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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8. 7. 16. 선고 96헌바35 결정문 [구 국가보안법 제10조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전○순

대리인 변호사 김주원

당해사건

서울형사지방법원 92고단9626 국가보안법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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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92. 10. 29. 서울형사지방법원에 1990. 12. 초순경 그 차남인 황○오가 북한공산집단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하여 그 구성원과 회합한 후 다시 잠입하여 남파간첩인 청구외 권○현과 회합하면서 간첩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을 알면서도 이를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국가보안법상의 불고지죄 등으로 기소되었던바, 위 법원은 같은 해 12. 29. 청구인에게 구 국가보안법(1980. 12. 31. 법률 제3318호로 전문개정되고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0조 등을 적용하여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및 자격정지 2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청구인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서울지방법원에 항소(93노651)하는 한편 불고지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구 국가보안법 제10조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제청신청(96초1593)을 하였으나 위 법원은 1996. 5. 23. 위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다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나. 심판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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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국가보안법 제10조의 위헌여부이고, 그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0조 (불고지)

제3조 내지 제9조의 죄를 범한 자라는 정을 알면서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아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본범과 친족관계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헌법에 위반된다.

첫째, 불고지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국가기관이 개인의 사상과 양심을 외부적인 형태로 나타내도록 강제하고 처벌함으로써 개인이 가지는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법률조항이므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한 헌법 제19조에 위반된다.

둘째,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그 규정형식상 간첩인 정을 아는 순간에 이미 고지의무가 발생하고 동시에 불고지죄가 완성되어 기수에 이르는 범죄이므로 결국 불고지죄는 개인으로 하여금 이미 기수가 된 불고지죄에 대하여 고백하도록 강요하는 결과가 되는 규정이어서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12조 제2항 후단에 위반된다.

셋째,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제3조 내지 제9조의 죄를 범한 자라는 정을 알면서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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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한 자”라고 규정하여 본범이 죄를 범한 사실을 알 것을 불고지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면서도 본범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인식이 있어야 고지의무가 발생하는 것인지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구성요건을 포괄적ㆍ추상적으로 불투명하게 규정하여 법률에 대한 예견가능성과 법적안정성을 저해하고 국가기관에 의한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어 남용의 우려가 있으므로 헌법 제12조 제1항에 의한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명확성의 원칙, 유추적용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나. 서울지방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 이유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첫째,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알고서도 이를 수사기관 등에 고지하지 아니하여 본범의 활동을 용이하게 하는 것은 결국 내면의 양심을 부작위의 형태로 외부에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국가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제한이 가능한 것이고 그것이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인 침해라고 볼 수 없다.

둘째,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불고지죄는 본범의 행위를 인식하고서도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기간내에 신고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일단 위 기간이 지나 불고지죄가 성립한 이후에는 더 이상 처벌의 전제가 되는 고지의무는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불고지죄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고지대상으로 규정한 구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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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안법상의 본범에 관한 규정 중에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그것이 죄형법정주의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또 불고지죄에 있어서 본범에 대한 “인식”은 단순히 의심하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본범이라는 확실한 인식을 요한다고 해석되며 그러한 해석이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다. 법무부장관 및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서울지방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 이유와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구 국가보안법 제1조)로서 여기에 규정된 범죄들은 단순한 사인간이나 일반 사회질서에 관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적 범죄들이고 그 성질상 구체적 침해가 발생한 후에는 침해된 법익에 대한 회복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범죄들에 대하여는 모든 국민이 다함께 방지하고 이미 발생된 범죄에 대하여도 지체없이 이를 포착(捕捉)하여 그 전파적 영향을 중지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구 국가보안법제10조에서 제3조 내지 제9조의 죄를 범한 자라는 정을 아는 자로 하여금 이를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에 고지하도록 의무지우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불고지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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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양심의 자유의 침해여부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양심의 자유를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양심이란 세계관ㆍ인생관ㆍ주의ㆍ신조 등은 물론 이에 이르지 아니하여도 보다 널리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 있어서의 가치적ㆍ윤리적 판단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양심의 자유에는 널리 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아니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아니할 자유까지 포괄한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1. 4. 1. 89헌마160 , 판례집 3, 149, 153 ; 1997. 3. 27. 96헌가11 , 판례집 9-1, 245, 263 ; 1997. 11. 27. 92헌바28 , 판례집 9-2, 548, 571).

한편 헌법 제19조가 보호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는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적 결정의 자유를 포함하는 내심적 자유(forum internum)뿐만 아니라,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양심실현의 자유(forum externum)를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내심적 자유, 즉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적 결정의 자유는 내심에 머무르는 한 절대적 자유라고 할 수 있지만, 양심실현의 자유는 타인의 기본권이나 다른 헌법적 질서와 저촉되는 경우 헌법 제37

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양심실현은 적극적인 작위의 방법으로도 실현될 수 있지만 소극적으로 부작위에 의해서도 그 실현이 가능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규정한 불고지죄는 국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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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립과 안전에 저해가 되는 타인의 범행에 관한 객관적 사실을 고지할 의무를 부과할 뿐이고 개인의 세계관ㆍ인생관ㆍ주의ㆍ신조 등이나 내심에 있어서의 윤리적 판단을 그 고지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므로 양심의 자유 특히 침묵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립ㆍ안전에 저해가 되는 죄를 범한 자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그것이 본인의 양심이나 사상에 비추어 범죄가 되지 아니한다거나 이를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에 고지하는 것이 양심이나 사상에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로 고지하지 아니하는 것은 결국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 즉 내심의 의사를 외부에 표현하거나 실현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고 이는 이미 순수한 내심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는 필요한 경우 법률에 의한 제한이 가능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국내외 정세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ㆍ북한의 정치ㆍ군사적 대결이나 긴장관계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 불고지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라는 법익의 중요성, 범인의 친족에 대한 형사처벌에 있어서의 특례설정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금지의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다. 진술거부권의 침해여부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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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이나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진술거부권을 보장하고 있는바, 이는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공판절차나 수사절차에서 법원 또는 수사기관의 신문에 대하여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규정한 불고지죄는 소위 진정부작위범으로서 행위자가 자기 또는 공범 이외의 타인이 구 국가보안법 제3조 내지 제9조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라는 정을 알면서도 그로부터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기간내에 이를 수사기관 또

는 정보기관에 신고하지 아니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따라서 불고지죄가 성립하기 이전의 단계 즉, 불고지의 대상이 되는 죄를 범한 자라는 사실을 알게되어 고지의무가 발생하였으나 아직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한 단계에 있어서는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자신의 범죄사실이 아니고 타인의 범죄사실에 대한 것이므로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아니할 진술거부권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한편,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간첩인 정을 아는 순간 고지의무가 발생하고 동시에 불고지죄가 완성되므로 결국 불고지는 개인으로 하여금 자기의 죄를 고백하도록 강요하는 결과가 되는 규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앞에서 설시한 신고기간이 경과하여 일단 불고지죄가 성립한 이후의 단계에 있어서는 더 이상 처벌의 전제가 되는 고지의무는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그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별개의 불고지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이미 성립한 불고지죄에 대한 자수 등의 문제가 생길 뿐이어서 역시 진술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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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 문제는 아니라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불고지죄를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헌법 제12조 제2항이 정하는 진술거부권을 침해한 것이라고는 볼 수는 없다.

라. 죄형법정주의 위반여부

헌법 제13조 제1항 전단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12조 제1항 후단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각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헌재 1997. 3. 27. 95헌가17 , 판례집 9-1, 219, 232),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1995. 5. 25. 93헌바23 , 판례집 7-1, 638, 647-648).

그러므로 살피건대,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제3조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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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조의 죄를 범한 자라는 정을 알면서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아니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내용 자체를 보더라도 그것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며, 위 규정내용 중 “죄를 범한 자라는 정을 알면서”라는 부분도 본범에 대한 인식의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서 이에 관하여는 대법원의 판례도 그 인식의 정도가 단순히 의심하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본범이라는 확실한 인식을 의미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며(대법원 1993. 9. 28. 93도1969, 공93, 170 참조), 그와 같은 해석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오히려 유리한 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해석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구 국가보안법 제10조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

나는 주문표시 중 “구 국가보안법(……) 제10조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재판소가 1995. 10. 26. 선고한 92헌바45 군형법 제75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93헌바62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52조 제1항 제3호 등 위헌소원, 94헌바7 ㆍ8(병합) 구 조세감면규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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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조 제3항 위헌소원, 95헌바22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 위헌소원, 94헌바28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위헌소원의 각 사건 결정시에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제47조 소정의 기속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합헌결정을 굳이 할 필요가 없으며, 이 사건의 경우는 국민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그 뜻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결론 즉 합헌이라면 굳이 아무런 실효도 없이 국민이 청구한 바도 없는 “합헌”임을 주문에 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주심)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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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8.07.16, 96헌바35, 판례집 제10권 2집 , 159, 159-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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