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고합202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
성년자강제추행)
피고인
A
검사
황정임(기소), 오보미(공판)
변호인
변호사 B(국선)
판결선고
2018. 9. 7.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정신지체장애 3급이다.
피고인은 2018. 4. 3. 19:20경 서울 도봉구 C아파트 108동 승강기 내에서 동승한 피해자 D(가명, 여, 11세, 이하 '피해 아동'이라 한다)에게 다가가 "다음에 만나면 인사하자"고 말하면서 악수를 청하였고 승강기 안에 단둘이 있는 상황에 겁을 먹은 피해 아동이 손을 내밀자 피해 아동의 손을 잡고, 승강기가 자신의 목적지인 7층에 도착하였음에도 피해 아동으로 하여금 승강기문을 닫지 못하게 하면서 재차 피해 아동에게 악수를 청해 피해 아동의 손을 잡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13세 미만 미성년자인 피해 아동을 강제로 추행하였다.
2. 판단
가.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은 사건 당일 승강기 내에서 우연히 피해 아동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앞으로 인사하고 지내자는 의미로 피해 아동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하였을 뿐이다. 피고인이 피해 아동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한 행위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7조 제3항 이 규율하는 강제추행죄의 강제추행에 해당하지 않으며, 피고인에게는 강제추행의 고의도 없었다.
나. 관련 법리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며, 이 경우에 있어서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 또한,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안에 따라서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자"라고 규정되어 있는 이상, 먼저 객관적으로 행위자의 거동이나 행태가 상대방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라고 볼 수 있어야 함은 물론, 그러한 행위 자체가 개인의 주관적 감정을 떠나 행위의 동기와 과정,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객관적인 상황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만한 징표를 가져야 하며, 주관적으로는 그러한 행태를 통해 성욕을 자극 · 흥분 · 만족시키려는 의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 등을 느끼게 한다는 인식(추행의 범의)하에 상대방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비로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구체적 판단
피고인이 피해 아동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한 사실 자체는 자인하고 있고,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인과 피해 아동과 처음 만난 사이로서 특별한 친분관계에 있지 않았던 점, ② 피고인이 최초 승강기 안에서 단 둘이 있던 피해 아동에게 말을 걸어 악수를 하고 승강기가 자신이 살던 아파트 7층에 도착하였음에도 승강기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는 피해 아동의 손을 잡아 재차 악수를 하면서 피해 아동의 얼굴을 보며 계속하여 말을 건 점, ③ 피해 아동은 서울북부해바라기센터에서 당시 느꼈던 감정에 대하여 "(피고인이 손을 잡아서) 놀랐고 무서웠다."라고 진술하였고, 사건 발생 이후 집에 도착하여 울면서 부모님에게 피고인의 행위를 알린 점 등의 사정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아동의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의 형성을 적극 존중하는 최근 우리 사회의 보편화된 인식을 감안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 아동과 두 차례 악수를 한 행위가 피해 아동으로 하여금 순간적인 당혹감 내지 불쾌감을 느끼게 하였던 것을 초과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형사처벌 대상으로서의 유형력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그와 같은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구체적인 행위 태양, 피고인의 정신적·사회적 연령 등에 비추어 당시 피고인에게 추행을 범한다는 인식이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인은 당시 피해 아동과 악수를 하기 위하여 자신의 손으로 피해 아동의 손을 잡았는데, '악수'는 두 사람이 인사, 감사, 친애, 화해 따위의 뜻을 나타내기 각자 손을 마주 내어 잡는 것으로써 그 자체만으로는 일반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접촉한 피해 아동의 '손'도 사회통념상 성적으로 민감한 신체 부위라고 보기 어렵다.
2) 피고인과 피해 아동이 두 차례 악수를 하게 된 경위는, 피고인이 최초 운행 중이던 승강기 내에서 피해 아동에게 말을 걸면서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밀자 피해 아동이 머뭇거리기는 하였으나 이내 자발적으로 손을 내밀어 서로 악수를 하게 된 것이고, 그러던 중 승강기가 피고인이 사는 아파트 7층에 도착하여 문이 열려 피해 아동이 악수를 그만두고 승강기 조작 패널 쪽으로 자리를 옮겨 승강기 열림 버튼을 누르자 악수를 계속하고 싶었던 피고인이 승강기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던 피해 아동의 손을 잡으면서 악수를 계속하게 된 것이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 아동과 악수를 마친 뒤 피해 아동과 서로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한 후 스스로 승강기를 밖으로 나갔다.
3) 피고인과 피해 아동이 두 차례 악수를 하던 과정에서, 피해 아동은 악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손을 피하거나 싫다는 거절의 의사표시를 명시적으로 하지는 않았고, 피고인도 강압적으로 피해 아동의 손을 잡아채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피해 아동 쪽으로 몸을 다가가거나 피해 아동의 손 이외의 다른 신체 부위를 만지려고 하는 등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야기하는 추가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4)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피해 아동과 악수를 한 이유에 관하여 특별한 성적인 의도 없이 "피해 아동과 친하게 지지고 싶었다."라고 진술하였고, 실제로 악수를 하면서 피해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은 하지 않은채 단지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다시 만나면 인사를 하자."라고 반복하여 말하였을 뿐이다. 성년의 남성인 피고인이 11세에 불과한 여자 아이인 피해 아동과 친해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굳이 두 차례나 악수를 하면서 위와 같은 말을 반복하는 행동이 의아해 보일 수도 있으나 이는 피고인이 정신연령이나 사회연령이 낮은 정신지체장애 3급의 장애인임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5) 피해 아동이 당시 느꼈던 감정에 대하여 "놀랐고 무서웠다."라고 진술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처음 만난 성년의 남성인 피고인이 갑자기 악수를 하자고 청하면서 어눌하게 같은 말을 반복하였기에 불쾌하고 겁이 났다는 취지이지 피고인의 행동이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할 만한 것이었다거나 그로 인하여 피해 아동이 성적수치심을 느꼈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라.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성호
판사 심우성
판사 고석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