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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7다216776 판결
[신용장대금청구의소][공2017하,2335]
판시사항

[1]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600) 제2조에서 정한 ‘매입(negotiation)’의 의미와 방법 및 중개무역업자의 거래은행이 이른바 백투백신용장(Back-to-Back Letter of Credit)을 개설하면서 주신용장(Master Letter of Credit)의 매입에 관한 약정을 체결한 것이 신용장 매입 방법 중 하나인 ‘현실적인 대가 지급을 갈음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대가 지급채무를 부담하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일람출급 취소불능 화환신용장의 매입은행이 수익자에게 신용장 매입대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시기(=신용장 개설은행에 서류가 도달한 날의 다음 날부터 5은행영업일이 지나기 전)

[3] 은행에 의한 신용장 매입이 적법하지 않은 경우, 신용장 개설은행이 신용장 거래에서 수익자의 사기행위가 밝혀졌다는 이유로 신용장의 만기에 서류를 제시한 위 은행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600) 제2조는 ‘매입(negotiation)’에 관하여 “일치하는 제시가 있으면 지정은행이, 지정은행에 상환하여야 하는 은행영업일 또는 그 전에 수익자에게 대금을 지급하거나 대금지급에 동의함으로써 환어음(지정은행이 아닌 은행 앞으로 발행된) 및/또는 서류를 매수(purchase)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서 정한 서류의 매입이란 매입을 수권받은 지정은행이 현금, 계좌입금 등의 방법으로 수익자에게 현실적인 대가를 즉시 지급하거나 대금지급 채무를 부담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후자의 방법에 따른 매입이 되려면 매입은행이 특정 일자에 수익자에게 대가를 확정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무조건적인 채무를 부담함으로써 현실적인 대가 지급을 갈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백투백신용장(Back-to-Back Letter of Credit)은 중개무역거래에서 중개무역업자가 자신의 거래은행에 자신을 수익자로 하는 주신용장(Master Letter of Credit)을 담보로 제공하고 실수출업자를 수익자로 하여 개설하는 신용장을 말한다. 중개무역업자의 거래은행이 백투백신용장을 개설하면서 주신용장의 매입에 관한 약정을 체결하더라도, 이러한 약정은 특정 일자에 수익자에게 대가를 확정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볼 수 없으므로 현실적인 대가 지급을 갈음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대가 지급채무를 부담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

[2] 매입은행으로 지정된 은행이 수익자에게 대금을 지급하거나 대금지급에 동의하는 것은 매입은행이 신용장 대금을 상환받아야 하는 은행영업일 또는 그 이전에 이루어져야 하고, 서류 심사기간은 최장 5은행영업일이다[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600) 제14조 b항]. 따라서 일람지급 취소불능 화환신용장의 경우 매입은행은 신용장 개설은행에 서류가 도달한 날의 다음 날부터 5은행영업일이 지나기 전에 매입대금을 수익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3] 신용장의 적법한 매입이 있은 후에 신용장 거래가 사기 거래로 밝혀지더라도, 매입은행이 신용장대금의 지급이나 매입 당시 자신이 사기행위의 당사자로서 관련되어 있거나 사기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또는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면 개설은행에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에 의한 신용장 매입이 적법하지 않다면 대가를 지급하더라도 이는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600)에서 정한 ‘매입’이 될 수 없다. 이 경우 개설은행으로서는 신용장의 만기에 서류를 제시하는 위 은행에 대하여 수익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모든 사유로 대항할 수 있다. 따라서 신용장 거래에서 수익자의 사기행위가 밝혀졌다면 이를 이유로 개설은행은 서류제시 은행에 대해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참조조문

[1]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The 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2007 Revision, ICC Publication no. 600) 제2조, 제14조 b항 [2]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The 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2007 Revision, ICC Publication no. 600) 제14조 b항 [3]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The 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2007 Revision, ICC Publication no. 600) 제2조, 제7조

원고, 상고인

에프아이엠뱅크 피.엘.씨.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 외 5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우리은행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현중 외 1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

가. 신용장 거래는 서류에 의한 거래이고 그 원인이 되는 거래와는 별개 독립의 거래로서 신용장 개설은행은 신용장에 기재된 조건에 일치하는 서류의 제시가 있으면 신용장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제상업회의소가 제정한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600) 제2조는 ‘제시(pre sentation)’에 관하여 “개설은행 또는 지정은행에게 신용장에 의한 서류를 인도하는 것 또는 그렇게 인도된 서류를 의미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일치하는 제시(complying presentation)’에 관하여 “신용장의 조건, 신용장통일규칙과 국제표준은행관행(ISBP)의 규정과 일치하는 제시를 의미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신용장통일규칙에 따르면, 서류의 제시가 문면상 일치하는 제시를 하였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오직 서류만을 기초로 하여 조사하여야 한다(제14조 a항). 개설은행은 제시가 일치한다고 판단할 경우 결제(honour)하여야 하고(제15조 a항),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때에는 결제 또는 매입(negotiation)을 거절할 수 있다(제16조 a항).

위 신용장통일규칙 제2조는 ‘매입(negotiation)’에 관하여 “일치하는 제시가 있으면 지정은행이, 지정은행에 상환하여야 하는 은행영업일 또는 그 전에 수익자에게 대금을 지급하거나 대금지급에 동의함으로써 환어음(지정은행이 아닌 은행 앞으로 발행된) 및/또는 서류를 매수(purchase)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서 정한 서류의 매입이란 매입을 수권받은 지정은행이 현금, 계좌입금 등의 방법으로 수익자에게 현실적인 대가를 즉시 지급하거나 대금지급 채무를 부담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후자의 방법에 따른 매입이 되려면 매입은행이 특정 일자에 수익자에게 대가를 확정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무조건적인 채무를 부담함으로써 현실적인 대가 지급을 갈음할 수 있어야 한다 (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09다93817 판결 참조).

이른바 백투백신용장(Back-to-Back Letter of Credit)은 중개무역거래에서 중개무역업자가 자신의 거래은행에 자신을 수익자로 하는 주신용장(Master Letter of Credit)을 담보로 제공하고 실수출업자를 수익자로 하여 개설하는 신용장을 말한다. 중개무역업자의 거래은행이 백투백신용장을 개설하면서 주신용장의 매입에 관한 약정을 체결하더라도, 이러한 약정은 특정 일자에 수익자에게 대가를 확정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볼 수 없으므로 현실적인 대가 지급을 갈음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대가 지급채무를 부담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매입은행으로 지정된 은행이 수익자에게 대금을 지급하거나 대금지급에 동의하는 것은 매입은행이 신용장 대금을 상환받아야 하는 은행영업일 또는 그 이전에 이루어져야 하고, 서류 심사기간은 최장 5은행영업일이다(신용장통일규칙 제14조 b.항). 따라서 일람지급 취소불능 화환신용장의 경우 매입은행은 신용장 개설은행에 서류가 도달한 날의 다음 날부터 5은행영업일이 지나기 전에 매입대금을 수익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나.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각 신용장에 관한 매입은행의 지위를 취득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각 신용장에는 국제상업회의소 신용장통일규칙 최신 개정본이 적용된다고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각 신용장 발행 당시 위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600, 이하 ‘신용장통일규칙’이라고 한다)이 발효 중이었다

(2) 원고가 이 사건 각 신용장에 대응하는 백투백신용장을 개설하면서 United Metals FZE(이하 ‘유나이티드 메탈’이라고 한다)와 이 사건 각 신용장의 매입에 관한 약정을 하였다. 그 내용은 원고가 이 사건 각 신용장의 요구서류가 법률을 준수하여 제시된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원고는 그 서류들을 매입하고 그 서류들이 법률을 준수하지 않음을 이유로 거절되어 지급되지 않을 위험으로부터 수익자를 면책하며 개설·확인은행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는 경우 지급하기로 확약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 매입대금의 실제 지급을 갈음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대가지급 채무를 부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3) 신용장통일규칙상의 매입은 신용장 대금을 지정은행에 상환하여야 하는 은행영업일 또는 그 이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원고가 이 사건 각 신용장과 관련 서류가 피고들에게 도달되어 지급제시된 다음 날인 2012. 2. 1.부터 5은행영업일이 훨씬 지난 2013. 2. 19. 유나이티드 메탈에 그 매입대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신용장의 매입대금을 지급기일에 적법하게 지급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신용장 서류 매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 제3점

가. 신용장의 적법한 매입이 있은 후에 신용장 거래가 사기 거래로 밝혀지더라도, 매입은행이 신용장대금의 지급이나 매입 당시 자신이 사기행위의 당사자로서 관련되어 있거나 사기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또는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면 개설은행에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에 의한 신용장 매입이 적법하지 않다면 대가를 지급하더라도 이는 신용장통일규칙에서 정한 ‘매입’이 될 수 없다. 이 경우 개설은행으로서는 신용장의 만기에 서류를 제시하는 위 은행에 대하여 수익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모든 사유로 대항할 수 있다. 따라서 신용장 거래에서 수익자의 사기행위가 밝혀졌다면 이를 이유로 개설은행은 서류제시 은행에 대해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0다60296 판결 ,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1다6826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 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SteelM Co. Ltd(이하 ‘스틸엠’이라고 한다)은 일본 고철상과 직접 협상하여 이 사건 고철의 수입거래에 관한 사항을 정했는데도, 유나이티드 메탈이 일본 고철상으로부터 이 사건 고철을 구입하고 이를 다시 스틸엠이 유나이티드 메탈로부터 수입하는 형태를 취하여 이 사건 고철을 수입하기로 하였다.

(2) 스틸엠은 유나이티드 메탈이 수입자로서 백투백신용장을 개설받아 이를 이용하여 일본 고철상으로 하여금 이 사건 고철을 선적하여 국내로 운송하게 하였다.

(3) 스틸엠은 이 사건 고철이 국내에 도착하면, 정상적인 수입대금 결제과정을 통하여 이 사건 각 신용장에서 요구하는 진정한 선하증권을 교부받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작성된 이른바 통관용 선하증권을 이용하여 이 사건 고철을 미리 반출하여 판매하였다.

(4) 이처럼 이 사건 고철이 반출되어 판매된 상태이므로, 이 사건 각 신용장의 개설은행인 피고들로서는 그 신용장 대금을 상환하면서 요구서류와 일치하는 서류를 교부받더라도 이에 대한 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었다.

(5) 이 사건 각 신용장의 수익자인 유나이티드 메탈은 스틸엠과의 이전 거래 내용, 이 사건 고철수입거래에 관여한 경위와 목적에 비추어 스틸엠이 이 사건 각 신용장을 위와 같이 부정한 사기적 거래방법으로 악용한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수익자인 유나이티드 메탈은 이 사건 각 신용장 개설의뢰인인 스틸엠과 공모하여 이미 이 사건 고철이 모두 반출된 상태였는데도, 신용장 거래의 독립·추상성을 악용하여 이 사건 각 신용장의 개설은행인 피고들에게 신용장 대금을 청구하였다. 이는 신용장거래의 구조와 성격에 비추어 신용장거래를 빙자한 사기거래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들은 위에서 보았듯이 이 사건 각 신용장을 적법하게 매입하지 않은 원고에 대하여 수익자의 사기 거래를 이유로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원심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각 신용장의 개설은행인 피고들은 수익자인 유나이티드 메탈에 신용장 대금 상환의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 각 신용장 서류의 제시자로서 또는 수익자인 유나이티드 메탈의 권리 양수인으로서 이 사건 각 신용장 대금의 상환을 구하는 원고에 대해서도 대항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신용장의 독립·추상성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 사기적 청구와 그 적용 범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원고와 유나이티드 메탈의 사기적 거래에 대한 악의 또는 가담 여부에 관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박보영 이기택 김재형(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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