B회사 등 다른 항공사들과 같거나 비슷한 시기에 유류할증료를 변경하였고, 변경된 kg당 유류할증료도 위 항공사들과 같은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이 사건 합의에 참여한 다른 항공사들 사이에 유류할증료의 도입 및 변경에 대한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와 다른 항공사들 사이에 유류할증료에 대한 이 사건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심이 위와 같은 취지에서 원고가 다른 항공사들과 유류할증료의 도입 · 변경에 관하여 합의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요건에 대한 법리, 입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이 사건 합의의 경쟁제한성 유무에 관하여
어떠한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 · 수량 · 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는 그 범위 내에서 가격경쟁을 감소시킴으로써 그들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게 되므로, 그와 같은 사업자들의 공동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2. 3. 15. 선고 99두6514 판결,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08두2037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합의의 내용은 전체 항공화물운임의 일부이면서도 할인이 되지 않는 유류할증료의 도입·변경에 관한 것이어서 유류할증료가 포함된 전체 운임의 가격 경쟁이 제한되는 효과가 있는 점, 이 사건 합의에 참여한 항공사들의 유럽발 한국행노선 항공화물운송 시장의 점유율이 약 50% ~ 100%인 점, 유류할증료 도입에도 불구하고 전체 운임이 도입 이전보다 낮게 형성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 원고가 B회사와 D제휴(D Alliance)를 맺었지만 D제휴에 유류할증료를 포함한 운임의 합의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D제휴를 맺었다는 이유로 가격담합이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7호가 정한 '영업의 주요 부분을 공동으로 수행·관리하거나 수행·관리하기 위한 회사 등을 설립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그 경쟁제한성과 부당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경쟁제한성 및 부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4. 부당한 공동행위의 시기 인정의 위법 여부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가 원고의 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한 전원회의에서 이 사건 합의에 따른 부당한 공동행위의 시기를 심사보고서의 의견과 달리 2002. 4. 11.로 볼 수 있음을 밝히고 원고 대리인에게 이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부당한 공동행위의 시기를 심사보고서의 의견과 달리 2002. 4. 11.로 앞당겨 의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공정거래 사건에서의 적법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5. 관련매출액의 산정기준에 관하여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4. 12. 31, 법률 제73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및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05. 3. 31. 대통령령 제187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정거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9조 제1항, 제61조 제1항 [별표 2]의 각 규정에 의하면,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경우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사업자에 대하여 해당 위반행위기간 동안의 관련 상품 또는 용역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매출액 산정의 전제가 되는 관련 상품 또는 용역의 범위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업자간의 합의내용에 포함된 상품 또는 용역의 종류와 성질, 용도 및 대체가능성과 거래지역, 거래상대방, 거래단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08두1833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관련매출액의 법문상 의미, 과징금의 제재적 성격, 유류할증료를 기준으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하였을 때의 문제점 등을 들어 피고가 과징금을 산정하면서 유류할 증료가 아닌 전체 운임을 기준으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관련매출액의 범위 또는 비례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6.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김용덕
주심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