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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9.27.선고 2012도9119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치상),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간등),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
사건

2012도9119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치상),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

년자강간등),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강간등)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U(국선)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2012. 7. 12. 선고 2012노227 판결

판결선고

2012. 9. 27.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추행 미수(공소사실 제2항 중 범죄일람표 순번 1, 3, 4, 5, 8)의 점에 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다가 길을 가는 13세 내지 15세의 여학생에게 경찰이라고 속이고 길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면서,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 후 자신의 성기를 꺼내어 자위행위를 하는 등으로 추행하는 행위를 여러 번 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위 범죄일람표 순번 1, 3, 4, 5, 8항의 각 범행 당시 피해자들에 대한 추행의 의사로 피해자들에게 경찰이라고 기망하는 등으로 승용차에 태우려는 행위를 한 때에 이미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그에 따라 위 각 항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추행미수로 인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아래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성폭력처벌법 및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에 규정된 위계에 의한 추행죄에 있어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가 추행의 의사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킨 다음 상대방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오인, 착각, 부지란 치료행위나 종교의식을 빙자하여 추행을 하는 경우처럼 추행행위 자체에 대한 오인, 착각, 부지가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추행행 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조건에 관한 오인, 착각, 부지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1. 12. 24. 선고 2001도5074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경찰이라고 속여서 차에 태우거나 태우려고 한 때에 추행을 하려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고 그 범행의 실현을 위하여 피해자들을 승용차에 태우려고 거짓말을 하였다는 것까지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승용차에 태우거나 태우려고 한 행위와 추행행위 자체 사이에는 불가분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고, 또한 그와 같이 승용차에 태우려고 거짓말을 한 것만으로는 추행행위 자체에 대하여 피해자들이 착오에 빠지거나 이를 인식하지 못

하게 하는 행위에 착수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행위가 '위계'에 의한 추행으로 공소가 제기된 것이라면 그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2) 한편 성폭력처벌법 및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소정의 위력에 의한 추행죄에 있어서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지위나 위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위력'으로써 추행하였는지 여부는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행위자의 지위나 위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818 판결 등 참조).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판결에서 강제추행으로 인한 성폭력처벌법 및 아동,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죄의 기수로 인정한 부분은 피고인이 그 피해자들을 자신의 승용차 조수석에 태워 운전해 가면서 달리는 차 안에서 아동·청소년 내지 13세 미만 미성년자인 피해자들이 보는 가운데 자신의 성기를 꺼내 자위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므로, 이는 피해자들이 외면하거나 회피할 수도 없고 주위의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위력에 의한 추행의 경우에도 그 실행행위의 착수가 있다고 하려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하는 행위가 개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그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범행의 경우 피고인이 경찰이라고 하면서 피해자 E에게 승용차에 타고 가면서 길을 가르쳐 달라고 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의 승용차에 승차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강압 등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고, 피해자가 승차 후 약 1~2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하였다고 하자 순순히 차에서 내려 주었으며, 차안에서도 피해자에게 겁을 줄 만한 언행이나 추행과 관련된 행위를 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 범죄일람표 순번 3, 4, 5, 8 범행의 경우에도 피고인은 12세 내지 15세의 피해자들에게 경찰이라고 하면서 승용차에 승차하여 길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해자들이 거부하고 승차하지 않자 거듭하여 승차를 요구하다가 곧바로 그 곳을 떠났을 뿐 피해자들에게 겁을 줄 만한 언행이나 추행과 관련된 언행을 한 바는 전혀 없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정도의 행위만으로 과연 위력에 의한 추행행위의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3)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먼저 위 각 추행미수로 인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죄 및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죄에 관한 공소사실이 위계에 의한 추행과 위력에 의한 추행 중 어느 것으로 공소가 제기된 것인지를 명확히 한 다음, 그 행위유형에 따른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를 심리·판단하였어야 할 것인데,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미수의 범행이 인정된다고 한 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강제추행치상(공소사실 제1항)의 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강제추행치상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심신장애와 관련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심신장애에 관한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4. 파기의 범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 대한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추행미수로 인한 성폭력처벌법위반 및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위반의 각 점은 파기되어야 하고,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나머지 부분은 위 파기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원심에서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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