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선하증권 소지인이 그 이면약관에 있는 중재조항의 기재에 관여할 수 없었다는 사정이나 중재조항을 단지 그 ‘이면’에 규정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중재조항이 소지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거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선하증권에 기재된 외국중재조항이 소지인이 운송인의 의무나 책임을 면제하는 특약에 해당하는지 여부 (소극)
[3] 선하증권 이면의 일본중재약정은 선하증권 소지인을 구속하며, 히말라야 약관에 따라 선주는 운송인의 중재위반주장을 원용할 수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기재된 중재조항은 거래 당사자들 간의 합의로서 재판청구권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과 같고,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는 위 당사자들 간의 합의에 의하여 분쟁해결방법이 중재절차로 제한된 채권을 인수한 것이다. 선하증권의 성질상 위와 같은 중재조항에 효력을 인정하기 위하여 별도로 선하증권의 소지인의 동의 내지 그에 대한 통지가 필요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규정되어 있는 외국중재합의의 효력을 통상 인정하고 있으므로, 소지인이 중재조항의 기재에 관여할 수 없었다는 사정이나 위와 같은 중재조항을 단지 선하증권의 ‘이면’에 규정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중재조항이 선하증권 소지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거나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2] 외국중재합의는 국제거래관계에서 통상적으로 그 유효성이 인정되고 있고, 사실상 외국에서 중재절차를 수행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불편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점만으로 외국중재합의가 사실상 소지인이 통상적인 방법으로 침해되는 권리를 구제받는 길을 봉쇄함으로써 운송인의 의무나 책임을 면제하는 특약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다.
[3] 선하증권 이면의 일본중재약정은 선하증권 소지인을 구속하며, 히말라야 약관에 따라 선주는 운송인의 중재위반주장을 원용할 수 있다고 한 사례.
원고
동국제강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푸른 담당변호사 정철외 1인)
피고
윤스마린 주식회사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경 담당변호사 김창준외 6인)
변론종결
2008. 9. 10.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1,403,484,981원 및 이에 대하여 2007. 9. 28.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 갑 제3호증의 1, 2, 갑 제4호증의 1 내지 3, 갑 제5호증, 갑 제6호증의 1 내지 6, 갑 제8호증, 갑 제13호증의 1 내지 3, 갑 제14호증의 1 내지 5, 갑 제15호증의 1, 2, 갑 제16호증의 1 내지 6, 갑 제17호증의 1 내지 3, 갑 제18호증의 1, 2, 갑 제20호증, 갑 제21호증의 1 내지 4, 을가 제1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대한민국의 제철업, 수출입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인 원고는, 일본의 소외 동국 코포레이션(이하 ‘소외 동국’이라 한다)으로부터 FOB(선측인도)조건으로 철제화물을 수입하기로 함에 따라, 2007. 5. 3. 소외 디케이에스앤드 주식회사(이하 ‘디케이에스앤드’라 한다)와 사이에, 디케이에스앤드에게 원고가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철제 슬랩을 피고 나카하라 쉬핑 파나마 에스 에이(이하 ‘피고 나카하라 쉬핑’이라 한다) 소유인 별지 목록 기재 선박(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을 운항하여 해상운송할 것을 의뢰하는 내용의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한편, 이 사건 선박의 용선자인 디케이에스앤드는 피고 윤스마린 주식회사(이하 ‘피고 윤스마린’이라 한다)와 사이에, 원고가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슬랩을 해상운송하기 위해 디케이에스앤드가 이 사건 선박을 용선함에 있어 피고 윤스마린을 이 사건 선박의 운송인으로 정하는 내용의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위와 같은 각 해상운송계약에 따라 피고 윤스마린은 2007. 9.경 원고로부터 철제 슬랩 348개(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를 일본의 미주시마항으로부터 대한민국의 포항항까지 해상운송하여 줄 것을 의뢰받았으며, 이에 따라 같은 달 22. 일본의 미주시마항에서 소외 동국이 선정한 일본의 하역업자가 이 사건 선박에 이 사건 화물의 적재 및 고정 작업을 수행하였다.
라. 피고 윤스마린은 2007. 9. 22. 이 사건 화물이 이 사건 선박에 선적된 후 운송인 피고 윤스마린의 명의로 송하인 소외 동국, 수하인 한국산업은행의 지시인, 통지처 원고로 각 기재된 선하증권 3매(증권번호 MIP0150-01, MIP0150-02, MIP0150-03, 이하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이라 한다)를 소외 동국에게 발행·교부하였다.
마. 이 사건 선박은 2007. 9. 22. 07:30경 일본의 미주시마항을 출항하여 대한민국의 포항항을 향하여 항해하던 중, 같은 달 23. 08:00경부터 같은 달 24. 04:00경 사이에 악천후를 만났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선박이 심하게 흔들리게 됨에 따라 같은 달 23. 11:15경 북위 34-42.63도, 동경 130-10.76도 해상에서 우현 선미 갑판 위에 십자 형태로 적재되어 있던 이 사건 화물 중 99개가 갑판 위에서 떨어져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바.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인 소외 3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목적항인 포항항까지의 항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2007. 9. 23. 18:30경 사고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인 일본의 쓰시마섬 남해안으로 피항하여 이 사건 선박을 정박하였으며, 기상이 호전될 때까지 위 선박의 상태를 점검하고 남아 있는 화물을 재고박하는 작업을 하였다.
사. 이 사건 선박은 2007. 9. 24. 10:00경 포항항을 향하여 정박장소를 출항하였고, 부산항을 경유하여 2007. 9. 28. 13:15경 포항항 2부두 정박지 15호에 도착하였는데, 양하과정에서 이 사건 화물 중 99개가 유실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아. (1) 원고측이 의뢰한 주식회사 한리해상손해사정은 2007. 10. 1.경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화물손상에 관하여 검정한 결과, ① 이 사건 화물의 양쪽에는 2m 정도의 빈 공간이 있었는데 위 공간이 목제 깔개 등으로 적절히 떠받혀 있지 않았고, ② 이 사건 화물의 전체를 감싸는 고박방법을 사용하였다면 안전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됨에도 고박용 걸개 고리를 이용하여 고박한 것으로 인하여, 이 사건 화물 중 일부가 유실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2) 피고 윤스마린측이 의뢰한 주식회사 협성손해검정사정사는 2007. 10. 1.경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화물손상에 관하여 검정한 결과, 이 사건 화물 중 일부가 유실된 원인은 이 사건 선박이 항해하던 중 기상이 악화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였다.
자. 한편,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은 관련 선적서류와 함께 일본은행에 매입된 후 신용장개설은행인 한국산업은행에 매도되었으며, 원고는 위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위 각 선하증권을 매수하여 현재 이를 정당하게 소지하고 있다.
2. 피고 윤스마린에 대한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피고 윤스마린의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1) 주 장
원고가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의 적법한 소지인으로서 이 사건 선박을 운항하여 위 화물을 운송한 당사자이자 위 각 선하증권을 발행한 주체인 피고 윤스마린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유실된 철제 슬랩 99개의 시가 상당의 손해에 대하여 계약상 책임 및 불법행위책임을 구하는 이 사건 소에 대하여, 피고 윤스마린은 이 사건 화물의 운송에 관련된 법률관계는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의 이면약관 내용에 따라 규율되어야 할 것인바, 위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에는 중재합의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원고의 피고 윤스마린에 대한 소는 위 중재합의에 위반되어 부적법하다고 본안전 항변을 한다.
(2) 판 단
살피건대, 갑 제4호증의 1 내지 3,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3조 제2항은 “본 선하증권으로부터 발생되는 모든 분쟁은 일본해운거래소 도쿄해상중재원에 회부되어 그 규정에 따라 심리되어야 하며, 중재인들에 의하여 내려지는 판정은 최종적인 것으로 당사자 쌍방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진다(Any dispute arising from this Bill of Lading shall be referred to arbitration in Tokyo by the Tokyo Maritime Arbitration Commission(TOMAC) of the Japan Shipping Exchange, Inc., in accordance with the Rules of TOMAC and any amendments thereto, and the award given by the arbitrators shall be final and binding on both parties.)”(이하 ‘이 사건 중재조항’이라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여기에 중재계약은 중재조항이 명기되어 있는 계약 자체 뿐만 아니라, 그 계약의 성립과 이행 및 효력의 존부에 직접 관련되거나 밀접하게 관련된 분쟁에까지 그 효력이 미치고, 동일한 사실관계에 기하여 계약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 경합하는 경우에 그 불법행위책임의 존부에 관한 분쟁은 계약내용의 이행과 밀접하게 관련된 분쟁으로서 중재합의가 규정하는 중재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 법리를 더하여 보면, 원고의 피고 윤스마린에 대한 이 사건 소는 위 각 선하증권을 발행한 피고 윤스마린이 이 사건 화물을 유실하였음을 전제로 한 분쟁을 대상으로 하고, 이러한 분쟁은 그것이 계약책임을 묻는 것이든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것이든 위 운송계약의 이행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서 이 사건 중재조항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 윤스마린에 대한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중재조항에 위반하여 제기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므로, 피고 윤스마린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나. 원고의 재항변에 대한 판단
(1) 주 장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포함되어 있는 일본중재약정은, ① 그 효력 유무를 판단하는데 있어 외국법원에 대한 전속적인 국제관할 합의의 유효요건을 그대로 적용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중재조항에서 분쟁해결장소로 지정된 일본은 이 사건 분쟁과 합리적 관련성이 없고, ②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로서는 이에 대한 통지를 받는 등 관여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을 뿐만 아니라 위 중재조항이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약정임에도 이를 이면에 기재한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이므로 무효이다.
(2) 판 단
(가) 먼저, 대한민국의 판례를 통하여 제시된 외국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관할 합의의 유효요건이 이 사건 중재조항의 효력 유무를 판단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소송에 있어서의 관할합의와는 달리 중재지는 당사자 또는 사안과 합리적인 또는 기타 어떠한 관련성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사 관련성이 있을 필요가 있다고 보더라도, ① 이 사건의 준거법은 일본법인 점, ② 이 사건 화물의 선적작업은 일본의 미주시마항에서 소외 동국이 선정한 일본의 하역업자에 의하여 수행된 점, ③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이 일본의 미주시마항에서 발행된 점, ④ 이 사건 사고 역시 일본의 영해에서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중재조항에서 분쟁해결장소로 지정한 일본은 이 사건과 합리적인 관련성이 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중재조항이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약정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라는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중재란 거래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사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현존 또는 장래에 발생할 분쟁의 전부 또는 일부를 법원의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인인 제3자를 중재인으로 선정하여 중재인의 판정에 맡기는 동시에, 그 판정에 복종함으로써 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자주법정제도로서 재판 외의 분쟁해결제도이므로,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기재된 중재조항은 거래 당사자인 피고 윤스마린과 소외 동국간에 합의로서 재판청구권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과 같고,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에 의하여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로서는 위 당사자들간의 합의에 의하여 분쟁해결방법이 중재절차로 제한된 채권을 인수한 것이며, 선하증권의 성질상 위와 같이 중재조항에 효력을 인정하기 위하여 별도로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의 동의 내지 그에 대한 통지가 필요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통상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규정되어 있는 외국중재합의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중재조항의 기재에 관여할 수 없었다거나 단지 선하증권의 이면에 위와 같은 중재조항을 규정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이 사건 중재조항이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거나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라고 볼 수 없어,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따라서 원고의 위 각 재항변은 모두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피고 나카하라 쉬핑에 대한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피고 나카하라 쉬핑의 본안전 항변
(1) 주 장
피고 나카하라 쉬핑은 피고 윤스마린이 발행한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의 이면에, 운송관련자들은 운송인이 주장할 수 있는 책임제한 등의 항변을 원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른바 ‘히말라야 약관(Himalaya clause)’이 기재되어 있고, 운송인인 피고 윤스마린은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의 중재합의조항에 따라 이 사건 소가 중재합의에 위반되어 각하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으므로, 피고 나카하라 쉬핑도 피고 윤스마린의 위와 같은 주장을 원용한다고 본안전 항변을 한다.
(2) 판 단
(가) 살피건대, 갑 제4호증의 1 내지 3,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1조에서 “보조계약자에는 선박의 선주 및 운영자, 선복 공급자, 하역업자, 터미널 운영자, 그리고 그들의 각 대리인과 고용인 및 항해를 지원하는 자 일체를 포함한다{Sub-Contractor includes owners and operators of the vessels and space provider (other than the Carrier), stevedores, terminal and groupage operators, their respective servants and agents, and anyone assisting the performance of the carrige whomsoever.}”고 기재되어 있고, 위 이면약관 제5조 제2항에서는, “만일, 운송인의 고용인, 대리인, 보조계약자에게 손해배상청구가 있을 경우, 위 자들은 본 선하증권상에서 운송인이 누릴 수 있는 방어방법과 책임제한사유를 원용할 수 있다(If an action is brought against any servants, agent or Sub-Contractor of the Carrier, such person shall be entitled to avail himself of the defences and limits of liability which the Carrier is entitled to invoke under this Bill of Lading.)”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 나카하라 쉬핑이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며, 이 사건 소는 원고가 피고 나카하라 쉬핑에 대하여 이 사건 화물의 유실과 관련하여 불법행위책임에 기해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피고 나카하라 쉬핑은 이 사건에서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의 운송인인 피고 윤스마린이 위 각 선하증권의 내용에 따라 주장할 수 있는 모든 방어방법과 책임제한사유를 원용할 수 있다.
(나) 그런데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5조 제2항은 선하증권상의 운송인의 방어방법과 책임제한에 관한 사항을 운송인의 보조자에게도 확장하여 적용함으로써 형평을 기하고자 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중재조항을 통하여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의 발행인인 피고 윤스마린과 그 소지인인 원고 사이에서 위 각 선하증권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분쟁에 관하여 재판 외의 분쟁해결절차에 의하기로 하였다면, 운송인의 보조자인 피고 나카하라 쉬핑과의 관계에서도 위 각 선하증권으로 인한 분쟁에 관하여는 위 중재조항을 확장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5조 제2항에 따라 피고 나카하라 쉬핑이 원용할 수 있는 피고 윤스마린의 항변은 본안에 관한 항변에 제한된다고 보아야 할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 나카하라 쉬핑은 위 약관조항에 따라 이 사건 중재조항에 기한 피고 윤스마린의 본안전 항변을 원용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따라서 위 2의 가. (2)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의 피고 윤스마린에 대한 이 사건 소가 이 사건 중재조항에 위반되어 부적법하고, 같은 이유에서 원고의 피고 나카하라 쉬핑에 대한 이 사건 소 역시 이 사건 중재조항에 위반하여 제기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므로, 피고 나카하라 쉬핑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나. 원고의 재항변에 관한 판단
(1) 주 장
(가) 중재법 제8조 제2항 에서 중재합의는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 은 그에 대한 예시로 당사자들이 서명한 문서에 중재합의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나, 원고와 피고 나카하라 쉬핑 사이에는 위 규정에 따라 당사자가 서명한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은 일본해운집회소(Japan Shipping Exchange, Inc.)가 1994년 일본 국내 운송인들로 하여금 사용토록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표준양식인 SHUBIL-1994(B)를 피고 윤스마린이 그대로 차용한 것에 불과하여 원고는 그 내용을 검토하는 등 어떠한 관여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대등한 지위에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와 피고 나카하라 쉬핑 사이에서는 중재합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나) 또한, 피고 나카하라 쉬핑이 본안전 항변 사유로서 원용하는 이 사건 중재조항은, ① 그 효력 유무를 판단하는데 있어 외국법원에 대한 전속적인 국제관할 합의의 유효요건을 그대로 적용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중재조항에서 분쟁해결장소로 지정된 일본은 이 사건 분쟁과 합리적 관련성이 없고, ②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로서는 이에 대한 통지를 받는 등 관여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을 뿐만 아니라 위 중재조항이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약정임에도 이를 이면에 기재한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이며, ③ 원고가 통상적인 방법으로 침해되는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봉쇄함으로써 사실상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을 면제하는 특약이므로 구 상법(2007. 8. 3. 법률 제8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90조 에 따라 무효이다.
(다) 더구나, 피고 나카하라 쉬핑은 고의 내지 이 사건 화물이 멸실될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무모하게, 이 사건 선박에서 화물고박지침서에 표시된 연결고리를 모두 철거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구 상법 제789조의3 제2항 단서에 따라 운송인이 피고 윤스마린의 항변을 원용할 수 없다.
(2) 판 단
(가) 먼저, 원고와 나카하라 쉬핑 사이에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4호증의 1 내지 3,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의 준거법은 일본법인 점이 인정되고, 일본 중재법 제13조 제2항에서는, “중재합의는, 당사자 전부가 서명한 문서, 당사자가 교환한 서신 또는 전보(팩시밀리 장치 기타 격지자간의 통신수단으로 문자에 의한 통신내용의 기록이 수신자에게 제공되는 것을 사용해서 송신된 것을 포함한다.) 그 밖의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중재합의は、당사자の전부が서명した문서、당사자が교환した서간우は전보(ファクシミリ장치その타の격지자간の통신수단で문자による통신내용の기록が수신자に제공されるものを용いて송신されたものを함む。)その타の서면によってしなければならない。}”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은 일본 중재법 제1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그 밖의 서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원고와 피고 나카하라 쉬핑은 위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의 중재조항에 따라 중재합의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원고와 피고 나카하라 쉬핑 사이에 중재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다음으로, 이 사건 각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포함되어 있는 일본중재약정이 무효라는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 이 사건 중재조항에서 분쟁해결장소로 지정된 일본은 이 사건 분쟁과 합리적 관련성이 없고, ② 이 사건 중재조항은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약정일 뿐만 아니라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이므로 무효라는 주장에 관하여는, 위 2의 나. (2)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일 수 없고, ③ 이 사건 중재조항이 사실상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관하여는, 외국중재합의는 국제거래관계에서 통상적으로 그 유효성이 인정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외국에서의 중재절차를 수행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불편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외국중재합의가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어 역시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중재조항이 무효라는 원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사고는 피고 나카하라 쉬핑의 고의 또는 운송물의 멸실 등이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 나카하라 쉬핑은 피고 윤스마린의 항변을 원용할 수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 나카하라 쉬핑이 위와 같은 고리제거 작업을 직접 수행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단지 선박을 소유하는 데 그치고 그 소유선박을 임대 등 사유에 의하여 항해에 사용하지 아니하는 피고 나카하라 쉬핑으로서는, 가사 피고 윤스마린이 사건 선박의 고리를 제거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위와 같은 피고 윤스마린의 고리제거 작업이 피고 나카하라 쉬핑의 고의 또는 무모한 작위 또는 부작위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라는 점에 대한 주장·입증이 없는 이상, 단지 용선자인 피고 윤스마린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중재조항에 기한 본안전 항변을 원용할 수 없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라) 따라서 원고의 위 각 재항변은 모두 이유 없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