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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두53640 판결
[공원용지해제거부처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행정계획의 의미 및 행정주체가 구체적인 행정계획을 입안·결정할 때 가지는 형성의 자유의 한계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우 담당변호사 이석웅 외 1인)

피고, 상고인

서울특별시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양헌 담당변호사 이준보 외 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은,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서울 금천구 독산동 일대 토지가 1968. 1. 16. 도시계획시설인 ‘관악산 도시자연공원’으로 결정·고시된 사실, 원고는 1985. 4. 10. 피고로부터 이 사건 토지에 테니스장을 설치·운영하기로 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사업(공원시설 설치) 허가를 받아 1986. 1. 20. 이 사건 토지에 테니스장을 준공하였고, 그 무렵부터 2011. 8. 7.까지 테니스장을 운영한 사실, 원고의 이 사건 입안제안에 대하여 피고는 2014. 3. 27. 도시의 환경과 자연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이 사건 토지를 공원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를 반려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토대로 원심은, ① 1968년경 이 사건 토지가 도시계획시설(공원)로 결정되고 1983. 12. 23.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공원조성계획이 결정·고시되었음에도 피고는 이 사건 토지를 공원으로 조성하지 않았고, 이에 원고가 도시계획사업 허가를 받아 1986. 1. 20.부터 2011. 8. 7.까지 이 사건 토지에서 테니스장을 운영하였는데, 원고가 테니스장 운영을 그만둔 이후로 이 사건 토지는 아무런 용도로 사용되지 아니한 채 방치되어 있는 점, ② 이 사건 토지의 동쪽에 있는 도로로 인해 이 사건 토지는 관악산 도시자연공원의 다른 부지와 분리되어 있는 점, ③ 이 사건 토지로부터 약 1km 반경 내에 다수의 공원이나 체육시설이 존재하여 인근 주민들은 이 사건 토지가 아니더라도 위와 같은 녹지와 공원 및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특히 가까운 곳에 구립 테니스장이 신설되어 이 사건 토지가 공원조성계획에 따른 테니스장으로 제공되어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피고 스스로도 이 사건 토지와 함께 관악산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된 토지 일부에 관하여 공원으로 유지되어야 할 필요성을 부인하고 도시계획시설(공원)에서 해제하여 공원 외의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 점, ⑤ 원고는 1981년경 내지 1987년경부터 이 사건 토지 중 일부를 소유하면서 이 사건 토지를 공원조성계획에서 정한 테니스장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2010. 5.경 인근에 구립 테니스장이 신설된 이후로는 원고가 이 사건 토지에서 테니스장을 운영하는 것은 손해 발생의 우려가 커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 사건 토지가 도시계획시설(공원)로 유지되는 한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달리 활용할 방법을 찾기도 어려운 점, ⑥ 그럼에도 피고는 이 사건 토지에 피고의 예산으로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 없다고 하면서 이 사건 토지의 활용 방법을 원고에게 떠넘기고 있을 뿐인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토지를 도시계획시설(공원)로 유지함에 따른 공익보다 원고가 침해받는 사익이 더 크기 때문에 이 사건 처분은 이익형량에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행정계획은 특정한 행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행정에 관한 전문적·기술적 판단을 기초로 관련 행정수단을 종합·조정함으로써 장래의 일정한 시점에 일정한 질서를 실현하기 위하여 설정한 활동기준이나 그 설정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행정주체는 구체적인 행정계획을 입안·결정함에 있어서 비교적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가진다. 다만 행정주체의 위와 같은 형성의 자유가 무제한적이라고 할 수는 없고, 행정계획에서는 그에 관련되는 당사자들의 이익을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공익 사이에서나 사익 사이에서도 정당하게 비교·교량하여야 한다는 제한이 있으므로, 행정주체가 행정계획을 입안·결정할 때 이익형량을 전혀 행하지 않거나 이익형량의 고려 대상에 마땅히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 또는 이익형량을 하였으나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경우에는 그 행정계획결정은 이익형량에 하자가 있어 위법하게 될 수 있다 (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두2467 판결 등 참조).

나.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① 원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당시 이미 위 토지는 도시계획시설(공원)로 지정되어 있었으므로, 원고로서는 그 소유권 행사에 어느 정도 제약이 있으리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고, ② 원고 스스로 수립하여 인가받은 실시계획에 따라 이 사건 토지에는 공원시설인 테니스장이 설치되어 2011년경까지 테니스장이 운영되었으므로, 이 사건 토지가 위 계획에서 정한 용도대로 사용되지 않은 기간은 이 사건 처분이 있기 전까지의 2년 7개월 정도에 불과하고, 원고가 위와 같이 테니스장을 운영한 것이 이 사건 토지가 도시자연공원 부지로 편입되어 있음으로 인한 부득이한 선택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원고가 장기간 재산권 행사를 현저히 제한받아 왔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③ 이처럼 최근까지 공원시설이 설치·운영되어 왔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현재 피고가 직접 또는 다른 사업시행자를 통해 테니스장을 운영할 계획을 마련하거나 새로운 공원조성계획을 입안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이 사건 토지를 공원으로 이용해야 할 공익적 필요성을 피고 스스로도 낮게 판단한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고, ④ 피고가 인근 토지 중 일부를 도시자연공원에서 제외한 것은 도로나 학교 등 다른 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새로운 공익적 필요에 따른 것이지, 토지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해 준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토지를 도시자연공원으로 유지할 공익상 필요가 사라졌다거나 그러한 공익상 필요의 정도에 비추어 원고의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해 왔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서 피고가 이익형량을 전혀 행하지 아니하였거나 이익형량에서 고려하여야 할 사항을 누락한 위법 또는 이익형량의 정당성·객관성을 결여한 위법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행정계획에서의 공익과 사익의 비교형량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이인복(주심) 고영한 이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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