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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13. 9. 26. 선고 2012나101277 판결
[손해배상(기)] 상고[각공2013하,861]
판시사항

도로표지병에 관하여 신제품 인증을 받은 갑 주식회사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공공기관이 산업기술혁신 촉진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 도로표지병 구매액의 20% 이상을 신제품으로 구매하여야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위 법령에서 정한 구매의무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갑 회사에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도로표지병에 관하여 신제품 인증을 받은 갑 주식회사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공공기관이 산업기술혁신 촉진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 도로표지병 구매액의 20% 이상을 신제품으로 구매하여야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구 산업기술혁신 촉진법(2006. 4. 28. 법률 제7949호로 전부 개정되어 2006. 10. 29.부터 시행된 것) 제17조 제1항 본문과 그 위임을 받은 구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2006. 10. 29. 대통령령 제19719호로 전부 개정되어 2006. 10. 29.부터 시행된 것) 제24조 에 의하면 공공기관은 인증신제품을 구매할 법적 의무를 부담함이 명백하고, 위 규정이 단순한 수혜적 권고조항으로서 행정지침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위 법령에 구매의무규정을 둠으로써 신제품 인증을 받은 개인이 누리게 되는 이익은 사실상의 이익에 불과할 뿐 법률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이익은 아니므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위 구매의무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갑 회사에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 사례.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길라씨엔아이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원규)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대한민국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목 외 1인)

변론종결

2013. 8. 22.

주문

1. 제1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주위적 청구취지]

원고에게, 피고 대한민국은 425,222,700원, 피고 경기도는 235,415,862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2012. 4. 27.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예비적 청구취지]

원고에게, 피고 대한민국은 34,259,067원, 피고 경기도는 40,195,54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2012. 4. 27.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원고]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청구취지와 같은 판결.

[피고들]

주문 제1항과 같다.

이유

1. 인용판결

이 법원이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부분을 아래 제2항과 같이 고쳐 쓰는 외에는 제1심판결과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요지

피고들은 도로표지병을 구매하는 경우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제17조 제1항 , 동법 시행령 제24조 에 따라 도로표지병 구매액 중 20% 이상을 이 사건 신제품으로 구매하여야 할 법령상 의무가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위 구매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34,259,067원[2006년부터 2011년까지 사용한 도로표지병 구매예상액 ⅹ 25%(수익률)] 상당의 영업이익 상실의 손해를, 피고 경기도는 원고에게 40,195,540원(계산방법은 위와 같음) 상당의 영업이익 상실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위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들의 주장요지

산업기술혁신 촉진법상의 공공기관 의무구매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단순한 수혜적 권고규정으로서 행정지침에 해당할 뿐이므로 공공기관은 위 공공기관 의무구매규정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설사 공공기관이 위 의무구매규정에 구속된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은 공공의 이익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을 뿐 원고와 같은 신제품 인증을 받은 자의 사적인 이익까지 보호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들이 위 법령을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법령위반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으며, 피고들이 위와 같은 규정을 위반한 데에 고의·과실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다. 판단

(1) 공공기관 구매의무규정의 법적 성격

(가) 해당 법규정의 내용과 이 사건의 쟁점

구 산업기술혁신 촉진법(2006. 4. 28. 법률 제7949호로 전부 개정되어 2006. 10. 29.부터 시행된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17조 제1항 본문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공기관은 구매하고자 하는 품목에 인증신제품이 있는 경우에는 당해 품목의 구매액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비율 이상을 인증신제품으로 구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을 받은 구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2006. 10. 29. 대통령령 제19719호로 전부 개정되어 2006. 10. 29.부터 시행된 것, 이하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24조 는 ‘ 법 제17조 제1항 에 따라 공공기관은 구매하고자 하는 품목에 인증신제품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품목의 구매액 중 100분의 20 이상을 인증신제품으로 구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의하면, 공공기관은 인증신제품을 구매할 법적 의무를 부담함이 명백하고, 위 법규정이 단순한 수혜적 권고조항으로서 행정지침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위와 같은 공공기관의 인증신제품 구매의무에 관한 법규정이 단순히 공공기관에게 그와 같은 내용의 공법상 의무를 부담시킨 것에 불과한지, 아니면 원고와 같은 신제품 인증을 받은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에 해당하므로, 아래에서는 이에 관하여 자세히 살핀다.

(나)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권한을 행사할 때에는 국민에 대한 손해를 방지하여야 하고, 국민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하며, 소속 공무원이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라도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령에서 정한 직무상의 의무에 위반하여 국민에게 손해를 가하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이지만,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그 근거되는 법령의 규정에 따라 구체적으로 의무를 부여받았어도 그것이 국민의 이익과는 관계없이 순전히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거나, 또는 국민의 이익과 관련된 것이라도 직접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공공 일반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의무에 위반하여 국민에게 손해를 가하여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1. 10. 23. 선고 99다36280 판결 참조).

아래에서는 위와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산업기술혁신 촉진법상의 인증신제품 구매의무에 관한 제반 법규정의 내용과 그 입법 취지를 살펴본 다음, 위 구매의무규정이 직접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공공 일반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를 살피도록 한다.

2) 법령의 내용

가) 산업기술혁신 촉진법은 산업기술혁신을 촉진하고 산업기술혁신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여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 혁신역량을 제고함으로써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서( 법 제11조 ), 인증신제품 구매의무( 법 제17조 제1항 본문)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제품 인증을 받은 자가 직접 공공기관에게 인증신제품 구매요청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나) 공공기관은 인증신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부당한 경우에는 구매면제를 요청할 수 있고, 산업자원부장관은 해당 제품에 대한 구매면제를 할 수 있다고 규정( 법 제17조 제1항 단서, 시행령 제25조 )하고 있는데, 신제품 인증을 받은 자가 구매면제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위 구매면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의 불복절차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다) 또한 인증신제품을 구매한 공공기관의 구매책임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입증되지 않는 한 인증신제품의 구매로 인하여 발생한 공공기관의 손실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법 제17조 제2항 ), 공공기관이 인증신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경우에는 신제품 인증을 받은 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라) 위 법령은 공공기관의 인증신제품 구매의무 규정을 두면서도 그 구매가격을 비롯한 구매조건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바, 입법자가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신제품 인증을 받은 자에 대하여 직접 구매의무를 부담하도록 할 의도로 위 법령을 제정하였다면, 구매계약 체결에 필요한 구매조건 등에 관한 규정도 마련해 두었을 법하다.

마) 법과 시행령의 관련 규정들을 살펴보면, 동일 품목에 수 개의 신제품 인증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데, 위 법령은 그러한 경우 공공기관이 수 개의 인증신제품 중 어떠한 제품을 얼마 정도의 비율로 구매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제품들 사이의 구매비율 배분에 관하여는 전적으로 공공기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보이는바, 이로 인하여 공공기관이 해당 품목의 제품을 구매할 때 인증신제품 중 특정 제품으로만 위 법령에서 규정하는 구매비율을 충족시키는 경우이건 수 개의 제품을 골고루 구매하여 각 제품의 구매비율을 합산하여 위 법령에서 규정하는 구매비율을 충족시키는 경우이건 인증신제품 중에는 위 법령상의 구매비율이 충족되지 않게 되는 제품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게 된다.

바) 위 법령은 해당 품목의 구매액 중 20% 이상의 인증신제품 구매의무에 관한 규정을 두면서도, 의무구매액 산정을 위한 단위기간(6개월 단위로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1년 단위로 파악할 것인지, 그도 아니면 구매건별로 판단할 것인지 여부), 공공기관의 범위(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각 산하기관별로 의무구매가액을 산정할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공공기관이 구매의무를 충족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3) 입법 경위

을나 제3호증의 3, 4, 5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① 공공기관의 인증신제품 구매제도는 원래 국무총리 지시(2004 - 11호) 및 공공기관의 신기술인증제품 구매촉진 운영요령(산업자원부 공고 2005 - 226)에 기하여 2004. 6.부터 행정부 내부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는데, 2005. 11. 4. 국회의원 11인이 의안번호 322호로 ‘산업기술기반조성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그 법률안 제18조 에서 ‘공공기관의 인증신제품 구매촉진’이라는 제목하에 제1항 에서 공공기관의 인증신제품 의무구매에 관한 규정을 둔 사실, ② 위 법률안과 관련하여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2005. 11.경 작성한 검토보고서에는 ‘신기술제품 인증제도의 성공적 추진과 신기술인증제품의 원활한 상업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신기술인증제품에 대한 공공기관의 의무구매에 관하여 규정한다. 이는 신기술제품인증제도의 정착 및 확산을 통하여 기술개발 성과물의 성공적인 사업화를 지원·촉진함으로써 기술혁신주체의 혁신역량을 증대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③ 위 법률안은 2005. 11. 30.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및 2005. 12. 1.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각 상정되었는데, 그 심의과정에서 2006. 2.경 국회 산업자원위원장이 법안의 명칭을 ‘산업기술혁신 촉진법’으로 변경하는 한편 위와 같은 공공기관의 인증신제품 의무구매에 관한 규정을 제17조 에서 규정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출하였고, 그 수정안이 2006. 2.경 산업자원위원회와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각 의결되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 2006. 4. 28. 법률 제7949호로 전부 개정되어 2006. 10. 29.부터 시행됨으로써 공공기관의 인증신제품 의무구매제도가 입법화된 사실, ④ 위와 같은 입법과정에서는 산업자원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위 검토보고서의 내용이 언급되었을 뿐이고, 이와 별도로 공공기관이 직접 국민 개개인에게 인증신제품에 대한 구매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는 물론 이를 위반한 경우 국민 개개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아무런 논의가 없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4) 구체적인 검토

국가배상법 제2조 에서 말하는 위법의 요건이 충족되기 위하여는 법령상의 의무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임을 전제로 하는데( 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64278 판결 참조), 공익이란 사익의 집합체로서 모든 공익은 결국 사익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령에서 공무원에게 공법상의 의무를 부여한 경우에 그 법령상의 의무내용이 부수적으로나마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무원이 해당 법령에서 부여한 공법상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의 보호와 어느 정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보이고, 특히 이 사건에서와 같이, 공공기관의 구매의무제도가 입법화되기 이전에는 원고가 공공기관에 대하여 자신의 이익 침해를 주장할 수 없었는데 공공기관의 구매의무제도가 입법화됨으로써 비로소 원고와 같은 신제품을 인정받은 개인의 이익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이와 다른 경우에 비하여 해당 법령에서 부여한 공법상의 의무규정과 개인의 이익 보호와의 관련성을 논함에 있어서 더욱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법령의 내용과 입법 경위에 비추어 보면, 공공기관의 구매의무에 관한 규정은 원래 국무총리 지시 등에 의하여 공공기관 내부적으로 시행되던 제도를 입법화한 것으로서, 그로 인하여 공공기관에게 공법상 구매의무를 부담시켰을 뿐, 원고와 같이 신제품 인증을 받은 국민 개인으로 하여금 공공기관에 대하여 구매의무의 이행을 요청하거나 구매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고 해석할 만한 아무런 근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또 입법과정에서도 이러한 점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는바, 이는 위 법 제1조 에서 적절하게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 법은 산업기술혁신을 촉진하여 산업경쟁력을 제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전체적인 공공 일반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일 뿐, 직접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점에서 법과 시행령에서 공공기관의 구매의무규정으로 둠으로써 원고와 같이 신제품 인증을 받은 개인이 누리게 되는 이익은 사실상의 이익에 불과할 뿐 법률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이익은 아니라고 볼 것이므로, 피고들이 위와 같은 구매의무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원고에 대하여 국가배상법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2) 피고들의 고의·과실 유무

설사 공공기관의 구매의무규정이 부수적으로나마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점에서 피고들의 고의·과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

법령의 해석이 확립되기 전에 어느 한 설을 취하여 업무를 처리한 것이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어 그 법령의 부당집행이라는 결과를 빚었다고 하더라도 처분 당시 그와 같은 처리방법 이상의 것을 성실한 평균적 공무원에게 기대하기 어려웠던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두고 공무원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9. 9. 17. 선고 96다53413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살피건대, 을가 제2, 3호증, 을나 제3호증의 1, 2, 3, 4, 5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은 중앙정부의 산하기관, 지자체, 교육행정기관 및 정부투자기관 등 380개 기관을 대상으로 하여 2008년부터 2012년경까지 매년 2월경 인증신제품 구매요청을 하고, 전년도의 연간 인증신제품 구매실적 및 당해 연도 구매계획을 조사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인정 사실만으로는 피고들 소속 공무원이 원고의 인증신제품을 구입하지 아니함으로써 법령상 구매의무규정을 위반한 결과를 빚었다고 하더라도 위 구매의무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이를 사익 침해 금지규정으로까지 이해하여 그에 합당한 업무처리를 할 것을 기대하기란 도저히 어렵다고 볼 것이므로, 이를 부정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가리켜 피고들 소속 공무원에게 어떠한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법령상 공공기관의 구매의무규정이 직접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임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의무구매제도가 입법화된 2006. 10. 29.경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공공기관이 신제품 인증을 받은 자에 대하여 직접 인증신제품 구매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는 물론 공공기관이 직접 해당 품목을 구매하지 않고 공사를 도급주어 당해 수급인이 해당 품목을 구매하는 경우에도 구매의무규정이 적용되는지, 그리고 공공기관의 각 산하기관의 구매액을 합산하여 구매의무규정 준수 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등에 관한 명확한 유권해석이나 판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 소속 공무원이 원고의 인증신제품을 구입하지 아니함으로써 법령상 구매의무규정을 위반한 결과를 빚은 데 대하여 어떠한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따라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 중 주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이에 관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제1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제1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준(재판장) 김지숙 주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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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수원지방법원 2012.11.1.선고 2011가합8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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