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홍경)
피신청인
아산상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선율 담당변호사 이상화 외 1인)
주문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별지 목록 기재 중재사건에 관하여 소외인[(생년월일 생략), 주소 : 부산 해운대구 (주소 생략)]을 중재인으로 선정한다.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포스코(POSCO) 그룹의 홍콩 현지법인인 포아실업유한공사(포아실업유한공사, 이하 ‘포스코아시아’라 한다)는 2018. 5. 17. 해상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국내법인인 피신청인과 사이에, 피신청인이 기선 샤이닝 페스카도레스(Shining Pescadores)호를 이용하여 중국 장지아강(Zhangjiagang)항에서 베트남 붕타우(Vung Tau)항까지 약 5,500톤의 철제코일(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을 운송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피신청인은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 체결 전인 2018. 5. 15. 샤이닝 페스카도레스호의 소유자인 동리엔 마리타임 에스에이 파나마(Dong Lien Maritime S.A. Panama, 이하 ‘동리엔’이라 한다)와 사이에 정기용선계약(이하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동리엔은 2018. 5. 18. 중국 장지아강항에서 샤이닝 페스카도레스호에 이 사건 화물을 선적하였고, 이때 피신청인의 중국 대리점 대표가 샤이닝 페스카도레스호의 선장을 대리하여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수하인(Consignee)이 포스코 그룹의 베트남 현지법인인 포스코VST로 기재된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이라 한다)에 서명하여 이 사건 선하증권이 발행되었다.
라. 이후 샤이닝 페스카도레스호는 2018. 6. 10. 베트남 붕타우항에 도착하였고, 2018. 6. 14. 이 사건 화물의 하역작업이 마쳐졌다.
마. 한편, 이 사건 화물의 수하인인 포스코VST는 이 사건 화물의 중국 장지아강항에서 베트남 붕타우항까지의 해상운송에 따른 위험을 담보할 목적으로 신청인과 사이에 이 사건 화물을 보험목적물로 하는 해상적하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바. 포스코VST는 2018. 9. 13. 해상운송 과정에서 이 사건 화물 중 일부가 손상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하여 신청인에게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고, 신청인은 포스코VST에 보험금 합계 미화 97,697.47달러를 지급하였다. 이에 포스코VST는 신청인에게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포스코VST의 모든 권리를 양도한다는 내용의 대위 및 양도증서를 발급하여 주었다.
사.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서에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한국에서 중재로 해결하고 영국법을 적용한다(Arbitration, if any to be settled in Korea and English law to apply)”라는 조항(이하 ‘이 사건 중재조항’이라 한다)이 존재하고, 이 사건 선하증권 표지에는 “용선계약과 함께 사용됨(TO BE USED WITH CHARTER-PARTIES)"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으며, 이면약관 제1조에 “준거법과 중재조항을 포함한 용선계약의 모든 조건, 권리와 예외는 후면에 기재되어 있는 일자부로 이 선하증권의 내용으로 편입된다(All terms and conditions, liberties and exceptions of the Charter Party, dated as overleaf, including the Law and Arbitration Clauses are herewith incorporated)”라고 규정되어 있다.
아. 신청인은 2019. 6. 12. 이 사건 중재조항을 근거로 피신청인에게 이 사건 사고의 손해배상에 관한 중재절차의 개시를 통지하면서 중재인의 선정을 요청하였으나, 피신청인은 신청인이 이 사건 중재조항을 원용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자. 피신청인은 위 중재절차가 개시되는 경우 중재인을 1인으로 함에는 동의하고 있다.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신청인
포스코VST를 대위하는 신청인은 다음과 같은 사유로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의 중재조항에 따라 피신청인을 상대로 중재법 제12조 제3항 제1호 에 의해 법원에 중재인 선정을 구할 수 있다.
1) 포스코VST는 상법 제140조 제1항 또는 영국법의 법리에 의하여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의 당사자로 볼 수 있으므로, 계약당사자인 포스코VST와 피신청인은 당연히 이 사건 중재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2) 포스코VST를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의 당사자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피신청인은 이 사건 선하증권의 운송인인바,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의 중재조항이 이 사건 선하증권에 편입되었으므로, 이 사건 선하증권의 수하인인 포스코VST와 운송인인 피신청인은 이 사건 중재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나. 피신청인
포스코VST는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이 사건 선하증권의 운송인은 피신청인이 아니라 동리엔이므로 이 사건 중재조항이 이 사건 선하증권에 편입되지도 않았다.
3. 판단
가. 포스코VST를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의 당사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이 포스코아시아와 피신청인 사이에 체결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신청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상법 제140조 제1항 이나 영국법의 법리를 근거로 포스코VST를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의 당사자로 볼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운송계약에서 운송인과 수하인 사이에는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둘 사이에 어떠한 계약상 권리·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한편, 상법 제140조 제1항 에서 ‘운송물이 도착지에 도착한 때에는 수하인은 송하인과 동일한 권리를 취득한다’라고 규정하여 특정한 상황에서는 수하인에게 운송계약상의 권리를 부여하고 있으나, 위 규정은 계약당사자가 아닌 자에게 법률로써 계약당사자와 같은 권리를 부여하는 것인바, 그 문언의 의미를 넘어 수하인을 운송계약의 당사자라고 보는 것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 본인으로부터 계약체결의 대리권을 수여받은 대리인이 본인을 노출하지 않았으나 계약의 내용이나 성질에 비추어 노출되지 않은 본인이 계약의 상대방으로 지칭될 수 있는 경우에 계약의 효과가 그 본인에게 미친다는 영국법상 이른바 ‘노출되지 않은 본인의 법리(Undisclosed Principal)’가 존재하기는 하나, 포스코아시아가 포스코VST를 대리하여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닌 데다가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의 내용이나 성질상 포스코아시아가 아닌 포스코VST가 계약의 상대방으로 지칭될 수 있는 경우도 아니므로, 위 법리에 따라 포스코VST를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의 당사자로 볼 여지는 없다.
나. 이 사건 중재조항이 이 사건 선하증권에 편입되었는지 여부
1) 이 사건 선하증권의 운송인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선하증권은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발행된 것이고,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운송계약인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의 당사자는 피신청인인 점, ② 피신청인은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에 따라 운임을 수취한 후 선하증권을 발행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그 의무의 이행으로써 이 사건 선하증권이 발행된 것인 점, ③ 이 사건 선하증권에 선장을 대리하여 서명을 한 자는 피신청인의 중국 대리점의 대표이고, 이 사건 선하증권이 피신청인이 사용하는 양식인 데다 그 발행번호도 ‘ASANZGVT-1800503’ 및 ‘ASANZGVT-1800504’로써 피신청인의 상호인 ‘아산(ASAN)’으로 시작하는 점, ④ 이 사건 선하증권은 주로 항해용선계약에서 사용되는 형식인 것으로 보이는데, 동리엔이 피신청인과 체결한 용선계약은 정기용선계약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선하증권의 운송인은 피신청인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2) 이 사건 중재조항의 편입 여부
가) 이 사건 선하증권의 운송인이 피신청인임은 앞서 살핀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선하증권에 편입되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중재조항은 포스코아시아와 피신청인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상 중재조항인 이 사건 중재조항인바, 구체적으로 그 편입 여부에 관하여 본다.
나) 일반적으로 용선계약상의 중재조항이 선하증권에 편입되기 위하여는 우선, 용선계약상의 중재조항이 선하증권에 ‘편입’된다는 규정이 선하증권상에 기재되어 있어야 하고, 그 기재상에서 용선계약의 일자와 당사자 등으로 해당 용선계약이 특정되어야 하며(다만,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하여 용선계약이 특정되지 않았더라도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해당 용선계약의 존재와 중재조항의 내용을 알았던 경우는 별론으로 한다), 만약 그 편입 문구의 기재가 중재조항을 특정하지 아니하고 용선계약상의 일반 조항 모두를 편입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어 그 기재만으로는 용선계약상의 중재조항이 편입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는 선하증권의 양수인(소지인)이 그와 같이 편입의 대상이 되는 중재조항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하고, 중재조항이 선하증권에 편입됨으로 인하여 해당 조항이 선하증권의 다른 규정과 모순이 되지 않아야 하며, 용선계약상의 중재조항은 그 중재약정에 구속되는 당사자의 범위가 선박소유자와 용선자 사이의 분쟁 뿐 아니라 제3자 즉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도 적용됨을 전제로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70064 판결 등 참조).
다) 앞서 본 기초사실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선하증권에 용선계약상의 중재조항이 선하증권에 편입된다는 규정이 존재하고, 그 기재상에서 용선계약의 일자와 당사자 등으로 해당 용선계약이 특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포스코VST는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이 체결될 무렵 포스코아시아로부터 위 계약서를 입수하여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 및 중재조항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으며, 이 사건 중재조항이 선하증권에 편입됨으로 인하여 선하증권의 다른 규정과 모순된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 이 사건 중재조항이 구속하는 당사자의 범위가 계약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 즉 선하증권의 수하인에게도 적용됨을 전제로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중재조항은 이 사건 선하증권에 편입되어 포스코VST와 피신청인은 이 사건 중재조항의 적용을 받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소결
따라서 신청인은 이 사건 중재조항에 근거하여 중재법 제12조 제3항 제1호 에 따라 법원에 중재인의 선정을 구할 수 있다[한편, 중재법 제17조 제1항 본문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자신의 권한 및 이와 관련된 중재합의의 존재 여부 또는 유효성에 대하여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당사자들 사이에 중재합의가 있는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 이에 대한 1차적인 판단 권한은 해당 중재절차를 진행하는 중재판정부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과 같이 본격적인 중재절차의 진행에 앞서 중재인 선정을 구하는 경우 최종적인 중재합의의 존부는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중재조항이 존재하는 이상 법원이 선제적으로 이 사건 중재조항이 당사자들 사이의 법률관계를 규율하지 않는다고 보아 신청을 배척함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도 피신청인이 주장하는 사정들은 신청인의 이 사건 중재인 선정 신청을 배척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에 부족하고, 중재인이 이 사건 중재조항의 적용 범위 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4. 중재인의 선정
신청인과 피신청인 모두 ○○○대학교 교수 소외인을 중재인으로 선정함에 동의하고 있는바, 소외인 교수는 그 경력이나 학력 등에 비추어 해상법 분야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있고, 중재절차에 중재인으로 참여한 경험도 풍부한 것으로 보이므로, 소외인 교수를 중재인으로 선정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에 대하여 중재법 제12조 제3항 제1호 에 따라 위와 같이 중재인을 선정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한편, 신청인은 신청비용을 피신청인이 부담한다는 재판도 아울러 구하나, 비송사건에 있어 재판 전의 절차와 재판의 고지 비용은 부담할 자를 특별히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건의 신청인이 부담하는 것이므로( 비송사건절차법 제24조 본문), 이 부분은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별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