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동산 담보권자가 담보권의 범위를 벗어나서 담보물의 반환을 거부하거나 처분한 경우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금전을 대여하면서 채무자로부터 그 담보로 동산을 교부받은 담보권자는 그 담보권의 범위 내에서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데, 담보권자가 담보목적물을 보관하고 있음을 기화로 실제의 피담보채권 이외에 자신의 제3자에 대한 기존의 채권까지 변제받을 의도로, 채무자인 담보제공자와의 소비대차 및 담보설정관계를 부정하고 그 담보목적물이 자신과 제3자 사이의 소비대차 및 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서 실제의 피담보채권 외에 제3자에 대한 기존의 채권까지도 피담보채권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것까지 포함하여 변제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 반환하지 않을 것임을 표명하다가 타인에게 담보목적물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하여 피담보채무 이외의 채권까지도 변제충당한 경우에는 정당한 담보권의 행사라고 볼 수 없고,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 없이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 같이 처분하는 것으로서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된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1외 2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신촌 담당변호사 송재원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담보목적물의 매각 여부에 관한 채증법칙 위배의 점에 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피고인 1의 공소외 1에 대한 대여금채권에 관한 담보목적물인 이 사건 도자기를 공소외 2에게 함부로 매각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채증법칙 위배라는 취지로서, 원심이 이 사건 도자기의 매각 여부 자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였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은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담보목적물인 이 사건 도자기를 제3자에게 매각하였는지(주위적 공소사실), 담보로 제공하였는지(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채 그것이 담보권자의 담보권의 실행이나 담보권의 양도에 불과하여 정당한 담보권의 행사라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 1 등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원심의 판단과는 무관한 것이어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2. 횡령죄의 불법영득의 의사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불법영득의 의사로써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여야 하고, 여기서 불법영득의 의사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 없이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 같이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며, 불법영득의 의사가 확정적으로 외부에 표현되었을 때 횡령죄는 성립한다( 대법원 1982. 4. 13. 선고 80도537 판결 , 1989. 9. 12. 선고 89도382 판결 , 2002. 2. 5. 선고 2001도5439 판결 등 참조).
한편, 금전을 대여하면서 채무자로부터 그 담보로 동산을 교부받은 담보권자는 그 담보권의 범위 내에서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데, 담보권자가 담보목적물을 보관하고 있음을 기화로 실제의 피담보채권 이외에 자신의 제3자에 대한 기존의 채권까지 변제받을 의도로, 채무자인 담보제공자와 사이의 소비대차 및 담보설정관계를 부정하고 그 담보목적물이 자신과 제3자 사이의 소비대차 및 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서 실제의 피담보채권 외에 제3자에 대한 기존의 채권까지도 피담보채권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것까지 포함하여 변제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 반환하지 않을 것임을 표명하다가 타인에게 담보목적물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하여 피담보채무 이외의 채권까지도 변제충당한 경우에는 정당한 담보권의 행사라고 볼 수 없고,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 없이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 같이 처분하는 것으로서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된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 1이 2002. 11. 1.경 피고인 3의 소개로 공소외 1에게 그 소유의 고려청자 태화문 주전자(이하 ‘이 사건 도자기’라고 한다)를 담보로 1,000만 원을 3일간 대여하였다가 변제기가 경과하자 고가의 이 사건 도자기를 보관하고 있음을 이용하여 이 사건 도자기에 의하여 담보된 공소외 1의 채무 1,000만 원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피고인 3의 기존채무 2,000만 원도 함께 변제받을 의도로 2002. 12.경부터 이 사건 도자기는 피고인 3에게 1,000만 원을 빌려주고 그로부터 담보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공소외 1을 배제한 채 피고인 3에게 그동안의 차용금 3,000만 원을 변제하고 이 사건 도자기를 회수해 갈 것을 독촉하였고, 피고인 3은 위와 같은 독촉을 받자 골동품 중개업자인 공소외 3을 끌어들여 피고인 1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기로 하고 2003. 12. 1. 피고인 1과의 채무관계를 3,500만 원(자신의 기존채무 2,000만 원 + 공소외 1의 채무 1,000만 원 + 이자 500만 원)으로 확정하였는데, 그날 피고인 1은 피고인 3과 공소외 3으로부터 2,800만 원을 지급받고, 공소외 3으로부터 700만 원의 차용증을 교부받은 다음 이 사건 도자기를 넘겨주었으며, 그 후 이 사건 도자기는 다른 사람에게 인도되었다는 것인바,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1의 행위는 정당한 담보권자로서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담보권의 행사라고 볼 수 없고, 불법영득의 의사로 이 사건 도자기를 처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도 원심이, 피고인 1이 이 사건 도자기가 공소외 1의 1,000만 원 채무에 관한 담보로 제공되었을 뿐 피고인 3의 기존채무를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피고인 3이 담보로 제공한 것처럼 우겨 피고인 3의 기존채무까지 함께 변제받으려고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담보권을 실행하거나 담보권을 양도한 것으로 담보권자로서의 권리행사에 불과하므로,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2, 3의 공모 여부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담보목적물인 이 사건 도자기를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주위적 공소사실), 담보로 제공하여(예비적 공소사실) 횡령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것은 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