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고단3124 아동복지법위반(아동에대한음행강요·매개·성희롱등)
피고인
A(개명전 성명 B)
검사
장봉문(기소), 안창인(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태신 담당변호사 이동우, 김충제
판결선고
2019. 5. 16.
주문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를 명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7년간 취업제한을 명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대구 달성군 C건물 D호에 있는 'E'학원의 원장이고, 피해 아동인 F(여, 15세)은 2015. 12.경부터 그 학원에 다닌 원생이었다.
피고인은 원생들과 1:1의 방식으로 상담을 통해 원생들의 공부습관, 시간관리, 각종 고민 및 스트레스 등을 관리하면서, 피해 아동이 부모의 이혼 후 엄마와 같이 생활하고 있고 엄마가 재혼할 남자를 사귀면서 남자를 집에 데려오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으며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피고인은 2016. 10. 9. 19:00경 위 학원에서 피해 아동과 진로문제 및 가정사 등에 대해 1시간 정도 상담을 한 후 같은 날 20:00경 피해 아동을 데려다 주기 위해 피고인의 차량에 태워 지하철2호선 G역 부근에 있는 피해 아동의 집으로 가던 중, 피해 아동이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한 후 엄마가 집에서 남자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어 들어가기 싫다고 하자 피해 아동을 데리고 H대학교 성서캠퍼스 부근에 있는 'I커피숍'으로 가게 되었다.
피고인은 위 커피숍에서 피해 아동으로부터 과거에 가출하여 선배와 모텔에서 성관계한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자, 피해 아동을 보호해야 할 도의를 저버린 채 처 및 피해 아동보다 1살 더 많은 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아동과 성관계를 갖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같은 날 21:05경 위 커피숍을 나와 피해 아동을 차량에 태워 'J' 부근을 진행하던 중 주변에 모텔이 보이자 피해 아동에게 "너 가봤지? 이런데, 가볼래?"라고 하였으나 피해 아동이 싫다고 하자 위 학원으로 되돌아왔다.
같은 날 21:27경 위 학원 주차장에 도착하여 피해 아동이 휴대전화로 피고인과의 대화를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고는 피해 아동으로 하여금 차량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리게 한 후, 피해 아동을 학원 강의실로 데려가 그곳에서 갑자기 바지를 벗고 피해 아동에게 성관계를 요구하여 피해 아동을 1회 간음하고, 이어서 피해 아동을 차량에 태워 집으로 데려다 주는 도중에 피해 아동에게 서로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는 단순한 '섹파(섹스파트너)' 관계를 요구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 아동이 공부와 일상생활 등 여러 방면에서 피고인을 믿고 의지하는 점, 피해 아동에게 과거 성경험이 있었으나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었던 점, 당일 피해 아동이 엄마의 남자친구 문제로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점 등으로 인하여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상태를 이용하여, 피해 아동을 단순히 피고인의 성적 만족을 위한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피해 아동에게 성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제6회 공판조서 중 증인 K, L의 진술기재
1. 피고인에 대한 일부 검찰피의자신문조서
1. 영상녹화 CD에 수록된 피해자 진술 및 각 속기록
1. 피해자와 피의자간의 대화 녹취록, M 업무담당자 L 사실 확인서, N 의원 의무기록 사본증명서, 피의자와 피해자 어머니 대화 녹취록, O병원 의무기록 사본 증명서, 경북 대학교병원 P 이용 확인서, Q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1의2호, 제17조 제2호, 징역형 선택
1. 이수명령
1. 취업제한명령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부칙(2018. 1. 16. 법률 제15352호) 제3조,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18. 3. 13. 법률 제154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제1항(이 사건 범행의 내용과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피고인의 직업과 환경, 취업제한명령으로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취업제한명령으로 달성할 수 있는 성범죄의 예방 및 피해자 보호 효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취업제한기간을 정함)
신상정보의 등록 및 제출의무
등록대상 성범죄인 판시 범죄사실에 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의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계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신상정보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
피고인의 나이, 직업, 재범위험성, 범행의 내용과 동기, 범행의 방법과 결과 및 죄의 경중,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을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등록대상 성폭력범죄의 예방효과,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제1항, 제49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단서, 제50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신상정보를 공개·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을 선고하지 아니한다.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해자는 이미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었고, 피해자의 적극적인 성적 행위 제안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신체접촉을 하고 성관계를 한 것이므로,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의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판단
가. 아동복지법의 입법목적(제1조), 기본이념(제3조 제2항, 제3항) 및 같은 법 제3조 제7호, 제17조 제2호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성적 학대행위란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행위로서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말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 및 피해 아동의 의사·성별·연령, 피해 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행위자와 피해 아동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행위가 피해 아동의 인격 발달과 정신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피해 아동이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아니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거나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상당히 부족한 경우라면 자신의 성적 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행사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행위자의 요구에 피해 아동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였거나 행위자의 행위로 인해 피해 아동이 현실적으로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느끼지 아니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행위자의 피해 아동에 대한 성희롱 등의 행위가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의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도7787 판결 등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기초하여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피해 아동의 나이, 심리상태, 피해 아동이 피고인에 대하여 호감을 갖게 된 경위, 피해 아동이 피고인과 성관계를 갖게 된 경과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 아동과 성관계를 맺은 것은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에서 금지하고 있는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
1) 피해 아동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아동으로서는 다소 연령이 높은 편인 만 15세의 중학생이기는 하나, 피해 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 가치관이나 판단능력이 완성된 연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피해 아동은 과거 중학교 선배로부터의 성폭행에 가까운 성관계 이외에 자발적인 성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학습트레이닝센터 학원생인 피해 아동은 1:1 방식의 상담을 통해 학원장인 피고인에게 자신의 가정환경, 고민, 성관계 경험 등을 털어놓으면서 정서적으로 의존하게 되었고(이와 같이 피해 아동이 피고인을 상당히 따르고 의지한다는 점은 피고인도 인정하고 있음), 이를 기화로 피고인은 피해 아동에게 학원생에게 일반적으로 표현할 법한 친밀감의 정도를 넘어선 부적절한 내용의 성적인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성적인 접근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피고인은 40대 중반으로 결혼하여 고등학생 자녀까지 있는 반면, 피해 아동은 중학생으로 피고인이 원장으로 있는 학원의 수강생인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 역시 피해 아동과 정상적인 연인관계를 가질 수 없는 상황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이 사건 이전에 피고인과 피해 아동 사이에 이성적인 호감에 따른 신체접촉이 전혀 없었고, 이 사건 성관계 당시에도 두 사람이 그와 같은 성관계를 하기로 합의하고 만나지는 않았다. 단지 피해 아동은 당시 자신의 어머니가 집에서 남자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어 그가 집에 있는 동안에는 자신의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 하였을 뿐이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 아동이 자신의 어머니와 사이에 발생한 갈등을 비롯하여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여 불안정한 심리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 아동에게 성적인 대화를 유도하고 성관계를 부추기거나 암시하는 등 관심을 보이며 단 둘이 있는 환경을 조성한 다음 성관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피해 아동은 이전에도 피고인과 단둘이 있을 때 피고인과의 대화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한 적이 있고, 이 사건 직전에도 피고인과 대화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하려 하였으나 피고인이 이를 의심하여 휴대전화를 차에 두고 내리게 하는 바람에 더 이상 녹음하지 못하게 된 사정을 감안하면, 피해 아동은 당시 피고인에 대한 불안감을 다소 느꼈다고 보이고, 피고인 역시 이 사건 성관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4) 아래와 같은 피해 아동의 진술(피해 아동이 진술에 임하고 있는 모습이나 태도, 감정 표현 등에 비추어 피해 아동의 진술은 신빙성이 인정된다), '피해자가 당시 성관계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락한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성관계를 하게 된 것이다.'는 피고인의 진술, 피해 아동은 피고인을 학원원장으로 대하였을 뿐이며 이성적인 호감에 따른 말이나 행위를 피고인에게 먼저 한 적이 없었던 점, 피해 아동이 이 사건 다음날 임신가능성 여부에 관하여 학교 보건실에 문의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 아동에 대하여 성관계를 요구하며 주도적으로 성행위를 밀어붙였고, 이에 대하여 피해 아동은 성관계를 원하지 않았지만 피고인과의 관계 단절을 주저하며 수동적으로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성관계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이에 더하여 피고인이 주변에 모텔이 보이자 피해 아동에게 '너 가봤지? 이런데, 가볼래?'라고 하였으나 피해 아동이 싫다고 하는 등 피고인과 모텔에 가는 것을 싫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 아동이 먼저 피고인의 성기를 빨아주겠다고 말하였거나 더 나아가 성관계를 요구하였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결국 피해 아동이 성적 가치관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나 성찰을 토대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로서 피고인의 요구에 응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피고인이 피해 아동에 대하여 폭행·협박이나 위 계·위력을 행사하지 아니하였다거나 피해 아동이 피고인의 성관계 요구에 대해 명시적인 거부의사를 밝히지 아니하고 응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성인과 성인 사이의 정상적인 성적 호감의 표시와 같이 피해 아동이 자신의 성적 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행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 학원쌤이랑 원하지 않은 성관계...
· 그냥 성관계를 요구했어요.
· 엄마랑 결혼할 사람, 새 아빠랑 술 먹고 있다고 그래가지고... 그 자리에 끼기 불편하다 말했더니... 그러면 쌤이랑 같이 놀다 가자...
· 해도 되냐... 그 때 대답을 안 했어요.
· 진짜 그냥... 그럴 거라고는 생각 못했고...제가 그냥...판단력이 부족했나 봐요.
· 만약에 제가 진짜 성욕에 볼타서 하고 싶다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됐으면...차라리 남자친구를 만들든가 그렇게 했겠지 왜 30살이나 차이 나는 그런 아저씨랑...더러워요
·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그런 것도 싫고...과정이 너무...그래서 그리고 또 신고하게 되면...다시 얼굴 마주치는 일 생기는 게...
5) 피해 아동은 이 사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와 행동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중학교를 졸업한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였으나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를 하였다. 성적 정체성이 미처 견고하게 형성되기 전인 청소년기의 성경험은 앞으로 피해자들의 성적 정체성 확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태어 보면, 비록 피해 아동이 이 사건 이전에 중학교 선배와의 성폭행에 가까운 성관계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성적 행위는 아동인 피해자의 건전한 성적 가치관의 형성 등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에 상당히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 따라서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학원원장으로서 학원생활을 포함한 일상생활에 대하여 아동인 피해자를 보호하고 육체적·정신적·정서적으로 건강하고 조화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나 도움을 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데, 이러한 지위나 책임을 망각한 채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자신의 딸보다 어린 피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고, 범행 직후 피해 아동에게 서로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는 단순한 '섹파(섹스파트너)' 관계를 유지하자고 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또한 사회구성원들이 아동에게 안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교육현장인 학원에서 발생한 이 사건의 경우 일반 학부모의 신뢰까지도 심히 훼손하여 그 비난가능성 또한 크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범행으로 말미암아 피고인을 믿고 따랐던 피해 아동에게 정신적·정서적 측면에 심각한 수준의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이고, 피해 아동이 앞으로도 인격적으로나 성적으로나 건전한 정체성 및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장해 나가는 데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위험성이 큰 것으로 염려된다. 더 나아가 피고인을 믿고 피해 아동을 학원으로 보낸 어머니 역시 정신적으로 상당한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 아동의 적극적인 성적 행위 제안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 등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삼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자신의 잘못과 이 사건 범행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한편, 피해 아동과 그 가족에게 피해를 변상하거나 용서를 구하려는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수사절차 이후 피고인이 피해 아동과 그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언행을 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을 함이 마땅하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직업,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방법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판사 손원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