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1996. 5. 31. 선고 95도3093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공1996.7.15.(14),2084]
판시사항

[1] 비보호좌회전 표시나 유턴허용 표시가 없는 신호기가 설치된 교차로에서 적색 등화시에 좌회전 또는 유턴한 행위가 신호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좌회전 진행방향을 표시하는 노면표지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적색 등화시에 좌회전하거나 유턴한 행위가 정당화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교차로에 녹색, 황색 및 적색의 삼색 등화만이 나오는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고 달리 비보호좌회전 표시나 유턴을 허용하는 표시가 없다면 차마의 좌회전 또는 유턴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위 교차로에서 적색 등화시에 정지선에 정지하여 있지 아니하고 좌회전 또는 유턴하여 진행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로교통법 제5조의 규정에 의한 신호기의 신호에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 진행하던 방향의 1차선에 도로교통법시행규칙 [별표 1]의 규정에 따라 좌회전을 시키려고 하는 장소에 설치하여 진행방향을 표시하는 노면표지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좌회전신호가 들어오거나 비보호좌회전 표시가 있는 경우에 차마가 그 신호에 따라 진행할 방향을 뜻하는 것에 불과하여 그러한 노면표지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적색 등화시에 좌회전하거나 유턴한 행위가 정당화된다고는 볼 수 없다.

피고인

A

상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은 B 승용차의 자가운전자로서 1995. 2. 2. 09:10경 부산 부산진구 C 소재 D 앞 신호대에서 연지 3거리 방면에서 부암로터리 방면을 향하여 위 승용차를 운전하였던바, 그 곳은 정지신호와 직진신호만이 반복되는 곳으로서 좌회전하거나 유턴을 할 수 없음에도 정지신호에서 유턴한 과실로 마침 맞은편에서 피해자 E가 타고 오던 오토바이를 충격하여 위 피해자에게 약 20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대퇴골간부골절상 등을 입힌 것이다"라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지점은 F주유소 쪽과 부암로터리를 잇는 왕복 4차선의 간선도로와 미군부대 방면에서 나오는 도로가 만나는 삼거리 교차로로서 미군부대 쪽에서 나오는 도로 맞은편에는 차선 구분 없는 소로가 나 있고, 위 사고 당시 부암로터리 쪽의 교차로에 연이어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그 횡단보도상에는 보행자신호기와 아울러 위 간선도로 상의 차량을 위하여 직진, 주의 및 정지를 표시하는 녹색, 황색 및 적색의 횡형 삼색등 신호기가 차도 양쪽에 서로 반대방향을 향하여 설치되어 있었고, 위 소로 입구 F주유소 쪽에는 부암로터리 쪽에서 오는 차량을 위한 녹색, 황색 및 적색의 횡형 삼색등 신호기와 미군부대 쪽에서 오는 차량을 위한 같은 형태의 신호기가 연이어 설치되어 있었던 사실, 위 간선도로 중 F주유소 쪽 교차로 진입지점 1차선 상에 흰 페인트로 좌회전 노면표시가 되어 있었을 뿐 F주유소 쪽에서 오는 차량에 대하여 위 교차로에서 특별히 좌회전이나 유턴을 허용 또는 금지하는 어떠한 표지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그 때문에 F주유소 쪽에서 오는 차량들에게 위 교차로의 신호기에 적색 등이 켜져 있을 경우 유턴을 허용하여도 교통에 지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교통경찰에 의하여 사실상 유턴이 묵인되어 와서 그 곳을 통행하는 운전자들에게 그 지점에서의 유턴이 관행화되어 있었던 사실,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일시경 그 기재 승용차를 운전하여 F주유소 쪽에서 진행하여 와서 교차로 진입지점 1차선 차량정지선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전방의 삼색등 신호기가 적색인 상태에서 위와 같은 관행에 따라 유턴하다가 부암로터리 쪽에서 직진하여 오던 공소사실 기재 오토바이를 충격한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사고지점 부근의 도로상황 및 신호관계, 차량의 통행관행, 사고경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위 사고 당시 피고인이 신호위반 또는 안전표지의 지시위반을 하였다거나 그와 같은 위반행위로 인하여 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고, 한편 피고인의 차량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은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하였다.

2. 그러나 도로교통법 제5조 의 규정에 의하면 도로를 통행하는 차마는 신호기 또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신호 또는 지시와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공무원 등의 신호나 지시를 따라야 하고, 같은 법 제16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하면 차마는 보행자나 다른 차마의 정상적인 통행을 방해할 염려가 있는 때에는 도로를 횡단하거나 유턴 또는 후진하여서는 아니되며, 같은 법 제4조 , 같은법시행규칙(1995. 7. 1. 내무부령 제6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별표 2, 3]의 각 규정에 의하면 차마의 경우에 있어서 신호기가 표시하는 신호의 뜻은 녹색 등화의 경우에는 직진하거나 다른 교통에 방해되지 않도록 천천히 우회전할 수 있고 비보호 좌회전표시가 있는 곳에서는 신호에 따르는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을 때에는 좌회전할 수 있되, 다만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된 때에는 신호위반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고, 황색 등화의 경우에는 우회전을 할 수 있고 정지선이나 횡단보도 또는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하여야 하며(다만 이미 교차로에 진입하고 있는 경우에는 신속히 교차로 밖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적색 등화인 경우에는 정지선이나 횡단보도 또는 교차로의 직전에서 정지하여야 하고 신호에 따라 직진하는 측면 교통을 방해하지 아니하는 우회전을 할 수 있으며, 녹색 화살표시 등화의 경우에는 화살표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므로, 교차로에 녹색, 황색 및 적색의 삼색 등화만이 나오는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고 달리 비보호 좌회전표시나 유턴을 허용하는 표시가 없다면 차마의 좌회전 또는 유턴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진행하던 방향의 전방에는 횡형 삼색등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좌회전하여 진행할 수 있는 신호인 녹색 화살표시 등화가 나오지 않고 녹색 등화시에 허용되는 비보호 좌회전표시도 없으며, 피고인의 진행방향 전방의 신호기가 적색 등화일 경우에는 미군부대 방향에서 F주유소 쪽으로 녹색 등화가 들어와서 그 방향으로 진행하는 차량들이 피고인이 대기하던 교차로의 정지선 앞을 통과하게 되고, 어떠한 등화에서건 유턴을 허용하는 신호나 표지는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는 교차로에서 적색 등화시에 정지선에 정지하여 있지 아니하고 좌회전 또는 유턴하여 진행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법 제5조 의 규정에 의한 신호기의 신호에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은 피고인의 진행방향 전방 교차로의 신호기에 적색 등화가 켜져 있을 경우 유턴을 허용하여도 교통에 지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교통경찰에 의하여 사실상 유턴이 묵인되어 와서 그 곳을 통행하는 운전자들에게 그 지점에서의 유턴이 관행화되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였으나, 앞서 본 이 사건 사고지점의 신호체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진행방향 전방 교차로의 신호기가 적색 등화일 때에 유턴을 허용한다면 미군부대 쪽에서 녹색 등화에 따라 진행하여 오는 차마의 정상적인 통행을 방해할 염려가 있다 할 것이어서 이를 교통에 지장이 없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기록을 살펴보아도 위와 같은 관행이 형성되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진행하던 방향의 1차선에 같은법시행규칙 [별표 1]의 규정에 따라 좌회전을 시키려고 하는 장소에 설치하여 진행방향을 표시하는 노면표지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좌회전신호가 들어오거나 비보호 좌회전표시가 있는 경우에 차마가 그 신호에 따라 진행할 방향을 뜻하는 것에 불과하여 그러한 노면표지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과 같이 적색 등화시에 좌회전하거나 유턴한 행위가 정당화된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운전자들이 위와 같은 노면표지를 녹색 등화시에 비보호 좌회전할 수 있다는 표시로 오인할 여지는 있다고 보여지나, 비보호 좌회전이 허용된 경우라 하더라도 좌회전을 하다가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된 때에는 신호위반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도로교통법상의 신호체계에 관한 해석을 그르치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고, 그와 같은 위법은 이 사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안용득 지창권(주심)

arrow