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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1.12.15. 선고 2021구합86979 판결
2022대학수학능력시험정답결정처분취소
사건

2021구합86979 2022대학수학능력시험정답결정처분취소

원고

별지 1 목록 기재와 같다.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정선

피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박성철, 민지홍

변론종결

2021. 12. 10.

판결선고

2021. 12. 15.

주문

1. 피고가 2021. 11. 29.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피고는 고등교육법 제34조 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 제36조,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45조 제3항 제2호에 의하여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이라 한다)의 출제, 문제지의 인쇄, 채점 및 성적통지 등의 업무를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위탁받아 매년 수능시험을 실시하여 왔다.

나. 2021. 11. 18.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시험에는 약 44만 명의 수험생이 응시하였고, 그 중 원고들을 포함한 6,515명의 수험생들은 과학탐구의 선택 과목 중 생명과학 Ⅱ를 선택하여 수능시험에 응시하였다.

다. 피고는 2022학년도 수능시험 종료 직후 수능시험 정답(가안)을 발표하였고, 그 중 별지 2 기재와 같은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이하 '이 사건 문제'라 한다)의 정답을 보기 ㄱ, ㄴ, ㄷ이 모두 포함된 ⑤번으로 발표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⑤번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 문제의 첫 번째 글상자 내에 기재된 조건 7개를 순서대로 '조건 1 내지 7'이라 하고, 두 번째 글상자 내에 기재된 보기 3개를 순서대로 '보기 ㄱ, ㄴ, ㄷ'이라 하며, 답항 ① 내지 ⑤번을 순서대로 '1 내지 5번'이라 한다]

라. 피고는 2021. 11. 22.까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접수받았는데, 생명과학 Ⅱ에 응시한 수험생 중 일부가 피고에게 이 사건 문제에서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동물 집단을 구하는 과정에서 특정 집단 유전자형의 개체 수가 음수인 경우가 발생하므로, 이 사건 문제 자체에 오류가 있어 정답을 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이의를 제기하였다.

마. 이에 피고는 이의심사실무위원회와 이의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21. 11. 29. 이 사건 문제에 대하여 '이의신청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이 사건 문제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 성취 기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문제 및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답변하며,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7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들의 주장

가)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는 다수의 수험생들로부터 이 사건 문제에 관한 이의신청이 있었음에도 이 사건 문제의 타당성에 대하여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만연히 출제위원, 이의심사실무위원회, 비공개된 전문가들의 의견만을 반영하여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하였고, 어떠한 학회와 전문가들로부터 어떠한 내용의 자문의견을 청취하였는지를 전혀 공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근거와 이유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

나) 이 사건 문제는 수험생이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주어진 조건 1 내지 7을 충족하는 동물 집단 Ⅰ, Ⅱ에 대한 설명으로서 옳은 보기를 고르는 문제이다. 그런데 '집단 Ⅰ에서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대립유전자 B와 B* 중 어느 것이 우성이더라도 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집단Ⅱ에서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고 대립유전자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도 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피고가 의도한 정답인 '집단Ⅱ에서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고 대립유전자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는 집단Ⅰ의 B*B* 유전자형 동물의 개체 수가 음수가 산출되므로, 결국 주어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동물 집단Ⅰ, Ⅱ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문제에는 명백한 오류가 있고, 제시된 답항 중 옳은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의 주장

가) 피고는 2021. 11. 18. 2022학년도 수능시험이 실시된 후 2021. 11. 22.까지 이의신청을 받았고, 이의신청 과정 동안 모니터링단을 운영하였으며, 이의심사실무위원회와 이의심사위원회를 거듭 거치면서 정답결정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검토하고 숙고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는 이 사건 문제와 관련된 학회 3곳으로부터 자문을 받았고, 다수의 학자와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였으며, 그 결과 2곳의 학회와 대부분의 전문가들로부터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출받았다. 피고는 위와 같은 면밀한 심사 과정을 거쳐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아무런 절차적 하자가 없다.

나) 이 사건 문제의 출제의도는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을 유지하는 집단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러한 특성을 갖는 집단을 찾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즉, 이 사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건 5를 적용하여 A와 A*의 빈도를 구한 뒤, 조건 6, 7을 동시에 만족하는 집단을 발견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하여 수험생은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을 유지하는 집단은 Ⅱ이고, 날개 길이 대립유전자 중 B*가 B에 대하여 우성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으며, 보기 ㄱ, ㄷ을 참이라고 판별할 수 있다. 이후 수험생은 집단Ⅱ가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을 유지하는 집단이라는 점, 집단Ⅰ과 Ⅱ에서 A의 빈도가 서로 같다는 조건 4 전단을 통하여 보기 ㄴ 또한 참이라고 판별할 수 있다. 이처럼 수험생은 주어진 조건을 활용하여 보기 ㄱ, ㄴ, ㄷ이 참이라는 점을 충분히 판별할 수 있고, 그와 같은 과정에서는 오류를 발견할 수 없다. 원고들은 이 사건 문제의 해결과 관계가 없는 집단Ⅰ의 B*B* 유전자형 개체 수가 음수라는 흠결만을 강조하여 이 사건 문제의 오류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정답 선택과 무관하므로, 기존과 같이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것은 정당하다.

나. 인정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4, 5, 7, 8, 13 내지 17호증, 을 제1, 2, 3,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1) 2022학년도 수능시험 시행기본계획

피고는 2021. 3. 16. 2022학년도 수능시험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하였는데, 그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생명과학Ⅱ의 문제 구성 및 이 사건 문제의 출제의도

가) 2022학년도 수능시험 생명과학Ⅱ의 시험시간은 30분, 전체 문제는 20문제이고, 위 20문제 중에는 다른 문제들에 비하여 난이도가 현저히 높은 3문제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사건 문제는 그러한 3문제 중 하나이다.

나) 이 사건 문제는 하디-바인베르크 법칙과 집단의 유전적 평형에 대하여 이해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각 집단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을 유지하는 집단을 찾고, 보기 ㄱ, ㄴ, ㄷ의 진위를 판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문제이다. 피고가 이 사건 문제를 출제한 구체적인 근거 및 의도는 아래와 같다.

3) 이 사건 문제 관련 고등학교 교과서의 내용

가) 고등학교 생명과학Ⅱ 교과서들은 하디-바인베르크 법칙과 유전적 평형, 멘델 집단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나)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이 성립하여 유전적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이하 '멘델집단'이라 한다)에서 세대를 거듭해도 대립유전자 빈도가 유지되는 과정을 예시하면 아래와 같다(수능-EBS 연계 대상 교재인 'EBS 수능특강 생명과학Ⅱ' 제181면에 기재된 내용).

다) 특정 생물 집단에서 대립유전자의 빈도를 계산하는 방법을 예시하면 아래와 같다(수능-EBS 연계 대상 교재인 'EBS 수능완성 생명과학Ⅱ' 제98면에 기재된 내용).

4) 피고가 의도한 이 사건 문제의 풀이방법

가) 이 사건 문제의 풀이에 필요한 미지수를 아래와 같이 가정하고, 이하의 문제 풀이에 계속 적용한다.

나) 피고가 이 사건 문제를 출제하며 의도한 풀이방법(이하 ‘제1풀이방법’이라 한다)은 아래와 같다.

5) 원고들의 이 사건 문제 풀이 방법

가) 원고들은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구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은 풀이방법(이하 제2풀이방법'이라 한다)을 사용하였다. 제2풀이방법은 제1풀이방법과 동일하게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라는 가정에 대하여는 조건 7을 충족하지 못하여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나, 제1풀 이방법에서는 타당한 가정이라고 판단된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도 집단Ⅰ의 유전자형 B*B*의 개체 수가 음수로 구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에 주어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단Ⅰ, Ⅱ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보기 ㄱ, ㄴ, ㄷ의 참 · 거짓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였다.

나) 원고들이 제2풀이방법에 따라 집단Ⅰ, Ⅱ의 대립유전자 및 유전자형 빈도를 구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표는 별지 3 기재와 같다(별지 3 기재 표의 유전자형 란에 나타난 숫자는 집단Ⅰ, Ⅱ를 구성하는 각 개체 수인 N을 임의의 값으로 대입하여 산출한 숫자로, 특정 유전자형의 개체 수 자체보다는 전체 개체 수에서 특정 유전자형의 수가 차지하는 비율, 즉 유전자형 빈도로서의 의미가 있다).

6) 전문가 자문 의견

가) 피고는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A학회, B학회, C학회로부터 아래와 같은 자문 의견을 제출받았다. A학회, B학회는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표시하였고, C학회는 내부적으로 견해가 갈려 의견을 유보하였다.

나) 피고는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대학교 교수 및 고등학교 교사 합계 16명으로부터 자문 의견을 제출받았는데, 그 중 1명만이 이 사건 문제의 오류를 이유로 의견을 보류하였고, 나머지 15명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다) 반면 원고들은 대학교 교수 및 고등학교 교사 합계 6명, 학원 강사 6명 등으로부터 이 사건 문제에 아래와 같은 오류가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받았다.

7) EBS 수능완성 교재에 수록된 유사문제와 오류 수정

수능-EBS 연계 대상 교재인 'EBS 수능완성 생명과학Ⅱ' 교재 제107면에 수록된 8번 문제는 별지 4 기재(이하 '관련 EBS 문제'라 한다)와 같은데, 위 문제에서는 이 사건 문제와 같이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이용하여 멘델 집단을 찾고, 대립유전자간의 우열 관계, 대립유전자 빈도 등을 판별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그런데 관련 EBS 문제에서도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지 않는 집단인 (가)집단의 TT 유전자형 개체 수가 음수로 산출되는 오류가 발견되었고, 이에 대하여 EBS 홈페이지의 담당 교사는 '오류를 확인하여 집필진에 해당 부분에 대하여 확인을 요청하였다. 수능시험에서는 문제의 모든 부분을 고려하여 출제하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여도 풀이가 가능하고, 모순점이 없도록 출제가 될 것이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 EBS 측은 위와 같은 오류를 정정하기 위하여 2021. 9. 15. 관련 EBS 문제의 5번째 조건에 기재된 3/10을 1/12로 수정하였고, 그에 맞추어 해설 또한 수정하였다.

다.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하자 여부

1)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행정청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행정구제절차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처분서에 기재된 내용, 관계 법령과 해당 처분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 당시 당사자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처분서에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이를 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절차상 하자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8두4190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관련 분야 학회들과 다수의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 의견을 구하여 이의신청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사건 문제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판단하였다'라는 취지로 일응 처분의 이유를 기재한 점, ② 수험생들이 제기한 이의신청의 내용과 피고의 답변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문제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음에도 어떠한 이유로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하였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으므로, 원고들이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중대 사안으로 분류하여 이의심사실무위원회, 이의심사위원회를 모두 거치고, 관련 학회 및 외부 전문가들에 대한 자문 의견을 청취하여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확정하였으므로, 2022학년도 수능시험 시행기본계획에서 정한 이의신청 심사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에 절차상 하자는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들은 2021. 12. 13. 제출한 참고서면에서 '피고가 이의신청 심사 과정에서 자문을 받은 A학회, B학회, C학회에는 피고의 직원들, 이의심사실무위원회에 참가했던 위원들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위 학회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절차적 하자에 해당한다'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각 학회들은 과학교육, 생물 교육 및 유전학 분야에 관한 대표적인 학회이고, 이 사건 문제에서 다루는 주제에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보이므로, 위 각 학회에 자문 의견을 요청한 것이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더하여 위 각 학회보다 이 사건 문제와 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거나, 더 적절한 자문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학회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는 점, 위 각 학회가 과학교육, 생물교육 및 유전학 분야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다수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수능시험 생명과학Ⅱ 과목의 문제를 출제한 출제위원이나 이의신청을 검토한 심사위원 중 일부가 위 각 학회에 속해 있거나 직 ·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은 아닌 점 등을 모두 고려하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라.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하자 여부

1)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행정행위로서 시험을 출제하는 출제 담당위원은 법령 규정의 허용범위 내에서 어떠한 내용의 문제를 출제할 것인가, 그 문제의 문항과 답항을 어떤 용어나 문장형식을 써서 구성할 것인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재량권을 가진다. 다만 그 재량권에는 그 시험의 목적에 맞추어 수험생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출제의 내용과 구성에서 적정하게 행사되어야 한다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으므로, 재량권의 행사가 그 한계를 넘을 때 그 출제행위는 위법하게 된다. 한편 객관식 문제의 출제에서 문항 또는 답항의 문장구성이나 표현용어의 선택이 지나칠 정도로 잘못되어 결과적으로 평균 수준의 수험생으로 하여금 정당한 답항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든 때에도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 되나,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 객관식 답안작성 요령이나 전체 문항과 답항의 종합 · 분석을 통하여 진정한 출제의도를 파악하고 정답을 선택하는 데에 장애를 받지 않을 정도에 그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두17267, 2010두17274 (병합) 판결 등 참조].

2)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문제에는 주어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동물 집단Ⅰ, Ⅱ가 존재할 수 없다는 명백한 오류가 있고, 이와 같은 문제 자체의 오류는 생명과학이라는 과목의 특성상 그러한 오류를 인지한 평균적인 수험생들로 하여금 정답항의 선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적어도 심각한 장애를 줄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문제가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험생들의 수학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됨에도 피고는 이 사건 문제가 생명과학Ⅱ 과목의 평가지표로서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피고의 합리적인 재량권 범위를 일탈 ·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이 사건 문제의 오류

피고가 당초 이 사건 문제를 출제하며 의도한 방향은, 집단Ⅰ, Ⅱ 중 어느 집단이 멘델 집단인지 여부 및 대립유전자 B와 B* 사이의 우열 관계가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조건 3, 5, 6, 7을 통하여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이다'라는 결론을 도출하고, 그에 따라 보기 ㄱ, ㄷ을 참이라고 판단하며, 이후 '집단Ⅰ과 Ⅱ에서 A의 빈도는 서로 같다'는 조건 4 전단을 활용하여 보기 ㄴ을 참이라고 판단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집단Ⅰ과 Ⅱ에서 B의 빈도는 서로 같다'라는 조건 4 후단을 활용하면, 피고가 위와 같이 의도한 방향, 즉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0.4의 음수로 나타나고,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1.2로 1보다 크게 나타나는 중대한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며,2) 동물 집단의 유전자형 빈도가 음수로 나타날 수 없음은 생명과학의 원리상 당연한 전제이다. 따라서 조건 4 후단까지 활용하여 더 충실하게 문제풀이를 시도한 수험생들이 조건 1 내지 7을 모두 만족하는 동물 집단Ⅰ, Ⅱ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이 사건 문제의 명백한 오류에 해당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집단Ⅰ은 하디-바인베크르 평형이 유지되지 않는 집단(이하 '비멘델 집단'이라 한다)이므로, 그러한 집단에 대하여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적용하여 추정한 개체 수 값은 과학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문제의 오류는 ‘집단 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이다’라는 전제에서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적용하여 집단Ⅱ의 대립유전자 및 유전자형 빈도를 계산하고, 이를 전제로 조건4 전단 및 후단, 조건 5, 6을 모두 활용하여 집단Ⅰ의 유전자형 빈도를 계산할 경우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0.4의 음수로 나타난다는 것으로서, 집단Ⅰ에 대하여 하디- 바인베르크 법칙을 적용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즉, 집단Ⅰ의 B*B* 유전자형 빈도가 음수라는 결과값을 얻는 문제풀이 과정에서 집단Ⅰ에 대하여는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전혀 적용하지 아니하였고, 집단Ⅱ에 대하여만 하디-바인베르크 법칙을 적용한 후 이 사건 문제의 조건을 활용하여 집단Ⅰ의 유전자형 빈도를 계산한 결과 오류가 발생하였을 따름이다. 결국 위와 같은 풀이과정을 거쳐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음수가 된다는 결과값을 얻은 수험생들로서는 이 사건 문제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동물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집단Ⅰ이 비멘델 집단이라는 점 등을 들어 돌연변이 등의 유전자풀 변화가 일어났을 것이라고까지 추측하여 개체 수가 음수임을 정당화해야 한다는 것은 이 사건 문제에서 명백히 제시된 조건을 무시하고, 그에 우선하는 돌연변이까지 가정하여 문제를 풀라는 것이어서 논리적 · 합리적인 문제풀이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그와 같은 가정으로 문제를 풀 경우 집단Ⅰ의 몸 색 유전자형 빈도도 계산할 수 없게 되므로 보기 ㄴ의 진위를 전혀 판별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고, 피고의 이 부분 주장과 같은 전제에 선 관련 학회들,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 의견도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제1, 2풀이방법과 그 타당성

수능시험은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히 과학탐구 영역에 있어서는 단순한 암기와 기억력에 의존하는 평가를 지양하고 문제 상황에 포함된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추리하고 분석하며 탐구하는 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하여야 한다. 따라서 그와 같은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수험생들이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출제자가 의도한 특정 풀이방법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생명과학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가설을 설정하여 다양한 풀이방법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풀이방법이 논리성 ·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 이상 피고가 의도한 풀이방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유효한 정답을 도출할 수 있도록 문제가 구성되어야 한다.

제1풀이방법은 피고가 이 사건 문제를 출제하며 의도한 풀이 과정이고, 제2풀 이방법은 원고들을 포함한 일부 수험생들이 시도한 풀이 과정이다. 제1, 2풀이방법은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라는 세 가지 가정이 모두 조건 7을 충족하지 못하여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그러나 이후 제1풀이방법은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 보기 ㄴ의 진위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조건 4 전단만이 필요하므로, 이를 이용하여 보기 ㄴ의 진위를 판별한 후 조건 4 후단에 더 나아가지 않고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결정한다. 반면 제2풀이방법은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 조건 4 전단 및 후단을 이용하여 집단Ⅰ, Ⅱ의 유전자형 빈도를 산출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산출된 값에 근거하여 보기의 진위를 판별한 후 정답을 결정한다. 즉, 제1풀이방법은 조건 4 전단만을 이용하여 집단Ⅰ의 몸 색 유전자형의 빈도만을 산출한 후 문제풀이를 종료하지만, 제2풀이방법은 조건 4 전단 및 후단을 모두 이용하여 집단Ⅰ의 몸 색 유전자형 빈도 및 날개 길이 유전자형 빈도를 모두 산출한 후 정답을 구하게 된다. 이처럼 제1, 2풀이방법은 그 과정에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모두 충분한 논리성 · 합리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가 의도한 제1풀이방법이 아니라 원고들이 사용한 제2풀이방법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다) 제2풀이방법에 따라 정답을 구하는 과정에서의 오류 발생

그러나 제2풀이방법에 따라 이 사건 문제의 해결을 시도한 수험생들은 주어진 조건을 활용하여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의 유전자형 빈도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0.4의 음수라는 결과값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위 수험생들은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는 조건 7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고, '집단Ⅱ가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인 경우'에는 유전자형의 빈도가 음수로(또는 유전자형의 개체 수가 음수로) 나타나는 생명과학의 원리상 불가능한 모순이 발생하게 되므로, 이 사건 문제에서 가능한 네 가지 가정이 모두 타당하지 않고, 주어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동물 집단Ⅰ, Ⅱ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험생들에게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이 사건 문제에 명시된 조건 4 후단을 무시하거나, 동물의 개체 수가 음수일 수는 없다는 생명과학 원리를 무시한 채 답항을 고르라는 것과 다름없는데, 이는 논리적 타당성을 결여한 문제해 결 방법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조건 4 후단을 이용하여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를 구하는 단계에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보기 ㄱ, ㄴ, ㄷ의 진위를 모두 판별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문제의 오류는 문제풀이 과정이 종료된 후 발생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출제자로서 이미 예정된 풀이와 정답을 알고 있는 피고와 달리 조건 1 내지 7 중에 어느 조건이 이 사건 문제의 해결에 필요하고, 어느 조건이 필요하지 않은 것인지를 알 수 없는 수험생들로서는 주어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집단Ⅰ, Ⅱ를 도출한 뒤 보기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의 제2풀이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위와 같은 풀이과정은 충분한 논리성 ·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제2풀이방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집단Ⅰ의 몸 색 유전자형 빈도 및 날개 길이 유전자형 빈도를 산출한 후 이를 바탕으로 보기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게 되므로, 문제풀이 과정에서 이 사건 문제의 오류와 논리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특정한 풀이방법만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이유 없고, 피고의 이 부분 주장과 같은 전제에 선 관련 학회들,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 의견도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제1풀이방법에 따라 정답을 구한 후 검산하는 과정에서의 오류 발생

더욱이 피고가 의도한 제1풀이방법에 따라 5번을 정답으로 선택한 수험생이라 하더라도, 검산하는 과정에서 다시 이 사건 문제의 오류를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즉, 앞서 본 바와 같은 제1풀이방법에 의하면, 수험생들은 이 사건 문제에서 주어진 조건 중 조건 4 후단을 제외한 모든 조건을 활용하여 보기 ㄱ, ㄴ, ㄷ이 참이라고 판별하게 되므로, 이후 유일하게 사용하지 않은 조건 4 후단을 활용하여 자신의 계산 과정을 검산하는 것은 수험생으로서 취할 수 있는 문제풀이 과정의 일환인데, 만약 그러한 과정에서 이 사건 문제의 오류를 발견하게 될 경우 자신이 선택한 정답의 타당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수험생들에게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앞서 제2풀이방법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논리적 타당성을 결여한 문제해결 방법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마) 대학교육 수학능력 측정을 위한 이 사건 문제의 역할 수행 불능

이 사건 처분이 유지된다면, ① 제1풀이방법에 따라 5번을 정답으로 선택한 후 검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수험생(이하 '①수험생'이라 한다), ② 제2풀이방법에 따라 정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집단Ⅰ의 B*B* 유전자형의 빈도가 음수로 나타나는 오류를 발견하였지만 이를 무시하고 5번을 정답으로 선택한 수험생(이하 '②수험생'이라 한다)은 정답 판정을 받게 되나, ③ 제2풀이방법에 따라 정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여 주어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집단Ⅰ, Ⅱ를 도출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수험생(이하 '③수험생'이라 한다), ④ 제1풀이방법에 따라 정답을 구한 후 검산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여 기존 정답을 수정한 수험생(이하 '④수험생'이라 한다)은 오답 판정을 받게 된다. 그러나 ③, ④수험생이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하지 못한 것은 ①, ②수험생에 비하여 부족한 추리 · 분석 · 탐구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타당한 풀이방법을 선택하여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였음에도 이 사건 문제 자체에 존재하는 오류로 인하여 정답을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므로, 결국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한 수험생들과 그렇지 않은 수험생들 사이에 유의미한 수학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문제는 그 명백한 오류로 인하여 대학교육 수학능력 측정을 위한 수능시험 문제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바) 관련 EBS 문제에서 발생하였던 오류와 동일한 오류 발생

수능-EBS 연계 대상 교재에 수록된 관련 EBS 문제에서 이 사건 문제와 같이 비멘델 집단의 특정 유전자형 개체 수가 음수로 산출되는 오류가 발생하였고, 이에 대하여 담당 교사가 오류임을 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EBS측에서 문제를 수정하기도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022학년도 수능시험 시행기본계획에 따르면, 수능시험은 EBS 수능교재 및 강의와 연계하여 문제가 출제되고, 그 연계 비율이 약 50%에 이르므로, 수능시험을 충실히 준비한 수험생일수록 관련 EBS 문제에서 발생한 위와 같은 오류와 그 해결과정에 대하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수험생들로서는 관련 EBS 문제에서 이미 지적되어 수정되었던 오류가 수능시험에서 다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이 사건 문제에서 같은 유형의 오류를 발견하였을 경우 그러한 오류가 출제자의 실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의도된 것이라고 해석할 가능성도 충분한데, 이 경우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하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된다. 결국 이 사건 문제는 수능시험을 충실하게 준비한 수험생들에게 오히려 더 혼동을 초래하게 되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이 사건 처분은 부당하다.

사)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수능시험에 미치는 악영향

이 사건 처분이 유지될 경우 향후 수능시험에서는,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과학의 기본 원칙상 성립할 수 없는 오류를 발견하더라도, 그러한 오류가 출제자의 실수인지 의도된 것인지 불필요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이 사건 문제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정답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는 수험생들에게 향후 수능시험에서 피고가 의도하였을 특정 풀이방법을 따라야만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게 될 수 있고, 이로써 수능시험을 준비함에 있어 기초적 개념과 원리에 근거하여 사고력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논리적 · 합리적인 풀이방법을 모색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특정 문제유형의 특정한 풀이방법 또는 출제자가 의도할 만한 정답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에만 초점을 두게 될 우려도 있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추리 · 분석 · 종합 · 평가 등의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수능시험의 목표 및 출제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으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주영

판사 김종신

판사 윤민수

주석

1) 피고가 제출한 모범 풀이방법(을 제1호증 제3면 제10, 11, 12행)에는 [집단Ⅰ이 멘델 집단이고, B가 B*에 대하여 우성이라면, 이므로, 이다]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이라는 멘델 집단의 기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므로, 위 의 오기로 보인다.

2) 집단Ⅰ의 BB* 유전자형 빈도가 1.2로서 1보다 크다는 의미는 집단Ⅰ의 전체 개체 수보다 집단 내 BB* 유전자형의 개체 수가 더 많다는 의미로서 생명과학의 원리상 이 또한 명백한 오류에 해당한다. 다만, 위와 같은 오류는 집단Ⅰ의 B*B* 유전자형 빈도가 음수로 나타남과 동시에 발생하는 오류이므로, 아래에서 이를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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