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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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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법 1993. 1. 13. 선고 92노706,844(병합) 형사부판결 : 상고
[강도상해][하집1993(1),393]
판시사항

타인을 협박하여 지불각서를 쓰게 한 행위가 강도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재산상 이득에 관한 강도죄가 성립하려면 적어도 외형상으로나마 권리의무관계의 불법적인 변동이 있어야만 할 것이고, 설사 범인이 폭행, 협박에 의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강제로 어떤 행위를 하게 하였으나 그로 말미암아 권리의무관계의 외형적인 변동조차도 일어나지 아니하는 경우라면, 형법 제324조의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강도죄가 성립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해자를 협박하여 제3자에게 일정금액을 지블하겠다는 내용의 지불각서를 피고인이 부르는 대로 쓰게 한 행위는 강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원심판결

제1심 대구지법 안동지원(1992.9.23. 선고 92고합80 판결 및 같은 지원 1992.10.22. 선고 92고단49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원심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중 115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강도상해의 점은 무죄.

이유

피고인과 변호인의 항소이유에 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부터 살피건대, 원심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강도상해 및 업무상횡령의 점에 관하여 두 개의 판결이 선고되었으나, 위 두 사건은 당심에 이르러 비로소 병합심리되었고, 그에 따라 당원에서는 하나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이 점에서 벌써 원심판결들은 모두 유지될 수 없으므로, 위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들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유죄부분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당원이 인정하는 피고인의 업무상횡령의 점에 관한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1992.10.22. 선고 92고단493 판결 )의 그것과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해당법조 : 피고인의 판시 각 횡령행위는 각 형법 제356조 , 제355조 제1항 에 해당하는바, 정해진 형 중 징역형을 각 선택한다.

2. 경합범가중 : 판시 각 업무상횡령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이므로 같은 법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에 의하여 범정이 가장 무거운 원심판시 범죄사실 제1항의 업무상횡령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을 한다.

3. 선고형량, 미결구금일수의 산입 : 위 형기범위 내에서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하고, 형법 제57조 에 의하여 원심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중 115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4. 집행유예 : 피고인은 피해자와 술집을 동업으로 경영하다가 판시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으나 그 후 피해자와 합의하여 위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한 고소가 취소된 점, 피고인은 오래 전부터 불안장애의 일종인 광장공포증 및 진정수면제에 대한 금단증상 등 만성적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점 등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으므로 형법 제62조 제1항 을 적용하여 이 판결확정일로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강도상해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92.4.25. 17:30경 당시 피고인이 입원해 있던 안동시 북문동 소재 안동의료원 311호실에서 자신과 상인방이라는 룸싸롱을 동업한 적이 있는 피해자(남, 36세)를 전화로 불러오게 한 다음 가슴에 품고 있던 식칼을 동인의 목에 들이대고 '위 룸싸롱을 경영하면서 손해를 보았으니 피고인의 채권자인 공소외 인에게 2,0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지불각서를 쓰라'는 취지로 동인을 협박하다가 동인이 망설인다는 이유로 위 칼로 동인의 우측어깨를 1회 찔러 동인의 항거를 불능케 하고 그로 하여금 위와 같은 취지의 지불각서 1매를 쓰게 한 다음 이를 강취하고, 그로 인해 동인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견갑부열상을 가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적시와 같이 피해자를 협박하여 지불각서 1장을 써 받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은 모두 인정되나, 위 공소내용에 비추어 볼 때 검사는 이를 일단 재물의 강취로 인한 강도상해죄로 공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사 및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에 의하면, 피해자가 쓴 이 사건 지불각서는 피고인이 자신의 병실에 미리 준비하여 가지고 있던 종이를 피해자에게 내놓고 칼로 위협을 하면서 부르는 대로 쓰라고 하여 피해자는 그대로 기재만 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그렇다면 위 각서의 재물로서의 소유권은 당초부터 피고인에게 있었다 할 것이고, 피해자가 그 종이 위에 채무부담에 관한 기재를 한 것만으로 그 각서의 소유권이 피해자에게 귀속한다거나 피고인이 피해자로 하여금 그와 같은 기재를 하게 한 행위가 곧 타인의 재물을 강취한데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며, 그 밖에 달리 위 각서가 피해자의 소유라거나 피고인이 피해자 소유의 재물을 강취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다른 한편,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재산상 이득에 관한 강취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의 점에 관하여 보건대, 무릇 재산상 이득에 관한 강도죄가 성립하려면, 예컨대 어음, 수표와 같은 유가증권에 강제로 서명날인하게 하여 이를 발행받는다거나 채무면제의 의사표시를 하게 하는 경우와 같이, 폭행, 협박에 의한 피해자의 행위로 인하여 적어도 외형상으로나마 권리의무관계의 불법적인 변동이 있어야만 할 것이고, 설사 범인이 폭행, 협박에 의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강제로 어떤 행위를 하게 하였으나 그로 말미암아 권리의무관계의 외형적인 변동조차도 일어나지 아니하는 경우라면, 형법 제324조의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강도죄가 성립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든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요하여 한 행위는, 피고인의 공소외 인에 대한 채무를 피해자가 대신 부담하여 지급할 것을 강요하면서 피고인이 부르는 대로 받아쓰도록 하여, '돈 2,000만원을 1992.5.24.까지 공소외인에게 지불한다'는 내용의 증거서류를 작출하도록 한 데 지나지 아니하는바, 피해자가 그와 같은 지불각서를 피고인이 부르는 대로 받아쓴 것만으로는 피고인이나 공소외 인에 대하여 도대체 어떤 채무부담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공소외인의 승낙이 없이는 채무인수행위로서의 효력도 생기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그로써 피고인 또는 공소외인에게 곧바로 어떤 재산적 이득이 돌아간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어서,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여서는 피해자 등의 권리의무관계에 외형적, 형식적 변동조차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그 밖에 피고인의 위 행위로 인하여 피고인 자신이나 공소외 인이 어떤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결국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권리행사방해죄 내지는 상해죄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강도상해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강도상해의 점에 관한 이 사건 공소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거나 증명된 사실만으로는 강도상해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경(재판장) 손윤하 박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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