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료인의 과실 유무의 판단 기준
[2] 교통사고 응급환자가 긴장성 기흉으로 사망한 데 대하여 야간응급실의 당직근무를 하고 있던 일반의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료인의 과실은 그와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보통 누구나 할 수 있는 주의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 과실 유무를 논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진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2] 교통사고 응급환자가 긴장성 기흉으로 사망한 데 대하여 야간응급실의 당직근무를 하고 있던 일반의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4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현 담당변호사 김기열)
피고,상고인
피고(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창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소외 망 소외인의 사인을 긴장성 기흉으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 원심판결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1994. 8. 22. 01:00경 소외 소외인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도로 우측의 가로등에 충돌하여 기흉, 혈흉, 두개골 골절(의증) 등의 상해를 입었는데, 위 교통사고 발생 직후 사고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은 소외인을 피고가 경영하는 병원의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
(2) 인턴 과정까지 마친 일반의로서 혼자 위 병원의 야간당직의사로 근무하고 있던 제1심 공동피고는 같은 날 01:40경 응급실에 도착한 소외인에 대하여 문진, 청진, 동공 상태의 조사, 혈압·맥박의 측정 등을 한 결과 소외인이 얼굴의 포도창과 우측 경부 및 흉부의 타박상 이외에는 특별한 외상이 없었고 자발적 호흡을 하고 있었으나 호흡이 불규칙하였으며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서 의사의 문진에 적절히 대답하지 못하면서 고통을 호소하였는데, 청진, 동공 상태, 혈압, 맥박 등의 측정 결과가 정상으로서 특이 소견을 발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소외인의 위와 같은 증세를 단순한 흉부좌상이나 골절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간호사에게 수액 공급 및 흉부, 두부, 경추부, 복부에 대한 X선 촬영을 지시하였다.
(3) 같은 날 02:05경 제1심 공동피고는 좌완관절부 심부 열상을 입은 다른 환자를 진료하던 중 간호사로부터 소외인에 대한 수액공급에 실패하였으며, 혈압 및 맥박 측정 결과 혈압이 다소 내려가고 맥박이 다소 빨라졌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환자의 흥분상태로 인한 일시적 증상이라고 생각하여 소외인의 상태를 직접 살피지 않은 채 다른 환자에 대한 수술을 시행하였다.
(4) 같은 날 02:50경 제1심 공동피고는 급성 복통으로 내원한 또 다른 환자를 진료하던 중 간호사로부터 소외인이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간호사에게 산소 및 수액의 공급을 지시하면서 복통환자에 대한 진료를 계속하였으며, 잠시 후 간호사로부터 소외인이 몸을 계속 움직이고 있어 방사선사가 X선 촬영에 실패하였을 뿐만 아니라 산소 및 수액 공급도 실패하였다는 보고를 받고 치료중이던 복통환자에 대한 치료를 계속하면서 소외인에 대하여 우선 흉부만이라도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5) 같은 날 03:10경 제1심 공동피고는 급성복통환자에 대한 진료를 마친 후 위 병원 X선 촬영실에서 소외인의 X선 사진을 확인한 결과 좌측 폐 부위에 긴장성 기흉이 발생하였음을 알게 되었고, 소외인이 호흡곤란을 호소하면서 청색증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즉시 기관지삽관을 시행하였으며, 소외인의 혈압이 급격히 내려가자 혈압 유지를 위하여 5% 포도당액에 혈압상승제인 도파민을 섞어 공급하였다.
(6) 긴장성 기흉은 흡기시에 흉막강 내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호기시에 배출되지 못하여 흉막강 내에 양압이 형성되는 상태로서 폐를 수축시켜 호흡을 못하게 하고 심장으로 들어오는 정맥환류에 장애를 주어 심박출량을 떨어뜨리게 되는 초응급상황으로서 이에 대한 응급조치는 18G 이상의 굵은 바늘로 전흉부 제2-3 늑간의 쇄골 중간부를 늑골직상부를 따라 천자하여 흉막강 내의 공기를 배출시킴으로써 흉막 내 양압을 해소하여야 하며, 나아가 흉관삽관을 서둘러 실시하여야 하는데, 제1심 공동피고는 위 흉관삽관 등을 시행해 본 경험이 없었으므로 긴장성 기흉에 대처하기 위하여 소외인에 대하여 인공호흡을 실시하면서 같은 날 03:30경 소외인을 ○○병원으로 전원시켰으나 소외인은 03:55경 ○○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터잡아, 제1심 공동피고에게, 첫째 소외인의 동공 상태 및 혈압과 맥박이 정상이라는 점 등에 치중한 나머지 호흡이 곤란한 응급환자에게 가장 먼저 행하여야 할 기본적인 처치인 기도 확보를 하지 않은 과실, 둘째 X선 촬영에 실패하였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방사선사, 간호사에게 X선 촬영을 독촉하여야 함에도 이에 이르지 못하여 소외인이 위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지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X선 촬영검사가 이루어지도록 지연한 과실, 셋째 환자가 호흡 곤란을 보이고 있고 수액 및 산소공급에 실패하였으며 의사가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록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였고 다른 환자를 진찰하느라고 시간이 없어 직접 소외인을 진찰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면 즉시 소외인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야 함에도 이에 이르지 못한 과실, 넷째 기흉 진단 이후에도 흉관삽관을 시행해 본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소외인에게 기관지삽관, 수액 공급, 인공호흡 등 보존적 치료만을 시행한 채 ○○병원으로 전원시키는 데 그쳐 그로 하여금 적기에 긴장성 기흉에 대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한 과실이 있고, 그 과실로 인하여 소외인이 사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료인의 과실은 그와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보통 누구나 할 수 있는 주의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 과실 유무를 논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진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 인데(대법원 1997. 11. 14. 선고 97다29226 판결, 1997. 2. 11. 선고 96다5933 판결, 1994. 4. 26. 선고 93다59304 판결 각 참조),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제1심 공동피고는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이고, 혼자 야간응급실의 당직근무를 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를 표준으로 하고, 당시의 진료 환경 및 조건, 야간응급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원심판결이 제1심 공동피고의 과실이라고 판단한 점들에 관하여 살펴본다.
첫째의 점을 보면, 소외인은 피고의 병원에 내원할 당시에 자발적 호흡을 하고 있었으므로 기도에 장애가 있어 기도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었다고는 보이지 아니할 뿐 아니라, 소외인의 사인은 긴장성 기흉이어서 기도확보조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제1심 공동피고가 소외인에 대하여 즉시 기도확보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과실이라고 할 수 없다.
둘째의 점을 보면, ① X선 촬영이 늦어지게 된 주된 원인은 소외인이 계속 심하게 몸을 움직인 것에 있는 점, ② 위 병원 야간응급실에 의료인으로는 의사 1명, 간호사 2명, 방사선사 1명이 있을 뿐인데 의사 제1심 공동피고와 간호사들은 다른 응급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었기 때문에 방사선사가 혼자서 소외인에 대한 촬영을 시도하다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하여 곧바로 의사나 간호사에게 원조를 요청하기가 쉽지 않았고, 방사선사가 촬영실에서 혼자 촬영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후 처치실로 옮겨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소외인의 몸을 누르고 간신히 촬영함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는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제1심 공동피고는 두부, 흉부 등의 X선 촬영에 실패하였다는 보고를 받고 흉부만이라도 우선 촬영하도록 바로 지시한 점, ④ 이 사건 사고 당시 적용되고 있던 응급의료관리운영규칙(보건사회부령 제869호)이 응급의료 지정병원의 응급실 전담인력으로 방사선사는 요구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위 시각에 위 병원에 방사선사가 없었다면 다른 병원의 방사선사를 불러오는 것은 적법하고 거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인 점, ⑤ 소외인이 위 병원에 도착한 후 다른 검사들을 시행함에 걸린 시간도 있고 제1심 공동피고에 대한 촬영 지시가 방사선사에게 전달되어 X선 촬영에 착수할 때까지 걸린 시간도 있으며, 또한 X선 촬영 후에 현상·정착 등을 거쳐 사진이 나오기까지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응급실 도착시부터 X선 촬영 및 판독시까지 1시간 30분이 경과하였다거나 X선 촬영이 최대한 신속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만을 가지고 곧바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법적 과실이 제1심 공동피고에게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셋째와 넷째의 점을 보면, 호흡 곤란을 보이고 있고 수액 및 산소공급에 실패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소외인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야 한다고는 볼 수 없고, 제1심 공동피고으로서는 소외인이 긴장성 기흉이라는 초응급상태에 있음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응급환자들을 계속하여 치료하면서 소외인을 즉시 다른 병원에 전원시키지 않은 것을 과실이라고 볼 수 없으며, 한편 제1심 공동피고이 흉부 X선 사진을 보기 전에 소외인의 증세와 청진에 의하여 긴장성 기흉을 빨리 진단하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는지의 여부와 제1심 공동피고가 긴장성 기흉이라는 초응급상태에 있는 소외인에 대하여 즉시 흉관삽관을 시술하지 아니하고 다른 병원에 전원시킨 조치에 과실이 있는지의 여부는 통상 야간당직의로 근무하는 일반의에게 요구되는 의료지식을 표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이는 흉관삽관술을 시술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의료전문지식의 수준과 흉관삽관술에 수반되는 위험의 정도 등을 심리하지 않고서는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원심은 환자의 증세와 청진을 통하여 기흉을 진단하는 데 요구되는 필요한 의료전문지식의 수준과 흉관삽관술에 요구되는 의료전문지식의 수준 및 흉관삽관술에 수반되는 위험의 정도 등에 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위 제1심 공동피고에게 판시와 같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에는 분명 의료과오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