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0헌바368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4항 위헌소원
청구인
이○재
국선대리인 변호사 박민수
당해사건
전주지방법원 2009노1316 주민소환에관한법률위반
주문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2006. 5. 24. 법률 제7958호로 제정된 것) 제32조 제1호 중 제10조 제4항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09. 1. 7. 전주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청구인대표자로 등록신청하고, 전주시 완산구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소환청구인서명부를 교부받았다.
(2) 그 후 청구인은, 소환청구인대표자등이 소환청구인서명부를 제시하거나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인쇄물․시설물 및 그 밖의 방법을 이용하여 서명요청을 할 수 없도록 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4항에 위반하여 2009. 2. 14.부터 2. 25.까지 위 서명부를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포하거나 특정인에게 우편 발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명요청 활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었고, 2009. 11. 10. 전주지방법원(2009고단1087)에서 위 법률위반죄로 벌금 200만 원의 형을 선고받았다.
(3) 청구인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고, 항소심 계속 중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4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2010. 7. 6. 항소심 법원은 위 신청을 기각하고(전주지방법원 2009초기618), 같은 날 청구인의 항소 역시 기각하였다(전주지방법원 2009노1316, 현재 위 사건은 청구인이 상고하여 대법원 2010도9717호로 상고심에 계속 중이다.). 이에 청구인은 2010. 9. 20. 위 법률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2006. 5. 24. 법률 제7958호로 제정된 것) 제10조 제4항의 위헌 여부를 그 심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위 법률조항은 형사처벌조항인 제32조 제1호의 구성요건 규정이고, 청구인 역시 제10조 제4항이 처벌조항의 일부임을 전제로 그 위헌 여부를 다투고 있으므로, 당해 사건의 전제가 되는 부분은 제32조 제1호 중 제10조 제4항에 관한 부분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2006. 5. 24. 법률 제7958호로 제정된 것) 제32조 제1호 가운데 제10조 제4항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32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0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서명요청을 한 자
제10조(서명요청 활동의 제한) ④ 소환청구인대표자등이 소환청구인서명부를 제시하거나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인쇄물․시설물 및 그 밖의 방법을 이용하여 서명요청 활동을 할 수 없다.
[관련조항]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7조(주민소환투표의 청구) ① 전년도 12월 31일 현재 주민등록표 및 외국인등록표에 등록된 제3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 해당하는 자(이하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라 한다)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지방의회의원(비례대표선거구시·도의회의원 및 비례대표선거구자치구․시․군의회의원은 제외하며, 이하 “선출직 지방공직자”라 한다)에 대하여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주민의 서명으로 그 소환사유를 서면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관할선거관리위원회에 주민소환투표의 실시를 청구할 수 있다.
1.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이하 “시․도지사”라 한다):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 총수의 100분의 10 이상
2. 시장․군수․자치구의 구청장: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 총수의 100분의 15 이상
3. 지역선거구시․도의회의원(이하 “지역구시․도의원”이라 한다) 및 지역선거구자치구․시․군의회의원(이하 “지역구자치구․시․군의원”이라 한다): 당
해 지방의회의원의 선거구 안의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 총수의 100분의 20 이상
제9조(서명요청 활동) ① 주민소환투표청구인대표자(이하 “소환청구인대표자”라 한다)와 서면에 의하여 소환청구인대표자로부터 서명요청권을 위임받은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서명요청 활동기간 동안 주민소환투표의 청구사유가 기재되고 관할선거관리위원회가 검인하여 교부한 주민소환투표청구인서명부(이하 “소환청구인서명부”라 한다)를 사용하여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에게 서명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제10조의 규정에 따라 서명이 제한되는 기간은 서명요청 활동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② 소환청구인대표자가 서명요청권을 위임하고자 할 때에는 그 때마다 인적 사항 등을 기재하여 관할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여야 한다.
제10조(서명요청 활동의 제한) ① 소환청구인대표자와 서면에 의하여 소환청구인대표자로부터 서명요청권을 위임받은 자(이하 “소환청구인대표자등”이라 한다)는 해당선출직 지방공직자의 선거구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선거가 실시되는 때에는 그 선거의 선거일 전 60일부터 선거일까지 그 선거구에서 서명을 요청할 수 없다.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소환청구인대표자등이 될 수 없으며, 서명요청 활동을 하거나 서명요청 활동을 기획․주도하는 등 서명요청 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
1. 주민소환투표권이 없는 자
2. 「국가공무원법」 제2조에 규정된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법」 제2조에
규정된 지방공무원. 다만, 「고등교육법」 제14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따른 총장․학장․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강사인 교원을 제외한다.
3. 다른 법령에 규정에 따라 공무원 신분을 가진 자
4.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제4호를 제외한다)
5. 선출직 지방공직자의 해당선거에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이하 “입후보예정자”라 한다), 입후보예정자의 가족(배우자, 입후보예정자 또는 그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 입후보예정자의 직계비속 및 형제자매의 배우자를 말한다) 및 이들이 설립․운영하고 있는 기관․단체․시설의 임․직원
③ 소환청구인대표자등을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서명을 요청할 수 없으며, 검인되지 아니한 소환청구인서명부에 서명을 받을 수 없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서명요청의 방법인 ‘제시’에 직접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의 면전에서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다수의 군중이 모인 곳에서 다수의 군중에게 배포하여 보여주는 것이나 우편물로 보내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수범자의 입장에서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주민소환투표청구를 위한 서명요청의 방법을 소환청구인서명부 제시와 구두 설명에 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방법만으로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정한 서명요청활동기간(60일) 이내에 주민소환투표청
구에 필요한 서명인원수(투표권자 총수의 15%)의 서명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는 국민주권의 원리와 참정권에 근거한 주민소환권을 형해화하는 것으로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3. 판단
가. 주민소환제도의 개요
(1) 주민소환제도의 의의
지방자치법은 “주민은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지방의회의원(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은 제외한다)을 소환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제20조 제1항)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에 한하여 주민소환제를 도입하였다.
주민소환제란 지방자치단체의 특정한 공직에 있는 자가 주민의 신뢰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될 때 임기 종료 전에 주민이 직접 그 해직을 청구하는 제도로서, 주민에 의한 지방행정 통제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주민의 참정기회를 확대하고 주민대표의 정책이나 행정처리가 주민의사에 반하지 않도록 주민대표나 행정기관에 대한 통제와 주민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하는 데 그 제도적 의의가 있다.
그러나, 주민소환제 자체는 지방자치의 본질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보장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라거나 어떤 특정한 내용의 주민소환제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적인 요구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주민소환제는 주민의 참여를 적극 보장하고, 이로써 주민자치를 실현하여 지방자치에도 부합하므로, 이 점에서는 위헌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없고, 제도적인 형성에 있어서도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된다 할 것이나, 원칙으로서의 대의제의 본질적
인 부분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점이 그 입법형성권의 한계로 작용한다 할 것이다(헌재 2009. 3. 26. 2007헌마843 , 판례집 21-1상, 651, 668-669 참조).
(2) 주민소환절차
2006. 5. 24. 법률 제7958호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하 ‘주민소환법’이라 한다.)이 제정되고, 같은 날 법률 제7957호로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청구권의 근거규정이 신설되었다.
주민소환의 절차는 ① 주민소환준비 단계, ② 서명요청 활동 단계, ③ 주민소환투표운동 및 투표실시 단계의 3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① 주민소환준비 단계에서는 주민소환사유가 될 사건이나 쟁점을 중심으로 다수 주민들의 의견을 공론화하고, 주민소환청구를 위한 조직을 구성하며, 대표자를 선정하는 등의 준비가 이루어지는 단계이다. 소환청구인대표자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소환청구인대표자 증명서의 교부를 신청하면(주민소환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주민소환절차가 시작된다.
② 서명요청 활동 단계는 주민소환투표의 실시를 청구하기 위하여 요청되는 일정한 수 이상의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전년도 12월 31일 현재 19세 이상으로서 주민등록표에 등록된 주민 및 외국인등록표에 등록된 외국인)의 서명을 요청하는 활동이 이루어지는 단계이다. 소환청구인대표자에 대한 증명서가 교부되고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검인을 받은 소환청구인서명부가 배부되면(주민소환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소환청구인대표자와 서면에 의하여 그로부터 서명요청권을 위임받은 자는 일정 기간 동안 소환청구인서명부를 사용하여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에게 서명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주민소환법 제9조 제1항, 제2항).
끝으로 ③ 주민소환투표운동 및 투표실시 단계는 주민소환투표청구요건을 갖추어 실제로 주민소환투표가 발의되어 주민소환투표운동이 이루어지고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되는 단계이다. 일정 비율 이상의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의 서명을 받으면 그 소환사유를 서면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주민소환투표의 실시를 청구할 수 있고(주민소환법 제7조),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위 청구가 적법할 경우 주민소환투표일과 주민소환투표안을 공고하여 주민소환투표를 발의하며(주민소환법 제12조), 공고일 다음날부터 투표일 전일까지 주민소환투표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주민소환은 주민소환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되는데(주민소환법 제22조 제1항), 주민소환투표대상자는 주민소환투표안이 공고된 때부터 주민소환투표결과 공표 시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되고, 주민소환이 확정된 때에는 공표시점부터 그 직을 상실한다(주민소환법 제21조 제1항, 제23조 제1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 서명요청 활동 단계에서 서명을 요구하는 방법을 소환청구인서명부를 제시하거나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는 경우만으로 제한하고 있는 조항으로서, 2006. 5. 24. 주민소환법이 제정될 때부터 존재하여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모든 구성
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즉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1998. 7. 16. 96헌바35 , 판례집 10-2, 159 참조).
(2)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소환청구인대표자와 서면에 의하여 소환청구인대표자로부터 서명요청권을 위임받은 자’(이하 ‘소환청구인대표자등’이라 한다.) 이외에는 누구도 서명요청 활동을 할 수 없고, 위와 같은 ‘소환청구인대표자등’도 ‘소환청구인서명부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서명요청 활동을 하거나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서명요청 활동을 하는 이외에는 인쇄물이나 시설물을 이용하여 서명요청 활동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밖의 방법’, 즉 ‘소환청구인서명부를 제시하거나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는 이외의 어떠한 방법으로도 서명요청 활동을 할 수 없다.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시’ 개념이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시’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어떠한 의사를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이나 물품을 직접 내어 보이는 것을 의미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소환청구인서명부라는 물품이 제시의 목적물로 규정되어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말하는 ‘제시’는 서명요청을 위하여 소환청구인서명부를 내어 보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환청구인서명부를 ‘제시’한다는 것은 서명요청 활동을 하는 자의 적극적인 행동과 이를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존재가 전제되므로, 서명을 요청받는 사람 즉 ‘제시’의 대상자와 개별적인 대면이 없는, 또는 ‘제시’ 대상자의 특정이 없는,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일방적인 소환청구인명부의 배포, 우편 발송 등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한편 ‘서명요청 활동’이란 주민소환법 제9조가 ‘서명요청 활동’이란 표제하에 “소환청구인대표자등은 …… 소환청구인서명부를 사용하여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에게 서명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제1항 전문)라고 규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는 취지의 의사표시로서 서명을 해 줄 것을 요청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소환준비 단계에서의 여론조성 활동이나 주민소환투표가 이미 발의된 이후의 주민소환투표운동은 이에 포함되지 아니하며, 시간적으로 서명요청 활동이 가능한 시기의 활동이라도 위에서 살핀 서명요청의 의사가 배제되어 있는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준비활동은 ‘서명요청 활동’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말하는 ‘제시’나 ‘서명요청 활동’의 개념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금지하는 내용을 파악함에 있어서 어떠한 불명확성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어떠한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는지 수범자가 예견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다거나 해석자의 자의를 허용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문제되는 기본권과 심사기준
(가) 표현의 자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는 데 필요한 서명의 총수를 확보하려는 서명요청 활동의 방법을 ‘소환청구인서명부를 제시’하거나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는 방법으로만 제한하고 있다. 서명요청 활동이란 주민소환투표권자들에게 해당 소환청구사유에 대하여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한다는 의사표시를 해 줄 것을 요구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서명요청 활동을 하는 자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되어 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는 의사표시로서의 서명을 요청하는 행위의 행사방법을 위 두 가지 이외에는 허락하지 않음으로써 ‘표현의 방법’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개인의 표현행위를 규제하는 경우, 표현내용에 대한 규제는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엄격한 요건하에서 허용되는 반면, 표현내용과 무관하게 표현의 방법을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공익상의 이유로 폭넓은 제한이 가능하다(헌재 2002. 12. 18. 2000헌마764 , 판례집 14-2, 856, 869). 뿐만 아니라, 서명요청 활동은 주민소환청구권 행사의 전제 내지 실현수단의 의미를 가지므로 주민소환제도에 대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내용과 방법에 관하여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 적용되는 엄격한 의미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의 심사가 아닌 실질적으로 완화된 심사를 함이 상당하고, 특히 ‘피해의 최소성’
요건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덜 제약적인 수단은 없는지 혹은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인지를 심사하기 보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의 것인지’를 심사하는 정도로 완화시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나) 주민소환권의 기본권성 인정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민주권의 원리와 참정권에서 유래하는 ‘주민소환권’이라는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법률에 정하는 바에 따른 ‘선거권’(헌법 제24조)과 ‘공무담임권’(헌법 제25조) 및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과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투표권’(헌법 제72조, 제130조)만을 헌법상의 참정권으로 보장하고 있으므로,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한 주민투표권이나 주민소환청구권은 그 성질상 위에서 본 선거권, 공무담임권, 국민투표권과는 다른 것이어서 이를 법률이 보장하는 참정권이라고 할 수 있을지언정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이라 할 수는 없다(헌재 2001. 6. 28. 2000헌마735 , 판례집 13-1, 1431, 1439-1440 참조).
그리고 헌법 제7조 제1항이 “공무원은 ……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공무원의 파면권을 명문으로 규정한 일본국 헌법 제15조 제1
항과 달리 국민에 대한 정치적․윤리적 책임이라고 해석되는 이상, 위 규정이 국민소환권이나 국민의 공무원 파면권의 헌법적 근거가 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주민소환권의 권리내용 또는 보호영역이 비교적 명확하여 권리내용을 규범 상대방에게 요구하거나 재판에 의하여 그 실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구체적 권리로서의 실질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헌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헌법에서 열거되지 아니한 기본권’으로 볼 수도 없다(헌재 2009. 5. 28. 2007헌마369 , 판례집 21-1하, 769, 775; 헌재 2011. 8. 30. 2008헌마477 , 공보 제179호, 1311, 1314 등 참조).
결국, 주민소환청구권 자체는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입법에 의하여 형성된 주민소환청구제도에 따라 행사할 수 있는 법률상의 권리에 불과하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주민소환권이라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청구인 주장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판단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
주민소환제는 주민의 참정기회를 확대하고 주민대표의 정책이나 행정처리가 주민의사에 반하지 않도록 통제하고 책임성을 확보하며 선거제도의 실패를 보완하는 긍정적 기능도 하지만, 선거패배자나 이익단체 등에 의하여 정치적으로 악용․남용되거나, 민주적 정당성에 기반한 선출직 공직자의 활동이 위축되는 등 지방행정의 효율성이 저해되는 결과가 발생될 소지도 없지 않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서명요청이라는 표현의 방법을 ‘소환청구인서명부를 제시’하거나 ‘구두로 주민소환투표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하는 방법, 두 가지로만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첫째, 극히 예외적이고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주민소환을 인정하려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하는 차원에서, 서명요청 활동도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들과의 진정한 의사소통이 더욱 보장되는 방법으로 엄격하게 제한시켜 주민소환투표청구가 정치적으로 악용․남용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둘째, 서명요청 활동 단계에서 흑색선전이나 금품 살포와 같은 부정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의 진정한 의사가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려는데 그 입법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와 같은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나) 침해의 최소성
성숙한 시민의식과 사회분위기에 의하여 주민소환제도의 남용 내지 악용이 자율적으로 억제되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나, 종래의 선거풍토, 정치상황 등 제반여건을 종합하여 볼 때, 현재로서는 제도의 남용을 억제하기 위하여 주민소환투표청구의 요건을 어렵게 하고 이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진지한 사회적 합의와 숙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주민소환투표청구에 일정한 수 이상의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의 합의를 요구하고, 그와 같은 합의의 과정에서 흑색선전이나 금품 살포 등 부정행위가 개입하여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의 진의가 왜곡되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주민소환투표청구를 위한 서명요청 활동의 방법을 두 가지로만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은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주민소환투표청구에 관한 의사표시를 요구하는’ 내용의 표현활동을 방법적으로 제한하고 있을 뿐이고, 서명요청의 의사가 배제되어 있는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준비활동 등 정치적․사회적 의견 표명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주민소환법’은 서명요청 활동을 할 수 있는 소환청구인대표자 등의 수를 한정하고 있지 않고, 서명요청 활동기간 역시, 시․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청구의 경우 소환청구인대표자 증명서 교부 사실을 공표한 날부터 120일 이내,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지방의회의원에 대한 주민소환투표청구의 경우 60일 이내로서,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주민소환투표청구를 위하여 요구되는 많은 수의 서명을 받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것으로서 청구인의 주민소환투표청구권을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침해의 최소성 요건도 충족한다.
(다) 법익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로 인하여 제한되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 등 사익에 비하여 주민소환투표제도의 부작용 억제를 통한 대의제 원리의 보장과 소환대상자의 공무담임권 보장, 지방행정의 안정성 보장이라는 공익이 훨씬 크다고 할 것이므로, 법익균형성 요건도 충족한다.
(3) 소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1. 12. 29.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