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고단755 특수협박
피고인
A
검사
이승우(기소), 김정현(공판)
변호인
변호사 정인철(국선)
판결선고
2018. 11. 9.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B 택시를 운전하는 사람으로서, 2017. 12. 16. 21:30경 위험한 물건인 위 택시를 운전하여 울산 남구 야음동에 있는 대현동사무소 앞 편도 4차로 도로를 C 쪽에서 야음동 방면으로 운전하던 중 피해자 D(34세) 운전의 E 베르나 승용차가 자신의 진로를 방해하였다는 이유로 화가 나 수회 경적을 크게 울린 후 위 베르나 승용차를 따라가 부딪힐 것처럼 좌·우측으로 흔들며 운행을 하고, 야음사거리 부근에서 정차를 하게 되자 창문을 열고 피해자와 피해자의 처인 F(여, 33세)에게 "대가리를 뺀다"라고 큰소리로 욕설을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를 협박하였다.
2. 판단
가.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한편 형법 제284조, 제283조 제1항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협박한 자를 특수협박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는 소지뿐만 아니라 널리 이용한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고(대법원 1997. 5. 30. 선고 97도597 판결 등 참조), '협 박'은 일반적으로 그 상대방이 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관계 ·지위, 그 친숙의 정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1도10451 판결 등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어느 정도의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는 보이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로 하여금 일반적으로 협박죄의 성립에 요구되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것에 해 당한다거나 당시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생명 또는 신체 등에 어떠한 위해를 가하려는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먼저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 듯한 취지로 진술한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기일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증거능력이 없어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다.
2) 다음으로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수사기관에 '피해자의 차량이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택시가 피해자의 차량 앞에서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을 하고, 욕설을 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하였다가, 이 사건 발생 후인 2017. 12, 20. 경찰에서는 당시 C 옆에 있는 G고등학교 쪽에서 야음동으로 가려고 우회전을 하는데 어느새 피고인의 택시가 피해자의 차량 옆쪽까지 다가오면서 2회에 걸쳐 경적을 크게 울렸고, 조금 빠른 속도를 내어 2차선으로 진행하는데 피고인의 택시가 피해자의 차량을 추월하더니 조롱하듯 좌·우측으로 비틀거리면서 위협운전을 하였고, 이후 야음사거리 지점에서 신호대기로 1차선에 정차 중인데 피고인의 택시가 2차선에 정차하더니 창문을 열고 무슨 욕설을 하자 피해자의 처가 대응하여 욕설을 하길래 블랙박스 영상이 있으니 참으라고 만류한 후, 신호에 따라 좌회전을 하는데 또다시 피고인의 택시가 1차선으로 진행하다가 피해자의 차량이 진행하던 2차선으로 '칼치기' 하듯 빠른 속도로 들어오면서 위협운전을 하였으며, 이에 집에 도착하여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후 경찰서에 가서 보복운전으로 신고를 하였고, 피해자가 제출하는 블랙박스 영상에 피고인의 택시가 위협하는 행위가 모두 담겨 있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피해자는 이 법정에 이르러서는, 당시 C 주차장에서 나와 3차로로 우회전을 하자마자 피고인의 택시가 빠른 속도로 피해자의 차량 바로 옆으로 다가왔고, 이에 사고가 날 것 같아 피해자가 차량의 속도를 조금 높였는데 피고인의 택시가 같이 속도를 높이면서 피해자의 차량 바로 옆으로 추월하면서 전방 2차로와 3차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조롱하듯이 운전했고, 이후 피해자의 차량이 야음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려고 1차선에서 신호대기 중이었고 피고인의 택시가 먼저 와서 2차선에서 신호대기 중이었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처가 오열할 정도로 심한 욕설을 하였고, 싸움이 날 것 같아 차량의 창문을 닫고 신호에 따라 좌회전을 하는데 피고인의 택시가 또다시 뒤에서 좌회전을 하면서 바로 앞에 '칼치기' 해서 들어와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하면서도, 당시 피고인의 택시가 경적을 울렸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야음사거리 교차로에서 신호대기로 정차 중일 때 피고인이 택시 창문을 내리고 피해자에게 어떠한 욕설을 하였는지 정확히 듣지 못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블랙박스 CD의 영상을 재생하여 시청하고 난 후 사각지대 때문에 블랙박스에 찍히지는 않았지만, 피해자의 차량이 우회전을 하고 나서 피고인의 택시가 피해자의 차량을 추월하기 직전 피해자 차량의 사이드미러가 부딪힐 정도로 바로 옆까지 다가온 부분에서 가장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하였다.
3) 그런데 피해자의 차량에 장착된 블랙박스가 촬영한 장면이 담긴 CD의 영상에 의하면, 당시 피해자의 차량이 G고등학교 방면에서 야음동 방면으로 가기 위해 우회전을 하자 C 방면에서 야음사거리 방면으로 직진하던 피고인의 택시가 뒤에서 1회 경적을 울리고, 이후 피해자의 차량이 3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중 피고인의 택시가 피해자의 차량 좌측에서 피해자의 차량을 추월하면서 피해자의 차량이 진행하던 차선 전방으로 끼어들다가 다시 2차선으로 급히 돌아간 후 그대로 직진하는 장면이 확인될 뿐, 피고인의 택시가 피해자의 차량 뒤에서 '수회' 경적을 울린 후 피해자의 차량 사이드미러에 닿을 정도로 근접하여 뒤따라오거나 피해자의 차량과 부딪힐 것처럼 좌·우측으로 흔들며 운행하거나 피해자의 차량이 진행하던 차선으로 끼어든 다음 피해자의 차량 앞에서 갑자기 정차하거나 속도를 줄이는 등의 급제동을 하지는 않았고, 위와 같이 피고인이 택시를 운전한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차량이 급제동을 한다거나 핸들을 좌·우측으로 급격히 조작하는 등 피해자 차량의 정상적인 운행에 장애를 주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위 블랙박스 CD의 영상을 보면, 피고인의 택시가 피해자의 차량을 추월하여 진행한 후 얼마 안 되어 야음사거리 교차로에서 신호대기로 피해자의 차량과 피고인의 택시가 각각 1차로와 2차로에 정차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택시의 창문을 내리고 피해자의 차량을 향해 어떤 말을 하였는데 그 내용이 욕설인지 여부가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고, 오히려 피해자의 처가 피고인을 향해 “뭐라 하노, 이 OO놈아"라고 큰소리로 욕설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야음사거리 교차로에서 피해자의 차량은 1차로에 정차해 있다가 신호에 따라 좌회전을 하면서 2차로로 진입하여 그대로 진행하고, 2차로에 정차하고 있던 피고인의 택시는 신호에 따라 좌회전을 하면서 피해자의 차량 뒤에서 1차로로 차선을 변경하여 진행하다가 피해자의 차량 전방에서 진행하던 다른 차량의 앞으로 차선을 변경한 후 계속 진행하는 장면은 확인되나, 피고인의 택시가 좌회전을 하면서 또다시 피해자의 차량 바로 앞에서 급격히 차선을 변경하여 끼어드는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피해자는 위와 같은 피고인의 택시 운전행위와 욕설로 인해 위협감이나 공포심을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블랙박스 CD의 영상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넘어 공포심이나 위협감을 느꼈음을 알 수 있는 어떠한 언동도 확인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놀라거나 다급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다소 흥분한 자신의 처에게 차분한 어조로 피해자의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에 피고인 택시의 난폭운전(보복운전)이 다 찍혔으니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는 취지로 말하는 모습만이 확인된다.
4)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피해자의 진술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여러 부분에서 배치되는 블랙박스 CD의 영상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설령 피고인이 야음사거리 교차로에서 신호대기로 택시를 정차 중
일 때 1차로에 정차 중인 피해자의 차량을 향해 큰소리로 "대가리를 뺀다"라는 욕설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단순히 자동차에 탑승한 상태에서 옆 차로에 정차 중인 차량에 탑승한 피해자를 상대로 욕설을 한 것일 뿐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협박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나아가 피해자가 이 법정에서 진술한 바와 같이 당시 피고인이 한 말을 정확히 듣지 못한 상황에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욕설을 피해자가 듣고 그 내용을 이해하였음을 전제로 그것이 일반적으로 그 상대방이 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것인지. 여부를 논할 수도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판사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