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때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의 정도 및 기준
[2]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의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위한 피해자 측의 증명책임의 정도
[3]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서 피해자 측 귀책사유와 무관한 피해자의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 등을 감액사유로 참작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책임감경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참조조문
[1] 민법 제390조 , 제750조 [2] 민법 제390조 , 제750조 , 민사소송법 제288조 [3] 민법 제393조 , 제396조 , 제763조 , 민사소송법 제202조 , 제43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45379, 45386 판결 (공1999상, 772)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266606, 266613 판결 (공2019상, 133) [2]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공1995상, 1281)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266606, 266613 판결 (공2019상, 133) [3] 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12270 판결 (공1998하, 2216)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원고 (원고는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소외 1, 모 소외 2)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고도 담당변호사 이용환 외 1인)
피고,피상고인겸상고인
○○대학교병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컴 담당변호사 손창환 외 2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답변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기본적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산모인 소외 2(이하 ‘산모’라 한다)는 유도분만을 위하여 2012. 9. 12.경 피고가 운영하는 ○○대학교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에 입원하였다. 산모는 분만유도제를 투여 받고 2012. 9. 15. 21:00경 3~5분 간격의 자궁수축 상태를 보이다 23:03경 원고를 출산하였다.
나. 원고는 출생 당시 울음과 움직임이 거의 없었고 신생아실에서도 그 상태가 ‘울음 거의 없음, 두개혈종, 주형 심함, 빈호흡(분당 60~70회), 코 벌렁거림, 흉부견축, 산소포화도 82%, 사지 축 늘어져 있음’이라고 기록되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에 대하여 2012. 9. 15. 23:40경 머리 초음파검사와 2012. 9. 16. 15:10경 뇌 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를 하였는데, 뇌실내출혈, 뇌실주위출혈, 뇌지주막하출혈,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등이 나타났고, 주산기 가사(가사), 호흡곤란 증후군, 두개혈종 등으로 진단하였다.
다. 원고는 현재 양측 대뇌의 전반적 뇌위축과 허혈성 뇌손상으로 인한 뇌성마비, 발달장애, 사지경직 등 증상을 보이고, 머리 가누기만 가능하고 독립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이하 ‘이 사건 장애’라 한다)이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피고 상고이유 제1·2·3점)
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 (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45379, 45386 판결 ,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266606, 266613 판결 등 참조).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피해자 측이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 (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 위 대법원 2016다266606, 266613 판결 등 참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민사소송법 제202조 ). 그리고 사실의 인정, 증거의 취사선택과 평가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한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산모와 태아에 대한 경과관찰을 게을리한 과실이 있고 이러한 과실이 이 사건 장애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1) 피고 병원 의료진은 분만 당일인 2012. 9. 15. 21:00경부터 22:50경까지 산모와 태아 상태에 대한 간호기록지와 분만기록지를 작성하지 않았다. 비수축검사(Nonstress Test, NST)는 산모가 분만대기실에 입원할 때부터 분만실로 이동하기 전까지 전자장치를 산모에게 부착하여 태아심박동, 자궁수축 정도를 그래프에 표시하는 검사인데, 태아가사 등을 조기에 진단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처치를 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피고가 제출한 비수축검사기록지(을 제2호증)는 산모에 대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산모에 대한 비수축검사기록지가 제출되지 않은 이상 2012. 9. 15. 21:00경부터 22:50경까지 산모에 대한 비수축검사기록지가 작성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2) 2012. 9. 15. 21:00경부터 22:50경까지 태아였던 원고에게 주산기 가사, 호흡곤란증 등의 임상 상태가 있었는데도 피고 병원 의료진이 산모와 태아 상태에 대한 경과관찰을 게을리하여 이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고 적절한 처치를 하지 못하였다.
(3) 산모와 태아의 상태는 분만 이전에 산모에게 임신성혈소판감소증이 있는 것 외에 모두 정상이었다. 임신성혈소판감소증은 산모와 태아에게 해로운 영향을 주지 않고 임신기간 중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이 사건 장애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경과관찰상 과실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였음을 피고가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이 사건 장애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추정된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의료 과실과 인과관계, 석명권의 행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원고 상고이유)
가. 가해행위와 피해자 측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피해자 측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 측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질환의 모습이나 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 측 요인을 고려할 수 있다.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책임감경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 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1227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태아심박동수의 측정만으로 주산기 가사나 태아의 호흡곤란 등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고, 분만 전후 질식으로 인한 저산소증과 분만 과정에서의 두개골 손상 등이 뇌성마비를 일으키는 원인이지만 뇌성마비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으며, 정상 분만 과정에서도 주산기 가사, 호흡곤란증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손해배상책임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원고와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